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11
제10화. 테스트 (1)
루안은 과거에도 칼론의 테스트를 모두 겪었다.
전생의 경험을 비추어 보건데 1분기 테스트는 기사의 자질을 보는 내용이 주가 될 것이다.
칼론의 테스트는 입학 첫 해에 4번의 분기 테스트를 본다.
여기서 살아남은 학생들은 비로소 생도의 호칭이 주어진다.
마지막 분기 테스트는 하급 기사에서 중급 기사로 승급하는 테스트인데 루안은 여기서 한 번 죽을 뻔했었다.
‘쟤가 살려줬으니 중급 기사가 됐었지.’
루안의 눈앞에 리사 그란델이 서 있었다.
같은 쪽지를 받고 온 것이다.
‘전생에도 1분기 테스트 팀원이었는데 이번에도 대부분 같은 팀이네. 근데 쟤는 처음 보는 앤데.’
루안이 회귀하면서 전생에 겪었던 칼론의 첫 테스트 중 미묘하게 바뀐 변수가 두 가지였다.
테스트 장소와 팀원.
전생에 루안이 치렀던 테스트 장소는 칼론의 대장간.
이번 장소는 칼론 외곽에 설치된 야전장 이었다.
야전장은 기사들이 가장 많이 겪게 되는 전장의 환경을 꾸며놓은 훈련장이었다.
팀의 구성원이 바뀌어 있었다.
‘리사 그란델, 톰 젠킨스, 캐서린 블론디, 잭 핸더슨 모두 전생과 같은 팀원이다. 장소는 바뀌었지만… 하지만 쟤는 누구지?’
루안이 팀원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하는 사이 누군가 나타났다.
아직 앳된 얼굴에 붉은 머리카락.
체격은 평범하지만 다부진 몸을 지닌 사내였다.
“여기에 모인 걸 보니 4팀이로군. 모두 주목. 나는 너희들의 테스트를 맡게 된 본 스미스 라고 한다. 지금부터 스미스 교관이라 부르도록.”
테스트 교관을 본 루안은 마지막 변수를 확인했다.
‘교관도 바뀌었어. 전생에는 마샤 스톤 교수였는데.’
스미스는 칼론의 교수가 아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는데 때마침 스미스 본인이 직접 설명을 했다.
“나는 너희들이 본 적 없을 거다. 이번 테스트 때문에 칼론에 자원한 용병이니까.”
스미스는 자신의 오른쪽 팔뚝을 두르고 있던 손수건을 풀었다.
가려졌던 문양이 드러났다.
붉은 털의 늑대가 송곳니를 드러낸 그림.
루안의 동공이 커졌다.
‘저건 붉은 늑대 용병의 상징. 저놈이 그럼 혹시?’
루안이 겪었던 전생에서 붉은 늑대 용병 이야기를 숱하게 들었었다.
붉은 머리의 용병이 이끄는 무장 세력으로 리니아 대륙 최대의 용병 길드로 성장하게 된다.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스미스는 붉은 늑대 용병단을 막 꾸렸을 무렵 칼론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검술 학교에 교관 의뢰를 받으며 자금을 모으던 시절이 있었다.
루안이 스미스의 용병대를 처음 만났던 것은 칼론을 졸업하고 첫 임무를 맡았을 때였다.
‘아직 용병단 규모도 작고 자금도 모으는 시기일 거야. 그러면 미리 줄을 만들어둬야지.’
루안은 이번 테스트를 통해 스미스와 친분을 쌓아둘 기회라고 여겼다.
“들었어? 용병이래.”
“이번 테스트 무난하겠군.”
용병이라는 말에 팀원들의 안색이 밝아졌다.
“야, 행운이 따르는데.”
“용병이라고 하면 어지간한 건 봐줄 거야. 그냥 테스트 통과만 하면 되니까. 큭큭.”
잭 핸더슨과 톰 젠킨스가 키득거렸다.
칼론의 테스트는 여러 교관들이 참가한다.
이 교관들은 칼론의 공식 직위가 아니라 임시직으로 파견 나오는 외부 인사들이 많았다.
칼론의 교수들이 혹시나 귀족가의 자녀들을 편애할 확률이 있었으니 아예 관련 없는 외부에서 비밀리에 선정한 교관들이었다.
교관들의 출신 성분은 다양했다.
스미스처럼 용병부터 격투가, 기사 등등.
칼론이 이들을 선정한 배경에는 학생들이 낯선 사람들의 평가를 받는 것이 더 실전에 근접한 분위기를 느끼기 때문이다.
“모두 6명이군. 이름을 불러라. 자네부터.”
“톰 젠킨스입니다. 젠킨스 가문의….”
“됐고. 다음.”
스미스의 대답에 톰 젠킨스는 얼굴이 구겨졌다.
칼론의 학생들은 테스트를 앞두고 대부분 자신의 배경을 자랑하며 어필을 한다.
평민 출신 혹은 그 이하의 출신 배경을 지닌 학생들은 이름만 말하지만 귀족부터 내세울 게 있는 중산층 이상의 가문들은 어떻게든 배경을 어필하고 싶어 했다.
테스트 점수를 조금이라도 더 받아 칼론을 졸업해야 했으니까.
“브리켄슈타인 황실과 줄이 닿아있는 핸더슨 가문의….”
“어이.”
스미스가 눈을 번뜩였다.
잭 핸더슨의 입술이 닫혔다.
“내가 이름 말하라고 했지. 언제 가문 설명하랬어?”
“죄송합니다.”
“뭐 때문에 그러는지 나도 대충 들어서 아는데 나는 너희들 가문 배경 관심 없다. 이름만 말해라. 만약 이름 말고 다른 얘기 또 나오면 여기서 탈락이다.”
“잭 핸더슨입니다!”
루안은 속으로 웃었다.
‘성격도 똑같군.’
본 스미스는 루안이 만났던 전생에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소속과 신분에 얽매이지 않는 인물이였다.
돈을 좀 밝혀서 문제였지만 그런 성격이 리니아 대륙 최대의 용병단으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루안은 본 스미스와 미리 친분을 쌓아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번 테스트에서 스미스의 눈에 띄어야 한다.’
스미스는 학생들의 이름을 계속 물었다.
“캐서린 블론디입니다.”
“리사 그란델입니다.”
“루안 브리스톨입니다.”
묵묵히 노트에 학생들의 이름을 받아 적던 스미스가 루안을 쳐다봤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학생에게 이름을 물었다.
“로이 맥코넬입니다.”
루안의 귀에 꽂히는 단어가 있었다.
맥코넬 가문.
‘저 집구석이 일으켰던 반란 진압에 내가 처음 참전했던 전장이었지. 젠장 그때 죽을 뻔했었는데.’
브리켄슈타인 황국에서 가장 돈이 많은 가문을 하나만 꼽으라면 맥코넬이 첫손에 꼽힌다.
가문 대대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상단 가문으로 리니아 대륙 3대 상단 중 하나인 맥코넬 상단을 운영하는 가문이니까.
신분은 귀족이 아니지만 원하는 모든 것을 돈으로 사버리는 가문이어서 귀족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루안은 로이 맥코넬과 눈이 마주쳤다.
“자, 그러면 이름은 다 알았으니까 다음 설명으로 넘어가지.”
스미스 교관은 한 손에는 골판지 같은 받침대에 양피지를 끼워 넣은 노트를 들고 있었다.
분기 테스트의 성적을 매길 양피지였다.
“너희가 할 테스트는 내가 정한 것이니 결과 또한 전적으로 내가 정한다. 불만 있나?”
“없습니다.”
“여기는 너희도 잘 알겠지만 야전장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기사들이니 앞으로 졸업하면 이런 곳에서 전투를 하다 죽게 될 거다.”
스미스가 웃음을 짓자 학생들은 침을 삼켰다.
“이곳에서 너희들은 팀으로 움직이며 목표를 완수한다.”
“뭘 하면 됩니까?”
“기다렸던 질문이다. 로이 맥코넬.”
로이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돈 많은 가문의 유일무이한 아들로 위에는 누나들만 일곱이다.
루안의 전생에도 이름만 들었지 직접 마주한 적이 없어 정보가 없었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저 숲을 통과한다. 제한 시간은 다음 날 해가 뜨기 전까지다.”
학생들 맞은편에 초목이 무성한 숲이 있었다.
이 숲은 칼론의 야전 훈련을 할 때 쓰이는 훈련장 중 한 곳이었다.
직선으로 가로질러 가면 5km 정도 거리의 숲.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몇 시간이면 통과할 수 있다.
“기사들의 전투는 사방이 트인 곳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저렇게 촘촘한 숲 속이 훨씬 많지. 적들은 기습하기 좋고, 몬스터 토벌, 정보 수집 등 모든 임무는 대부분 저렇게 눈에 띄지 않는 숲에서 벌어질 때가 많다.”
“숲을 통과만 하면 되는 건가요?”
리사 그란델이 물었다.
“물론이다. 하지만 조건이 있지.”
스미스는 손수건을 팔에 두르면서 말했다.
“너희들 모두 같이 통과해야 한다. 만약 1명이라도 낙오자가 발생하면 모두 탈락이다.”
“예에?”
“이 테스트는 팀의 호흡을 맞춰보는 거야. 혼자 잘났다고 앞서봤자 낙오자 발생하면 탈락이니 1등할 생각 따윈 버려라.”
“숲에 경계해야 될 요소는 뭐가 있죠?”
“그건 직접 겪으면서 파악해라. 전쟁을 앞두고 그런 거 일일이 알 순 없으니까.”
스미스는 간결하게 설명을 마치고 학생들에게 손수건을 하나씩 나눠줬다.
붉은 색의 손수건이었다.
“이걸 팔에 둘러. 지금부터 이 손수건이 너희들이 숲을 통과할 때까지 지켜야 할 물건이다.”
“물건이요?”
“기사가 되면 다양한 임무를 맡게 된다. 그건 전쟁에 나가는 것만이 아니야. 기사 등급이 몇 성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너희들은 누군가의 목숨을 지켜야 할 때가 많다. 자신의 목숨보다도 남의 목숨을 지켜야 하니 이 손수건이 지금부터 너희들이 지켜야 할 목숨의 역할을 하는 거야.”
루안을 비롯한 학생들이 붉은 손수건을 한쪽 팔뚝에 묶었다.
“손수건을 지켜야 하는 거면 왜 팔에 묶어요? 그냥 갑옷 속에 안전하게….”
잭 핸더슨의 말을 자르고 스미스가 물었다.
“핸더슨 군. 자넨 사람을 지킬 때도 갑옷 속에 넣어서 다닐 건가?”
“아….”
“이 손수건은 아까 말했듯이 너희가 숲을 통과할 때까지 지켜야 될 사람이다. 만약 단 1명이라도 이 손수건이 찢어지거나 혹은 잃어버린다면 탈락이다. 바느질 가능할 정도로 흠집 난 건 봐주겠다.”
테스트 설명을 들어보니 숲을 통과하는 동안 틀림없이 손수건을 노리는 자들이 있을 거다.
루안 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의 눈빛을 봐도 모두 직감하고 있었다.
“이제 팀장을 정해야겠군. 내가 정할 테니 이견은 받지 않는다.”
학생들이 다시 침을 삼켰다.
“루안 브리스톨. 자네가 팀장을 맡아라. 이 팀의 목숨은 지금부터 자네에게 달렸으니 능력껏 통과하도록.”
“네.”
옆에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쳇. 가문빨 죽이네. 귀족 중의 귀족이니 용병도 알아서 긴다 이건가?”
“젠킨스 군.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아닙니다!”
스미스는 소매 안에서 조그만 폭죽을 꺼냈다.
용병들끼리 신호탄으로 쓰는 것이었다.
“지금부터 이 폭죽을 쏘면 테스트를 시작한다. 나는 먼저 도착지에 가 있을 테니까.”
스미스가 폭죽을 쐈다.
타-앙!
붉은 연기가 하늘을 향해 직선으로 올라가더니 구름처럼 번졌다.
아마 숲 속 어딘가에 대기하고 있을 적들도 신호를 발견했을 것이다.
“테스트 시작!”
파-앗!
스미스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루안과 학생들이 숲 안으로 뛰어들었다.
* * *
“허억! 허억!”
앞서가던 잭 핸더슨이 거칠게 숨을 토하며 허리를 숙였다.
“이봐, 핸더슨. 호흡이 너무 빠르잖아. 템포를 줄이면서 발을 옮기라고. 보폭이 너무 커.”
“야, 톰. 여기서 좀만 쉬었다 가자.”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가능한 빨리 숲 맞은편까지 통과해서 빠져나가야 돼. 안 그러면 불리해져.”
“고작 5km만 직선으로 뛰면 된다며? 아직 시간이 넉넉하잖아.”
리사 그란델이 끼어들었다.
“한심한 놈들. 숲의 환경을 봐라. 여기가 무슨 칼론 연무장인 줄 알아? 저렇게 우거진 숲이면 같은 거리도 몇 배나 시간이 더 걸려. 특히 어두워지면 길 찾는 것도 어렵다고.”
캐서린 블론디가 거들었다.
“맞아. 해 떨어지기 전에 통과하는 게 가장 안전해.”
잭 핸더슨은 두꺼운 허리를 바로 세웠다.
“젠장.”
루안은 여기서 방향을 잡아야 했다.
가장 빨리 직선으로 달려 숲을 통과할지 아니면 팀원의 체력을 일일이 고려하며 움직여야 될지.
“핸더슨, 더 뛸 수 있어?”
“장난해? 나 지금 숨 쉬는 거 안 보여?”
“좋아. 여기서 1분간 휴식한다. 리사, 로이. 1분간 경계를 서줘. 휴식이 끝나면 바로 움직일 테니까.”
“쳇, 1분 쉬는데 무슨 경계야?”
톰 젠킨스가 투덜거렸다.
“숲 안엔 적들이 있어. 우린 손수건을 안전하게 숲 밖으로 가져가야 하고.”
“이렇게 밝은 대낮인데 어떤 멍청한 적들이 공격하겠….”
젠킨스가 투덜거리며 투구를 벗는 순간이었다.
투-걱.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루안의 눈앞을 스쳤다.
핏물이 루안의 뺨에 튀었다.
“적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