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111
제110화. 굶주린 야성의 칼날 (5)
루안과 루크가 먼저 나왔다.
레밍턴과 매튜가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나는 루크 브리스톨의 호위기사 들에게 먼저 던질 거야. 너는 엘란의 기사들에게 던져.”
매튜가 말했다.
“알았어. 그럼 메디나. 넌 파커 촌장이 나오면 브리스톨 공자들에게 던져라.”
“그러지.”
메디나는 자신의 길드원들과 시선을 주고받았다.
도적 길드원들이 모두 페치니프가 가져온 물약 폭탄을 손에 들고 허리 뒤에 숨겼다.
매튜와 경비대 기사들 역시 모두 물약 폭탄을 들고 있었다.
엘란의 기사들과 브리스톨 호위 기사들은 파커의 집 가까운 곳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서로를 경계하며 대치하고 있었다.
뒤이어 드윈이 나왔고 마지막으로 레녹스 파커가 나왔다.
파커가 시야에 들어온 순간 매튜가 소리쳤다.
“시작해!!”
쨍그랑-!
퍼엉!!
갑자기 매튜와 레밍턴이 있는 곳에 물약 폭탄이 터졌다.
“뭐. 뭐야?”
“콜록! 콜록! 누가 던졌….”
매튜와 레밍턴은 손으로 입을 가렸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물약 폭탄이 터지면서 발생한 수면 가스를 한 모금 흡입해버렸다.
“크읍….”
매튜와 레밍턴이 연기를 마시는 걸 본 경비대.
“뭐야? 저기서 갑자기….”
경비대로 무언가 날아들었다.
쨍그랑! 쨍강!
펑! 퍼엉!
“으앗? 뭐야?”
수면 가스가 퍼지고 있었다.
브리스톨의 호위부대는 빠르게 루안과 루크를 에워쌌다.
“물러나십시오! 도련님!”
엘란의 기사들은 드윈과 파커를 가로막았다.
“단장님! 수면 가스입니다! 피하십시오!”
“흐음, 페치니프의 물건이 저건가?”
“그렇습니다. 왕자님. 잠시 뒤로 물러나셨다가 구경하십시오.”
파커와 드윈은 여유롭게 뒤로 물러났다.
수면가스는 하얀 연기를 머금고 뭉글거리듯이 매튜의 경비대원들을 덮쳤다.
매튜와 레밍턴은 수면가스를 마시면서 서서히 잠들고 있었다.
“뭐야…이거….”
“대체…누가….”
레밍턴과 매튜는 서로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다.
* * *
“으음….”
한참 뒤에 눈을 뜬 매튜.
그의 시야에 메디나가 서 있었다.
“뭐야? 메디나. 어떻게 된 거야? 계획은?”
“계획은 성공했다.”
“뭐? 그럼 빨리… 응? 뭐야? 이거.”
매튜는 뒤늦게 자신이 묶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등을 맞대고 레밍턴이 자신과 같이 묶여 있었다.
주변을 둘러본 매튜.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 메디나.”
매튜의 경비대원들 모두 손발이 묶이고 무장을 해제당한 채 잠들어 있었다.
메디나의 도적 길드원들이 그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 한 거냐?”
메디나의 뒤로 다가오는 파커와 드윈.
“초, 촌장님. 아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매튜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위험에 처했단 것을 느꼈다.
그리고 생존을 위한 변명을 시작하려는 순간.
퍼-억!!
레녹스가 매튜의 턱을 걷어찼다.
“커윽….”
매튜가 핏물을 뱉었다.
앞니 하나가 부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아니… 촌장님. 이게 대체 무슨….”
“…짓이냐고? 그럼 나도 하나 묻겠다. 네놈은 내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네?”
레녹스 옆에 서 있던 드윈을 발견한 매튜.
“…설마… 당신 엘란과 한 패였던 거냐?!”
“후후, 배신자 주제에 할 소리는 아닌 것 같군.”
드윈은 자신의 기사들에게 말했다.
“놈들을 처단할 것이니 끌어내라.”
“예!”
“뭐라고? 자, 잠깐! 이봐! 잠깐만!!”
먼저 매튜가 파커 앞으로 끌려나왔다.
강제로 무릎을 꿇린 매튜.
뒤이어 레밍턴이 끌려나왔다.
“으음….”
“레밍턴! 레밍턴!”
“뭐야? 어떻게 됐냐?”
막 눈이 뜬 레밍턴은 여전히 의식이 몽롱한 상태였다.
수면 가스를 꽤 많이 마셨던 것이었다.
“우리들이 배신당했어! 메디나 자식이 우릴 배신했다고!”
“이봐, 매튜. 말은 똑바로 해야지. 배신은 내가 한 게 아니라 너희들이 한 거다.”
“닥쳐!! 도적 새끼를 믿는 게 아니었어! 도적질로 먹고 살던 놈을 살려줘서 필리아 마을로 데려온 게 누구였는지 까먹은 거냐!! 배신자 새끼!”
레밍턴은 상황을 파악하고 날뛰었다.
“이거 뭐야!! 안 풀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다 끝났다. 레밍턴. 이미 너희들의 배신은 촌장님께 내가 다 보고 드린지 좀 됐어.”
“뭐?”
메디나 옆으로 페치니프가 다가왔다.
“사형은 어떻게 집행할까요?”
“페치니프! 이 비열한 새끼! 널 도와줬던 우릴 배신을 한 거냐!!”
“후후,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짓 아니겠어? 너희들이 멍청했던 거지.”
루안은 이들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배신자들은 저들 모두인데 저 중에 또 배신을 한 놈들이 메디나와 페치니프 였나 보군. 그런데 페치니프는 나한테 마령갑옷을 팔았던 놈이잖아? 알고 팔았던 걸까? 아니면 모르고 팔았던 걸까?’
루안의 의구심을 들었는지 라스칼이 말했다.
[마령갑옷을 모르고 팔았을 리가 없잖아.]페치니프는 여러 갑옷을 보여줬었다.
그 중에서 루안의 취향에 맞춰서 가져왔던 게 마령갑옷이었던 것.
의도였는지 우연이었는지 알 길은 없었다.
하지만 배신자들 사이에서 또 배신을 하며 살아남는 페치니프를 보면서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
루안은 페치니프의 정보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야, 라스칼. 지금 여기 있는 놈들 정보를 훔쳐보자.’
-뭐 하러? 어차피 지들끼리 죽고 죽이게 놔둬. 촌장은 전쟁을 원하고 우린 구경이나 하다가 원하는 조건을 협상해서 챙겨먹으면 되잖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저놈 마령갑옷을 손에 넣은 것도 그렇고 여러 가지 수상한 데가 많아. 쓸 만한 정보가 많을 거야.’
-어떻게 훔칠 거냐? 지금 같은 분위기에 갑자기 머릴 만질 수도 없잖아?
‘타이밍이 있을 거야.’
루안은 페치니프의 정보를 약탈할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그전에 현재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 먼저였다.
“매튜와 레밍턴, 그리고 나머지 수하들을 반역죄로 처단한다.”
드윈의 짧은 명령이 떨어지자 엘란의 기사들이 동시에 검을 뽑았다.
스르릉-!
매튜와 레밍턴이 소리쳤다.
“왕자님!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죽을죄를 졌습니다! 알렉스 파커의 말에 넘어간 건 제가 아니라 매튜가 먼저였습니다. 저는 그저 매튜의 말에 따랐을 뿐입니다!”
“아닙니다! 저도 메디나에게 속은 겁니다! 메디나가 먼저 알려줘서 레밍턴에게 말했을 뿐입니다! 모든 건 메디나 저 놈이 우릴 속여서 여기까지 끌고 온 것입니다!”
파커는 냉담하게 말했다.
“쳐라.”
드윈은 즉시 파커의 명을 이행했다.
“레녹스 파커 왕자님께 반역을 모의한 배신자들을 처단한다. 집행!”
엘란의 기사들이 파커의 명을 따라 검으로 매튜와 레밍턴의 목을 쳤다.
수면가스에 잠든 모든 수하들 또한 목이 잘려나갔다.
“배신자들을 모두 처리 했습니다.”
“놈들의 시신을 한 곳에 모아 소각하라.”
“예!”
엘란의 기사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필리아 마을 한복판에 거대한 화염기둥이 솟아올랐다.
마령갑옷에 홀렸던 마을 주민들과 매튜와 레밍턴의 수하들이 화염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배신자들을 치워버렸으니 공자님들과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하죠.”
파커는 냉랭한 시선을 드러냈다.
처음 마을 촌장으로 루안을 맞이할 때 보여주던 것과는 온도가 극명하게 달랐다.
레녹의 왕좌를 차지하여 자신의 야망을 이루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시선에서 뿜어져 나왔다.
“두 분 공자님들께 이미 말씀드렸듯이 저는 은혜와 원수는 반드시 갚는 사람입니다. 제게 레녹의 왕으로 가는 길을 두 분께서 열어주신다면 저 또한 원하시는 것을 능력 닿는 데까지 들어드리겠습니다.”
레녹스 파커가 루안과 루크에게 다가왔다.
“말씀하십시오.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루안은 고민했다.
원하는 걸 떠올려봤다.
반역자로 몰려버린 브리스톨 가문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
자신을 헬 카이저에 집어넣은 클레이를 죽이는 것?
리처드 브리스톨의 근황을 알아내는 것?
잃어버린 어머니를 찾는 것?
모두 루안이 원하는 것이지만 레녹스 파커를 통해 얻기는 싫었다.
자신의 힘으로 회복시키고 죽이고 알아내고 찾고 싶었다.
그런 루안의 귀에 파커의 목소리가 꽂혔다.
“루안 공자님께서는 원하시는 게 많겠군요.”
파커가 슬쩍 찔러보는 듯이 물었다.
루안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제가 원하는 것들을 아십니까?”
“그냥 짐작만 할 뿐입니다. 최근에 겪으신 일들이 좀 있으셨을 테니까요.”
루안의 시선을 감지한 파커는 이어서 말했다.
“오해 하지 말아주십시오. 제게도 곳곳에 귀들이 열려 있습니다. 비록 여기 루크 공자님과 정보 거래를 해왔습니다만… 그건 루크 공자님을 통해서만 알아낼 수 있는 정보가 필요했을 뿐, 다른 정보들은 제 나름대로 수집해왔습니다.”
“다른 정보들?”
“아, 두 분 공자님들께서는 모르시겠군요. 비록 후계자 싸움에 밀려난 몸이지만 아직까지 쓸 만한 첩보 조직들이 저를 위해 움직이고 있거든요.”
루안이 말했다.
“첩보 조직이라면 ‘레드문(Red Moon)’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레녹 왕국에는 ‘레드 문’으로 일컬어지는 첩보 조직이 있었다.
오직 왕을 위해서 움직이는 첩보 조직이었고 왕의 명령이 아니라면 모두 거절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었다.
레드 문의 명령권은 레녹의 왕에게만 있었기 때문에 왕이 아닌 사람은 명령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렇습니다. ‘왕의 그림자’ 라고 하죠.”
“하지만 그 조직은 오직 레녹 왕의 명령을 따르는 조직 아니던가요? 파커 왕자님께서는….”
“무슨 뜻인지 알고 있습니다. 현재 제 위치는 레녹의 버림 받은 왕자 신분이니까요. 하지만 레드 문이라고 다 같은 레드 문이 아닙니다. 그 안에서 저를 위해 움직였던 사람들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루크가 말했다.
“그럼 파커 왕자님께 정보를 제공한 것도 모두….”
“레드 문의 도움이 컸죠. 지금도 레녹의 내부 사정은 모두 파악하고 있습니다. 레녹 뿐 아니라 엘란 왕의 내부 사정까지 잘 알고 있는 것도 저를 따르는 레드 문의 일원들 때문입니다.”
루안은 레드 문의 조직이 내부적으로 갈려져 있다고 여겼다.
“꽤 위험한 선택을 한 분들이군요. 왕자님을 따르다가 걸리면 곱게 죽을 리가 없을 건데요.”
“그만큼 확신을 했기 때문에 저를 따르는 것이죠. 레녹의 왕좌는 제 것입니다. 그 어느 누구도 앉지 못하죠.”
레녹스 파커의 눈빛은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제 공자님들께서 원하시는 것을 말씀하십시오.”
루안이 대답했다.
“그건 먼저 도와드린 뒤에 말하겠습니다. 상관없겠죠?”
파커가 드윈과 시선을 한 번 마주쳤다.
“하하, 편하신 대로 하십시오. 공자님들의 활약에 따라 제가 들어드릴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만 기억해주시면 됩니다.”
“왕자님의 계획에 대해 알려주십시오. 뭘 도와드려야 하죠?”
“드윈과 기사들이 곧 엘란 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이들은 처음 임무를 맡고 필리아 산맥에 왔을 때 사실 필리아 마을에 오는 건 계획에 없었습니다.”
필리아 마을에 왔던 것은 엘란 왕의 명령을 받고 필리아 산맥으로 움직이기 전에 파커에게 배신자들을 처리하라는 비밀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레녹의 스파이들을 죽였으니 남은 건 엘란의 계약 기사로서의 임무.
“그럼 진짜 임무가 뭐였죠?”
드윈이 대답했다.
“필리아 산맥에 숨겨진 무기를 찾는 것입니다.”
“그게 뭐죠?”
“겔베스톤이라는 에고소드를 찾는 것입니다. ‘지저의 검’이라고도 부르는 검이죠.”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