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113
제112화. 굶주린 야성의 칼날 (7)
테라칸의 자색 빛이 돌덩이와 닿는 순간.
콰앙!
돌덩이들이 가루처럼 흩어졌다.
스미스는 돌덩이들이 낙하하는 곳을 향해 테라칸을 휘둘렀다.
자색 빛이 일렁이며 돌덩이들에 닿을 때마다 테라칸의 검신은 정확하게 명중하고 있었다.
드윈의 기사들은 스톤 펌프들의 새로운 공격에 당했다.
“끄아악!”
퍼-엉!!
바닥에 굴러가던 돌덩이들이 쌓여있는 곳을 밟았던 기사 하나가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
스톤 펌프가 자신을 밟은 기사를 수직으로 밀어올린 것이었다.
기사는 검을 쥔 채 허공에서 낙엽처럼 휘날렸다.
쿠-웅!!
바닥에 추락한 기사의 갑옷 틈으로 피가 흘러나왔다.
“젠장! 돌덩이 밟지 마!”
기사들은 신속하게 돌덩이들을 피해 진영을 새로 이뤘다.
쿠르르-!
앞과 뒤에서 산등성이를 타고 거대한 돌덩이들이 빠르게 굴러오고 있었다.
기사들은 각자 오러를 끌어올렸지만 역부족이었다.
“드윈 단장! 스톤 펌프가 너무 많습니다!”
“마법사들이 없으면 버티는 것도 무리예요!”
기사들의 공격은 스톤 펌프를 하나씩 부술 수 있었다.
하지만 블러드 우드와 곳곳에 이어져 있는 산등성이는 스톤 펌프들이 훨씬 많았다.
오러를 계속 쓰는 것도 한계였다.
기사들이 하나 둘 지쳐가고 있었다.
“포션을 마셔라. 그러라고 가져왔잖아!”
드윈의 말에 부관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단장님! 포션은 부상을 당했을 때 쓰는 겁니다. 지금처럼 오러를 남발하면 포션만 떨어질 뿐 정말 필요할 때 쓸 수가 없습니다.”
“끄응….”
드윈의 뒤로 기사가 소리쳤다.
“단장님!!”
부관과 드윈의 시선이 소리가 난 곳으로 향했다.
콰르르-!
엄청난 크기의 돌덩이들이 한 줄로 나란히 굴러오고 있었다.
돌덩이들은 드윈과 부관을 발견하고 대열을 바꿨다.
“젠장, 돌덩이들 주제에 사람처럼 움직이다니..”
“단장님. 놈들은 단순한 돌덩이가 아닙니다. 살아있는 몬스터들입니다.”
“알고 있어! 빨리 피해라!”
드윈은 부관을 데리고 퇴각을 명령했다.
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콰앙-! 콰지직!!
“끄악!”
곳곳에 들려오는 기사들의 비명 소리.
오러를 끌어내며 소드 브레스를 발사했지만 스톤 펌프가 너무 많았다.
지속적으로 몰려드는 스톤 펌프를 한꺼번에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스톤 펌프들의 공격은 기사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퍼억-!
정면에서 들이박으면서 기사들이 튕겨나갔다.
바닥에 쓰러진 기사들을 맞은편의 스톤 펌프가 밟아 죽였다.
루안에게 스톤 펌프는 낯설지는 않았다.
‘저렇게 굴러가면 정면으로 움직이는군.’
스톤 펌프들의 공격을 회피하면서 빠르게 행동 패턴을 파악하고 있었다.
‘놈들을 밟으면 수직으로 점프를 하며 허공으로 날려버린다. 저것만 조심하면 특별히 위험할 건….’
루안의 사각에서 스톤 펌프 1개가 굴러왔다.
옆으로 슬쩍 발을 옮기면서 락셀로를 휘둘렀다.
투과곽-!
락셀로가 닿는 순간 스톤 펌프의 구체가 급격하게 회전했다.
“크윽.”
루안의 발끝이 스톤 펌프에 갈려나갈 뻔했다.
가까스로 몸을 회전하며 등을 돌려 회피했다.
스톤 펌프의 표면에 루안의 가죽 갑옷이 찢겨져 나갔다.
찢겨나간 가죽 갑옷을 손으로 만져보던 루안.
‘라스칼. 이건 데미지 못 뽑겠지?’
[장난 치냐? 네 몸뚱이에 닿지도 않았어.]‘그냥 해본 소리다.’
[저 기사 놈들은 엄청 죽어가고 있군. 정말 필리아 산맥의 스톤 펌프들을 다 해치우려고 저러는 거냐? 고작 저 병력 규모로?]루안은 드윈의 기사들을 확인했다.
기사단의 병력이 대폭 줄어들었다.
그만큼 스톤 펌프의 조각들도 많았다.
‘임무의 대가치고는 기사들의 피해가 너무 크군.’
드윈은 기사들이 죽어나가는 걸 보면서도 퇴각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물러나지 말고 모조리 부숴버려! 여기서 물러나면 다른 곳은 수색할 필요도 없이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
* * *
“폐하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제레마이어 공작과 뷔야르 백작이 사이몬 워커를 찾아와 면담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클레이의 상태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폐하께서는 전혀 좋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위즈의 마법사들이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란 말씀이십니까?”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제레마이어는 뷔야르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렇다면… 향후 황위에는 누가 오를 것인지에 대해….”
워커가 제레마이어의 말을 잘라버렸다.
“아직 폐하께서는 죽지 않으셨습니다. 제레마이어 경.”
“제 말을 오해하지 마십시오. 폐하께서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차기 황제를 선출해둬야 뒤탈이 없을 겁니다.”
“뒤탈?”
뷔야르가 말했다.
“현재 다른 상위 귀족들끼리 움직임이 있습니다. 자신들과 가까이 지내던 하위 귀족들과 긴밀한 만남이 잦아지고 있어요.”
“무슨 만남인지 알고 있습니까?”
“자세한 내용까진 아직 파악 못했습니다. 하지만 체스터 백작과 휴즈 백작의 만남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체스터 백작과 휴즈 백작이?”
제레마이어가 워커에게 말했다.
“그 둘은 제국의 백작들 사이에서도 가장 많은 기사단과 용병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클레이 황제 폐하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흘리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흐음… 둘 다 야망을 품고 있으니 지금이야말로 기회겠지요.”
“하지만 확실한 것 같아도 함부로 움직이지 않을 만큼 경계심이 강한 놈들입니다.”
“그들 말고 다른 귀족들의 움직임은 확인했습니까?”
뷔야르가 대답했다.
“정확한 규모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오. 하나도 남김없이 더하지도 빼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말씀하십시오.”
“폐하께서 잘못되어 회복하실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제국의 모든 귀족들이 들고 일어날 것입니다.”
워커의 시선이 꿈틀거렸다.
“뭐라고요?”
제레마이어가 말했다.
“아직 뷔야르 경의 개인적인 추측일 뿐입니다.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실 필요 없습니다.”
“아니요. 뷔야르 경의 말대로 반란의 규모를 최대한 많을 거라고 추측해서 나쁠 건 없소이다.”
제국 내부에는 암암리에 반란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었다.
클레이가 곧 죽을 것이란 말들은 황궁을 통해 상위 귀족들에게 번졌고 하위 귀족들은 민가에 퍼뜨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반란이 아닌 모두 그럴 듯한 이유와 핑계를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나 제국을 혼란으로 몰고 가는 것이 목표였다.
뷔야르와 제레마이어 모두 반란 세력의 규모를 짐작하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반란의 규모가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현재로서 누가 누구랑 손을 잡고 언제 어떻게 반란을 일으킬지 알 수 없는 게 문제입니다.”
“제레마이어 경. 황실 기사단에서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황궁의 호위를 맡고 있는 근위대장과 지난번 만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황궁 소속 기사단을 통솔하는 로날드 단장 또한 지금쯤 전해 들었을 겁니다.”
“단순히 이야기만 전한다고 끝나는 건 아니오.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모든 대비를 하시오.”
“워커 님. 귀족끼리의 만남은 항상 있어왔습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확실한 증거도 없이 무턱대고 개입을 하면 역효과를 불러올 겁니다.”
“뷔야르 경의 말이 옳습니다. 게다가 체스터 백작과 휴즈 백작의 움직임만을 감시할 수는 없습니다. 남아있는 황족들 또한 황좌에 앉기 위해 움직일 게 뻔합니다.”
제국의 황좌가 또 다시 비게 생겼다.
클레이가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난 황자들을 제거하는 바람에 살아남은 황족들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내분을 막을 길도 피할 길도 없다는 것이로군요.”
“현실을 인정하고 다음 대책을 모색하는 것이 나을 겁니다. 상위 귀족들부터 하위 귀족들까지 새로운 황제를 탄생시켜 가문의 세력을 넓힐 기회를 환영할 테니까요.”
워커는 더 이상 클레이의 상태가 호전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 또한 클레이를 볼수록 죽음이 짙어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제레마이어와 뷔야르가 워커를 찾아온 것은 차기 황제를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워커 님께서 그동안 폐하의 상태를 극비로 숨겨 오신 뜻은 잘 알고 있습니다. 혼란을 막고 싶으셨겠지만 이제 결정하셔야 합니다.”
“으음… 차기 황제로 누굴 지목하고 싶소?”
제레마이어와 뷔야르가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이미 결정한 것 같았다.
“저희들은 제4황자이신 콘웰 브리켄슈타인을 밀고 싶습니다.”
“흐음… 콘웰 황자는….”
현재 살아남은 황자는 모두 2명이었다.
콘웰 브리켄슈타인과 버클리 브리켄슈타인 황자.
“버클리 황자는 황좌에 앉기에는 너무 무능합니다. 그저 귀족들의 장난감으로 전락하고 말 겁니다.”
“콘웰 황자도 비슷하지 않습니까?”
“그나마 기본적인 상식을 갖추신 황자님은 콘웰 황자님이십니다.”
워커는 낮은 탄식을 흘렸다.
처참했다.
남아있는 황족들의 수준은 화려했던 제국의 명성에 비하면 너무 부족했다.
황제로 내세울 만한 그릇은 누구도 없었다.
“반란을 모의하는 세력들은 각자 누굴 황좌에 앉힐지 계획하고 있을 겁니다. 워커님께서 앞장서 주십시오. 콘웰 브리켄슈타인 황자님께 뜻을 전하고 모든 준비를 마치겠습니다.”
“뜻대로 하십시오. 저는 폐하의 상태를 확인하러 가야 하니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 * *
“하아… 하아….”
루안은 거칠게 호흡을 뱉었다.
콰르르-
부서지는 돌 조각이 루안의 락셀로 끝에서 흩어졌다.
“후우… 드디어 다 없앤 건가?”
루안의 심장은 날뛰고 있었다.
근처에 있던 루크가 바위 조각들을 밀쳐내면서 나왔다.
“형님! 무사하셨군요.”
루안과 루크는 스톤 펌프들의 공격을 막으면서 블러드 우드 깊은 곳으로 들어와 있었다.
“네 호위 기사들은 어디 갔냐?”
“저기 오네요.”
루크가 손짓하는 곳에 레딕과 호위 기사들이 나타났다.
모두 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도련님.”
“다들 무사하네. 드윈과 기사들은 어디 있는지 확인 했어?”
“스톤 펌프들의 공격에 흩어져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응? 저쪽입니다. 도련님.”
호위기사의 말에 레딕과 루크, 루안이 시선을 돌렸다.
맞은편 능선에서 드윈과 기사들이 오고 있었다.
모두들 혹독한 전투의 흔적이 갑옷에 역력했다.
“아, 살아있었군.”
루안 일행에게 다가온 드윈이 말했다.
“이곳의 스톤 펌프들은 대부분 토벌한 것 같습니다.”
스톤 펌프들이 많은 블러드 우드에서 드윈은 무식하게 밀어 붙이는 전략을 썼다.
기사단의 부상은 심각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볼 것도 아니었다.
“포션은 넉넉히 가져오셨습니까?”
루안의 말에 드윈이 대답했다.
“일단 가져온 포션들은 모두 지급하여 기사들이 회복하고 있습니다.”
드윈의 기사단이 가진 포션은 모두 바닥이 난 상태였다.
“포션이 다 떨어지셨으면 나머지 3군데의 수색은 어떻게 하시려고요?”
루안의 말에 루크가 끼어들었다.
“뭐, 급하시다면 저희 쪽 포션을 드릴….”
루크의 옆구리를 루안이 찔렀다.
“으음…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저도 이럴 때를 대비해서 가져온 게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보다 먼저 찾아야 할 게 있었으니 지금부터 찾아보죠. 모두 마력 안경을 꺼내도록.”
“예!”
기사들은 드윈이 보여줬던 마력 안경을 꺼냈다.
“각자 2인 1조로 흩어져서 수색한다. 100미터 간격을 유지하며 움직이도록.”
드윈과 기사들이 바위로 위장한 지저의 검은 찾아 나섰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