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115
제114화. 굶주린 야성의 칼날 (9)
레딕의 말에 루안이 물었다.
“생존자가 있다고요? 빠져나온 사람이 없다면서요?”
“그게 말이죠. 형님. 살아나온 건 살아나왔는데요. 그게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상태라서요.”
“뭐?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레딕이 대답했다.
“필리아 던전에서 살아나왔던 사람은 모험가입니다. 모험가 길드에서 필리아 던전을 제로 던전이라고 파악 못하고 들어갔다가 뒤늦게 알아차렸지만 이미 늦은 뒤였죠. 모두가 포기하고 던전 밖의 캠프를 정리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모험가 1명이 던전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럼 그 모험가에게 물어보죠.”
“루크 도련님께서 말씀드렸듯이 그 모험가는 폐인이나 다름없습니다.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말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행동하니까요.”
“흐음..”
폐인으로 변해버린 모험가.
단순히 던전에 들어갔다 나온 걸로 폐인으로 변했다?
루안은 속으로 미심쩍은 것이 있었다.
‘대체 무슨 던전이 들어갔다 나온 것만으로 폐인이 되어 망가지지?’
“당시 그 모험가를 직접 만나러 루크 도련님과 같이 간 적이 있습니다.”
“어땠는데요?”
“직접 본 바로는 모험가의 행동은 정상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시선이 항상 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멍해있다는 것과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가 달랐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은 알아듣는 것 같았습니다. 시키는 건 잘 하지만 대답을 하지 않았고 육체적으로 전혀 이상 없었습니다.”
“그럼 마법에 걸려 있는 건가?”
“이미 모험가 길드에서 마법사들을 초청하여 회복 마법을 시도한 뒤였습니다. 그런데 어떤 마법에도 반응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루안은 필리아 던전에서 살아나온 사람이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상태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대답을 하지 않고 그냥 살아있는 인형 같은 존재나 다름없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살아나온 유일한 사람이지만 사실 죽은 것과 마찬가지이기도 하죠.”
필리아 던전의 생존자는 있었지만 정보를 알아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루안의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나는 가능하잖아?’
루안에게 라스칼의 능력이 있었다.
‘저 생존자 머릿속의 기억과 정보를 뽑아내보자. 쓸 만한 게 많을 거야.’
루안은 레딕에게 물었다.
“그 생존자는 어디에 있죠? 직접 만나보고 싶은데요.”
레딕은 루크를 쳐다봤다.
루크가 루안에게 대답했다.
“형님. 그 생존자가 있는 곳은 모험가 길드가 관리하는 피오니아 마을입니다. 여기서 한참 떨어져 있는 곳이라서 몰래 갔다 올 수가 없어요.”
레딕이 대답했다.
“아닙니다. 갔다 오는 건 가능합니다.”
“뭐? 어떻게?”
“도련님께서 저번에 구입하셨던 귀환 주문서가 있지 않습니까?”
“그걸 아직까지 갖고 있다고? 피오니아 마을로 가는 귀환 주문서는 다 쓴 거 아니었어?”
“혹시나 하고 몇 장 여분을 챙겨뒀었습니다. 모험가들과 정보 거래는 계속하셔야 하니까요.”
“으음, 그랬구나. 형님. 피오니아 마을로 빨리 갔다 올 수 있겠네요. 하하!”
루안이 레딕에게 물었다.
“피오니아 마을로 귀환했다고 쳐. 돌아올 때 어떻게 올 거야?”
“당시 제가 알기로는 피오니아 마을에 워프 마법을 거래하는 마법사가 있었습니다.”
“흐음, 없으면 어떻게 하려고?”
“있을 겁니다. 모험가들 특성상 대륙을 빠르게 다녀야 하니까요.”
루안이 말했다.
“좋아, 그럼 레딕. 나하고 빨리 피오니아 마을을 갔다 오자.”
“네? 지금 당장 말입니까?”
“지금 아니면 언제 갔다 올 수 있냐? 드윈과 기사들이 저거 쓰고 다니는 동안 갔다 와야 해. 귀환 주문서 꺼내.”
레딕은 말없이 루크를 쳐다봤다.
루크가 말했다.
“갔다 와. 형님께서 그 생존자가 궁금한 것 같으니까.”
“그럼, 빨리 다녀오겠습니다.”
레딕은 루안에게 피오니아 마을의 귀환 주문서를 건넸다.
“도련님. 그럼 피오니아 마을에서 뵙겠습니다.”
“그러자고.”
레딕이 먼저 귀환 주문서를 펼쳤다.
수와앙-
새하얀 빛 무리가 레딕의 전신을 감쌌다.
거대한 빛으로 번쩍이더니 레딕이 사라졌다.
“다녀오십시오. 형님.”
루안은 피오니아 마을의 귀환 주문서를 펼쳤다.
레딕을 따라 루안이 사라졌다.
피오니아 마을.
루안은 레딕과 마을의 입구 근처에 서 있었다.
“여기가 모험가 길드 휘하의 마을이라고?”
“도련님께서는 이곳에 처음 와 보셨습니까?”
“아, 들어만 봤지. 직접 온 건 처음이거든.”
피오니아 마을은 꽤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곳곳에 용병을 모집하는 팻말이 박혀 있었다.
“따라오십시오. 도련님. 이쪽입니다.”
레딕은 루안을 안내했다.
루안은 레딕을 따라 피오니아 마을 내부로 들어갔다.
* * *
루크는 스미스, 톤카를 데리고 떠들고 있었다.
“하하! 진짜라니까요. 그래서….”
“쉿!”
갑자기 스미스가 손가락을 입술에 붙였다.
“다른 놈들이 여기로 오고 있어.”
“다른 놈들이라뇨?”
“드윈하고 변태안경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다고.”
스미스의 말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이런, 여기 다 계셨군요.”
드윈이 나타났다.
그의 기사단은 일렬로 늘어서 마치 돌격 태세를 갖춰놓은 것 같았다.
“드윈 단장님. 지저의 검은 찾았습니까?”
루크가 물었다.
드윈은 싸늘하게 대답했다.
“누구는 지저의 검을 찾고 있고 누구는 놀고 있어서 아직 못 찾았습니다.”
“아,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저희도 계속 찾고 있다가 휴식을 하고 있는 거였어요.”
“그러셨습니까?”
드윈의 시선이 루크 일행을 훑었다.
“안 보이는 분들이 계시군요.”
“네?”
“루안 공자님과 레딕 호위대장이 안 보이는군요. 어디 갔죠?”
“아, 수색범위를 넓게 잡고 수색을 해서 아직 돌아오고 있을 겁니다.”
“흐음.. 그러시군요. 어디로 수색을 하러 가셨습니까?”
“잘 모르겠네요. 범위가 넓어서.. 하하!”
“그럼 돌아오는 대로 저에게 오라고 전해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형님께 전해드리겠습니다.”
“계속 찾아주십시오.”
드윈은 기사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 * *
“이곳입니다. 도련님.”
루안이 도착한 곳은 피오니아 마을에서 가장 구석진 곳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번듯한 집 한 채가 있었다.
“도련님께서 만날 모험가의 이름은 폴 콘라드입니다. 모험가 길드에서 그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집 또한 모험가 길드 소유죠. 그러니 여기부터는 길드의 사유지로 들어가는 겁니다.”
“알았어.”
루안은 레딕을 따라 울타리 안으로 들어갔다.
집 문 바깥 벤치에 앉아있는 사내가 레딕과 루안을 발견했다.
사내가 일어나면서 앞으로 가로막았다.
“여긴 대륙 최고의 모험가 길드 ‘데스페로’의 사유지다. 잡화점은 저 쪽에 있으니 나가.”
“저를 기억하십니까? 샌더스 님.”
“응? 뭐야? 내 이름을 어떻게….”
샌더스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레딕을 쳐다봤다.
“아! 이제 기억났군. 당신 브리스톨 가의 호위기사지? 레딕 우드스톤.”
“그렇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찾아와서 기억하실지 몰랐는데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뭘 그런 걸 갖고. 나야말로 반갑군. 루크 공자님께서는 같이 안 오신 건가?”
“네, 사정이 있어서요.”
“그럼 여기는 무슨 일로 혼자서 온 거야?”
“루안 공자님께서 베라드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샌더스의 시선이 루안 에게 향했다.
“루안…브리스톨?”
“그렇습니다. 본가의 7공자이십니다.”
“아아, 그.. 황제의 암살을 모의했다던..?”
루안이 말했다.
“그건 모함일 뿐 사실이 아닙니다.”
샌더스가 싸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대부분 반역자들이 걸리고 나면 그렇게들 말하죠. 아 물론 공자님께서 정말 반역자라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십시오.”
샌더스의 시선은 레딕에게 향했다.
“현재 황제의 반역자로 쫓기고 있는 사람에게 콘라드를 만나게 해줄 수는 없어. 길드에서도 이 사실을 알면 나는 파면이라고.”
“데스페로 길드에서 샌더스 님의 영향력에 견줄 사람은 몇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니었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샌더스는 꽤 망설이고 있었다.
“뭐 때문에 콘라드를 만나려고 하시는 겁니까? 루안 공자님.”
“레딕에게 필리아 던전의 유일한 생존자라고 들었습니다.”
필리아 던전이 나오자 샌더스의 시선이 꿈틀거렸다.
“그랬었죠. 하지만 생존을 했을 뿐 정상적인 사람과는 조금 다른 녀석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공자님께서 직접 만나셔도 들으실 말도 해줄 것도 없을 것입니다.”
“상관없습니다. 그냥 한 번 만나고 싶을 뿐이니까요.”
샌더스는 팔짱을 끼고 루안을 쳐다봤다.
‘갑자기 뜬금없이 나타나서 콘라드를 만나겠다니.. 대체 무슨 의도로..’
샌더스는 루안을 경계하고 있었다.
현재 루안은 제국의 황제가 수배령을 내려놓은 반역자이자 헬 카이저의 탈옥수.
게다가 금화 1천 개의 현상금까지 걸려 있었다.
“공자님. 지금 제가 마음만 먹으면 공자님 목에 걸린 현상금을 가지러 온갖 미친놈들이 나타날 거라는 건 알고 계십니까?”
“물론입니다.”
루안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흐음.. 의지가 확고하군. 단순히 호기심으로 접근하는 건 아니군.’
샌더스는 루안의 시선을 뜯어봤다.
목표가 분명해 보이는 눈.
“좋습니다. 들어오십시오. 콘라드를 만나게 해드리죠.”
루안은 샌더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콘라드. 이봐! 콘라드!”
샌더스가 거실을 지나쳤다.
꽤 아늑하게 꾸며놓은 집이었다.
끼-이익.
뒷문이 열렸다.
“아, 저기 오는군. 이봐, 콘라드.”
콘라드가 들어왔다.
다가오는 사내가 멍한 시선으로 샌더스 에게 다가왔다.
그는 허공을 응시하는 듯한 눈빛을 띄고 있었다.
말을 하지 못했고 듣기만 하는 인간. 마치 살아 움직이는 인형처럼 이질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한때는 데스페로 길드 최고의 모험가로 유명했었는데….”
샌더스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콘라드는 그저 묵묵히 자기 할 일만 반복하고 있었다.
집을 청소하고 음식을 먹고 치우고 뒷마당을 정리하고 창고를 관리하는 등.
“이제 뭘 하실 거죠?”
“자리를 좀 비켜주시겠습니까?”
“네?”
루안의 말에 레딕이 말했다.
“도련님께서 콘라드와 단 둘이 있고 싶으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잠시 자리를 피해드리죠.”
“알았습니다.”
샌더스는 이해 못하겠단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나갔다.
레딕 또한 따라 나갔다.
루안과 콘라드 단 둘이 남겨졌다.
라스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안은 콘라드에게 말했다.
“콘라드 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루안 브리스톨이라고 합니다. 브리스톨 가의 7공자로….”
[야!! 뭐 하냐! 누가 자기 소개하라고 했냐? 그냥 빨리 저 자식 기억이나 훔치라고!]‘진정해, 갑자기 뭐 이렇게 급하고 난리야?’
[빨리 머리통 잡아.]루안은 콘라드를 의자에 앉혔다.
“콘라드 님. 지금부터 제가 콘라드님을 돕기 위해 해볼 것이 있습니다. 제가 끝났다고 할 때까지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합니다.”
콘라드는 루안의 말에 대답이 없었다. 그저 의자에 앉아 움직임이 없었고 루안은 긍정적인 대답이라고 여겼다.
“좋아, 시작한다.”
루안은 서 있었고 콘라드는 앉아 있었다.
콘라드의 머리가 루안의 가슴 부근에 왔고 손으로 짚기에는 가장 좋았다.
루안은 콘라드의 머리를 손으로 잡고 기억 약탈을 시작했다.
우우웅-!
미세한 빛 무리가 콘라드의 머리를 덮쳤다.
콘라드의 기억들이 루안의 손을 타고 뽑혀져 나왔다.
기억들이 눈을 감고 있던 루안 에게 펼쳐졌다.
‘저건 뭐야?’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