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120
제119화. 지저의 검 (1)
라모크가 일어났다.
루안이 보여준 지저의 샘을 본 라모크.
“으음… 나도 직접 본 건 처음이라서… 맞겠지 뭐.”
톤카가 지저의 샘으로 가더니 한 손으로 물을 푹 하고 퍼 담았다.
후루룩-
물을 마셔본 톤카.
“이거다. 지저의 샘물 맛이다.”
루안이 물었다.
“…너 이거 먹어봤냐?”
“어릴 때 먹어봤다.”
“지저의 샘이 원래 여기저기 있던 거였냐?”
“그건 아니다. 땅 속으로 흘러 다니는 물이었기 때문에 마셔볼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맛을 기억하고 있지.”
톤카는 지저의 샘에 대해 자신이 아는 대로 설명했다.
지저의 샘은 옛날부터 대륙 지하 속에서 자유롭게 흘러 다니는 물이었다고 했다.
지저인들이 주로 많이 마셨고 여러 가지로 활용하는 데 썼었다.
시간이 오래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샘이 마르기 시작했고 찾아볼 수 없었던 것.
“그랬었군. 아무튼 이게 지저의 샘이 맞으면 잘됐네. 이제 어떻게 담아서 밖으로 가져가냐인데….”
“나한테 담아라.”
루안과 톤카가 라모크를 쳐다봤다.
“라모크 님한테 담으라고요?”
“그래. 흔한 일은 아니지만 가끔 진귀한 성수라던가 아니면 마법 용액 같은 것을 보관하는 용도로 쓰인 적이 있었거든. 지저의 샘도 다 같은 액체니까 상관없어. 케헤헤.”
라모크는 뭐든지 담을 수 있고 꺼낼 수 있는 가죽 주머니였다.
“그럼 라모크 님께 담겠습니다.”
루안은 허리에 달린 라모크를 풀어서 입구를 펼쳤다.
그다음 지저의 샘에 담갔다.
“으그급….”
지저의 샘에 잔거품이 일어났다.
샘물이 라모크의 주머니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웅덩이 속의 물이 모두 사라졌다.
“됐어. 이제 가자.”
빵빵해진 라모크의 주머니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후후, 지저의 샘물은 모두 내 속에 보관했다. 남은 건 갤베스톤이 위장한 바위를 찾는 건데….”
“생각난 게 있다.”
톤카가 말했다.
“뭐?”
“족장님께 어릴 때 들었던 건데 갤베스톤이 바위로 위장할 땐 특이한 게 하나 있었다고 했다.”
“그게 뭐야?”
“갤베스톤이 위장한 바위에는 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다고 했다.”
“나무? 그건 또 뭐냐?”
“그 나무에 지저의 샘물을 부으면 갤베스톤이 위장을 해제한다고 들었다.”
톤카는 어릴 적 지저인의 족장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했다.
루안은 꽤 그럴 듯하다고 여겼다.
“그럼 나무가 심어진 바위를 찾으면 되는 건가?”
주위를 둘러본 라모크가 말했다.
“잠깐… 여기도 바위 같은 게 좀 눈에 띄잖아.”
“근처부터 찾아보죠.”
루안은 4층 던전의 나머지 부분을 수색해 보기로 했다.
때마침 근처에서 은신한 채 루안과 톤카의 대화를 엿듣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야… 들었냐?”
“들었어. 나무가 심어진 바위를 찾으라는 거였지?”
“빨리 드윈 단장님께 알리자.”
드윈의 기사들이었다.
루안이 락셀로를 휘둘러 도플갱어들을 처치할 때 발생한 굉음은 드윈과 기사들의 관심을 끌었다.
드윈은 기사들을 정찰조로 보냈었다.
이들은 루안과 톤카를 발견했고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다.
“나무가 심겨진 바위는 던전 안에 있다는 거야? 아님 밖에 있다는 거야?”
“그건 나도 모르지. 일단 4층 던전 에도 바위들이 꽤 보였으니까 찾아보자고.”
“먼저 단장님께 알려야 하잖아.”
“아, 그렇지.”
기사들이 사라졌다.
* * *
브리켄슈타인 황궁.
침대에 누워 있는 클레이는 병색이 짙어 보였다.
그의 곁에는 사이몬 워커가 앉아 있었다.
“폐하. 이만 가보겠습니다. 부디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 쳐라. 라퀴엘의 독에서 회복된 인간은 없었으니까.”
워커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클레이를 향해 고개를 숙였고 몸을 돌려 사라졌다.
사이몬 워커가 나가고 문이 굳게 닫혔다.
“후우… 나오거라.”
클레이의 침대 뒤쪽의 어두운 구석.
어둠 속을 헤치고 검은 로브를 입은 사내가 나타났다.
“새로운 치료제를 가져왔다고?”
“그렇습니다. 폐하. 이것을 마시면 지금과 다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봤자 고통을 덜 하는 게 고작일 터. 뭐가 달라지겠는가?”
사내는 얼굴의 반 이상을 가린 복면을 쓴 채 대답했다.
“다를 것입니다.”
사이몬 워커가 클레이에게 도착하기 전 언더 로드의 조직원들이 먼저 은밀히 나타났었다.
이들은 클레이의 고통을 순간적으로 회복시켜 주는 기이한 마법을 보여 줌으로써 신임을 어느 정도 얻었다.
그리고 사이몬 워커가 떠나고 나면 본격적인 회복 실험을 하겠다고 말했다.
라퀴엘의 독에 시달려온 클레이로서는 이것저것 따질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그리고 언더로드는 그 점을 이용하고 있었다.
“좋아… 마셔보겠다.”
클레이가 가늘어진 팔목을 드러내며 손을 내밀었다.
사내는 검은 액체가 담겨 있는 포션을 꺼냈다.
“이것을 들이키십시오.”
클레이는 사내가 건넨 포션을 망설임 없이 들이켰다.
“후우… 이게 다인가?”
사내의 입가에 냉혹한 미소가 번졌다.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이제부터 시작이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언제 나타났는지 클레이의 침실 문 쪽에 사내와 같은 복장의 무리들이 서 있었다.
이들은 마법을 캐스팅하였다.
치이잉-
반투명한 결계막이 침실 문과 창문 그리고 벽과 천장을 덮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바닥을 덮으면서 견고한 결계막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클레이는 이미 포션을 마신 뒤라서 감지하지 못했다.
그는 나른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있었다.
“폐하, 어떠십니까? 편안해지셨습니까?”
“…그렇다.”
사내의 목소리가 동굴 속에서 울려 퍼지듯 클레이의 머릿속에 박혔다.
“폐하, 어떠십니까?”
같은 말이 계속 클레이의 귓가에 반복되었다.
클레이의 눈이 감겼다.
사내는 뒤쪽에 대기하던 다른 조직원들에게 명령했다.
“시작하라.”
조직원들이 클레이가 누워 있는 침대로 가까이 다가왔다.
이들은 모두 원형으로 침대를 둘러싼 채 새로운 마법을 캐스팅 했다.
바닥에 덮인 결계막 위로 마법진이 나타났다.
위이잉-
붉은 빛이 미세하게 일렁였다.
곧이어 진녹색 빛으로 변하자 클레이가 눈을 뜨며 일어났다.
“커헉!!”
후두둑-
클레이의 입에서 검은 핏물이 터져 나왔다.
“흐윽…. 흐윽….”
클레이의 목으로 핏줄이 툭툭 튀어나왔다.
뺨까지 핏줄이 보였고 클레이의 눈은 피가 맺혔다.
사내가 조직원들에게 말했다.
“이제 곧 라퀴엘 님께서 부활하실 것이다.”
사내가 한발 물러났다.
클레이가 침대에서 비틀거리며 나왔다.
말을 하지 못할 고통이 클레이의 온몸을 덮쳐왔다.
“커헉!”
클레이의 입에서 검은 핏물이 줄줄 흘렀다.
코와 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끄으…아악!!”
클레이의 허리가 뒤로 꺾이더니 복부가 찢어졌다.
퍼-억!
새끼 드래곤의 발톱이었다.
놈은 클레이의 몸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끄적- 끄적-
클레이의 몸속에서 씹어 먹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의식을 잃어버린 클레이는 바닥에 쓰러졌다.
“크르륵….”
사나운 울음이 들려왔다.
클레이의 몸통 속을 들썩거리며 뜯어먹는 소리가 이어졌다.
지켜보던 언더로드 휘하의 마법사들은 시선을 돌렸다.
끔찍한 광경이었다.
마법사들이 눈을 감았지만 새끼 드래곤의 포식은 끝없이 이어졌다.
단 한 명만이 새끼 드래곤을 지켜보면서 결계막 형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꽈드득-
클레이의 마지막 남은 뼈를 새끼 드래곤이 부숴먹었다.
“크르르….”
드래곤의 몸집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꽈득- 꽈득-
클레이의 시체를 모조리 먹어치운 드래곤의 골격이 커지고 있었다.
드래곤은 순식간에 거대해졌다.
“쿠르륵….”
후-우욱!
거칠고 포악한 호흡이 황제의 침실을 떨리게 만들었다.
검은 로브와 복면을 쓴 마법사들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크륵?”
“모두 물러나지 마라. 라퀴엘 님께서 흥분하시면 더 위험하니까.”
“보스. 라퀴엘 님께서 우리들을 알고 있는 겁니까?”
“인간들의 말을 이해 못 하면 어떻게 하죠?”
사내 뒤쪽의 마법사들은 결계막을 형성하고 있었지만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다.
마법사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사내가 말하려는 순간.
“인간 따위의 말을 이해 못 한다고?”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내 앞의 드래곤의 크기가 변하고 있었다.
“저건….”
“폴리모프 마법이다. 용족들이 쓸 수 있다고 알려진 변신 마법.”
라퀴엘은 자신이 먹어치웠던 클레이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알몸의 클레이가 사내와 마법사들 앞에 나타났다.
“클레이 황제로 변하셨군요. 라퀴엘 님. 완벽한 변신이십니다.”
사내의 말에 라퀴엘의 시선이 번뜩거렸다.
클레이의 모습이었지만 아직 눈알만큼은 드래곤 특유의 느낌이 강했다.
“네놈은 뭐냐?”
클레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는 위대하신 라퀴엘 님을 따르는 충실한 그림자 ‘살라자르’입니다. 라퀴엘 님의 부활을 축하드리는 바입니다.”
라퀴엘은 침실 곁에 놓여 있던 옷을 걸쳐 입었다.
“흐음, 나를 따르는 그림자들은 이미 다 죽었다.”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부활시킬 수 없지만 라퀴엘 님께서는 부활하셨기에 이렇게 그림자를 자처하는 바입니다.”
“살라자르. 네가 나의 그림자로서 쓰이고 싶다면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겠는가?”
“말씀하십시오.”
“그대의 가장 강력한 수하들이 있다면 모두 내게 데려오라.”
“라퀴엘 님의 명을 따르겠나이다.”
* * *
“찾았다!”
루안의 목소리가 4층 던전에 울려 퍼졌다.
가느다란 나무가 심겨져 있는 거대한 바위.
지금껏 찾아 헤매던 지저의 검 ‘갤베스톤’이 루안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이제 라모크 님. 지저의 샘물을 꺼내겠습니다.”
“아, 그렇지.”
라모크의 주머니가 빛으로 일렁거렸다.
루안은 라모크의 주머니 입구를 손으로 틀어막은 뒤 갤베스톤에게 다가갔다.
라모크의 주머니를 열어서 갤베스톤 위에 부어버렸다.
지저의 샘물이 바위를 적셨다.
우우웅-
바위에 꽂혀 있던 나뭇가지에 빛이 일렁거렸다.
쩌저적-!
바위틈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루안과 톤카는 뒤로 물러났다.
투둑- 툭!
갈라진 바위가 변하기 시작했다.
나뭇가지는 짧아지면서 굵어졌다.
바위가 부스러지고 검의 형태로 다듬어지고 있었다.
마침내 돌로 만든 검이 꼿꼿하게 박혀 있는 채로 나타났다.
손잡이는 특이하게도 바위에 꽂혀 있던 나뭇가지가 변했던 것이었다.
검신은 모두 돌이었고 섬세하게 다듬어 만든 것처럼 완성도가 높았다.
길이는 마치 단검처럼 짧았다.
마치 톤카를 위한 것처럼.
“저게 지저의 검?”
톤카가 갤베스톤에게 다가갔다.
일말의 망설임 없이 갤베스톤을 뽑아 올린 톤카.
“드디어 찾았다!”
톤카가 갤베스톤을 수직으로 들어 올리면서 소리쳤다.
“…….”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이제 나간다.”
“톤카, 너 그걸로 뭐 서약 같은 거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서약? 무슨 서약?”
톤카의 대답에 루안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라스칼. 얘 아무것도 모르는 거 아니야?’
– 인간이라면 서약이 필요하겠지만 지저족이라면 달라. 저 검은 지저인들만이 쓸 수 있는 검이었다. 그래서 서약 같은 건 필요 없어.
톤카는 갤베스톤을 툭툭 치면서 좋아했다.
“이제 나갈 길을 찾아야겠군.”
루안이 톤카를 부르려는 순간이었다.
“저게 지저의 검이라고?”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루안이 시선을 던졌다.
드윈과 기사들이었다.
“저걸 찾으려고 여기까지 우릴 보내다니….”
“고작 저딴 돌로 만든 단검이 뭐라고….”
드윈은 기사들에게 말했다.
“상관없어. 우리가 쓸 것도 아니니까. 빨리 가져와.”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