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122
제121화. 전쟁의 서막 (1)
루안은 레녹스 파커가 있는 필리아 마을로 돌아왔다.
“어째서 공자님들만 돌아오신 것입니까? 드윈 단장은요? 기사들은 어디 있습니까?”
파커의 물음에 루안은 대답하지 않고 다가왔다.
“루안 공자님? 크엇….”
루안은 파커의 목을 잡고 밀치듯이 걸어 넘겼다.
콰당탕-!!
“무슨 짓입니까?”
루안은 파커의 머리를 손으로 붙잡고 눌렀다.
라스칼이 루안의 손을 통해 파커의 기억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루안은 라스칼이 약탈하는 동안 파커에게 말했다.
“대체 드윈이 왜 날 죽이려고 한 거지?”
“뭐라고요? 무슨 말씀입니까? 드윈이 공자님을 죽이려 하다니요?”
“모르는 척 하지 마라. 이미 한바탕 하고 오는 길이니까.”
루안은 파커의 머릿속 기억과 정보를 계속 빨아들였다.
파커가 어떤 것도 눈치 채지 못하게 더 강하게 몰아붙였다.
“빨리 대답하라니까!”
파커는 당황스러웠다.
‘뭐, 뭐야? 대체… 무슨 말을 하라는 거야? 드윈 그 자식은 갑자기 왜 나한테 아무 말도 없이 루안을 죽이려고 한 거지? 내가 죽이라고 했던 건 루크였어.’
당황하는 파커는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계획이 틀어진 거야. 필리아 산맥에서 드윈과 저 브리스톨 혈족 놈들 간의 문제가 있었군.’
파커는 알 수 없었다.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생각조차도 루안의 손을 통해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루안은 겉으로는 거칠게 몰아붙였지만 속으로는 느긋하게 기억과 정보를 감상하고 있었다.
‘흐음… 이 자식, 루크를 죽이려고 계획을 세웠었군?’
라스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안, 놈의 머릿속에 쓸 만한 정보가 꽤 들어왔다.]‘다 뽑아버려.’
[그럴 거야. ]라스칼은 파커의 머릿속 기억을 계속 약탈했다.
루안은 라스칼의 약탈하는 동안 시간을 더 많이 끌었다.
“대답을 안 하는 건 날 죽이려는 걸 인정한다는 뜻인 건가?”
“루안 공자! 무례하오! 난 엄연히 레녹 왕국의 후계자이자 차기 왕권을 이을 레녹의 왕! 날 이렇게 함부로 대하고도 뒷일을 감당할 수 있겠소?”
“왕자건 왕이건 날 죽이려고 하는 놈에게 예의를 갖출 이유는 없다. 지금 당장 죽여 버리면 뒷일을 감당할 필요도 없겠지.”
루안이 락셀로를 뽑아들었다.
“자, 잠깐… 루안 공자. 기다리시오!”
다급해진 파커가 손을 뻗으며 루안에게 반격했다.
루안은 파커의 손목을 꺾어서 몸을 뒤집었다.
파커를 제압한 뒤 루크에게 말했다.
“묶을 거 가져와.”
“여기 있습니다. 형님.”
루크는 재빨리 파커를 묶는 걸 도와줬다.
파커를 묶은 뒤 필리아 마을 기둥에 앉혀놓은 루안.
이미 라스칼이 파커의 모든 기억과 정보를 약탈한 뒤였다.
[이제 쟤는 쓸모없어. 죽이든지 버리든지 마음대로 해.]루안은 고민했다.
정보를 다 빼돌렸으니 파커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살려놓으면 오늘의 일을 반드시 갚겠다며 설칠 게 뻔했다.
루안은 락셀로를 파커에게 겨눴다.
“마지막으로 죽이기 전에 묻겠다.”
루안의 말에 루크가 물었다.
“혀, 형님. 진짜로 죽이시게요?”
“물러나, 루크.”
“하지만 형님. 저와 파커 왕자는 오랫동안 거래를 해온 사이입니다. 드윈 단장이 형님을 죽이려고 했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예요. 어쩌면 파커 왕자는 모르게 진행했을 수도 있고요.”
루안은 루크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여전히 락셀로를 파커에게 겨눈 채 루안이 물었다.
“루크를 죽이려고 한 이유는 뭐냐?”
루안의 말에 루크가 말문을 열지 못했다.
혼란스러운 표정의 루크.
“누굴… 죽이려고요? 저요?”
루크가 파커를 보면서 물었다.
“파커 왕자님. 형님 말씀이 사실입니까?”
레녹스 파커는 당황했다.
‘아니 대체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자신이 루크를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까지 마치 옆에 있었던 것처럼 말하는 루안.
파커에게 루안은 알 수 없는 공포를 느끼게 하는 존재로 변하고 있었다.
“당신이 대답 못 한다면 내가 말해주면 되겠군. 루크 잘 들어라.”
루안은 파커가 루크를 어떻게 죽이려고 했는지 계획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줬다.
처음부터 루크를 이용할 생각으로 접근했었다는 것부터 하나도 남김없이.
루안의 설명을 들은 루크는 파커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이 자식. 날 그렇게 이용해 먹을 생각이었냐?”
파커는 갈수록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졌다.
‘대체… 내 계획을 어떻게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는 거지? 루안 브리스톨. 저놈 대체 뭐야?’
파커는 대답할 여력조차 없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어떻게 대답할지 감도 오지 않았으니까.
루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루크, 물러서라. 놈은 내가 직접 해치우겠다.”
“아닙니다. 형님. 제가 하겠습니다.”
루크는 일어나는 순간 검을 뽑았다.
파커에게 검이 박혔다가 뽑혀졌다.
심장 속의 피가 몸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커헉….”
파커의 시선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루크 공자… 난….”
써걱-!
루크는 파커의 목을 깔끔하게 쳐버렸다.
툭-!
파커의 머리통이 바닥을 굴렀다.
루크는 무정한 시선으로 파커의 시체를 바라봤다.
‘내가 이용당해왔다니… 그런데 형님은 대체 이걸 어떻게 안 걸까?’
루안은 필리아 마을의 구석진 곳으로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루크, 레딕. 파커의 잔당들이 이곳 마을에 남아 있다. 모두 찾아내서 처리해라.”
루크는 레딕 에게 명령했다.
레딕과 호위 기사들은 필리아 마을 곳곳으로 흩어졌다.
얼마 안 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저놈들은 도적 길드 메디나의 수하들입니다.”
“메디나는 어디 있지?”
“찾고 있습니다.”
“놈을 찾아내면 내게 끌고 와라.”
“네!”
루크가 움직였다.
루안은 필리아 마을의 한적한 곳에서 약탈한 기억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라스칼. 네가 아까 쓸 만한 정보가 있다고 했었지? 그게 뭔지 말해봐.’
[너 발데스의 권갑(拳鉀) 이라고 들어봤냐?]‘발데스? 네가 나한테 가르쳐준 격투술의 그거?’
[그건 발데스 가문에 전해오던 격투기술들이고. 그 가문에는 또 다른 보물이 전해져 왔어. 그게 바로 발데스의 권갑이다. 건틀렛이지.]라스칼의 말에 루안의 귀가 솔깃해졌다.
‘어떤 능력이 있는 거야?’
[일단 손에 넣고 알려줄게. 발데스의 권갑은 레녹 왕궁의 보물창고에 있어. 파커 놈의 머릿속 기억에서 발견했지.]루안은 라스칼과 파커의 기억과 정보를 통해 엘란 왕국과 레녹 왕국의 내부 사정을 알아냈다.
‘흐음….’
레녹 왕국의 내부 사정은 의외로 간단해 보였다.
알렉스 파커의 심복들을 은밀하게 처리해둔 뒤 레녹스 본인의 심복들로 교체해놓은 것이 많았다.
게다가 레녹의 기사단 전력의 특징까지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레녹의 기사들은 특이하게 무투가 들이네? 얘들 검을 안 쓰고 주먹을 쓰는 놈들이군.’
일반적인 기사들과 달리 레녹의 정예 기사단은 모두 검술보다 격투술에 능한 무투가들.
특히 갑옷으로 무장하고 건틀렛을 착용한 뒤 근접전을 벌이는 돌격부대들이 많았다.
검을 썼지만 단검이었다.
근접전으로 파고들어서 격투기술로 제압한 뒤 단검을 빼들어 마무리하는 게 기본이었다.
반면 엘란의 기사단 정보까지 파커의 기억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엘란은 특이한 창을 쓰는군.’
엘란 왕국의 기사단은 대검을 썼지만 대검의 손잡이를 조작하면 거대한 창으로 자루가 늘어나는 특징이 있었다.
엘란의 창기사들의 전투력은 브리켄슈타인 제국조차 함부로 못할 만큼 대단하다는 평가였다.
‘레녹의 기사들과 엘란의 기사들이 전면전을 벌이면 레녹의 기사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겠는 걸?’
엘란의 기사들은 대검을 썼다.
게다가 대검의 손잡이를 조작하면 자루가 늘어나면서 대창으로 변해버렸다.
검과 창의 특징을 모두 가진 무기를 쓰는 기사들이었던 것.
반면 레녹의 기사들은 격투술을 바탕으로 단검을 썼다.
리치 차이가 심했고 전면전에서는 이미 누가 이길지는 정해져 있었다.
루안은 레녹 왕국과 엘란 왕국의 전쟁을 조종하고 싶었다.
라스칼이 루안 에게 물었다.
[남의 전쟁에 네가 뭐 하러 끼어들어?]‘레녹과 엘란의 전쟁은 일방적으로 한쪽이 이기는 거면 세력이 훨씬 커질 거야. 한쪽 영토를 먹어치우면 그 다음은 다른 영토를 노리겠지. 하지만 둘 다 전쟁으로 힘이 빠져버리면? 복구하느라 시간을 다 보낼 거야.’
[네가 태어난 제국을 지키기 위해서냐?]‘내가 지배할 제국을 위해서다.’
루안은 레녹과 엘란의 전쟁에서 2개의 왕국을 모두 자멸하게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쪽에서 움직일 수 있게끔 전쟁의 방아쇠를 당길 필요가 있었다.
‘지저의 검을 활용해야겠군.’
* * *
필리아 마을 곳곳을 수색하여 도적 길드원들을 처리한 레딕.
그는 도망치던 도적 길드장 메디나를 잡아왔다.
“허억… 허억….”
메디나는 레딕에게 맞아 뼈가 부러진 상태였다.
“도련님. 도적 길드의 수장 메디나를 잡아왔습니다.”
“여기로 끌고 와.”
메디나가 줄에 묶여서 루안 앞에 무릎을 꿇었다.
루안은 메디나에게 다가갔다.
“공자님. 나는 진짜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그저 파커 놈의 수족으로 시키는 것만 했을 뿐입니다.”
루안이 메디나의 머리를 잡았다.
라스칼이 약탈을 시작했다.
루안이 루크를 시켜 메디나를 잡아오라고 한 이유였다.
메디나의 기억과 정보의 약탈.
파커와 가장 가까이 은밀한 행동을 해왔던 메디나였다.
루안은 자신이 파커에게 흡수한 정보와 메디나에게 흡수한 정보를 교차검증하려고 했다.
생각보다 약탈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남은 건 시간을 끌면서 메디나를 심문하는 일.
“넌 도적으로서 꽤 많은 정보를 알고 있더군. 처음엔 엘란 쪽에 붙었다가 이번엔 레녹에 붙은 이유가 뭐지?”
사실 이런 이유는 궁금하지 않았다.
그저 라스칼의 약탈이 이뤄질 때까지 시간 끌려고 던지는 질문이었다.
“그, 그건… 먹고 살기 위해서죠.”
“그럼 네가 파커에게 붙어서 얻게 될 건 뭐였냐?”
“귀족의 작위입니다. 파커는 자신을 도와 왕에 오르게 해준다면 레녹의 상위 귀족 자리를 보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나머지 놈들이 가담한 이유도 너와 같은 거냐?”
“그렇습니다. 솔직히 언제까지 도적질로 먹고 살겠습니까? 귀족이 되면 훨씬 안전하고 여유롭게 살 수 있을 건데요.”
메디나의 말을 들으면서 루안은 실시간으로 약탈하는 기억들을 비교해봤다.
놈의 속내는 모두 사실이었다.
파커로부터 귀족 자리를 제안 받았고 엘란을 버리고 레녹에 붙은 것이었다.
엘란 왕국은 단순히 많은 돈을 주겠다고 했지만 도적 길드 따위에게 엘란 왕국의 상위 귀족 자리는 줄 생각이 없었다.
메디나는 도적 길드의 신분을 버리고 귀족의 새로운 신분을 원했던 것이었다.
‘드윈 놈도 마찬가지였네?’
루안은 라스칼이 약탈해내는 메디나의 기억 속에서 드윈에 관련된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메디나와 마찬가지로 드윈 또한 귀족의 자리를 원했다.
그가 상업 기사단을 이끌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부와 명성을 쌓은 것도 궁극적으로 상위 귀족에 올라 가문을 세우고 싶었던 것이었다.
‘귀족이 된다고 그렇게 편한 인생이 보장되는 건 아니지만… 아닌 놈들에겐 다르게 보일 수 있지.’
루안은 공작가의 혈족으로 태어나 자라오며 느낀 것들이 많았지만 귀족의 혈통이 아닌 인간들이 공감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여겼다.
[루안, 기억을 모두 뽑아냈다.]라스칼의 말을 들으며 루안은 메디나에게 물었다.
“널 죽이기 전에 하나 물어보겠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