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124
제123화. 전쟁의 서막 (3)
레녹의 기사단 ‘적혈투구’ 가 필리아 산맥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루크와 호위 기사들은 루안이 레녹 왕국의 왕궁으로 보낸 뒤였다.
발데스의 권갑을 가져오라고 했고 루크는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루안은 톤카 에게 물었다.
“톤카, 적혈투구 기사단이 어디까지 올라왔어?”
톤카는 레녹 기사단의 위치를 루안 에게 알려줬다.
“좋아. 그럼 톤카 네가 저 쪽에서 매복하고 있어. 어차피 싸움은 엘란과 레녹 끼리 하는 거니까 우린 그냥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못하게만 하면 그만이야.”
루안과 스미스가 움직였다.
“교관님. 적들 위치는요?”
“냄새가 많이 나는 곳은 저 곳과 저곳이다. 하나는 레녹의 기사들. 다른 하나는 엘란의 기사들이야. 곧 충돌하겠군.”
스미스가 말하고 얼마 후.
챙강-! 챙강-!
기사들의 포효와 함께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레녹의 기사 적혈투구는 모두 붉은 색의 투구와 갑주를 착용하고 있었다.
엘란의 기사들은 순백색의 황금 띠가 둘러진 투구와 갑주였다.
“모두 죽여라!!”
엘란 왕의 명령에 따라 기사들은 대검을 휘두르며 돌격했다.
적혈투구 기사단은 탄력적인 몸놀림으로 바닥을 차고 접근했다.
후우웅-!!
대검을 회피하며 몸을 튕겨 올린 적혈투구단.
써걱-!
단검으로 엘란의 기사들의 갑옷 틈을 찔러대고 빠졌다.
“후우… 후우….”
시간이 지나자 엘란의 기사들의 호흡이 가빠져왔다.
“젠장… 독을 쓴 건가?”
알렉스 파커는 전장을 지휘하며 소리쳤다.
“엘란 왕을 잡아와라.”
레녹과 엘란의 전쟁이 본격화되었다.
* * *
콘웰 황자는 체스터 백작을 통해 클레이가 먹을 음식에 독을 타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현재의 클레이는 자신이 아는 클레이가 아니라는 것을 모를 뿐이었다.
클레이의 모습으로 변한 라퀴엘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흐음.”
살라자르가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라퀴엘 님.”
라퀴엘은 혀 끝에 느껴지는 미묘한 독의 쓴 맛을 알아차렸다.
“아니다.”
독은 라퀴엘의 몸에 흡수되었다.
하지만 어떤 해도 끼칠 수 없었다.
라퀴엘 본인이 맹독의 화신이었으니까.
“남은 황자와 황녀들이 갑자기 죽었다고 했던가?”
“그러합니다. 제국의 마탑을 이끄는 사이몬 워커가 그들의 죽음을 수습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흐음… 그럼 나머지 황족들은 없는 건가?”
“아닙니다. 콘웰 황자님 한 분만이 남아있습니다.”
“놈은 어째서 안 죽은 것이냐?”
“저도 모르겠습니다.”
“놈에 대해 자세히 알아 와라.”
“네.”
“그리고 네 휘하의 간부들은 언제 오는 거지?”
“이미 도착하였습니다. 라퀴엘 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안으로 들이겠습니다.”
“들어오라 하라.”
라퀴엘은 침실의 문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꽂았다.
하지만 언더 로드의 간부들은 라퀴엘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하나씩 나타났다.
모두 5명의 간부들이었다.
“흐음, 그대들이 나의 그림자를 자처하는 살라자르의 수하들인가?”
“그렇습니다. 라퀴엘 님.”
언더로드의 간부들은 막상 라퀴엘을 직접 봤지만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뭐냐? 맹독의 화신이라고 하더니… 고작 다 죽어가는 황제의 꼴이라니….’
‘저게 독룡 라퀴엘? 살라자르 놈 우릴 속인 거냐?’
언더로드의 간부들끼리 살라자르에게 은밀한 목소리로 불만을 표시했다.
라퀴엘의 귀가 꿈틀거렸다.
“호오… 나를 의심하는 놈들이 내 휘하의 그림자가 되겠다? 우습군.”
라퀴엘이 일어났다.
살라자르가 다급히 말했다.
“라퀴엘 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들에게 무언가 오해가 있는 듯합니다.”
“필요없다. 살라자르. 나의 그림자는 충실한 자 하나면 족하다. 나머지는 과하게 많은 것 같군.”
클레이를 바라보던 언더로드의 간부들이 저마다 입을 열었다.
“흥, 클레이 황제께서 살라자르의 묘약을 먹고 정신이 온전치 못한 것 같군.”
살라자르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당장….”
촤라락-!
라퀴엘의 등에서 거대한 날개가 장엄하게 펼쳐졌다.
진녹색의 날개와 반투명한 막 사이로 독액이 뚝뚝 흘렀다.
언더로드의 간부들의 시선이 묘해지려는 순간.
처걱-!
라퀴엘의 날개가 넓게 펼쳐졌다 전방을 향해 접혀졌다.
동시에 언더로드의 간부 5명의 목이 잘려나갔다.
툭-! 투툭!
“히익….”
살라자르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언더로드의 간부들의 몸은 여전히 꼿꼿하게 서 있었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간부들의 머리통이 살라자르와 시선이 마주쳤다.
“나의 그림자여. 놀랐느냐?”
“…….”
말을 잇지 못하는 살라자르를 향해 라퀴엘은 천천히 날개를 접었다.
날개는 등 근육 속으로 사라졌다.
“네 부하들은 초면부터 내게 공손하지 못하였다. 그것이 내가 목숨을 거둔 이유. 하지만 넌 다를 것이라 기대하마.”
“물론입니다. 라퀴엘 님.”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느낀 살라자르였다.
자신을 따르던 간부들은 저항 한 번 못하고 허망하게 죽었다.
‘내가 괜한 존재를 부활시킨 것일까?’
처음으로 자신의 행동에 후회가 드는 살라자르였다.
* * *
“젠장!! 이건 대체 어디서 나타난 몬스터들이냐!!”
“크와압!!”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로 인해 엘란의 기사들이 우왕좌왕 거렸다.
“당황하지 말고 차분하게 죽여 버려.”
“모두 대열을 갖춰서 움직여라!”
“포션을 마시고 다시 싸워라!”
레녹의 적혈투구 기사단은 엘란의 기사들이 휘두른 대창에 의해 거의 궤멸 직전까지 간 상태였다.
알렉스 파커는 피투성이가 된 채 엘란 왕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흥, 건방진 놈. 주제 파악을 못하고 감히 내게 도전하다니. 레녹스 파커를 잡으러 가다 네놈을 잡을 줄이야. 하지만 뭐 잘 됐지. 어차피 다 죽여 버릴 놈들이니까.”
“엘란 왕!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것이오? 약속이 다르지 않소!”
“아앙? 약속이라니? 무슨 약속?”
“내게 왕좌를 보장하고 원하는 것을….”
“그건 네놈이 내게 칼을 들이대기 전까지 유효한 약속이었지.”
엘란 왕은 대검을 들고 손잡이를 조작했다.
끼리릭-!
철컥!
자루가 늘어나며 대창으로 변해버렸다.
“후후, 이걸로 먼저 네놈의 모가지를 쳐버리고 레녹스의 목을 쳐버릴 것이다.”
써걱-!!
엘란 왕은 망설임 없이 대창으로 알렉스 파커의 목을 쳤다.
툭-!!
알렉스의 목이 떨어짐과 동시에 잡혀온 부관들과 측근들 또한 기사들에게 목이 잘려나가고 있었다.
“좋아, 이제 필리아 마을로 가서 레녹스 파커를 잡아와라. 나머지 적혈투구단은 한 놈도 남김없이 모두 죽여라.”
엘란의 기사들이 왕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려는 순간이었다.
콰르르-!!
“으응?”
거대한 바위들이 산등성이에서 굴러오고 있었다.
콰직! 콰직!
기사들을 짓밟으면서 굴러가는 바위들.
“폐하를 지켜라!!”
곁에 있던 기사들이 엘란 왕을 데리고 급하게 피했다.
“뭐야? 저거!”
바위들이 엘란 왕 앞에 멈췄다.
콰드득-!
서서히 갈라지면서 바위 조각들이 한 데 뭉쳐지고 있었다.
“골렘?”
곳곳의 바위들이 골렘 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멀리서 지켜보던 루안이 톤카 에게 말했다.
“이제 공격해도 돼.”
톤카가 갤베스톤 에게 말했다.
“다 죽여 버려.”
쿠구구구-!!
산맥 전체가 흔들거리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엘란 왕이 바닥에 얼굴을 처박으면서 옆으로 굴러갔다.
“뭐야? 이거!”
엘란의 기사들도 휘청거리고 있었다.
산맥 전체가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산맥 곳곳에 숨겨져 있던 던전 중 하나가 꿈틀거리며 밖으로 튀어나왔다.
던전의 구조는 근처의 바위, 흙과 결합되면서 서서히 높은 성으로 변해갔다.
그것도 엘란의 기사들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괴상한 성으로 등장했다.
“저게… 뭐냐?”
“골렘? 아니야. 그러기엔 너무 거대하잖아.”
엘란 왕이 소리쳤다.
“빨리 죽여!!”
“폐하! 죽이기엔 저건 너무 거대합니다!”
“그럼 구경만 하겠다는 거냐?!”
엘란의 기사들 앞에 등장한 것은 라스칼이 말했던 골렘 캐슬(Castle) 이었다.
루안은 골렘 캐슬 내부에 있었다.
“이런 미친… 말도 안 돼….”
[어떠냐? 루안. 내가 빼앗은 갤베스톤의 핵심 능력이자 필살의 기술이다.]골렘 캐슬.
라스칼의 설명에 의하면 지저의 검 갤베스톤이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능력이었다.
산맥에 존재하는 던전을 움직여 골렘화 시켜버리는 살아있는 던전.
골렘 캐슬로 변해버린 던전 속 내부에서 몬스터들이 날뛰었다.
[이제 저놈들에게 몬스터들을 안겨주라고.]라스칼은 골렘 캐슬을 조종하는 방법을 루안에게 알려줬다.
루안은 골렘 캐슬의 가장 높은 곳에 있었다.
락셀로를 꽂아놓은 곳으로 루안의 명령이 골렘 캐슬 전체에 하달되었다.
“몬스터 투하.”
엘란의 기사들 머리 위로 골렘 캐슬의 몸통 일부의 통로가 열리고 있었다.
“키아악!”
“퀴르릅!”
수백 마리의 몬스터 떼가 엘란의 기사들을 덮쳤다.
“끄아악!!”
몬스터들에게 깔려 죽는 기사들이 많아졌다.
엘란 왕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저게 대체 뭐냐고!! 누가 빨리 설명 좀 해봐!!”
“저도 모르겠습니다! 폐하! 먼저 피하셔야 합니다!”
“하이타워 경은? 하이타워 경은 어디 있는가?”
로버트 하이타워는 골렘 캐슬에서 떨어지는 몬스터들을 피해 도망치고 있었다.
“크헉!”
이미 죽은 적혈투구단의 시체에 걸려 넘어지는 로버트 하이타워.
“끄아악!!”
위에서 떨어지던 거대한 오우거가 하이타워를 짓이겨버렸다.
“이거 엄청 편하네.”
골렘 캐슬이 천천히 움직일 때마다 산맥이 들썩거리는 것 같았다.
엘란 왕은 기사들의 말을 타고 산맥 아래로 질주했다.
루안의 시야에 엘란 왕이 탄 말이 들어왔다.
“저 정도 거리면….”
루안의 골렘 캐슬의 어깨 부위에 성곽에서 바위로 다듬어진 대포가 튀어나왔다.
“한 방에….”
투웅-!
대포에서 매끄러운 돌덩이가 튀어나갔다.
후우웅-!!
엘란 왕이 뒤를 돌아보려는 순간.
뻐-어억!!
엘란 왕의 돌덩이에 맞고 수십 미터 앞으로 나가 떨어졌다.
“폐하!!”
기사들이 놀란 나머지 말에서 뛰어내렸다.
후우웅-!!
뻐어억!!
골렘 캐슬에서 발사한 대포알이 기사들을 덮쳤다.
엘란 왕이 깔려 있는 돌덩이 밑으로 핏물이 흘렀다.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았지만 상관없어. 레녹과 엘란의 왕들은 다 죽었으니까.”
[루안, 이걸로 제국 침공하러 가자.]‘뭔 소리냐? 내가 태어난 곳을 왜?’
[황제를 죽이러 가던가.]라스칼의 말에 루안이 생각에 잠겼다.
‘황제라… 그렇지. 그 자식이 있었지….’
루안이 라스칼에게 대답하려는 순간.
“형님! 형님!”
루크가 골렘 캐슬 밑에서 소리치고 있었다.
“어라? 루크가 여기에 왜 왔지?”
루크는 골렘 캐슬의 다리에 열려 있는 통로로 들어갔다.
다리 내부의 던전 구조를 따라 루안이 앉아있는 정상까지 올라온 루크.
“루크. 너 내가 레녹 왕궁에 가서 발데스의 권갑 가져오라고 했잖아.”
“그거 여기 있습니다.”
루크가 내민 건틀렛.
붉은 색이 짙은 드래곤 가죽으로 만든 건틀렛 이었다.
[호오, 저걸 정말로 구해왔군. 이렇게 빨리 가져올 줄은 몰랐는걸.]‘라스칼. 이거 능력이 뭐냐?’
루안은 발데스의 권갑을 하나씩 착용했다.
루크가 말했다.
“형님, 이걸 쓰시려면 발데스의 격투술을 익히셔야 해요. 안 그러면….”
후우웅-
파파팡!!
루크의 눈앞에서 루안의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라스칼에게 배웠던 발데스의 격투 동작들을 펼쳤더니 주먹에 실리는 무게가 달라졌다.
게다가 몸놀림까지 그 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형님… 그걸 어떻게?”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