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13
제12화. 용병 스미스 (1)
살수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무슨 헛소리냐? 우린 붉은 늑대 용병들이다.”
루안은 무릎이 망가진 살수를 보며 물었다.
“그러면 왜 저놈은 아직도 다리를 절룩거리는 건데?”
“뭐?”
살수들이 무릎을 다친 살수를 보면서 다시 눈빛을 주고받는다.
루안은 살수들의 반응을 보면서 확신했다.
‘이놈들은 붉은 늑대 용병들이 아니다. 보아 하니 붉은 늑대 용병의 능력조차도 모르잖아.’
전생에서 루안은 붉은 늑대 용병들과 전장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땐 적으로 마주쳤기에 이들의 숨겨진 능력에 대해 생생하게 기억했다.
‘붉은 늑대 용병들이 아니라면 대체 이놈들은 누구지?’
루안의 의문이 이어졌다.
놈들은 붉은 늑대 용병처럼 꾸미고 테스트장에 잠입했다.
그것도 칼론의 테스트라는 걸 알면서도.
루안은 리사에게 속삭거렸다.
“리사, 잘 들어. 저놈들이 누군진 몰라도 칼론에서 부른 용병들이 아니야. 스미스 용병과 관련 없는 놈들이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데? 칼론의 테스트는 곧 실전이야. 적이 꾸며둔 정보와 트릭이 난무한다고. 네가 엉뚱한 거 주워듣고 잘못 짚는 거일수도 있어.”
“아니야. 확실해.”
루안은 먼저 살수들을 제압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들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
쉬잉-!
파캉!
루안이 검을 휘둘러도 살수들은 가볍게 막아냈다.
좀처럼 공격 범위 안으로 놈들을 몰아넣을 수 없었다.
이때 라스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배운 걸 기억해라. 멍청아. 힘으로만 휘두르지 말고. 실전이라고 당황한 거냐? 켈켈.]루안은 호흡을 가다듬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아직 완성된 마력이 아니었다.
보법을 훈련한 것을 떠올렸다.
수련실에서 라스칼과 연습했던 발데스의 보법.
라스칼은 발데스의 보법이 단순 격투술이 아니라 마검술로 연결되는 기초라고 설명해줬다.
루안은 수련실에서 봤던 보법의 기하학적 그림들을 떠올리며 살수들에게 접근했다.
“흐음?”
살수 한 명의 눈이 꿈틀거렸다.
루안의 움직임이 달라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꼬맹이를 포위해라. 계집년은 재워버려.”
“옙!”
살수가 리사를 향해 공을 던졌다.
리사가 반사적으로 공을 베는 순간.
퍼엉-!
“큭!”
뿌연 연기가 밀가루처럼 흩어졌다.
리사가 눈을 감고 뒤로 물러났다.
“으음….”
급격하게 졸음이 몰려오며 눈이 감겼다.
리사는 검을 쥔 채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대단한 년이군. 어린데도 이 정도로 기본기가 잡혀있다니. 역시 그란델 가문이군.”
살수는 리사를 재운 뒤 루안에게 가담했다.
모두 5명의 살수들이 루안을 포위했다.
라스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큭큭. 재미있어지는군. 야, 꼬맹이. 나한테 배운 걸 써먹을 기회가 왔다! 각오는 됐느냐아하하하!]미친놈.
루안이 속으로 대꾸했다.
‘닥쳐! 뭐 하나 제대로 가르쳐준 것도 없으면서 뭘 배워?’
[어쭈? 이 무식한 놈 보게. 왜 가르쳐준 게 없어? 너한테 마력 강화도 알려줬지. 그걸로 발데스의 보법을….]“온다!!”
루안의 눈이 번쩍 뜨였다.
살수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쉬이잇-!
파캉! 파캉!
초승달처럼 생긴 시미터를 휘두르는 살수가 루안의 앞쪽에서 뒤로 이동했다.
동시에 맞은편의 다른 살수가 단검을 던졌다.
루안이 툼스톤을 가로로 휘둘러 쳐냈다.
옆쪽에서 다른 살수의 공격이 들어왔다.
살수가 루안을 발로 찼다.
엄청난 각력이 갑옷을 통과하여 루안의 심장을 타격했다.
“커헉!”
뒤로 물러난 루안이 툼스톤을 바닥에 긁었다.
카가각-
루안의 발이 멈췄다.
“죽어라!”
뒤에서 살수가 시미터를 휘둘렀다.
루안은 보법을 떠올리며 발을 놀렸다.
휙- 휙-
반원을 그리듯이 루안의 몸과 발이 한 몸처럼 움직였다.
후웅- 후웅-
살수의 시미터가 코앞에서 루안의 목과 머리를 스쳐갔다.
루안이 반격했다. 툼스톤으로 살수의 시미터를 걷어내고 동시에 손목을 돌려 허벅지를 찍었다.
“크악!”
루안이 양손으로 툼스톤을 옆으로 잡아당겼다.
허벅지 근육을 가르며 툼스톤이 빠져나왔다.
살수의 다리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루안이 마무리 공격으로 살수의 목을 쳤다. 놈들이 테스트 교관이 아니라면 지금은 실전 상황이다.
주저할 틈 없이 적을 해치우는 루안.
라스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음, 보기보다 강단 있는 애송이로고.]‘시끄러.’
남은 살수는 4명.
“시간이 없다. 빨리 놈을 죽여. 목을 가지고 빠져나가면 된다.”
루안이 살수들의 목적을 알아차렸다.
‘내 암살 의뢰로군.’
브리스톨 가문은 공작의 지위와 권력을 얻은 것에 이어 브리켄슈타인 황가의 전폭적인 신임과 지지까지 얻고 있었다.
그만큼 적들이 많은 건 자연스러운 일.
브리스톨 가문의 아이들은 태어나 검을 먼저 쥐고 걸음마를 배운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었다.
적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호위기사들 만으론 부족하다.
스스로 강해야 한다.
“누가 날 죽이라고 시켰지?”
루안의 말에 살수들은 공격을 펼쳤다.
“순순히 대답할 거라 기대하지도 않아.”
전생에서도 루안은 어릴 적 암살의 위협을 받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때마다 가문 사람들에 의해 목숨을 건져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칼론에서 암살 위협을 받진 않았다.
‘회귀하면서 생긴 변수인건가?’
루안이 암살 위협을 받았던 것은 모두 칼론에 입학하기 전이었다.
칼론에 입학하고 나서 경험했던 위험은 모두 테스트 하면서 발생했었다.
그러니 회귀한 이후로는 눈앞의 위협이 처음이다.
살수들의 공격은 더욱 조직적으로 치밀해졌다.
루안은 발데스의 보법으로 공격을 방어하였지만 공격에는 한계가 있었다.
‘야, 라스칼. 공격 기술 하나라도 알려줬으면 좋았잖아.’
[네 손에 들린 건 몽둥이냐? 칼을 쥐고 있으면서 뭘 바라냐?]라스칼은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빌어먹을 쇠붙이.
루안은 4명의 살수들이 펼치는 합동 공격을 방어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지금까지 잘 막아냈던 툼스톤의 검신이 살수들의 검을 놓치기 시작했다.
쉬익-!
파각-
루안의 어깨를 스치는 살수의 단검.
“수면독이 발려졌으니 이제 푹 자거라.”
“허억… 허억….”
루안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어깨를 베이고 나서 몸놀림이 둔해지는 걸 느꼈다.
“젠장….”
루안의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야, 라스칼. 지금 위기다. 살수들이 너무 많아.’
놈들의 실력은 수준급이었다.
루안은 라스칼의 말을 기억해내고 속으로 외쳤다.
‘얌마! 내가 죽으면 너도 죽는 거잖아! 뭐라도 해야 될 거 아냐!’
라스칼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아, 시끄러. 잠이나 자.]루안의 발이 흐느적거렸다.
발바닥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으으….”
툼스톤으로 바닥을 찍어서 간신히 버티는 루안.
살수가 다가왔다.
“브리스톨 가의 일곱째는 형편없다고 해서 안심했는데… 보기보다 근성 질긴 놈이로군. 그래도 명색이 브리스톨이다 이건가?”
루안은 살수의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살수들은 루안이 잠든 걸 확인했다.
“이제 목을 확보한다.”
살수들이 장검을 꺼내 루안의 목을 치려는 순간.
그오오-
갑자기 마나의 입자가 루안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왔다.
“우웃.”
살수들이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뭐, 뭐야?”
“마력? 그럴 리가. 저놈은 기사잖아.”
“어떻게 된 거냐?”
당황한 살수들 앞에 루안이 다시 눈을 떴다.
* * *
스미스는 빠른 속도로 숲을 내달리고 있었다.
“두목! 저쪽이요!”
부하 용병들이 스미스를 어딘가로 안내하고 있었다.
“여기가 애들 발자국이군. 놈들의 발자국은 여기에 있고….”
흔적들을 쫓아 잡목의 늪 어딘가에서 스미스가 냄새를 맡았다.
“피 냄새. 저 쪽이다.”
파-앗!
스미스가 부하들을 데리고 도착한 곳에 핸더슨과 젠킨스가 잠들어 있었다.
“생존자들 확인해라.”
“옙!”
부하들이 흩어졌다.
스미스는 발가벗긴 채 나타난 부하들로부터 상황을 보고받았다.
칼론의 테스트에 침입자들이 나타났다는 것은 곧 자신의 관리 소홀이다.
람버트 교장에게 항의를 받을 것이니 어떻게든 일을 수습해야 했다.
이번 임무는 학생들에게 실전 테스트를 경험시키는 것이지만 칼론에서 초대하지 않은 제3자들에 의한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엉뚱한 오해를 받을 수도 있고 용병으로서 신뢰가 망가질 수 있었다.
스미스는 주변을 샅샅이 살폈다.
“응?”
여러 명의 살수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모두 목 없는 시신들.
살수들에게 흘러나온 피가 흙을 적셔 붉게 물들였다.
이들 가운데 홀로 서 있는 자가 있었다.
“루안… 브리스톨?”
“응?”
루안이 뒤를 돌아봤다.
스미스와 부하 용병들이 서 있었다.
“아, 스미스 교관님.”
“어떻게 된 건가?”
“그게….”
대답하려던 루안은 순간 머리를 굴렸다.
‘젠장, 기억 안 난다고 하면 절대 안 믿을 거고… 그렇지!’
“붉은 늑대 용병들이 아니었습니다.”
루안은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어떻게 된 정황인지 자신도 모르겠다.
살수들의 수면독에 의해 잠에 든 것까진 기억난다.
그 뒤에 눈을 떠 보니 자기 주변에 살수들이 모두 죽어 있었던 것.
마치 잠깐 졸다가 깬 듯한 기분이었다.
루안은 눈뜨자마자 주변의 학생들을 확인했었다.
가까이 있던 리사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고 나머지 팀원들은 다른 곳에 흩어져 보이지도 않았다.
‘일단 내가 이놈들을 죽인 건 확실해.’
자신의 툼스톤 끝에 똑똑 떨어지는 피는 살수들의 것.
그러니 결과적으로 루안이 살수들을 죽인 것이다.
어떻게 죽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자네가 이들을 모두 죽였나?”
스미스와 용병들이 살수들의 떨어진 목을 주워 얼굴을 확인했다.
시신을 들춰보던 부하가 스미스에게 보고했다.
“두목. 이거 아주 깔끔하게 베었는데.”
“차림새를 보니 살수들입니다.”
부하 용병이 살수들의 옷차림을 뒤적거리다 무언가를 발견했다.
“두목… 이걸 보쇼.”
스미스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는 용병.
“이 문양은 블랙 소드의 것이로군.”
블랙 소드는 모두 살수들로 이뤄진 길드다.
용병들처럼 자기들끼리 조직을 만들어 암살 의뢰를 받아 돈을 버는 자들.
이들의 이명은 제국의 그림자로 불리며 온갖 더러운 일을 은밀하게 행하는 걸로 악명이 높았다.
“블랙 소드에서 보낸 암살자들이니 실력 하나는 검증하고도 남을 테고….”
부하 용병들이 루안을 쳐다보면서 스미스에서 눈짓을 했다.
스미스는 묵묵히 부하들에게 눈짓을 보내며 대답하지 않았다.
스미스와 부하 용병들의 대화를 물끄러미 듣고 있던 루안.
뭔가 일이 자꾸 커지는 기분이다.
“루안 브리스톨 군.”
스미스가 다가왔다.
“자네가 정말 이 살수들을 모두 죽인 건가?”
블랙 소드의 살수들은 적어도 3클래스의 기사들과 맞먹는 실력을 지녔다.
여기에 암살의 특징을 감안하면 살수들이 같은 급의 기사를 암살하는 건 어렵지 않다.
칼론을 졸업하고 나면 1클래스 기사의 실력을 얻게 되니 여기 죽어있는 살수들은 학생이 죽일 수 있는 급이 아니었다.
스미스의 눈빛에 의심이 가득해졌다.
루안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예, 제가 죽였습니다.”
부하 용병들이 수군거렸다.
“저 꼬맹이가 이놈들을 해치웠다고?”
모두 이해 안 간다는 표정을 지을 즈음.
스미스가 루안에게 다가왔다.
“루안. 나는 농담 따먹을 기분이 아니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람버트 교장에게 보고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그러니 있는 그대로 사실을 말해. 여기에 자네 말고 또 다른 누군가 있었던 거냐?”
“아니요. 제가….”
스미스가 루안의 멱살을 낚아챘다.
“얌마. 내가 사실대로 얘기하랬지. 귀족 집구석이라서 용병에게 장난 쳐도 안전할 거 같냐?”
루안과 스미스가 눈을 마주쳤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루안과 살수들 말고 제 3자가 있기는 했다.
문제는 루안이 라스칼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
그러니 지금은 그냥 자신이 했다고 밀고 가야 한다.
스미스는 지금 루안을 떠 보고 있었으니까.
“스미스 교관님. 먼저 이거 놓으시죠. 브리스톨은 용병에게 장난 따위 치지 않습니다. 본인이 더 잘 아실 텐데요?”
루안의 대답에 스미스의 동공이 묘하게 커졌다.
“정말 네가 이놈들을 해치웠다고?”
“그렇습니다. 브리스톨 가문을 너무 얕보시는 거 같군요. 브리스톨에게 이런 살수들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붉은 늑대 단장님.”
루안의 입에서 붉은 늑대라는 단어가 나오자 스미스가 부하들과 눈을 마주쳤다.
스미스는 루안을 말없이 바라보더니 피식 하고 웃음을 뱉었다.
“보기보다 재미있는 도련님이로군. 너희 팀은 모두 탈락이다. 람버트 교장에게 보고하지.”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