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14
제13화. 용병 스미스 (2)
루안은 말없이 스미스를 쳐다만 봤다.
뒤늦게 입을 열었다.
“예? 뭐라고요? 자, 잠깐만요. 스미스 교관님. 탈락이라뇨? 갑자기 그게 무슨….”
“네 팀원들 지금 어떻게 됐는지 한 번 봐라.”
부하 용병들이 젠킨스, 핸더슨, 캐서린, 로이, 리사를 한 곳에 데려다 놓고 포션으로 얼굴을 적시고 있었다.
아직 의식을 차리지 못하는 팀원들이었다.
루안이 팀원들을 보며 스미스에게 항의했다.
“쟤들은 그냥 당한 겁니다. 죽진 않았다고요. 그리고 교관님께서 말씀하신 손수건을 아직 잃어버리지 않았습니다. 팔뚝을 확인해보세요. 모두 멀쩡히 두르고 있습니다.”
“루안 군. 손수건은 너희들의 안위를 지키면서 가져오라고 했던 거야. 정작 너희들이 당했는데 손수건을 갖고 있다한들 무슨 소용이지? 이건 실전을 가장한 테스트지만 정말 실전이었다면 너희들은 모두 죽은 목숨이다. 손수건? 어떻게 됐을지 알게 뭐야?”
루안은 말이 없었다.
스미스는 그런 루안을 바라보며 물었다.
“자네는 내가 정했던 팀장이다. 팀을 이끌어야 하는 팀장이 정작 팀원들을 지키지 못했다면 임무를 제대로 해낼 능력은 없다는 뜻이지. 이건 자네의 실책이야. 자네들은 1분기 테스트 모두 탈락이니 할 말이 있다면 내가 아니라 람버트 교장을 찾아가던가.”
스미스는 남일 대하듯이 말을 던졌다.
일일 교관을 맡고 돈이나 가져갈 용병이다 이거지.
전생이었다면 아무 말 못했을 루안 이지만 지금은 다르다.
과거 숱한 전쟁과 온갖 임무 속에서 살아남았던 경험이 있기에 용병들 대하는 요령 정도는 알고 있다.
‘용병들 아니랄까봐 나한테 책임을 떠넘기시겠다?’
전생의 기억에도 루안이 마주쳤던 용병들은 돈을 밝히지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적이 없었다.
대부분의 용병들과 달리 붉은 늑대 용병단은 조금 달랐다.
돈을 밝히는 건 똑같지만 맡은 임무는 끝까지 책임을 지려고 했기 때문.
그걸 아는 루안은 스미스의 자존심을 찔러보기로 했다.
“스미스 교관님 말씀이 좀 무책임하군요.”
“뭐?”
“오늘 교관님은 칼론의 테스트를 담당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꼴을 보시죠. 테스트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 다섯이나 여기에 들어와서 난리를 쳤잖아요? 이건 학생들인 저희가 예상치 못했던 돌발 상황입니다. 이걸 책임져야 할 교관님의 부하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었죠?”
루안의 말에 스미스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동시에 부하 용병들이 스미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이봐 루안 브리스톨. 지금 너희가 테스트 탈락한 게 내 잘못이라는 거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 스미스 교관님은 칼론에서 공식적으로 근무하는 분도 아닌 외부 인사입니다. 공짜로 여기 오셨을 리 없을 테고…. 아마 선금을 받았으니 여기까지 오셨을 건데 이거 너무 날로 드시려 하는 거 같은데요.”
루안이 빈정거리는 말투를 드러냈다.
“루안 브리스톨. 집구석 튼튼하다고 용병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군. 나는 자네가 이 살수들과 맞서다 죽었다고 람버트 교장에게 보고를 꾸밀 수도 있어.”
“지금 학생을 협박하시는 건가요? 그것도 칼론에서?”
스미스가 단검을 꺼냈다.
“꼬마야. 당돌한 건 마음에 들지만 브리스톨이란 이름이 밖에서도 널 항상 지켜주는 건 아니란다.”
부하 용병들이 흘러가는 상황을 파악했다.
“야, 일단 얘들은 깨우지 말고 놔둬 봐.”
용병들이 포션으로 학생들을 회복시키는 걸 멈췄다.
스미스의 단검이 루안의 뺨을 살포시 눌렀다.
“지금 브리스톨에게 검을 겨눈 건가?”
비록 칼론에서 학생과 교관으로 만났지만 스미스는 귀족이 아니다.
신분의 차이로 따지면 루안은 스미스에게 어떤 짓을 해도 면책을 보장받을 만큼 컸다.
브리스톨 공작가는 브리켄슈타인 황제와 가장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으니까.
전장의 소모품인 용병쯤이야 문제 될 건 없다.
루안의 말에 스미스의 눈빛이 다소 부드러워졌다.
“쿠후후, 귀족 도련님께서 앙칼지시군.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것 치고 배짱도 두껍고. 원하는 걸 말해봐.”
스미스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루안은 즉답을 꺼냈다.
“저와 팀원들 모두 테스트 통과 한 걸로 쳐주세요. 그러면 저도 스미스 교관님의 관리소홀로 생긴 살수들 문제는 없던 일로 해드리죠.”
루안의 대답에 부하 용병들이 수군거렸다.
“저 꼬맹이가 지금 두목에게 협상하는 거야?”
“브리스톨 가문 믿고 너무 설쳐대는 군. 여기서 길 좀 들일까?”
스미스는 루안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단검을 밑으로 내려 루안의 복부를 겨눴다.
“브리스톨 막둥이 간이 너무 큰 거 같군. 좀 잘라줄까?”
“교관님은 제게 손 못 대시는 거 압니다. 제 간을 자르는 순간 교관님의 목은 물론이고 저기 있는 부하들의 목이 붙어 있을 리 없다는 걸 잘 아실 텐데요?”
“아까 말했잖아. 살수들과 맞서다 넌 죽은 거라고. 브리스톨이 어떻게 알겠어?”
“브리스톨은 알아냅니다. 궁금하시다면 한 번 감당해보시던가요.”
루안의 대답에 스미스는 잠깐 말이 없었다.
브리스톨 가문.
리니아 대륙에서 검술로 손꼽히는 가문으로 적도 많지만 아군은 더 많았다.
루안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자신이 살수들을 엮어 루안의 죽음을 위장해도 반드시 찾아낼 거다.
브리스톨 공작가의 혈족이 칼론에서 살수들에 의해 죽었다면 듣고 가만있을 리가 없다.
루안은 전생에서 자신의 셋째 형 게릭 브리스톨이 독살당할 뻔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게릭의 독살 사건은 완벽에 가까운 암살로 위장되었었지. 하지만 브리스톨 가문에서는 결국 진짜 범인이 누군지 알아냈었다. 그리고….’
당시 게릭 브리스톨을 독살하려 들었던 자들은 브리켄슈타인 황국과 적대관계에 있던 바이에른 황국 휘하의 노튼 백작가.
바이에른 황족과 정략결혼으로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던 그들은 리처드 브리스톨 휘하의 암살대에 의해 멸족당한다.
이것이 바이에른 황국과 브리켄슈타인 황국과의 전쟁을 불러 일으켰었다.
루안은 전생에서 이미 브리스톨 가문이 어디까지 검으로 벨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 있게 스미스에게 협상을 제안한 것이다.
지금 곤경에 처한 건 사실 루안이 아니라 스미스였으니까.
스미스는 테스트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루안에게 얼렁뚱땅 떠넘기려 했었다.
이제 첫 테스트를 치르는 풋내기 신입생들인데 뭘 알겠냐는 식으로.
살수들이 자신의 테스트에 난입했다는 건 루안의 말대로 관리 소홀이다.
“서로 덮자 이건가?”
“그건 아니죠. 제가 잘못한 게 없는데 뭘 덮나요? 교관님의 잘못을 제가 덮어주겠다는 겁니다. 저와 팀원들을 모두 통과시켜주시면요.”
협상은 루안이 이끌고 있었다.
브리스톨 가문이 아니었다면 용병들에게 개죽음을 당했을 것이다.
“좋아. 팀원들을 깨워.”
부하 용병들이 남은 포션으로 팀원들을 회복시켰다.
* * *
“자네들은 테스트를 통과했다. 집에 가.”
“에? 자, 잠깐만요. 이게 끝이에요?”
“할 말이 더 남았나? 젠킨스 군.”
“누가 더 잘했는지 점수 매기고 그런 거 안 해요?”
“안 해. 집에 가.”
스미스는 손을 휘저으며 등을 돌렸다.
“왜 안 해요?”
“좋아, 궁금한 거 같으니 알려주지. 이 팀의 1등은 루안 브리스톨이다. 2등은 리사 그란델, 3등은 캐서린 블론디, 4등은 로이 맥코넬, 5등은 잭 핸더슨, 6등은 톰 젠킨스. 끝.”
스미스는 학생들을 보면서 방긋 웃음을 지었다.
톰 젠킨스가 대꾸했다.
“잠깐, 왜 루안이 1등이에요?”
“팀장이잖아. 그러니 1등이지.”
“왜 저는 6등인데요?”
“네가 점수를 물어봤으니까.”
“예에?”
스미스는 날벌레 쫓듯이 손등을 내저었다.
“이제 빨리 집에 가.”
“교관님! 등수를 어떻게 매기셨는데 제가 꼴등이에요?”
“네가 날 가장 짜증나게 하거든.”
스미스는 웃음을 지으며 톰 젠킨스를 바라봤다.
“등수가 중요하냐? 너희들이 팀으로 통과했다는 게 중요하지. 그거면 된 거야. 모두 자부심을 갖고 집에 가도록.”
톰 젠킨스가 대꾸했다.
“이거 장난하는 거야? 무슨 점수를 이딴 식으로 매겨? 순 자기 멋대로잖아.”
“그 말은 탈락하고 싶다는 뜻으로 들리는군. 탈락을 원하는 건가? 젠킨스 군.”
“아,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젠킨스와 핸더슨이 재빠르게 검을 들고 사라졌다.
로이와 캐서린, 리사도 집에 갈 준비를 했다.
“루안 군. 자네는 남아.”
학생들이 모두 가고 루안이 남아 있었다.
스미스는 단검을 뺨에 문지르며 다가왔다.
“오늘 협상은 어설프지만 봐줄만 했어. 아, 물론 잘했다는 건 아니야. 브리스톨 가문이 아니었으면 목을 잘랐을 테니까.”
“감사합니다.”
루안의 대답에 스미스는 흥미롭게 바라봤다.
‘재미있는 꼬맹이로군. 브리스톨 한 놈쯤 알아두면 쓸모가 많으니까….’
스미스가 물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살수들이 내 부하들로 위장한 걸 어떻게 알았지?”
“제가 그걸 안 걸 교관님은 어떻게 아셨는데요?”
스미스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평범한 꼬맹이가 아니군.’
루안의 대답은 스미스로 하여금 아는 것을 끄집어내게 만들고 있었다.
“내 부하들은 살수들에게 당했던 걸 내게 보고하러 왔었다. 내가 널 찾았을 땐 이미 살수들이 모두 죽어 있었지.”
스미스는 단검을 매만지며 말을 이어갔다.
“칼론의 테스트는 실전과 가깝지만 테스트는 테스트. 하급 기사들에게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죽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 이 말은 교관들이 공격을 해도 학생을 죽이진 않는다는 거야. 뒤집어 말하자면 학생이 교관을 죽일 수도 없다는 뜻이지.”
스미스의 단검이 칼집에 들어갔다.
“넌 이미 다섯 명의 살수를 죽인 뒤였지만 사실 내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아마 교관으로 알고 있었을 거다. 내 부하들로 위장 했으니까. 실력은 제쳐 두고 어떻게 내 부하가 아닌 살수라는 걸 알고 죽였던 거냐? 만약 교관이라고 알고 있었으면 자신을 죽일 리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맞서다 당했을 거거든.”
스미스는 루안이 살수를 알아낸 것이 궁금했다.
“루안 네가 죽인 살수들은 적어도 3클래스 기사들과 맞먹는 실력자들이지. 브리스톨 가문의 검술이 내가 들은 것보다 훨씬 뛰어난 검술이니 죽일 수 있었다고 치자고. 하지만 검술보다 무서운 게 정보다. 사소한 정보로 뛰어난 기사도 죽음을 맞게 되니까. 어떻게 살수라는 걸 알아냈지?”
루안은 스미스가 뭘 듣고 싶어 하는지 알아차렸다.
“귀를 빌려주시죠.”
“응? 돈도 아니고 귀를 어떻게 빌려?”
“귀를 가까이 대 보라고요. 알려줄 테니까.”
“그냥 말하면 안 되냐? 왜 귓속말로 해야 하는데?”
“알려달라면서요.”
스미스는 마지못해 귀를 루안의 입가에 가져다댔다.
“귓속에 바람 불면 목을 찔러버린다.”
루안이 귓속말로 스미스에게 대답했다.
스미스가 싸늘한 표정으로 물었다.
능글맞던 눈웃음이 사라지고 차가운 살얼음 같은 표정이 드러났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 거냐?”
“브리스톨이잖아요.”
루안의 귓속말은 브리스톨과는 관계가 없다.
전생에 붉은 늑대 스미스를 알고 있기에 대답해줬을 뿐.
“걱정 마세요. 말 안 할 테니까.”
“그걸 어떻게 믿지?”
“제가 말하고 다닐 거였으면 교관님께 말했을까요?”
“…….”
“가보겠습니다. 나중에 또 볼 날 있을 거예요.”
루안이 능글맞게 웃으며 떠나자 부하들이 스미스에게 물었다.
“두목, 저 꼬맹이랑 뭐라고 속삭거린 거야?”
스미스는 루안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대답했다.
“아니야, 아무것도.”
루안은 테스트장을 빠져나와 케일이 대기하고 있는 마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야, 너.”
누군가 뒤에서 루안을 불렀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