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15
제14화. 누나 (1)
루안이 발을 멈췄다.
톰 젠킨스와 잭 핸더슨이었다.
“뭐냐?”
톰은 루안에게 다가왔다.
“왜 네가 1등이야?”
“뭐?”
“네가 1등을 왜 하냐고!”
“하면 안 되냐?”
루안의 말에 톰이 당황했다.
“그, 그건 아닌데.”
“근데 뭐가 문젠데?”
“왜 네가 1등을 하냐 이거지! 팀장이면 다냐고! 네가 1등을 한 이유가 뭐냐?”
“스미스 교관한테 가서 물어봐. 나도 모르니까.”
“웃기지 마. 너 교관한테 뇌물 먹였지? 우리들 다 잠들었는데 너만 깨어 있었던 것도 그거 때문이지?”
칼론의 테스트에는 알게 모르게 뒷거래가 횡행한다.
엄청난 실력 차이는 어려워도 약간의 차이는 돈으로 가능하다.
젠킨스는 브리스톨 가문의 영향력이 루안의 등수를 결정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솔직하게 말해봐. 얼마 먹였냐? 용병들이니까 돈이면 될 거 아냐? 얼만지 알려줘. 그러면 네가 돈 먹인 거 다른 데 가서 안 말할게.”
톰과 잭은 귀를 곤두세우고 루안의 입가를 주목했다.
“나 용병한테 줄 돈 없어.”
회귀하기 전 루안은 27살이다.
17살 애들 상대하고 싶진 않았다.
대개 이 시기엔 자신이 이해 못 할 결과에는 자기만의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지어내 납득했으니까.
잭은 톰에게 속삭거렸다.
“용병 교관만 줬는지 부하 용병들까지 다 줬는지 물어봐.”
“아, 그게 있었지.”
톰과 잭의 속닥거림을 구경하던 루안은 고개를 들고 한숨을 공중에 뿌렸다.
“난 간다.”
루안은 등을 돌렸다.
젠킨스가 뒤에서 외쳤다.
“야, 잠깐! 알려주고 가야지!”
“안 먹였다니까.”
“거짓말 하지 마!”
루안은 톰과 잭을 뒤로 한 채 마차가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갔다.
멀어지는 루안을 보며 톰이 이를 우드득 갈았다.
“야, 톰. 너 그러다 이 망가져.”
“시끄러! 저 자식 브리스톨 가문만 아니었으면 걷지도 못하게 만들었을 건데.”
“네 누나가 조만간 브리켄슈타인 막내황자랑 결혼식을 발표한다며? 그때까지 기다리자고.”
“흥, 당연하지. 이제 젠킨스 가문이 황궁의 일원이 될 거니까. 야, 브리스톨은 황족하고 뭐 결혼한 사람들 없다고 했지?”
“응, 내가 알아보니까 없었어.”
“아무도 없지?”
“없어. 그냥 브리켄슈타인 황제랑 브리스톨 가주가 절친이라는 거 빼고.”
“크흐흐. 그러면 황제 자리만 비게 되면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거네.”
“야, 쉿. 목소리가 너무 커. 혹시나 다른 사람 들으면 큰일 나.”
“뭐 어떠냐? 틀린 말도 아닌데.”
루안은 톰과 잭을 무시하고 케일이 준비시킨 마차가 있는 곳으로 왔다.
멀리서 다가오는 루안이 보이자 케일은 예상했다는 듯 한숨을 뱉었다.
“에휴, 루안 공자님. 가장 먼저 탈락하셨나 보네.”
칼론의 테스트는 하루 혹은 며칠이 걸리는 팀도 있을 만큼 혹독하다.
루안은 아침에 시작해서 해가 떨어지기 전에 칼론 밖으로 나왔으니 보나마나 떨어졌을 거라 여긴 것이다.
“티는 내지 말자. 케일. 표정 관리하고. 웃지 말고. 슬픈 척 가식 떨지 말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도련님께 물어보자. 어설픈 위로는 금물. 친근한 감성으로 자연스럽게….”
케일은 목소리를 다듬었다.
“도련님. 테스트는 통과하셨습니까?”
방긋 웃음을 지으며 달려오는 케일.
“응. 집에 가자.”
루안의 목소리를 들은 케일은 발랄한 음색으로 물었다.
자기 딴엔 자연스럽다는 듯이.
“도련님. 이번 테스트가 다가 아니잖아요. 칼론은 테스트 1번 떨어졌다고 쫓겨나는 곳은 아니니 다음번엔 더 잘하실 수 있을 거예요!”
케일의 말을 아무 생각 없이 듣고 마차에 올라타려던 루안이 멈칫 했다.
“뭔 소리냐?”
“압니다. 도련님의 그 담담한 말투. 테스트 떨어졌다고 실망감을 갖지 않겠다는 뜻이란 거.”
루안이 대꾸했다.
“나 통과했는데.”
“예, 압니다. 통과하셨으니 다음 테스트는 꼭 통과… 예?”
케일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통과했다니까.”
“진짜로요?”
케일은 루안이 통과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진짜지 가짜로 통과 하냐?”
“아니, 어떤 테스트를 보셨기에 이리도 빠르게… 아직 다른 팀들은 통과한 팀이 없는뎁쇼.”
“가면서 얘기해줄게. 집에 가자.”
루안은 마차에 타자마자 잠들었다.
* * *
브리스톨 안가의 집무실.
리처드 브리스톨은 호위기사 제럴드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만….”
“뭔가?”
“루안 공자님께서 칼론의 1분기 테스트를 가장 먼저 통과하셨다고 합니다. 그것도 팀장의 신분으로 1등을 하셨다고 하더군요.”
리처드 브리스톨이 되물었다.
“그게 사실인가? 잘못 전달된 거 아니야?”
“제가 두 번 확인 해봤습니다. 칼론의 람버트 교장에게 직접요.”
“그럴 리가… 루안의 실력으로 어떻게 팀장이 되고 1등을 해? 그것도 가장 빨리 통과를 한다고?”
리처드 브리스톨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공님의 그 표정 보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제럴드의 말에 리처드는 빠르게 표정을 수습했다.
“커험. 어떻게 된 건지 말해봐.”
“저도 내용을 정확히 아는 건 아닙니다. 결과만 전달받았으니까요. 루안 공자님의 집사 케일이 말해줘서 처음엔 저도 믿지 못했습니다. 착오가 있었을 거라고 봤죠.”
“람버트 교장이 직접 말하던가?”
“예. 제가 되물어도 같은 대답이 나왔습니다. 루안 공자님께서 1분기 테스트를 가장 빨리 통과한 학생이라고요. 본인도 놀랐는지 제게 브리스톨 가문에서 강도 높은 수련을 시키냐고 물어보더군요.”
“나도 의외로군. 루안이 수련실에서 밤을 지새웠던 게 부질없는 발버둥인 줄 알았는데.”
“저도 궁금하더군요. 대체 루안 공자님께서 수련실에서 뭘 하셨던 것인지.”
리처드 브리스톨의 귀에 들어간 이야기는 가문 전체에 퍼져나갔다.
“들었어? 루안 도련님께서 칼론의 테스트를 1등으로 통과하셨대.”
“어머, 어머. 진짜야?”
“정말 의외다. 되게 유약한 도련님이라고 봤는데 어떻게 1등으로 통과하셨을까?”
“들리는 말로는 테스트 앞두고 수련실에서 브리스톨 가문의 비전을 익히셨다고 하더군.”
“그럴 리가. 브리스톨 가문의 비전서는 리처드 대공님께서 허가한 공자님들만 보실 수 있을 텐데. 루안 공자님께 허가해줬단 이야기는 못 들었다고.”
브리스톨 가문의 하인들과 시녀들은 둘만 모여도 루안의 테스트 통과 이야기를 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꽃들이 화사하게 핀 브리스톨 본가의 정원으로 흘러갔다.
곳곳에 웅장한 석조 건축의 분수대가 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분수대 사이로 꽃들의 향기가 바람을 타고 흩어졌다.
정원을 가로질러 어딘가로 향하는 여자들이 있었다.
“그게 진짜야?”
“그렇습니다. 공녀님.”
루안의 이야기는 브리스톨 가문의 제 2공녀 제니 브리스톨 이었다.
잘 차려입은 제복과 갈색 단발.
반짝이는 눈망울은 여린 감성이 느껴졌지만 허리에 찬 검에서 손을 떼지 않고 있었다.
뒤를 따르는 여자들은 모두 기사들이었다.
“루안이 엄청 달라졌구나….”
제니는 루안의 이야기에 만족스러워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그녀는 약간 그늘진 표정으로 뒤따르던 기사들에게 물었다.
“혹시… 줄리아도 알고 있니?”
“네, 3공녀님께서 가장 먼저 아셨을 걸요?”
“어쩌나…. 루안이 집에서도 쉬지 못하겠네.”
* * *
루안은 툼스톤을 차고 수련실로 가고 있었다.
“응?”
갑자기 발을 멈춰 주변을 빠르게 체크하는 루안.
툼스톤 속에서 라스칼이 말했다.
[뭐냐? 빨리 안 가냐? 동작 봐라. 애송이 놈이.]‘쉿, 조용해.’
루안의 눈과 귀가 민감하게 움직였다.
“으…. 설마 아니겠지?”
허리에 차고 있던 툼스톤에 손을 가져간 루안이 슬며시 발을 뗐다.
저벅저벅-
루안이 수련실로 걸어가는 복도는 넓지만 어둑했다.
케일이 반대편 복도에서 루안을 발견했다.
루안도 케일을 발견하자 마음을 놨다.
‘휴, 다행이군. 설마 했네.’
케일이 다가오며 물었다.
“도련님, 수련하러 가시는 거죠?”
“응, 이따가 수련실로 저녁 갖다 줄….”
루안의 말이 끝나기 전이었다.
쇄-액.
무언가 빠르게 날아왔다.
루안의 목에 느껴지는 서늘한 공기.
‘젠장!’
스릉-
툼스톤이 뽑혀 나왔다.
루안이 몸을 돌리며 뒤쪽으로 툼스톤을 휘둘렀다.
차-캉!!
“안녕?! 루안! 잘 지냈니?”
“으그극….”
루안을 덮친 검이 공격을 퍼부었다.
“자, 잠깐!”
“그동안 네게 관심을 안 줘서 미안해. 칼론에서 그렇게 잘한다며?”
“주, 줄리아 공녀님!”
케일이 루안에게 다가오다 재빨리 복도 벽으로 등을 붙였다.
“안녕? 케일.”
“아, 안녕하세요?”
챙! 챙!
루안이 뒷걸음질을 치며 줄리아의 검을 방어했다.
“으아아, 이게 뭔….”
“루안, 방어 못하면 누나한테 찔려 죽을걸?”
채챙- 챙! 챙!
줄리아의 기습에 당황한 건 루안 만이 아니었다.
[저거 뭐냐!! 빨리 해치워!! 죽게 생겼잖아!]라스칼이 루안에게 쌍욕을 퍼부어댔다.
줄리아의 검이 툼스톤과 부딪힐 때마다 푸른 오러가 발산했다.
루안이 양손으로 툼스톤을 잡고 방어하는 반면 줄리아는 한 손으로 검을 쓰고 있었다.
투-카앙!!
줄리아의 검을 막으며 뒤로 몇 미터나 물러나는 루안.
“흐억… 흐억… 줄리아 누나. 잠깐… 갑자기 이러는 게 어딨….”
“어머, 루안. 적이 기습해도 그런 말 할 거니?”
파-앗!
줄리아의 몸이 쏘아지듯 바닥을 차고 날아왔다.
라스칼이 루안에게 내질렀다.
[이 새꺄!! 저거 뭐냐니까!!]‘누나라고!’
[그럼 죽여버려!!]라스칼의 말에 루안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줄리아와 눈이 마주쳤다.
저건 죽이고 싶다고 죽일 수 있는 여자가 아니다.
줄리아 브리스톨.
브리스톨 가문의 제 3공녀이자 여기사로만 이뤄진 가문의 정예 부대인 ‘블랙 로즈’를 이끄는 기사였다.
줄리아의 갑옷에 새겨진 검은 장미가 루안의 시야에 들어왔다.
‘젠장, 망했다. 줄리아 누나의 관심을 끌 줄이야.’
과거 루안은 형편없는 재능을 가졌기에 줄리아는 관심조차 없었다.
그녀의 취미는 가문의 다른 기사들과 검을 겨누는 것.
재능 있는 기사를 보면 검을 뽑아 달려들었기에 그녀에겐 결투가 취미이자 오락이었다.
목숨이 오가는 검과 검의 충돌 속에서 희열을 느끼던 줄리아의 취미는 제 4공자인 마크 브리스톨을 칼론 최고의 기사로 졸업시켰고 제 5공자와 6공자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이들은 모두 집에 오면 줄리아의 기습과 결투에서 살아남아야 했었다.
하루라도 검술을 수련하지 않으면 줄리아의 공격에 목숨이 위험했다.
줄리아의 공격은 밤낮을 가리지 않았기에 생존을 건 수련이 집에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이들을 칼론 동급생 가운데 최고의 천재 기사로 칭송하게 만들었었다.
챙-챙!
“루안, 어딜 보니? 여길 봐야지.”
퍼억-
“쿠엑!”
루안이 줄리아의 발차기에 맞고 옆으로 굴렀다.
케일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루안에게 말했다.
“도련님!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따가 올게요!”
“저 자식 튀는 거 봐라. 저거… 으악!”
줄리아의 공격은 위험했지만 그렇다고 사망자가 발생한 적은 없었다.
압도적인 검술 실력으로 죽지 않을 만큼만 공격했으니까.
루안이 일어나 툼스톤을 휘둘렀다.
“고작 이런 공격으로 지친 거니?”
“흐억… 흐억….”
줄리아의 공격을 막느라 루안은 체력을 모두 소모했다.
“누나, 허억… 나 수련실…. 가는… 허억…비켜….”
“루안, 지금부터 수련은 누나랑 해야지, 혼자서 하면 수련이 아니잖아.”
줄리아의 웃음 가득한 표정에 루안은 침음을 흘렸다.
라스칼의 쌍욕이 들려왔다.
[애송이 자식, 너 때문에 나 까지 죽게 생겼잖아!]루안에게 줄리아가 관심을 가진 건 칼론 테스트에서 최고의 평가를 얻었기 때문.
싹수 있는 기사들을 그녀만의 독특한 대련법으로 키워내는 것에 만족과 재미를 얻었으니 지금은 루안이 그 표적이었다.
“루안, 네가 1학년까지는 재능 없다고 말이 많아서 그동안 가문에서 얼마나 걱정이 많았는 줄 아니?”
그런 걱정 전혀 안 하던데.
“이제 누나가 널 칼론 최고의 천재로 키워줄 거야. 좋지?”
“아니요. 누님. 죄송한데 아니지… 공녀님. 그냥 서로 각자 갈 길 가시는….”
휘-익!
그녀의 검이 파공음을 냈다.
루안은 툼스톤을 들고 뒤로 멀찍이 떨어졌다.
“허억… 허억….”
“오늘은 처음이니까 가볍게 한 거야.”
줄리아가 검을 든 손을 허리 옆으로 내렸다.
또각-또각-
굽이 약간 높지만 안정적으로 만들어진 그녀의 부츠 소리가 들려왔다.
루안에겐 죽음의 소리 같았지만.
“아니, 저기 누나. 걱정이 많으면 그냥 말로 해야지. 꼭 칼질을….으억!”
쉬-악!
줄리아의 검이 루안의 목젖에 닿을 듯 말 듯 움직였다.
“적은 네가 대답할 기회를 안 줘. 항상 방어를 해야 한단다.”
“칼론에서 배울… 크악!”
줄리아의 몸이 휘어지듯 루안의 옆으로 파고들었다.
검을 든 손으로 루안의 옆구리를 후려치더니 목을 잡고 바닥에 넘겼다.
“소드 레슬링 실력은 아직 형편없네. 키우는 재미가 있겠어.”
루안이 바닥에서 켁켁거렸다.
라스칼은 툼스톤 속에서 욕설을 뱉었다.
[내가 어쩌다 이런 미친 가문하고 엮였냐!! 아오!!]줄리아가 루안을 풀어줬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다음에 또 보자.”
저기요. 이제 그만 봤으면 좋겠는데요.
줄리아가 어두컴컴한 복도로 걸어가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으아… 젠장… 미친년….”
본능적으로 욕이 튀어나왔다.
루안은 툼스톤을 놓고 바닥에서 신음을 흘렸다.
“도련님! 도련님! 괜찮으세요?”
“배신자… 왔구나….”
루안의 말에 케일이 멈칫 하다 입을 열었다.
“아하하, 도련님. 저도 어쩔 수 없잖아요. 줄리아 공녀님 대련을 방해하면….”
“시끄러… 빨리 내 방으로 고기나 가져와.”
“도련님, 내일 일어나시면 근육통 장난 아니실….”
“고기 가져와!”
“넵!”
케일이 후다닥 사라졌다.
루안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줄리아의 공격은 루안이 복도와 저택의 구조 사이를 내달리게 만들었다.
드르륵-
툼스톤을 바닥에 끌면서 방으로 들어온 루안.
침대로 몸을 날렸다.
“와, 젠장 수련하러 가다가 죽을 뻔 했네. 잠깐, 여기 베인 거 아냐?”
루안이 몸을 여기저기 만져봤다.
손바닥에 피는 없었다.
“휴우….”
루안이 방에 놔뒀던 회복 포션을 벌컥 들이켰다.
라스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애송아, 저 여자 뭐냐? 누나 맞냐?]“말 시키지 마라. 젠장, 우린 완전 망했어….”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