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16
제15화. 누나 (2)
루안은 케일이 가져온 고기를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그리고 소화를 시킨다는 핑계로 수련실로 갔다.
철컥-
수련실 문을 잠근 루안이 라스칼을 소환했다.
라스칼이 짜증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
“아, 젠장. 이런 약해빠진 쓰레기한테 엮여서 뭔 고생이냐?”
“뭐? 쓰레기?”
“어쩔 수 없지. 이 몸의 능력이면 쓰레기를 재활용 할 수 있으니까.”
“뭐? 재활용?”
루안이 라스칼의 멱살을 잡았다.
라스칼이 루안의 손을 꺾었다.
“아아, 아!”
“소드 레슬링이 이렇게 형편없으니 근접전에서 그 따위로 싸웠군. 뭐 이제 네놈의 부실한 곳을 알았으니 내가 강화시켜줄게. 고맙지?”
“안 놔?!”
라스칼이 흐린 눈으로 루안을 옆으로 던졌다.
“끄악!”
“놨다. 이제 수업 시작한다. 네놈이 시급한 건 칼질이 아니었어. 레슬링부터 시작한다.”
“칼론에서 1학년 때 배웠던 건데 뭘 또 하냐?”
기사들은 검술을 배울 때 레슬링을 같이 배웠다.
소드 레슬링(Sword Wrestling) 이라고 하는 기사들의 레슬링은 검술로 근접격투를 벌일 수 있는 보조 격투술이었다.
칼론에 입학하면서 기초적인 소드 레슬링을 익힌 뒤에 검술을 익히는 것이었다.
라스칼이 주먹을 쥐고 루안을 치는 시늉을 했다.
“이걸 확 그냥. 그건 내가 가르친 게 아니니까 알 바 아니야. 어떤 쓰레기를 배웠는지 네놈 움직임을 보니 알만하네. 지금부터 네놈이 하는 건 마나 레슬링이다.”
“마나 레슬링? 그게 뭔데?”
라스칼이 루안과 마주섰다.
“손 내밀어.”
“이렇게?”
루안과 라스칼의 손이 서로를 맞잡았다.
“뭐하는 거냐?”
“먼저 발은 움직이지 말고 고정시켜. 어깨 너비로 벌리고 그렇지. 이제 여기서 잡은 손으로 밀고 당기는 힘을 느끼는 거다.”
“이걸 해서 어디다 쓰는 건데? 검술이랑 뭔 상관….”
퍽-
라스칼이 루안의 정강이뼈를 걷어찼다.
“끄으읍….”
“그냥 시키는 대로 해. 개들도 시키면 잘하는데 이건 대체….”
“뭐? 개?”
“개처럼 맞으면서 배울 거냐?”
“아냐, 아냐. 할게.”
루안은 라스칼과 손을 마주잡고 밀고 당기면서 손씨름을 했다.
“이제 네놈의 마나를 끌어올려.”
라스칼의 말에 루안은 눈을 감았다.
심장 속에서 마나가 꿈틀거리며 전신으로 뻗어나갔다.
루안의 손바닥으로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라스칼의 손으로 들어간 마나가 더 거세게 역류하듯 튀어나왔다.
“으윽….”
루안의 손으로 되돌아온 마나는 훨씬 많았다.
팔뚝이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다.
“마나 호흡을 하면서 심장으로 흡수를 시켜라.”
라스칼의 말대로 루안은 마나 호흡을 했다.
심장 속에서 마나가 빠르게 오갔다.
우우웅-
갑자기 손바닥에서 금색 빛이 뿜어졌다.
“좋아. 이제 네놈은 이 라스칼 님의 마나 레슬링의 기본기를 시작할 수 있다.”
라스칼이 루안의 손바닥을 잡고 마나를 밀어 넣었다.
“우아아?”
엄청난 압력이 루안의 몸속으로 밀려들어왔다.
그리고 두 발이 위로 뜨면서 자동으로 몸이 굳어버렸다.
라스칼이 말했다.
“내 소드 레슬링은 항상 이렇게 마나를 근간으로 공격과 방어를 한다. 기사가 익혀야할 건 검술만 있는 게 아니다. 소드 레슬링을 익혀야 네놈의 검술이 더 강력해질 수 있는 거라고.”
“으그윽…. 알았으니까 이거나 빨리 풀어.”
루안을 보며 라스칼이 잡은 손을 휙 하고 옆으로 돌렸다.
“끄악!”
라스칼의 손에 잡힌 루안의 몸이 360도로 회전하며 바닥에 떨어졌다.
“마나 레슬링은 적의 몸 어느 곳이든 네놈의 마나를 흘려 넣는 걸 기본으로 한다. 그러면 적의 밸런스가 무너지고 네놈에게 공격 기회가 생기지.”
그제야 루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군. 다시 해볼게.”
라스칼과 손을 맞잡은 루안이 마나를 흘려 넣었다.
이번에도 더 많은 마나가 밀려들어왔다.
“끄윽….”
“무턱대고 마나만 집어넣는 게 아니다. 네놈이 싸울 적의 마나를 정확하게 감지하면서 몸속에 마나를 넣을 틈을 찾아야 하는 거야.”
루안은 라스칼과 손을 마주잡고 계속 마나 레슬링의 기술을 연습했다.
* * *
다음 날.
루안은 집에 오자마자 빠르게 주변을 경계했다.
“케일, 없냐?”
“도련님. 없습니다.”
루안은 케일을 앞세워 뒤따라가고 있었다.
케일은 수련실로 가는 복도와 계단 사이를 탐색했다.
“여기도 없습니다.”
“휴우, 좋아. 없으니까….”
“뭐가 없니?”
“뜨아아!!”
루안과 케일이 소릴 질렀다.
어느 샌가 등 뒤에 나타난 줄리아가 검을 루안의 목젖에 겨눴다.
“루안, 넌 기척을 감지하는 능력이 아직 부족하네. 재미있는 기습을 하려면 그 능력을 먼저 키워야 한단다.”
“저기요, 누님. 아니 공녀님. 임무 맡으신 거 없으세요?”
루안의 곁으로 다가온 줄리아가 귓속말을 했다.
“널 강하게 키우는 게 내 임무란다.”
줄리아가 루안을 보면서 윙크를 날렸다.
“누님. 그건 가문에서 할 임무가 아니지 않….”
“쉿, 이제 수업을 시작해볼까? 먼저 루안 네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한 훈련을 할 거야. 잘 막아, 찔리지 말고. 알았지?”
줄리아는 루안의 말을 자르고 검을 휘둘렀다.
피-잉!
챙, 챙.
루안의 툼스톤이 줄리아의 검을 가까스로 막아냈다.
“호오? 어제보다 몸놀림이 좋아졌네?”
수련실에서 라스칼에게 배웠던 마나 레슬링 훈련은 루안의 감각을 디테일하게 높여줬었다.
단 하루였지만 루안은 라스칼의 손을 밀고 당기면서 마나의 흐름을 몸의 감각으로 끌어올렸었다.
줄리아의 검이 공기를 가르며 루안에게 향할 때마다 심장 속 마나가 꿈틀거렸다.
[보기보다 제법이네. 하루 만에 성장한 것 치고.]라스칼의 칭찬인지 조롱인지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루안, 속도를 좀 더 높여볼게.”
“으아아!”
챙, 챙, 챙.
줄리아의 쾌검이 루안에게 날아왔다.
“젠장, 여기는 너무 어두워.”
루안은 복도에서 도망쳤다.
파-앗.
줄리아가 엄청난 속도로 쫓아왔다.
“케일! 빨리 그레고리 경을 데려와!!”
“아, 넵!”
“안녕? 케일.”
“안녕하세요? 공녀님.”
루안이 복도를 빠져나갔다.
줄리아가 케일을 보며 바람처럼 사라졌다.
두 사람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던 케일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루안 도련님…. 어떡하냐… 줄리아 공녀님 표적으로 완전 찍혀버리셨어….”
* * *
“허억…허억….”
루안과 줄리아의 대결은 브리스톨 저택의 곳곳에서 이뤄졌다.
줄리아는 루안을 가문에서 소유한 창고들이 있는 뒤뜰로 몰아세웠다.
“응? 저건 루안 도련님과 줄리아 공녀님 아닌가?”
“이봐, 줄리아 공녀님께서 검을 들고 계셔.”
“뭐라고?”
창고 근처를 지키던 경비대가 루안과 줄리아를 발견했다.
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음이 울려 퍼졌다.
“줄리아 공녀님께서 관심을 가지실 줄이야… 루안 도련님의 재능이 이제야 빛을 발하시는 건가?”
“저것 봐. 루안 도련님이 도망치잖아.”
“어쩔 수 없지. 줄리아 공녀님의 검술을 1대 1로 당해낼 기사는 대공 각하를 비롯해서 브리스톨 가문에서도 몇 몇 뿐이니까.”
“그레고리 경은 또 어디 계신 거야? 줄리아 공녀님이 혹여 흥분하시면 우리로선 감당 못하는데.”
“그러니까 멀리 떨어져 있자고.”
경비대 소속 기사들은 멀리서 벌어지는 싸움 구경만 하고 있었다.
챙, 채챙, 챙, 챙.
“루안, 허리가 비었어.”
차캉-
툼스톤을 들어 허리를 막자 줄리아의 검이 빗겨갔다.
“방금 움직임 마음에 드는구나. 이번엔 다른 쪽을 찔러볼까?”
“으아아!”
루안은 전력을 다해 줄리아의 검을 막았다.
줄리아의 대련은 아이러니하게도 브리스톨 가문의 기사들 실력을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공헌을 하고 있었다.
브리스톨 가문 휘하의 기사들은 재능 여부를 가릴 때 줄리아와 대련을 해본 적이 있는지를 따졌었다.
그녀는 잠재력이 없는 기사들에겐 관심을 두지 않았으니까.
“듣던 것보다 재능이 뛰어나구나. 루안. 그래야 브리스톨이지.”
줄리아의 칼날이 더욱 거세졌고 그녀의 표정은 만족감으로 가득했다.
휘리릭-
채챙!
루안의 툼스톤을 줄리아의 검이 빠르게 훑으며 파고들었다.
[애송아, 심장, 심장!]다급한 라스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안이 심장으로 들어오는 줄리아의 검을 튕겨냈다.
“후아!!”
[젠장! 방금 찔릴 뻔했잖아! ]루안이 심장을 찔리면 라스칼은 죽을 수 있다.
줄리아의 검이 다시 궤적을 그리며 날아왔다.
[또 심장이다! ]“으아! 젠장!”
줄리아의 검을 막아낼 때마다 뒤로 물러나는 루안.
라스칼에게 배웠던 마나 레슬링을 쓸 기회조차 없었다.
[고작 하루 배운 걸로 뭘 하겠다는 거냐? 지금은 심장이나 방어하라고! 다른 덴 다 찔려도 심장만은 찔리지 마라! 찔리면 죽여버릴 거니까.]‘이 자식이 진짜.’
“허억… 허억….”
루안은 체력이 부족했다.
반면 줄리아는 호흡 하나 흐트러짐이 없었다.
“루안, 지금 네가 지친 이유를 알려줄게. 넌 움직일 때마다 마나를 과도하게 끌어 쓰고 있어.”
그녀는 루안이 마나를 쓰는 것을 모두 감지하고 있었다.
“마나를 컨트롤하고 싶다면 호흡과 몸의 동작을 일치시키는 연습이 좋아.”
줄리아는 검을 들어 루안에게 동작 하나를 보여줬다.
그녀의 훈련은 항상 비슷했다.
대련을 하면서 발견한 틈을 섬세하게 다듬어 메꿔버리는 것.
위험한 것처럼 보여도 줄리아의 대련에서 사망자가 없었다는 것이 브리스톨 가문의 전력을 강화시키는 증거였다.
아무리 철저히 훈련시켜도 죽어버리면 의미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 바로 그렇게 하는 거야.”
루안은 줄리아가 시키는 대로 동작과 호흡을 일치시켰다.
위험한 공격을 펼쳐도 대련은 대련이었다.
줄리아는 루안의 동작과 호흡이 일치하자 다시 검을 휘둘렀다.
“누님, 제가 지금 너무 지쳤….”
“기합을 질러! 적들은 네가 지쳤다는 걸 알면 더 몰아붙일 거야. 나처럼!”
줄리아의 공세가 훨씬 강렬해졌다.
“체력은 대련을 하면서 키우는 거야. 계속 발을 움직여, 더 빨리!”
“으아아아!!”
루안이 창고들을 가로질러 다른 곳으로 도망쳤다.
줄리아의 검을 막으면서 체력을 회복할 순 없었다.
그녀의 검은 화살처럼 쏟아졌으니까.
“도망치는 것도 전략이지. 위험한 곳은 빠르게 벗어나는 것도 기사로서 갖춰야 할 기본.”
줄리아가 빠르게 루안을 추격했다.
“허억, 허억.”
루안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라스칼이 신음을 흘렸다.
[으으… 애송아. 어떻게든 도망쳐라.]심장 속에 봉인 당한 라스칼은 루안처럼 지쳐 있었다.
“젠장, 칼론보다 집이 더 힘들어!!!”
루안이 소릴 지르는 사이.
퍽-
앞쪽에서 줄리아가 나타나 루안의 복부를 걷어찼다.
“커윽.”
“도망쳐도 항상 시야를 넓게 잡아야지.”
루안의 머리채를 잡고 일으킨 줄리아.
“이야압!”
줄리아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어머, 여자 얼굴을 때리려고?”
퍽-퍽-
본전도 못 건졌다.
루안의 팔을 꺾은 줄리아가 깔깔거렸다.
“검을 든 적의 팔을 꺾을 땐 항상 여기를 눌러서 꺾으면 간단히 제압할 수 있지.”
“끄아아!”
루안이 라스칼에게 물었다.
‘라스칼, 여기서 어떻게 빠져 나가냐? 뭐라도 해 봐.’
[…….]라스칼은 대답이 없었다.
이미 기절한 걸까?
루안도 기절하고 싶었다.
“자, 어떻게 빠져 나갈거니?”
“끄으…. 누님이 풀어줘야죠!”
“적이 널 잡아도 풀어줄까?”
“끄아아!”
줄리아는 루안의 관절을 꺾으면서 바닥에 던지고 일으켜 세웠다가 또 던졌다.
“루안, 루안?”
바닥에서 개처럼 끌려 다니던 루안이 기절했다.
줄리아는 소매에서 포션 하나를 꺼냈다.
루안의 얼굴을 적셨다.
“푸핫!”
“루안, 아직 갈 길이 멀구나. 오늘은 기절 했으니까 이걸로 끝낼게. 내일 보자.”
“……. 잠깐만요. 누님….”
이미 줄리아는 사라지고 없었다.
* * *
루안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도련님, 도련님?”
케일이 슬며시 들어왔다.
루안은 대답이 없었다.
“아유, 이 몰골 좀 봐요. 도련님. 줄리아 공녀님께서 훈련 잘 견디셨다고 이걸 보내셨어요.”
케일이 루안의 눈치를 보면서 가져온 물건을 꺼냈다.
루안은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도련님, 이걸 좀 보세요.”
루안의 시야에 케일의 손가락이 보였다. 손가락 사이에 반짝이는 것이 루안의 눈동자를 자극했다.
“뭐냐? 그건….”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