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17
제16화. 랜돌프의 반지 (1)
케일의 손가락에서 빛나는 것은 반지였다.
“줄리아 공녀님께서 루안 도련님께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도련님 오늘 줄리아 공녀님하고 훈련하시다 기절하셨다면서요?”
“아, 이 자식이 누굴 놀려? 이 꼴 보면 감이 안 오냐?”
루안은 방에 오자마자 회복 포션을 원샷 했다.
포션 아니었으면 며칠 움직이지도 못했을 것이다.
“에이, 도련님 너무 화내지 마세요. 그래도 얻은 게 있잖아요?”
“이게 무슨 반진데?”
“줄리아 공녀님 말씀으로는 그냥 마나 회복 시켜주는 훈련 반지라고 합니다.”
“훈련 반지?”
“네, 마법사들이 마법 수련을 할 때 많이 쓰는 건데 이걸 착용하면 마나 회복을 빠르게 돕는 아티팩트라고 하셨어요.”
반지를 보던 루안.
‘가만 있자… 이거 어디서 봤더라?’
루안에게 어딘가 낯이 익은 반지였다.
반지를 요리조리 보니 미세하게 새겨진 고대 룬어가 반지 안쪽에 가득했다.
‘이걸 내가… 아, 그렇지!’
반지를 보던 루안의 기억 저편에서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랜돌프의 반지잖아..’
기억 속의 랜돌프의 반지가 루안의 손 안의 반지와 겹쳐졌다.
‘진짜야. 이거 랜돌프의 반지야.’
반지를 보면서 루안이 주먹을 떨었다.
랜돌프의 반지.
대마법사 랜돌프가 썼던 반지였지만 알려진 게 거의 없는 아티팩트였다.
이 반지의 능력을 루안이 알고 있던 것은 과거에 본 적 있기 때문이었다.
랜돌프의 반지는 리니아 대륙의 역사에 사라진 유물이었다.
그리고 랜돌프의 반지의 능력이 떠올랐다. 그런데 7년 뒤쯤인가? 이 반지의 진짜 능력인 ‘변신’을 이용한 대박 사기꾼이 잡힌 사건이 있었다. 그때 이 반지의 진정한 능력이 공개되었었지.
‘대박… 이게 내 손에 들어오다니. 잠깐… 그러고 보니 이걸 내게 줬다는 건 이 반지의 능력을 아무도 모른다는 거잖아?’
루안은 케일을 힐끔거렸다.
케일이 씨익 웃었다.
‘얘는 확실히 모르고….’
랜돌프의 반지가 맞는지 좀 더 확인이 필요했다.
일단 지금은 표정 관리나 하자.
반지를 만지작거리는 루안에게 케일이 말했다.
“도련님, 줄리아 공녀님이 훈련이 워낙 거치신 분이셔서 그렇지 마음은 참 따뜻하신 분….”
“내 마나를 빨리 회복시켜서 더 굴리시겠다?”
루안의 말에 케일이 입을 다물었다.
“후우…. 젠장….”
“도련님.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하시죠.”
“네가 붙어 봐.”
“에이, 저는.. 집사잖아요.”
루안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비볐다.
“젠장, 이런 훈련을 했다가는 죽고 말거야.”
“도련님, 약한 소리 하지 마시죠! 제4공자님이신 마크 브리스톨 도련님과 5공자이신 게릭 브리스톨 도련님, 그리고 6공자이신 제레미 브리스톨 도련님 모두 줄리아 공녀님의 훈련을 견뎌내셨잖아요.”
“그랬었지….”
“천재의 재능을 더욱 빛나도록 갈고 닦아주신 줄리아 공녀님께 다른 도련님들께서는 선물로 감사함을 전하셨는데 도련님께는 선물까지 주셨잖아요? 이건 공녀님께서 도련님의 재능을 특별하게 여기신다는 뜻이에요.”
“선물 안 했으면 형들 다 죽였겠지.”
“에이, 도련님. 그런 말씀 하시다가 공녀님이 진짜로 칼 들고 오시면..”
달그락-
“히익!”
루안과 케일이 소리가 난 쪽으로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바람이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였다.
“휴우….”
루안이 랜돌프의 반지를 손가락에 끼웠다.
마나 호흡을 하자 몸속의 마나가 빠르게 회복하기 시작했다.
“아, 이거 좋기는 하네.”
마나 회복이 엄청나게 빨랐다.
회복 포션을 마실 필요 없었다.
물론 랜돌프의 반지가 가진 진짜 능력은 마나 회복 따위가 아니었다.
대마법사 랜돌프는 자신의 반지가 엉뚱하게 쓰이지 않도록 하려고 랜돌프의 반지를 다른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도록 만들어놓고 죽었다.
바로 마나 회복만 돕는 평범한 훈련 반지로 모습을 바꿔놓았던 것.
이런 훈련 반지 또한 성능에 따라 가격이 달랐고 브리스톨 가문처럼 고위 귀족에게 들어오는 훈련 반지는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었다.
랜돌프의 반지가 훈련 반지의 모습으로 브리스톨 가문에 들어왔던 것은 루안에게 엄청난 행운이었다.
“마법사들의 훈련 반지… 나쁘지 않은데?”
루안은 기분이 좋아졌다.
“이 반지를 착용하시면 도련님께서 마나 수련을 더 잘하실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줄리아 공녀님이 선물 잘 안 하시는 분이신데 다들 의외라고 그러시더라고요.”
“어련하시겠어.”
줄리아 브리스톨은 다른 국가로 임무를 맡아 떠나면 돌아올 때 항상 독특한 것들을 많이 가져왔었다.
대부분 기사로서 강해질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젠장, 어쨌든 줄리아 누님한테 살아남으려면 빨리 강해지는 수밖에.”
“바로 그런 마음가짐이 공녀님께서 원하시는 것입니다. 도련님. 하하하.”
“넌 누구 편이냐? 내 집사 맞냐?”
케일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휴우.. 나 좀 잘 테니까 고기 좀 가져와줘.”
“무슨 고기로 가져올까요?”
“있는 거 다 가져와.”
“알겠습니다.”
케일이 나가자 라스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놈 그 반지 랜돌프의 반지냐?]라스칼이 루안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알아봤다.
평범한 훈련 반지였지만 랜돌프의 반지에서만 흘러나오는 마력을 감지한 것이었다.
“맞아. 근데 이걸 어떻게 쓰는 건지는 모르겠어. 내가 아는 이 반지의 능력은 변신이 가능한 거였거든.”
[난 알고 있지.]“진짜냐? 알려줘.”
[싫어.]“에이, 치워라. 내가 알아내야지.”
[어려울 거다. 큭큭.]랜돌프의 반지를 만지작거리던 루안은 침대에서 곯아 떨어졌다.
* * *
루안은 날마다 줄리아 브리스톨과의 대련을 견뎌야 했다.
칼론에 갔다와서 집에서는 줄리아의 공격을 방어했고 대련이 끝나면 수련실에서 라스칼과 수련을 했다.
회복 포션을 날마다 10개는 기본으로 마셨다.
가문의 시녀들은 루안의 방과 수련실에서 회복 포션 상자를 치우면서 탄식을 흘렸다.
“세상에… 대체 하루에 회복 포션을 몇 병을 드시는 거야?”
“줄리아 공녀님하고 대련을 할 때마다 다치시는 데가 많아졌데. 이제 줄리아 공녀님도 루안 도련님을 본격적으로 공격하신다는 걸 보니 실력이 엄청 느셨나봐.”
“어쩐지… 공녀님이 기분 엄청 좋으셨던 게 그것 때문이었군.”
줄리아와의 대련은 루안에게 실전 감각을 엄청나게 끌어올렸었다.
라스칼과의 수련으로 마나 레슬링 실력이 발전했고 이걸 줄리아와의 대련에 써먹었다.
검술은 줄리아에게 마나 레슬링과 마나 호흡 등 기초 수련은 라스칼에게 배워서 나날이 성장하는 루안이었다.
* * *
다그닥- 다그닥-
칼론에 나가지 않는 휴일이었다.
루안은 마차를 타고 제국의 도심지를 누비고 있었다.
“도련님. 어디 가실 데가 있으신 거예요?”
“그냥 모처럼 사람 구경이나 하려고.”
“그동안 도련님께서 너무 수련실에만 계셨어요. 이렇게 사람들 모이는 곳에 가서 제국 사정을 알고 그러셔야….”
“케일, 나 여기서 내릴게. 마차 대기하고 있어.”
“응? 도련님, 저도 갈게요.”
“넌 여기 있어.”
루안이 케일을 마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길가로 후다닥 사라지는 루안.
그런 루안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새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제국의 마법사들이 가장 많이 찾는 루루 거리.
이곳은 마법 아티팩트를 비롯한 온갖 마법 정보가 흘러들어오는 곳이었다.
루안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랜돌프의 반지 때문이었다.
“보아 하니 기사 같은데 여긴 어쩐 일로 오셨소?”
가장 먼저 들어간 곳은 고대 마법 서적들을 판매하는 고서점.
루루 거리에서 가장 큰 고서점으로 브리켄슈타인 제국의 모든 마법 서적을 다루는 곳이었다.
고서점의 주인은 루안을 훑어보면서 물었다.
“아직 기사라고 하기엔 너무 어리고… 칼론의 학생인가?”
“그렇습니다.”
“나는 몬테로라고 하네. 이 서점의 주인이지.”
몬테로는 마법 서적의 먼지를 털어내고 있었다.
“혹시 여기에 랜돌프의 반지에 대해 쓴 책도 있나요?”
“랜돌프의 반지? 아, 고대의 대마법사 랜돌프가 썼다던 그 아티팩트 말하는 거로군. 하하, 그 반지에 대해 직접 본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네. 이곳에 들어온 랜돌프의 반지 서적들은 모두 그 반지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정말 아직도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 쓰여 있지. 반지의 능력에 대해 쓴 책은 나도 본 적이 없어.”
라스칼의 비웃음이 들려왔다.
[큭큭, 내가 뭐랬냐? 랜돌프의 반지를 아는 인간은 지금은 다 죽고 없다고.]‘어차피 넌 안 알려줄 거라며? 뭔 상관인데?’
[뭐, 네놈이 하는 행동을 봐서 알려줄 수도 있고 안 알려줄 수도 있고 그런 거지.]루안은 몬테로의 서점에서 나왔다.
‘좋아, 나한테 뭘 원하는 거냐?’
[먼저 내 본체를 찾아주겠다고 약속해라.]‘알았어, 찾아줄게.’
[아니야, 그딴 거 말고. 내게 서약을 하라고.]‘뭐? 그게 뭔데?’
[따라와.]루안은 라스칼이 말하는 곳으로 발을 옮겼다.
* * *
마법 거리에서 북서쪽으로 올라가면 인적이 없는 숲이 나왔다.
“자, 네가 시키는 대로 여기에 왔다. 뭘 하라고?”
[날 소환해.]루안은 라스칼을 정령 형태로 소환했다.
금빛이 뿜어져 나오며 라스칼이 나타났다.
“큭큭, 내 본체를 찾아주겠다고 서약을 하면 나도 랜돌프의 반지에 대해 알려줄게. 됐지?”
“좋아, 빨리 하자고.”
“먼저 무릎부터 꿇어.”
“뭐라고?”
“장난치는 거 아니니까 일단 꿇으셔.”
루안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좋아, 아주 보기 좋은 자세야. 큭큭.”
“시끄럽고, 빨리 하라고.”
“서약은 네놈이 나한테 하는 약속이야. 내가 하는 게 아니라 네가 해야지.”
“뭐라고 할까?”
라스칼이 팔짱을 끼고 만족스런 표정으로 루안을 바라봤다.
“널 무릎 꿇리고 이렇게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니까.”
“안 해. X발.”
일어나는 루안의 어깨를 라스칼이 붙잡았다.
“장난 좀 친 것 갖고 뭘 그러냐? 일단 계속 꿇어봐.”
다시 무릎 꿇은 루안의 머리에 라스칼이 손을 얹었다.
우우웅-
금빛 오러가 뿜어져 나왔다.
“내 말을 잘 듣고 따라 해라. 루안.”
라스칼의 말이 울려 퍼졌다.
『계약자로서 검 앞에 서약을 하나니 계약을 한 목숨을 걸고 행할지어다.』
“들었지?”
루안이 입을 열었다.
라스칼의 말대로 따라하자 금빛이 루안을 둘러싸더니 사라졌다.
“이제 넌 단순 계약자에서 내게 서약을 한 몸으로 격이 올라갔다. 내 본체를 찾아주겠다는 서약이지. 큭큭.”
“알았으니까 이제 네 약속을 지켜야지. 랜돌프의 반지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말해봐.”
“여기서는 말할 수 없어. 수련실에서 알려줄게. 그런데 너 그 반지가 쓰고 싶냐?”
“왜? 문제 있어?”
“문제 같은 건 없지만 랜돌프의 반지는 솔직히 마법사들에게나 필요하지, 기사인 너한텐 쓸모없거든.”
“변신 능력이 쓸모없다고?”
“기사가 변신할 시간에 적을 죽여야지. 솔직히 마법사들도 내가 볼 땐 저딴 반지 끼고 다니는 거 전투 목적이 아니라 그냥 사적인 목적이 더 많았어.”
“사적인 목적?”
“예를 들어 다른 마법사의 비밀스런 마법 실험 정보를 훔치러 변신을 해서 잠입한다던지 뭐 이런 거지.”
“아….”
“솔직히 그런 것도 어설픈 마법사들에게나 통하지 고급 마법을 터득한 상위 마법사들에겐 안 먹혀. 변신 마법을 다른 마법사들이 못하는 것도 아니고.”
“나한텐 마나 회복이라도 시켜주니까 없는 것보단 낫지.”
“그거 말고 내 능력을 가르쳐주마.”
“네 능력?”
“일단 네 수련실로 가. 그럼 알려줄게.”
루안은 라스칼의 소환을 해제하고 케일이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갔다.
“도련님. 뭐하고 오셨어요?”
“줄리아 누님 집에 없지?”
“지금 시간이면… 아직 안 들어오셨을 걸요. 대공 각하님께서 어제 새벽에 임무를 맡기셨다고 했거든요.”
“빨리 가자.”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