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18
제17화. 랜돌프의 반지 (2)
변신 마법의 대가 랜돌프 제이콥스.
그를 뒤따르던 제자들만큼 적들도 많았다.
한때 리니아 대륙 어느 나라를 가도 항상 벽보에 붙은 수배서가 있었다.
바로 랜돌프의 수배서였다.
『배신자 랜돌프』
어느 수배서를 보든 항상 적혀 있는 랜돌프의 별칭.
랜돌프는 다른 마법사들과 달리 언제나 변신 마법으로 활동하였다.
그의 마법은 모든 것으로 변신할 수 있기에 원하는 모든 곳을 침입할 수 있었고 모든 사람을 속일 수 있었다.
랜돌프의 변신 마법을 배우려는 사람들은 많았으나 제대로 익힌 자들이 없었다.
그래서 랜돌프는 자신의 변신 마법을 쓸 수 있는 반지를 만들었고 몇 개의 반지가 세상에 나왔을 즈음 그는 죽었다.
반지에 마나를 담아 마법을 쓸 수 있는 아티팩트를 넘어 마나가 없는 사람도 변신을 하는 반지는 만드는데 많은 위험이 뒤따랐다.
결국 랜돌프는 자신의 마나와 목숨을 소진하였고 그의 반지는 몇 안 되는 유품으로 세상을 떠돌게 된 것이다.
그 반지가 지금 루안의 손가락에 끼어 있었다.
“이거보다 네 능력이 더 좋다고?
“물론이지. 솔직히 난 말이지. 랜돌프 그 덜 떨어진 놈이 대마법사라고 불린 것도 난 마음에 안 들어.”
“너, 랜돌프를 아냐?”
“아주 옛날에.”
“좋아, 그럼 네 능력을 나한테 알려줘. 네 능력이 뭐냐?”
“그 전에 네가 나한테 약속할 게 있다.”
“말해봐.”
“내 본체를 찾아줄 걸 약속해라.”
“뭐? 네 본체는 그… 모습이 아니었냐?”
루안은 정령의 형태를 띈 라스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내 본체는 검이다.”
“그렇군. 그럼 네 검을 찾으면 내가 얻는 건 뭐야?”
“내 본체를 쥐고 쓸 수 있는 주인이 될 수 있지.”
“검은 그냥 누구든 찾으면 쓸 수 있잖아.”
“에고소드는 달라. 검에 깃든 에고의 허락 하에 계약을 하지 않으면 진짜 힘을 쓸 수 없으니까.”
“에고소드가 정확하게 뭐냐?”
과거에도 루안은 에고소드에 대해 들어봤을 뿐 직접 본 적이 없었다.
뛰어난 재능의 기사들일수록 평생에 걸쳐 찾아 헤맨다던 전설의 검.
소드 바이블(Sword Bible)에서 봤던 에고소드들의 이야기만 놓고 보면 그럴 만 했지만 현실적으로 본 적이 없는 걸 쫓는 기사들은 한심하다고 여겼었다.
라스칼과 회귀를 하기 전까지는.
“에고소드는 나처럼 위대한 힘을 가진 정령이 깃든 검을 말한다. 내 능력을 쉽게 말하자면 그냥 남의 것을 빼앗아서 내 것처럼 쓰는 거다.”
“양아치네.”
“개소리하지 말고 들어봐. 이건 엄청난 거라고. 넌 내 능력 하나로 세상에 원하는 걸 다 손에 넣을 수 있다니까?”
“어떻게?”
“다른 기사들은 아무리 강해져도 사실 기사라는 범위에서 벗어날 수 없어. 그건 너도 알지?”
“그렇지.”
“마법사와 전투가 벌어져도 기사들은 오직 검술에 의해서만 공격과 방어가 가능하지. 마법을 쓸 수는 없거든. 하지만 내 능력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마법을 쓸 수 있다고?”
루안의 눈이 커졌다.
“마법뿐만이 아니다. 리니아 대륙에 기사와 마법사만 있는 게 아니잖아? 쐈다 하면 다 죽이는 궁수도 있고 은밀한 그림자처럼 적을 죽이고 사라지는 암살자도 있다. 그리고 죽음의 힘을 소환하는 네크로맨서도 있고 엘프, 드워프, 오크, 드래곤 등등 저마다 종족 고유의 능력을 가진 존재들도 많지.”
“그럼 그런 놈들의 능력까지 빼앗을 수 있다고?”
“그렇다면 어쩔래?”
“그게 어떻게 가능 한 거냐? 마법이냐?”
“마법은 아니고 뭐 말하자면 그냥 내 능력이지. 난 약탈의 검.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뭐든지 내가 원하는 대로 뺏어서 내 것처럼 쓸 수 있는 게 내 능력의 핵심이다.”
라스칼의 설명은 흥미로웠다.
단순히 남의 능력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약탈하여 내 것처럼 쓰는 능력이라니.
그것도 인간만이 아닌 이종족들의 능력까지 빼앗아서 마음대로 쓸 수 있다고?
‘이거 생각보다 엄청난 능력인 걸? 그런데… 드래곤?’
루안이 라스칼 에게 물었다.
“아까 드래곤이라고 했지? 설마 드래곤의 힘까지 약탈이 가능한 거냐?”
“물론이지. 내 능력이지만 내가 나 자신이 정말 뿌듯하다고 느꼈던 게 바로 그 부분이다.”
드래곤은 리니아 대륙에 가장 위험한 존재.
직접 마주할 만큼 실력이 뛰어난 기사와 마법사들은 드물었기 때문에 살아있음에도 신화적인 존재처럼 느껴지는 게 자연스러웠다.
그런 드래곤들의 힘을 약탈로 빼앗는다?
정말 가능한 거라면 루안은 무시무시한 힘을 손에 넣는 것이었다.
“빼앗아봤어?”
“아주 옛날에. 지금은 극히 일부 능력만 남았고 나머진 모두 까먹었다.”
“뭐야? 다른 능력도 아니고 드래곤의 능력을 뺏었는데 어떻게 까먹을 수 있냐?”
“내 능력은 나와 계약한 인간을 통해서 힘을 발휘한다. 나와 계약한 인간이 죽으면 인간과의 계약이 사라지고 내 능력 또한 모두 사라지지.”
“아, 그렇군. 그럼 에고소드의 능력은 인간과의 계약이 주어져야 가능 한 거야?”
“대부분 그렇지. 넌 나와 계약을 했고 서약을 말했으니 내 능력을 쓸 수 있는 권능이 생긴 거야.”
“그럼 다른 에고소드도 모두 나처럼 계약을 하면 능력을 쓸 수 있는 거지?”
“그렇지.”
“다른 에고소드의 능력도 뺏을 수 있냐?”
“아까 말했잖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능력을 약탈할 수 있다고. 에고소드 야말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능력들이 많아서 발견만 하면 다 뺏어버릴 수 있지.”
라스칼이 킥킥대며 웃음을 터뜨렸다.
마치 과거에 재미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는지 표정은 행복한 악동 같았다.
“으음, 그럼 너랑 내가 계약을 했으니 나도 그걸 쓸 수 있다는 거군.”
“그러니까 랜돌프의 반지 따위보다 내 능력을 연습하라는 거다. 변신 능력 따위 그냥 나중에 마법사 하나 걸리면 뺏어서 쓰면 그만이라고.”
“하지만 마나 회복력은 좋은 반지야. 훈련할 때 필요하잖아.”
“돈 많은 가문이면서 뭔 걱정이야? 그냥 포션 마셔.”
라스칼의 말을 들으면서 루안은 랜돌프의 반지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마나 회복은 그냥 포션을 계속 먹으면 되는 것이고 변신 능력 또한 기사인 자신에게 중요한 능력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루안은 라스칼의 능력이 있으면 변신 능력도 가능했으니까.
‘확실히 라스칼의 약탈 능력만 있으면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손에 넣을 수 있을 거 같아. 그렇다면…?’
팔짱을 끼고 루안을 바라보는 라스칼.
그런 라스칼을 반짝이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루안.
라스칼이 말했다.
“내 능력의 가치를 알아낸 눈빛이로군. 그럼 이제 능력을 보여주마. 밖으로 나가자.”
* * *
루안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문을 닫고 다시 라스칼을 소환했다.
“여기서 뭐할 거냐?”
“아주 간단한 것부터 보여주마. 네가 쓸 수 있는 약탈을 이렇게도 써먹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하니까.”
라스칼은 방안의 책상에 놓인 책 한 권을 가리켰다.
칼론에서 필수로 배우는 교과서 중 하나인 소드 바이블이었다.
“이 책의 내용 다 알고 있냐?”
“소드 바이블? 장난 하냐? 이걸 어떻게 다 알아?”
“지금부터 이 책의 모든 내용을 네가 약탈로 머릿속에 집어넣을 수 있어. 그럼 앞으로 이론 수업이나 시험 볼 때 그냥 넌 놀아도 될 거야.”
라스칼의 말에 루안이 물었다.
“어떻게 약탈하냐?”
“간단하다. 이 책을 손으로 만져.”
라스칼이 시키는 대로 루안은 소드 바이블을 손으로 만졌다.
“그 다음은?”
“네가 원하는 정보가 소드 바이블의 모든 내용이라는 것을 마음속에 각인시키고 그 의지를 떠올려라. 그럼 나머지는 네 몸이 알아서 반응할 거야.”
루안은 소드 바이블을 손으로 잡고 라스칼의 말대로 정보를 원하는 의지를 떠올렸다.
우웅-
미세한 떨림이 루안의 손가락을 타고 몸속으로 전해졌다.
“좋아, 이제 여기다 내용을 써봐.”
루안은 빈 종이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응? 어라?”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루안의 만년필은 쉬지 않고 빈 종이를 채워나갔다.
‘소드 바이블의 내용이잖아. 이걸 내가 다 외운 적도 없는데…. 이게 약탈의 힘인 건가?’
어려운 내용들로 가득한 소드 바이블.
루안은 소드 바이블을 본 적은 많아도 제대로 머릿속에 들어온 건 얼마 없었다.
대부분의 칼론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교과서가 소드 바이블이었다.
그야말로 검에 대해 모든 것을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서적.
소드 바이블의 내용을 모두 외울 수만 있어도 칼론의 모든 이론수업과 시험은 놀면서 통과할 거라는 말이 그냥 나도는 게 아니었다.
그런 책의 내용을 루안은 펼쳐보지도 않고 그저 손으로 잡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빈 종이에 거침없이 써나가고 있었다.
소드 바이블의 내용을 하나도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이럴 수가….”
“쓰고도 못 믿겠지?”
한참을 써내려간 루안은 소드 바이블을 펼쳤다.
소드 바이블을 옆에 펼쳐서 자신이 썼던 내용을 확인해봤다.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똑같았다.
그저 손으로 만져 약탈을 한 것만으로 소드 바이블의 모든 정보가 루안의 머릿속에 들어온 것이었다.
“이렇게 약탈을 써먹을 수 있는 거야.”
루안은 과거의 경험이 떠올랐다.
‘이 능력이 있었다면 그런 인생 안 살아도 됐을 거야.’
너무 쉽게 소드 바이블의 모든 내용을 알아버린 루안.
칼론에서 가장 어려운 교과서를 펼쳐보지도 않고 통째로 약탈해서 알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과 비교 자체가 의미 없었다.
“이거 혹시 다른 사람이 알고 있는 기억이나 정보를 약탈할 수도 있냐?”
“가능하지. 그런 건 기본이니까.”
정보를 약탈한다?
루안은 과거에 겪었던 전장에서 정보의 가치를 실감했던 적이 많았다.
잘못된 정보로 인해 우세한 전력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전세가 역전되는 일은 흔했다.
은밀한 정보를 갖고 있는 것만으로 귀족, 왕족, 황족들까지 손에 넣고 쥐락펴락 하는 이들도 있었다.
루안은 과거 경험으로 비추어 보건데 라스칼의 약탈은 자신에게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느꼈다.
‘정보 또한 힘. 만약 리니아 대륙의 고급 정보들을 약탈한다면?’
단순히 물리적인 힘뿐만이 아니라 지적인 힘에서도 크게 앞서갈 수 있었다.
특히 상위 귀족들과 황족, 왕족 등 여러 기득권 세력들은 정보에 의해 움직이는 자들이었다.
루안으로서 얼마든지 이들과 거래를 할 수 있고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고 이끌 수 있었다.
모두 상황에 필요한 정보만 손에 넣었다면 말이다.
‘누구에게나 숨겨야 할 비밀이 있어. 특히 상위 귀족일수록 왕족과 황족일수록 더 하지. 라스칼의 능력으로 놈들의 비밀을 약탈해낸다면?’
루안으로서 최고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순간일 것이다.
단순히 검술만 잘한다고 대륙 최고가 될 수는 없었다.
결국 자기만의 세력을 모아야 하고 그만한 업적을 세워야 했다.
왕국, 제국, 공화국, 성국 등 모든 국가들은 힘의 논리로 흘러갔으니까.
“라스칼, 그냥 손으로 만지기만 하면 어떤 정보든지 알 수 있는 거냐?”
“정확하게 말하자면 물건 같은 경우에는 그렇지. 하지만 사람이나 살아있는 존재는 다르다.”
“어떻게?”
“기억이나 정보는 모두 사람의 머리로 기억하고 있으니 머리와 손이 닿아야 하지. 하지만 능력을 약탈하려면 심장이 위치한 곳에 네 손이 닿아서 마나를 넣을 수 있어야 해.”
“더 자세히 알려줘.”
루안과 라스칼의 새로운 수련이 시작되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