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21
제20화. 가문의 대적자들 (1)
루안의 목덜미를 잡아챈 데릭 쿠퍼는 몸을 돌려 바닥에 메치기를 했다.
연무장 바닥을 쓸고 다니듯 루안의 몸이 마구 뒹굴었다.
데릭 쿠퍼는 다시 목검을 휘둘러 여우 꼬리를 닮은 소드 오러를 발산시켰다.
여우 꼬리의 검기가 바닥에서 일어나던 루안의 발목을 낚아챘다.
“저게 은여우의 오러 인건가?”
“듣던 대로군. 다른 검의 오러 처럼 베어 죽이는 게 아니라 적을 포획하고 제압하는 소드 오러.”
데릭 쿠퍼의 검술은 적을 죽일 수도 있지만 그보단 제압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정찰대는 적을 파악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임무지 직접 들어가 죽이는 것이 아니니까.
데릭 쿠퍼가 이끌던 정찰대는 가장 뛰어난 업적을 세워 유명을 떨쳤었다.
제 4정찰대 실버 폭스.
지금은 오직 데릭 쿠퍼만 생존하여 그 명성조차 희미해졌었다.
“크윽.”
루안은 목검으로 발목을 감고 있는 여우 꼬리 형태의 오러를 가격했다.
오러가 목검을 튕겨냈다.
라스칼이 말했다.
[차분하게 내가 알려줬던 걸 떠올려라.]“이야압!”
데릭 쿠퍼의 우렁찬 기합이 터졌다.
발목을 감고 있던 여우 꼬리가 일렁이듯 데릭 쿠퍼 쪽으로 당겨졌다.
“으악.”
루안이 데릭 쿠퍼에 의해 연무장에 끌려 다니다 바깥으로 던져졌다.
“킥킥킥.”
톰 젠킨스 일행의 비웃음이 들렸다.
루안은 몸을 털고 일어났다.
[이제 모방해라.]라스칼의 말대로 루안은 연무장으로 올라왔다.
“아직도 계속 할 생각인가?”
데릭 쿠퍼의 냉혹한 물음.
연무장의 대전은 기사의 결투로 이어지는 수련의 시작이나 목숨을 건 실전은 아니다.
루안은 대답했다.
“하겠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말투였다.
“재능 있는 기사라면 이쯤에서 실력의 격차를 알 수 있을 텐데.”
구경하던 감찰관이 루안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데릭 쿠퍼의 소드 오러는 루안이 감당하기 벅차다고 여겼다.
그럼에도 루안은 자신 있어 하니 궁금해졌다.
루안이 연무장에서 목검을 바로 세웠다.
“후읍.”
호흡을 가다듬은 루안이 목검에 마나를 흘려 넣었다.
데릭 쿠퍼의 눈동자가 커졌다.
낯익은 오러가 루안의 목검에서 형성되고 있었으니까.
“저, 저건?”
“설마 쿠퍼 교수님의 소드 오러를? 저거 가능한 거야?”
“쟤가 지금 하고 있잖아.”
“오러를 쓸 수 있는 건 칼론의 3학년들도 재능 있는 생도들만 가능한 건데….”
“그게 문제가 아니야. 지금 루안 쟤는 쿠퍼 교수님의 오러를 똑같이 만들어 냈잖아.”
“처음 본 소드 오러를… 세상에…. 말도 안 돼.”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톰 젠킨스는 입술조차 떼지 못하고 있었다.
“톰. 저거 보여? 소드 오러가 쿠퍼 교수님 것하고….”
“나도 알아.”
톰 젠킨스는 믿기 어려운 광경에 연무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감찰관은 표정 관리를 하지 못하고 루안만 바라볼 뿐이었다.
‘맙소사…. 어떻게 데릭 쿠퍼의 소드 오러를…. 아, 혹시 쿠퍼 교수에게 개인 레슨을 받았던 것인가?’
칼론의 교수들은 가끔 귀족의 자제들에게 개인 수업을 할 때가 있었다.
형평성 때문에 공식적으로 치러지진 않았지만 엄연히 횡행하고 있는 귀족들의 로비가 개인 수업 시장을 만들어 버렸다.
감찰관은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혼자 웃음을 머금었다.
‘브리스톨 가문의 혈통이니 개인 레슨 효과가 잘 나왔나 보군.’
반면 데릭 쿠퍼는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다.
‘내 소드 오러랑 똑같아…. 아니 대체 어떻게?’
루안의 목검에서 데릭 쿠퍼가 보여줬던 여우 꼬리의 오러가 일렁이고 있었다.
[큭큭. 모방 실력이 꽤 늘었구나.]라스칼의 칭찬에도 루안은 내색하지 않았다.
데릭 쿠퍼의 오러가 더 강력하게 변하고 있었으니까.
“감히 어디서 하찮은 도발을 하려는 것이냐.”
도발 하는 거 아닌데.
퀴유융-
날카로운 쇳소리가 목검에서 들렸다.
데릭 쿠퍼의 소드 오러가 더 크고 굵게 변했다.
라스칼이 말했다.
[뚱띵이 화났다. 어떻게 싸울 거냐?]루안은 데릭 쿠퍼가 여우 꼬리의 오러를 쓰는 걸 떠올렸다.
‘일단 본 대로 전투도 모방해봐야지.’
팟-
루안이 바닥을 차고 먼저 돌격했다.
데릭 쿠퍼의 입가에 웃음이 흘렀다.
“어디 그걸로 네놈이 뭘 할 수 있는지 보겠….”
말이 끝나기 전에 루안의 목검에서 여우 꼬리가 데릭 쿠퍼의 얼굴을 덮었다.
‘먼저 시야를 가리고….’
루안은 지난날 수련실에서 라스칼이 보여줬던 암흑의 검의 능력을 떠올렸다.
시야를 가리는 것만으로 엄청난 메리트를 얻게 된다는 사실을 겪었었다.
전투에서 적의 시야를 가리는 건 쉽지 않다.
‘여우 꼬리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어.’
라스칼이 알려줬던 것을 응용하는 루안.
[제법이군.]여우 꼬리 오러가 얼굴을 덮자 쿠퍼 교수가 목검을 쳐냈다.
쿠퍼 교수의 목검에서 더 굵은 여우 꼬리가 솟아나며 오러를 덮쳤다.
루안의 오러와 데릭 쿠퍼의 오러가 충돌했다.
마치 뱀들끼리 뒤엉켜 싸우는 것처럼 여우 꼬리 형태의 오러들이 뒤엉켜 있었다.
“이걸로 끝장을 내주마!”
데릭 쿠퍼의 목검에서 여우 꼬리 오러가 늘어나고 있었다.
총 다섯 개의 여우 꼬리 오러가 굼실대며 목검에서 뻗어 나왔다.
“뭐, 뭐야? 저거.”
루안의 시야에 새로 늘어난 여우 꼬리가 덮쳤다.
나머지 여우 꼬리는 루안의 어깨와 허리, 무릎을 휘감았다.
데릭 쿠퍼가 목검을 정면을 보며 겨냥하고 소드 오러를 당겼다.
여우 꼬리들이 루안을 목검 끝으로 끌어 당겼다.
“으으윽, 젠장.”
루안이 목검으로 방어하려고 했지만 여우 꼬리가 목검마저 휘감았다.
퍼걱-
목검이 심장을 파고들었다.
가죽 갑옷을 입고 있었지만 데릭 쿠퍼의 목검은 엄청난 힘으로 루안을 기절시켰다.
* * *
따각- 따각-
목검이 부딪히는 소리에 눈꺼풀이 달싹거렸다.
루안이 눈을 떴다.
싱그러운 풀 향기가 루안의 코를 자극했다.
“으음….”
“이제 일어났군.”
옆을 보니 감찰관이 서 있었다.
연무장에는 다른 학생들이 검술 대전을 하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에 데릭 쿠퍼가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감찰관은 루안의 곁으로 오더니 물었다.
“개인 레슨을 얼마나 줬으면 데릭 쿠퍼가 자네에게 그런 걸 알려줬는가?”
“네? 그런 거라니요…?”
“오러 말일세. 소드 오러를 쿠퍼 교수와 똑같이 구사하질 않았던가?”
“아… 그건….”
감찰관 아저씨 오해하셨네요.
루안은 일단 감찰관의 말이 무슨 뜻인지 파악했다.
라스칼이 루안에게 말했다.
[나한테 개인 레슨….]‘넌 시끄러.’
루안이 대답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흐음.”
감찰관이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루안을 바라봤다.
“너무 빼지 말게. 귀족 자제들이 칼론의 교수들에게 뒷돈 줘서 개인 레슨을 받았다고 처벌 받진 않으니 말이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루안이 일어나는 순간 감찰관이 말문을 열었다.
“훌륭한 재능을 가졌더군.”
“네?”
“소드 오러 말이야. 데릭 쿠퍼의 소드 오러는 지금까지 개인 레슨으로 제대로 익힌 학생들이 몇 없거든.”
“아, 네 감사합니다.”
루안은 감찰관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고 학생들이 앉은 곳으로 갔다.
연무장을 향하던 학생들의 시선이 루안에게 쏟아졌다.
데릭 쿠퍼가 루안이 일어난 걸 알아차리고 말했다.
“루안 브리스톨. 이제 일어났군.”
“아, 죄송합니다.”
“이제 수업이 다 끝나가니 일어난 건가?”
“아닌데요.”
“반항인가?”
“아닌…데…요….”
아 저 인간 뒤끝 더러운 건 여전하네.
데릭 쿠퍼의 말꼬리 잡는 걸 본 감찰관이 끼어들었다.
“이제 나는 다른 곳을 둘러봐야겠소.”
그제야 감찰관이 있었다는 걸 알아차린 데릭 쿠퍼.
“아, 감찰관님. 벌써 가시려고요?”
“수업이 다 끝났다고 하지 않았소?”
“끝나기는… 끝났죠….”
“그럼 학생들이 더 있어야 할 필요 없지 않소?”
“그렇… 죠.”
떨떠름한 표정으로 데릭 쿠퍼가 말했다.
“모두 수업 끝났으니 가도 좋다.”
“와아아.”
기다렸단 듯이 학생들이 일어났다.
감찰관이 데릭 쿠퍼에게 말했다.
“쿠퍼 교수 나 좀 봅시다.”
* * *
칼론의 인적 없는 숲.
데릭 쿠퍼는 감찰관의 말을 들으며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감찰관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
“아, 거 참… 괜찮다니까 그러네. 자네를 책망하려 드는 게 아니란 말이야.”
“목소리가 너무 크십니다. 제가 브리스톨 공작가의 뒷돈을 받다뇨? 그 무슨 큰일 날 말씀을….”
“이보게. 자네가 얼마 받았는지 금액만 알려주면 침묵하겠네. 약속하지.”
감찰관이 데릭 쿠퍼에게 알아내려는 건 개인 레슨의 금액이었다.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 감찰관님께서 무슨 오해를 하셨는지 모르겠는데….”
“이보게, 그럼 자네의 소드 오러를 루안 브리스톨이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그야 저도 모르죠. 제가 얼마나 놀랬는데요?”
“어허이…. 거 참… 내가 눈감아준다고 하는데도 이러네. 서로 같이 먹고 살자고 이러는 거 아니야?”
감찰관의 의도는 뻔했다.
귀족 자제들의 개인 수업은 엄청난 금액이 들어간다.
하지만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수업이 아니므로 얼마에 거래되는지는 당사자들만 알고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
칼론의 교수들과 명망 높은 귀족 간의 뒷거래에는 흔히 브로커들이 끼어들기 마련이다.
실력 있는 교수, 귀족 자제 등을 연결해주고 자기 몫을 받는 자가 바로 감찰관 롭 바틀러였다.
바틀러 가문은 황궁에서 집사 일을 맡았었다.
롭 바틀러는 칼론의 감찰관을 맡으면서 오랫동안 브로커로 큰돈을 벌어왔다.
귀족 자제들은 가문의 이미지를 위해 개인 수업으로 실력을 키워야 했다.
칼론의 교수들은 롭 바틀러와 은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으니 시장을 독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롭 바틀러조차 유일하게 관계를 맺지 못하는 귀족이 있었으니 바로 브리스톨 가문이었다.
“브리스톨 가문의 개인 레슨 비용을 알려주면 내가 자네 몫을 챙겨줌세.”
“아니,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롭 바틀러는 브리스톨 가문의 거래를 데릭 쿠퍼로부터 따내려고 했다.
모든 것이 루안과 데릭 쿠퍼와의 대전에서 시작된 오해였다.
“이 사람이 진짜. 자네 정말 나랑 이것밖에 안 되는 사이였단 말인가?”
감찰관과 친분을 다져둬서 손해 볼 건 없다.
데릭 쿠퍼가 모를 리 없지만 그렇다고 해본 적 없는 걸 했다고 할 순 없었다.
“저는 정말 모릅니다. 안다면 제가 하고 싶죠. 근데 모른다니까요. 진짜라고요.”
쿠퍼와 바틀러의 실랑이는 한참이나 숲 속에서 벌어졌다.
* * *
메마른 삭풍이 감도는 어느 산맥.
브리스톨 가문의 문양이 새겨진 마차가 세워져 있었다.
마차를 끌던 전마들이 모두 사라졌고 마차의 바퀴가 파손되었다.
주변에는 낯선 살수들의 시체가 조각나 있었고 그 위를 노쇠한 마부가 밟고 있었다.
마부의 우렁찬 포효가 터졌다.
“감히 브리스톨 가의 마차를 공격하다니 살아서 나갈 생각은 품지 말라!”
마부의 검 끝에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
뒤쪽의 마차에는 문이 굳게 잠겨 있었고 강철 방패가 창문을 틀어막고 있었다.
마차를 호위하는 병사들이 검을 들고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었으니 빈틈이 없었다.
“브리스톨의 검에 맞서지 말라더니… 과연 대단하구나. 마부 따위가 이 정도의 검술을 지닌 가문이라니….”
복면을 쓴 살수가 감탄을 했다.
그의 등에는 이질적인 형태의 검이 메어져 있었다.
“저 마차 안에 있는 자는 검공 리처드 브리스톨이다. 병력을 모두 잃더라도 반드시 데려가야 한다.”
살수 뒤로 숲이 일렁이고 있었다.
숲 사이로 검을 든 살수 부대가 움직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