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22
제21화. 가문의 대적자들 (2)
루안은 데릭 쿠퍼의 수업을 끝내고 마지막 수업을 듣고 있었다.
칼론의 수업은 학교 안에서 진행되는 클래스(Class) 수업과 밖에서 진행되는 필드(Field) 수업으로 크게 나뉘어졌다.
2학년인 루안의 필드 수업 담당자는 게리 넬슨 교수.
그는 제국의 궁정 기사단 출신으로 전장에서 기사들이 겪는 다양한 경험을 훈련시키는 수업을 맡고 있었다.
“1조 분대장은 누군가?”
“접니다.”
“루안 브리스톨 군. 좋아. 이제 수업을 시작하지.”
게리 넬슨은 칼론의 생도들을 조별로 나눠서 수업을 시작했다.
“자네들의 팀워크는 전장에서 서로의 목숨을 지켜주는 일이란 것을 알고 있겠지?”
“네.”
“1조 분대장 루안 브리스톨. 자네의 리더십을 한번 지켜보지.”
“네!”
루안이 대답하고 자신이 속한 조의 분대원들을 집합시켰다.
루안 앞에 모인 분대원들은 모두 4명.
리사 그란델, 에이미 리즈, 버크 럼벨, 조니 크루즈.
이들은 모두 루안과 나머지 2학년을 함께 해야 할 동료들이자 분대원들 이었다.
칼론의 3학년은 모두 실전 임무를 배당받는다.
임무를 평가하기 위해 담당관이 임무를 함께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그것이 바로 2학년 2분기부터 4분기에 걸쳐 시작되는 필드 수업이었다.
기사들의 분대 이동과 산과 들에서 전투 훈련과 몬스터 사냥 훈련 등 야전에서 발생하는 모든 실전을 바탕에 둔 수업 커리큘럼으로 짜여져 있었다.
지루한 이론 수업은 아니지만 다칠 확률이 높고 실력, 자질 부족으로 탈락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그래서 필드 수업을 3학년부터 실전 임무에 배속되기 전 사전 점검을 하는 테스트라고 했다.
“지금부터 훈련을 시작한다.”
루안이 하는 수업의 핵심은 서로 목검을 들고 상대 분대와 격돌하여 제압하는 것.
칼론에는 야전 수업을 위해 마련한 훈련장들이 많았다.
실전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곳이라서 환경은 꽤 그럴 듯했다.
“상대 2조의 분대원들은 저곳에서 은폐를 하고 우릴 기다리고 있다. 우린 지금부터 놈들의 매복을 알아내고 역공을 가해서 제압을 해야 한다.”
게리 넬슨 수업은 크게 두 가지 파트로 나뉘었다.
한 가지는 목검, 목창 등 안전한 무기를 이용한 실전 대결 훈련.
훈련장 안으로 2개의 팀이 들어가 각자 대결을 하는 것이었다.
실전에서 흔히 겪는 상황을 가정하여 훈련을 하는 목적이 컸고 즉흥적인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대처하는지 리더의 자질을 알아보는 훈련이었다.
1개 조가 가위바위보로 이기면 선제권을 획득하고 먼저 들어가서 매복을 할 수 있었다.
나머지 조는 훈련장으로 입장하면서 매복한 팀을 수색, 제압하면 이기고 기습에 당하면 패하는 일종의 게임.
과거 경험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루안이었다.
‘오랜만에 하는군.’
루안은 분대원들과 함께 훈련장을 수색했다.
“분대장, 물웅덩이가 있는데요.”
리사 그란델이 앞서가다 멈춰서며 말했다.
리사는 루안보다 앞에서 적들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정찰 역할을 맡고 있었다.
“물웅덩이를 돌아서 갈 만한 지점은?”
“없습니다. 건너가야 합니다.”
“모두 대기한다.”
분대원들이 모두 멈춰 섰다.
루안은 물웅덩이 너머의 지형을 살폈다.
과거의 경험이 떠올랐다.
‘칼론에 있을 때 먼저 들어가 매복을 했던 팀은 항상 물웅덩이가 있으면 근처에 매복해 있었다.’
“적들은 모두 물웅덩이 근처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하는 거야?”
“저 웅덩이를 봐.”
루안의 손가락을 따라 분대원들의 시선이 물웅덩이에 던져졌다.
물웅덩이는 흙탕물이었다.
훈련장을 가로질러 건널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물속으로 뛰어들어 헤엄치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저렇게 생긴 웅덩이라면 누구라도 가까운 곳에 매복을 하고 기다릴 거야. 우리가 물웅덩이로 뛰어들면 움직임이 둔해지지.”
리사가 말했다.
“물웅덩이에 들어가는 순간 기습을 하겠다는 거군.”
“그럴 확률이 높아.”
“그럼 어떻게 하죠?”
루안은 크루즈에게 말했다.
“조니. 네가 체격이 가장 크니까 물웅덩이로 들어가서 놈들을 유인해.”
“내가? 어떻게?”
“저 물웅덩이로 들어가서 목검을 위로 높이 세워.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네 체격이면 목까지 잠길 거야. 하지만 목검은 계속 위로 세워야 해.”
“목검을 위로 세우라고? 숨기는 게 아니라?”
“그래야 놈들이 네 위치를 확인하고 화살을 쏘지.”
매복조의 팀원들은 활을 쏘려고 대기하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훈련장에서 뭉툭한 솜을 넣고 가죽을 감싸 만든 안전한 화살을 지급했기 때문에 맞으면 아프지만 다치지는 않았다.
“그럼 놈들이 날 공격할 거잖아.”
“바로 그걸 노려야지. 그래야 어디에 매복하고 있는지 위치를 알 수 있어. 놈들이 널 공격할 때 나와 다른 대원들이 놈들을 공격할 거야.”
“알겠어.”
“그럼 이제 우린 뭐해야 해?”
“어차피 우리들도 물웅덩이를 건너야 하잖아.”
루안이 말했다.
“나 혼자 먼저 물웅덩이로 들어갈 거야. 그 다음 조니가 들어와서 일부러 건너는 소리를 내. 놈들이 조니를 공격할 때 나는 이미 건너갔을 거고 그때 너희들은 여기서 숨어 있다가 내게 놈들의 위치를 알려줘.”
루안의 말에 리사가 물었다.
“너 혼자 다 처리하겠다고? 할 수 있겠어?”
“놈들을 물웅덩이로 하나씩 던져버릴 테니까 그때 너희들이 뛰어들어서 하나씩 제압해.”
“좋아.”
“그럼, 조니. 넌 내가 물웅덩이로 들어가고 나서 10초 센 뒤에 들어와. 내가 하란 대로 하고.”
“알았어.”
루안은 호흡을 크게 들이마신 뒤 물웅덩이로 부드럽게 들어갔다.
물속으로 머리부터 집어넣은 루안.
천천히 몸을 밀어 넣고 다리를 물속으로 끌어당겼다.
루안의 발이 물속으로 사라졌다.
“와, 봤어? 저렇게 들어가니까 생각보다 물소리가 안 나네?”
“진짜네. 쟤는 저걸 어떻게 알고 있지? 1학년 때는 완전 어설펐었잖아?”
“맞아. 브리스톨 가문 배경 빼면 칼론에 입학한 게 신기할 정도였는데 어느 순간 다른 사람으로 바뀐 거 같아.”
“나도 이제 들어간다.”
루안이 시킨 대로 조니가 10초를 센 뒤에 물웅덩이로 들어갔다.
첨벙- 첨벙-
조니가 일으키는 물소리가 건너편 숲속으로 전해졌다.
“목검을 바로 세우고..”
물웅덩이 깊은 곳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조니.
목검을 위로 높이 들어 올리는 순간.
휘익-!
첨벙!
“으악! 공격이다!!”
물웅덩이는 넓었다.
근처 수풀 사이로 화살이 날아들었다.
“봤어?”
“아니, 못 봤어. 수풀 속에 숨어서 활을 쏴서 여기서는 잘 안 보인다고.”
조니는 계속 큰 소리를 내면서 물웅덩이 가운데로 향했다.
첨벙! 첨벙!
화살이 날아왔지만 조니의 몸은 잠겨있고 머리만 수면 위에 솟아올랐다.
목검을 위로 세워서 위치가 확실히 노출된 조니.
매복조 팀원들이 서로 수신호를 주고받았다.
“야, 저 자식 확실하게 보내버려.”
“그런데 물웅덩이가 꽤 깊은가 본데? 화살이 날아가도 제대로 맞지 않고 물에 막혀버려.”
“좀 더 가까이 가서 사격거리를 확보해. 그 다음 쏴.”
루안의 말대로 매복조는 조니에게 이끌렸다.
한편 루안은 반대편 물가로 모습을 드러냈다.
물을 뱉어내면서 빠르게 낮은 포복으로 수풀로 들어가는 루안.
그런 루안을 보면서 조니는 감탄했다.
“와, 물에서 나오자마자 어떻게 저렇게 빠르게 움직이지? 꼭 여러 번 해본 사람 같잖아.”
휙-!
첨벙!
“아얏!”
조니가 재빨리 머리를 물속에 담궜다가 솟아올랐다.
“푸핫!”
가까운 수풀에 매복조 팀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피슉- 피슉-
첨벙! 첨벙!
조니가 계속 뒤로 물러났다.
물웅덩이는 생각보다 여러모로 방패 역할을 하고 있었다.
“와, 이거 끝내주는데? 물속에 있으니 화살이 몸에 닿지도 않아.”
넓은 물웅덩이에 적들에게 노출되지 않는 거리에서 달랑 한 명 그것도 머리통만 보이는 조니를 정확하게 맞추는 건 어려웠다.
“젠장, 화살이 안 먹혀.”
“정확하게 쏴야 먹히지! 멍청아!”
“그럼 네가 쏴 봐!”
매복조 팀원들끼리 서로 욕하는 소리가 루안에게 들려왔다.
“행운이 따르는군.”
젖은 몸에 흙투성이 루안.
물기에 달라붙은 흙을 몸에 발라서 위장을 하고 슬며시 일어났다.
“저쪽 놈부터 처치한다.”
루안이 수풀 속으로 민첩하게 움직였다.
과거에 전장에서 기습 공격을 해본 경험이 꽤 많았다.
목숨이 오가는 실전에 비하면 지금은 그저 놀이였다.
“빨리 쏴!”
가장 가까운 곳에 숨어있던 매복조를 발견했다.
파-앗!
바닥을 차면서 매복조의 등을 덮쳤다.
“으아악!”
루안의 몸통 박치기에 맞고 매복조가 바닥을 굴렀다.
“이 자식! 언제 여기로 온 거야?!”
루안은 대답하지 않고 일어나는 매복조의 다리를 목검으로 강타했다.
“아악!”
다리를 치고 뒤로 뺀 목검을 돌려서 상대의 어깨를 내려쳤다.
퍽-!!
마무리로 발차기를 먹이자 매복조 팀원의 몸이 수풀 밖으로 빠져나갔다.
“으아아!”
풍-덩!
“어? 봤어?”
“봤어, 봤어. 야, 우리도 가자.”
“저쪽이야.”
물웅덩이에 빠진 매복조의 머리통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푸핫! 쿨럭! 쿨럭! 케헥… 아우… 젠장!”
매복조가 당황하며 물웅덩이에서 빠져나오려고 헤엄을 쳤다.
피슉-!
빠각!
“아야!”
물웅덩이로 가까이 온 루안의 팀원들이 활을 쐈다.
뭉툭한 솜뭉치를 가죽으로 덮은 화살촉이 매복조의 얼굴을 강타했다.
“야! 우리 팀 빠졌어! 어떻게 해?”
“뭘 어떻게 해? 쟤는 버려. 우리끼리 빨리 루안 저 자식을 해치워야 해!”
“가자!”
4명의 매복조가 수풀 속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웅덩이에서 지켜보던 조니가 재빨리 움직였다.
“다들 저 자식을 제압해!”
뒤쪽에 있던 2명의 팀원이 뛰어들었다.
1명은 남아서 계속 활을 쐈다.
“루안! 죽어라!”
매복조가 목검을 휘둘렀다.
루안은 수풀 속에 몸을 숨긴 채 옆으로 피했다.
목검이 수풀을 가르고 지나갔다.
빠악-!
허리를 숙이며 낮게 휘두른 루안의 목검.
가장 먼저 달려온 매복조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커헉!”
루안이 달려들었다.
빠악-!
어깨로 매복조의 가슴을 강타했다.
바닥에 쓰러진 매복조를 향해 루안이 목검을 휘둘렀다.
“한 놈 끝냈고.”
실신한 매복조를 뒤로 하고 루안이 빠르게 몸을 옮겼다.
“이야압!”
파-앗!
수풀에서 체구가 큰 매복조가 튀어나왔다.
후웅-!
목창을 휘두르는 매복조였다.
루안이 약간 숙여서 목창을 피했다.
사각-! 사각-!
매복조가 휘두르는 목창에 수풀이 부딪혀 흩날렸다.
훙훙훙훙-!
목창을 능숙하게 휘두르며 돌격하는 매복조.
루안은 뒤로 물러나면서 바닥을 확인했다.
수풀이 가득한 곳이기에 혹여 돌에 걸릴 수 있었다.
매복조가 돌격했다.
후웅-!
거센 찌르기가 들어왔다.
루안은 목검을 사선으로 베면서 목창의 끝을 쳐냈다.
후웅-!
루안이 목창을 쳐내자 매복조는 창의 자루를 옆으로 돌려서 다시 공격했다.
따각! 따각!
목검과 목창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실력이 뛰어난 생도였다.
“하하! 루안 브리스톨! 명문 검공가의 혈족이라더니 검술 실력은 형편없군!”
후웅! 후웅!
자신있게 목창을 휘두르는 매복조가 말했다.
“내 창술은 제국 최고의 명문 창기사 들을 배출해낸 로렌조 베리스타 백작가에서 직접 배웠지. 어떠냐?”
매복조의 목창은 위협적으로 루안을 공격했다.
‘베리스타 백작가?’
루안의 기억에 떠오르는 베리스타 백작가의 기사들.
하지만 상관없었다.
루안은 과거에 그들과 싸워본 적이 있었으니까.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