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25
제24화. 잊혀진 날개를 펼쳐라
루안의 마차가 브리스톨 가의 저택에 가까워질 즈음이었다.
“응? 저분은 혹시….”
케일이 마차를 세웠다.
저택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두 사내와 마주쳤기 때문이다.
마차에서 내린 케일이 사내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혹시, 저번에 대공 각하님을 찾아오셨던 마법사 클로드 님 아니십니까? 저는 브리스톨 가문의 집사 케일이라고 합니다.”
갈색 로브를 입고 벗겨진 머리에 두툼한 체구.
새하얗고 덥수룩한 수염을 쓸어내리던 마법사가 서 있었다.
마법사 조니 클로드.
리처드 브리스톨과 개인적인 친분을 나누는 마법사였다.
클로드가 케일을 바라보며 물었다.
“으음, 저번에 브리스톨 대공의 곁에 있던 그 집사님이신가요?”
“하하, 아닙니다. 저는 그저 대공 각하님께 드릴 것이 있어 갔다가 우연히 마법사님을 몇 번 뵌 적이 있거든요.”
“아아,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브리스톨 공작가에 사람들이 많다 보니 제가 늙어 일일이 기억을 못하는군요.”
“아닙니다. 대화를 나눠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니까요. 하하.”
“저 마차 안에는 어느 분이 타고 계십니까?”
클로드 옆에는 젊은 마법사가 서 있었다.
루안 또래의 마법사를 보면서 케일이 대답했다.
“브리스톨 가의 제 7공자님이신 루안 브리스톨 공자님께서 타고 계십니다.”
“그렇군요. 명색이 브리스톨 가의 혈족이라면 마법사 클로드 님께 인사를 드려야 예의가 아닐까요? 집사가 나와 인사를 하고 본인은 마차에 있는 걸 보니 7공자께서 클로드 님을 어떻게 대하는지 짐작이 갑니다.”
“네? 아…. 저 그건 아니고….”
“브리스톨 가문의 수장 리처드 브리스톨 대공께서도 클로드 님을 이렇게 대하진 않으시는데… 7공자께서는 얼마나 대단하시기에 얼굴조차 드러내질 않는 거죠?”
당황하는 케일을 보며 클로드가 온화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켄드릭. 그만 하거라.”
“스승님께서 자꾸 괜찮다고 하시니 사람들이 만만하게 보는 거잖아요. 8서클 대마법사이자 북부 마탑의 탑주이신 클로드 님의 명성은 제국의 검 브리스톨 가문에 비해 결코 부족함은 없지 않습니까?”
클로드는 케일을 보며 뺨을 긁적거렸다.
“허허…. 이거 미안하네. 이 아이는 내 제자인 켄드릭 블레이크라고 하네. 마법의 재능은 대단하지만 아직 배울 것이 많아 데리고 다니고 있다네.”
“아, 그러셨군요. 블레이크 마법사님 이거 초면에 실례하였습니다. 루안 도련님께 말씀을 드리고 정식으로 인사를 요청하겠습니다.”
케일은 마차로 달려갔다.
루안은 마차에서 졸고 있었다.
“도련님, 도련님.”
“으음…. 나가서 뭐하고 오는 거냐?”
“나와 보세요. 마법사 클로드 님을 만났습니다.”
“…누굴 만났다고?”
“클로드 님이요. 기억 안 나세요? 북부 마탑주 조니 클로드 마법사 말입니다.”
“헉! 정말이냐? 클로드님이 여긴 무슨 일로?”
루안의 눈에 가득하던 졸음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저도 모르죠. 빨리 나와 보십쇼!”
“알았어. 간다고.”
“그리고 도련님. 클로드 님의 제자 분이 같이 계시더라고요. 그분과도 인사를 미리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군.”
루안은 케일을 따라 마차에서 나왔다.
멀리서 다가오는 루안을 보며 켄드릭은 혀를 찼다.
“흥, 브리스톨 공작가의 혈족이 저렇게 흐트러져서 뭘 하겠다는 건지….”
“켄드릭. 이곳은 브리스톨 대공의 영지다. 마법사의 신분이라고 하나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음을 기억 하거라.”
“브리스톨 가문의 검은 오직 검술 뿐. 검이 없는 자들은 마법사의 위협이 될 수 없습니다. 또한 북부 마탑은….”
“켄드릭.”
푸근한 표정을 짓고 있던 클로드의 눈빛에 진지함이 감돌았다.
“알겠습니다. 스승님.”
케일을 따라 루안이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브리스톨 가문의 루안 브리스톨입니다. 조니 클로드 님을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조니 클로드는 반갑게 웃으며 루안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하, 루안 공자님. 오랜만입니다. 이제 어엿한 기사다워지셨군요.”
“감사합니다. 클로드 님.”
케일이 말했다.
“도련님. 여기 계신 분은….”
“아, 그렇지. 안녕하십….”
“루안 브리스톨 공자님 맞죠?”
켄드릭을 보면서 루안이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클로드가 켄드릭의 말문을 막으면서 다가왔다.
“칼론의 기사 수업이 고단하셨던 모양입니다. 눈을 보니 피곤이 가득하신데 늙은이가 괜한 민폐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먼저 나와서 가문의 손님께 예를 갖췄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클로드가 루안에게 켄드릭을 소개했다.
“이 아이는 제가 가르치는 켄드릭 블레이크라고 합니다.”
루안이 켄드릭에게 인사를 했다.
“아, 그렇군요. 저는 루안 브리스톨입니다.”
“켄드릭 블레이크입니다.”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클로드 님의 제자 마법사님께서 이렇게 어리실 거라고 생각 못했습니다.”
루안의 대답에 케일이 클로드의 눈치를 봤다.
클로드는 껄껄대며 웃음을 터뜨렸고 켄드릭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보십쇼. 공자님. 제 나이를 아세요?”
“네? 아닙니다.”
“그런데 어떻게 어리다고 말씀하시는 거죠? 초면에 그런 말은 실례라는 걸 칼론에서 안 가르쳐줍니까?”
“아…. 죄송합니다. 제 또래 같아서 초면이라 친해지고 싶었습니다.”
“저는 아직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그럼 다음에 친해지죠.”
루안의 대답에 켄드릭은 당황스러워했다.
“하하하하!!”
클로드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죄송합니다. 공자님. 이 아이가 어리다는 말에 조금 민감한 반응을 보여서요. 공자님께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닙니다. 클로드 님. 제가 죄송합니다. 위대한 마법사이신 클로드 님의 제자 분께 초면부터 실례를 끼쳐드려서요.”
루안의 말에 켄드릭이 물었다.
“공자님. 죄송한데 지금 그거 사과 맞아요? 아니면 죄송한 척 조롱하는 건가요?”
“아니요. 그게 아니라….”
“제가 스승님께 듣기로는 브리스톨 가문은 오랫동안 스승님의 마탑과 교류가 활발했고 친분이 두터웠다고 알고 있습니다.”
“네, 그렇죠.”
“그럼 그 마탑을 이끄시는 조니 클로드 님의 제자들에 대해서도 모두 정확하게 알고 계셔야겠죠?”
“그렇습니다.”
“그런데 공자님께서는 아는 게 없으시군요.”
클로드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하하하, 루안 공자님께서 하신 사과 제가 받아들이겠습니다.”
“스승님.”
“켄드릭. 너야말로 그쯤 해두려무나. 루안 공자님께서 민망해하시지 않겠니?”
클로드의 말에 켄드릭은 말문을 열지 못했다.
케일이 어설픈 웃음을 터뜨렸다.
루안은 머릴 긁적였고 켄드릭은 루안을 따갑게 쏘아봤다.
‘거 참… 내가 뭘 했다고 그러는 건지….’
이때 라스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능이 대단한 마법사인데 안타깝구나.]루안이 물었다.
‘뭐가?’
[뭘?]‘누가 재능이 대단하단 거야? 클로드 님?’
[…….]라스칼은 대답하지 않았다.
미친놈.
라스칼을 속으로 욕하는 루안을 보며 켄드릭이 말문을 열었다.
“본인이 실례를 했으면 제대로 사과를 해야 하는 건 제국을 대표하는 상위 귀족이라면 배웠을 건데 잊어 먹으셨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클로드 님의 제자 분께 초면에 실례를 끼쳐드렸다면 사과를 드립니다.”
“하하하하!!”
물끄러미 바라보던 클로드는 뭐가 좋은지 혼자 웃음을 터뜨렸다.
켄드릭만 웃지 않고 얼굴을 붉혔다.
“스승님! 뭐가 재밌습니까?”
“켄드릭. 루안 공자님께서 저렇게 나오셨으니 너도 그에 대해 대답을 해야 하지 않겠니?”
클로드의 말에 켄드릭이 루안에게 말했다.
“마법사 켄드릭 블레이크. 브리스톨 가의 혈족 루안 브리스톨 공자님의 사과를 받아들이겠습니다.”
“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블레이크 님.”
“하하하하!”
클로드가 웃음을 터뜨렸다.
루안은 일단 클로드와 같이 웃었고 케일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켄드릭이 클로드에게 말했다.
“리처드 대공님을 뵈러 왔으니 빨리 가시죠.”
“아, 그렇지. 이거 루안 공자님과 만나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늙은이가 뭘 하러 왔는지 잊고 있었군요. 하하.”
“하하하! 그럼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클로드 님.”
“이봐요. 공자님께서는 그만 웃으시고 마차에나 타시죠.”
“케일, 빨리 집에 가자.”
루안이 마차로 돌아가려는 순간이었다.
콰앙-!!
건너편 산맥 어귀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웃고 있던 클로드의 시선이 가장 먼저 소리가 들린 곳에 닿았다.
뒤따라 루안과 케일, 켄드릭의 시선이 닿자 클로드가 말했다.
“저 폭발은 마력에 의한 것이로군. 다른 곳도 아니고 브리스톨 공작령에서 마력의 폭발이라니… 켄드릭. 따라오거라.”
“네, 스승님!”
“도련님?”
“케일, 가자! 마차를 돌려!”
* * *
루안의 마차보다 클로드와 켄드릭이 먼저 도착했다.
“헤엑… 헤엑….”
“켄드릭. 포션을 마시려무나.”
“마셨…습니다… 헤엑….”
켄드릭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포션을 마시고 나서 거친 호흡이 진정되었다.
폭발음이 들린 산맥까지 마법사들의 이동 마법을 썼지만 마나가 빨리 소모되어 포션을 마시면서 왔었다.
포션을 마시고 다시 마법을 쓰면 마나가 순식간에 바닥이 났다.
가장 기초적인 마법조차도 마나가 빠르게 닳아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
켄드릭은 항상 마나를 회복시키는 포션을 갖고 다녔다.
클로드가 켄드릭을 위해 만든 마법 주머니는 포션을 몇 상자나 넣어도 무겁지 않게 허리에 차고 가볍게 다닐 수 있었다.
“스승님, 적들입니까?”
“아니다. 저들은…. 리처드 대공의 호위기사들이구나.”
클로드의 시야에 검을 든 기사들이 나타났다.
리처드 브리스톨의 마차가 파손되어 하인들이 고치고 있었다.
기사들은 한 곳에 시체들을 쌓아올리고 있었다.
클로드는 손바닥에 펼쳤던 마법 캐스팅을 취소하고 인기척을 냈다.
호위기사들의 검이 빠르게 겨눠졌다.
“아아, 진정하시오. 나는 리처드 브리스톨 대공님을 뵈러 온 북부의 마탑주 조니 클로드입니다.”
“물러서거라.”
리처드 브리스톨의 호위 기사 제럴드 경이 다가왔다.
클로드를 보며 예를 올려 인사를 했다.
“북부의 마탑주 조니 클로드 님을 뵙습니다.”
“오랜만이오. 제럴드 경.”
“여기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대공님을 뵈러 오다가 이곳에 큰 폭발음이 여러 번 들리더이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와봤습니다.”
“그러셨군요. 응? 루안 도련님?”
뒤늦게 나타난 마차에서 내린 루안을 본 제럴드가 검례를 올렸다.
“무슨 일이에요? 저 시체들은 뭐죠?”
“살수들의 습격이 있었습니다.”
“습격?”
클로드는 쌓여있는 시체를 바라봤다.
“브리스톨 가문의 수장을 향한 암살 모의라…. 누군지 배짱은 대단하군요. 대공님은 무사하십니까?”
“물론입니다. 따라오시지요. 대공님께 안내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럴드 경.”
리처드 브리스톨은 자신의 앞에 하나씩 쌓여가는 시체들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호위 기사들의 검에 잘려나간 시체들의 조각은 회수하던 마부가 말했다.
“대공 각하. 놈들의 시체는 모두 정리하였습니다.”
“수고했다. 마차는 어찌 되었느냐?”
“조금 있으면 완전히 복구할 수 있습니다.”
리처드 브리스톨 뒤에서 제럴드가 다가왔다.
“각하, 클로드 대마법사님께서 오셨습니다.”
“클로드 님이?”
리처드 브리스톨이 뒤를 돌아봤다.
소탈한 웃음을 지으며 덥수룩한 수염에 얼굴의 반이 가려진 클로드가 보였다.
그의 곁에는 켄드릭과 루안, 케일이 있었다.
“북부의 마탑주가 리처드 대공님을 뵙습니다.”
“브리스톨 가문의 수장 리처드 브리스톨이 대마법사 클로드 님을 뵙습니다.”
리처드 브리스톨과 클로드는 서로 공손하게 인사를 나눴다.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켄드릭이 루안을 보며 말했다.
“보셨습니까? 기사가 마법사에게 어떻게 인사를 하는지.”
루안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대답했다.
“봤는데요.”
“흥.”
켄드릭은 루안을 뒤로 하고 클로드가 있는 곳으로 갔다.
“대공님. 이 아이는 저의 제자인 켄드릭 블레이크라고 합니다.”
“8서클 대마법사이자 북부의 마탑의 주인이신 조니 클로드 마법사님의 수제자 켄드릭 블레이크가 브리스톨 가문의 수장이요, 제국의 검이신 리처드 브리스톨 대공 각하님을 뵙습니다.”
켄드릭은 리처드 브리스톨을 마주하는 건 처음이었다.
‘이 자가 제국 최강의 소드 마스터라고 하는 리처드 브리스톨…. 직접 보니 대단하구나. 강함이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분이다.’
리처드 브리스톨은 그저 묵묵히 켄드릭을 바라볼 뿐이었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강함은 마법사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었다.
리처드 브리스톨이 대답했다.
“만나서 반갑소이다. 본가를 찾아줘서 영광이오.”
켄드릭은 뒤로 물러났다.
“클로드 님. 이런 곳에서 맞이하여 죄송합니다.”
“하하, 아닙니다. 대공께서 장시간 가문을 비우신다고 하여 사전에 미리 제자를 인사 시키려고 서두른 제 잘못이 큽니다.”
“제자를요?”
“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이 아이를 대공님께서 살펴주셨으면 해서요.”
“클로드 님의 제자라는 위명이면 어느 곳이든 안전하지 않습니까? 또한 마법의 실력을 의심할 수도 없을 텐데 어째서 제게…?”
“하하… 이 아이에겐 남들에게 말 못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클로드는 리처드에게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으음… 클로드 님께서 연로하시니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군요.”
“어쩔 수 없지요. 모든 것이 제가 부족한 탓이니 감당할 수밖에요.”
“잘 알겠습니다. 클로드 님께서 공식적으로 은퇴하고 물러나신다면 제자 분을 제게 보내주십시오. 루안과 같은 친구로 지낼 수 있을 듯합니다.”
“대공님께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언제든지 저를 찾아주시니 그저 영광입니다.”
클로드와 켄드릭은 리처드 브리스톨과 인사를 마무리한 뒤 어디론가 사라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