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26
제25화. 사육장 (1)
리처드 대공의 암살 모의 사건 이후 8개월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1분기 테스트를 통과했었던 루안은 2분기와 3분기를 통과하고 마지막 4분기 테스트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루안이 치러야할 4분기 테스트 장소는 칼론의 요새.
진짜 성벽의 구조를 갖추고 있는 인공 요새였다.
기사들의 실전 감각 훈련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곳에 루안과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와…. 엄청나다. 진짜 요새 같아.”
“칼론에 돈이 넘친다더니 진짜였네.”
“귀족 자제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건 껌이지.”
“여기서 뭐하는 걸까?”
칼론을 후원하는 귀족들의 돈이 빚어낸 훈련 요새는 ‘사육장’ 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었다.
기사들의 몬스터 토벌 훈련을 위해 사육한 몬스터들을 요새 안에 풀어두고 토벌하는 것이 4분기 테스트였다.
“젠장…. 진짜야? 몬스터 토벌? 그거 3학년 올라가면 하는 거 아니었어?”
“바보냐? 몬스터가 얼마나 위험한데 훈련도 없이 하겠어? 3학년부터 칼론에서 이론 수업은 없고 모두 임무를 맡아서 실전 테스트를 한다고.”
“쉿, 교관들 왔다.”
학생들 사이로 교관들이 지나갔다.
“모두 주목.”
“주목!”
학생들을 마주 보며 교관 한 명이 가운데 단상 위로 올라왔다.
이번 테스트의 담당 또한 낯익은 얼굴이었다.
“나는 릭 스미스다. 보다시피 용병이지.”
루안을 보면서 씩 웃어 보이는 스미스.
1분기 테스트에서 루안의 교관이었던 붉은 늑대의 용병.
모여 있던 여학생들이 수군거렸다.
“와, 얼굴 봐. 무슨 용병이 저렇게 잘 생겼지?”
“꺄, 뺨에 저 상처. 너무 멋있어.”
붉은 적발의 얼굴에는 그새 새로운 상처가 몇 개 아물고 있었다.
스미스에게 학생들이 물었다.
“이번 테스트가 몬스터 토벌이라고 하던데 맞나요?”
“그렇다. 너희들은 내 뒤에 저 요새를 차지하고 있는 몬스터들로부터 너희들의 요새를 되찾아야 한다.”
“안전장치는 해둔 건가요?”
딱 봐도 돈 많은 귀족가의 자제 같은 기름진 얼굴의 학생이 물었다.
스미스가 손가락으로 자신들을 가리켰다.
“물론이지. 우리가 안전장치다.”
스미스와 뒤에 있던 용병들이 웃었다.
학생들은 싸늘하게 식었다.
“용병들이 안전장치라고? 칼론의 근위대라면 모를까….”
“거기, 다 들린다. 이번 테스트 통과하기 싫냐?”
“죄송합니다!”
“목소리가 마음에 드니 봐준다.”
스미스가 유쾌하게 웃으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테스트는 각 분대 별로 나눠서 시작한다. 이번 테스트에 등록된 학생들은 모두 30명이니까 5명을 1개 분대로 나눠서 총 6개의 분대로 진행한다.”
용병들이 깃발을 학생들 앞에 하나씩 꽂았다.
6개의 깃발이 휘날렸다.
“이 깃발들은 1번부터 6번 깃발이다. 내가 지금부터 너희들의 분대를 임의로 나눌 것이다. 부르는 대로 깃발 앞에 가서 서도록.”
스미스는 학생부를 넘기면서 이름을 불렀다.
학생들은 스미스가 말하는 깃발로 갔다.
“리사 그란델.”
“네.”
“1번 깃발이다.”
루안이 서 있던 열의 가장 앞쪽에 서 있던 리사 그란델이 1번 깃발로 향했다.
1번 깃발엔 인원이 1명 남았다.
스미스는 루안을 보면서 말했다.
“루안 브리스톨.”
“네.”
“몇 번 깃발로 가고 싶냐?”
“네?”
“넌 내 테스트에서 1등이었으니 1번 깃발이다.”
루안은 그란델과 눈을 마주쳤다.
그란델은 스미스가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스미스가 학생들을 깃발에 모두 배치시켰다.
“자, 이제 분대를 나눴으니 본격적인 테스트에 대해 알려줘 볼까? 재밌겠지? 흐흐.”
갑자기 몬스터들의 울음이 터졌다.
크웨에-!
키익! 키익!
소름끼치는 괴수들의 울음이 학생들을 긴장시켰다.
“저, 저기 스미스 교관님!”
“3번 깃발 도련님. 궁금한 게 있냐?”
“저희들은 아직 몬스터 토벌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몬스터는 죽여 봤을 거 아냐? 2분기와 3분기 테스트가 살아있는 몬스터랑 1대 1로 전투해서 죽이는 거 하고 팀을 짜서 몬스터 사냥하는 거였잖아. 안전한 결투장에서.”
2분기 테스트는 슬라임, 고블린 같은 소형 몬스터를 안전한 놈부터 위험한 놈 순서로 사냥했다.
1대 1 전투라고 하나 교관들과 교수들이 지켜봤고 다른 학생들도 있었으니 덜 위험했다.
심지어 몬스터들의 발톱과 송곳니를 잘라놔서 안전하게 몬스터의 사냥 경험을 익혔었다.
3분기 테스트는 몬스터 1마리를 팀을 짜서 사냥하는 것이었다.
모두 교수와 교관들이 지켜봤으니 안전했다.
하지만 4분기 테스트는?
“저런 요새에서 몬스터를 사냥하는 건 처음입니다.”
“쟤들도 발톱, 송곳니 잘라놔서 안전할 거야. 그 사이에 해치워버리면 간단하잖아.”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스미스를 학생들이 째려봤다.
“으음…. 얘들아. 몬스터를 죽이는 요령과 스킬을 터득했으면 나머지는 너희들의 심장에 달려 있다. 이번 테스트는 실전에 가까운 환경 속에서 몬스터들을 얼마나 겁 없이 토벌하는지를 보는 거다. 몬스터를 더 많이 죽이는 건 상관없어. 핵심은 두려움 없는 행동을 보여주는 거다.”
4분기 테스트의 통과 조건은 기사로서의 용기였다.
“요새 안에 풀어놓은 몬스터들은 고블린 10마리다. 보다시피 저 요새는 곳곳에 숨을 곳이 많아서 고블린들이 기습하기도 좋고 도망치기도 좋지.”
“10마리요? 5명이 10마리랑 싸워야 됩니까?”
4번 깃발 앞에 선 학생의 말에 스미스가 대답했다.
“물론이다. 지금부터 전투 감각을 키우고 수련을 하는 거다. 뭐 때문에 10마리의 고블린을 저기서 사냥해야 되느냐? 너희들이 3학년부터 나갈 토벌 임무에서는 100마리가 까꿍 하고 달려올 거니까.”
학생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스미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루안은 과거 토벌하러 갔다가 토벌대가 300마리의 고블린 부대의 포위를 당한 적이 있었다.
‘으…. 진짜 끔찍했어. 지원 부대가 오지 않았으면 먹혔을 거야….’
스미스는 고블린 사냥의 요령을 알려줬다.
“너희들이 너무 쫄아 있으니 비 맞은 병아리들 보는 것 같구나. 이 몸께서 특별히 고블린 요리… 아니 사냥 노하우를 알려줄 테니 한 번만 들어라.”
스미스는 품에서 단검을 꺼냈다.
“고블린들은 독침을 잘 쓰는 몬스터로 유명하지. 하지만 저 요새를 지배하는 고블린들은 단검을 잘 쓴다.”
“고블린들은 단검도 쓰잖아요.”
“응? 아, 그렇지. 나도 알아. 위험해서 독침은 못 쓰게 한 거야.”
학생들이 뭐 이런 놈이 다 있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노하우예요?”
“단검을 잘 쓴다는 건 뭐겠냐? 너희들에게 지급할 무기를 잘 고르라 이 말이야.”
학생들의 눈동자가 꿈틀거렸다.
“무기를 고를 수 있어요?”
“요새를 정복하는 데 꼭 하나만 들고 갈 필요 있냐? 자, 너희들의 입맛대로 무기들을 준비해뒀다. 마음에 드는 걸 깃발 분대 별로 나와서 들고 가도록.”
용병들이 무기가 담긴 통을 가져왔다.
통을 열자 무기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단검밖에 못 쓰는 고블린들을 상대로 어떤 무기가 좋을까? 잘 골라라.”
학생들은 저마다 무기를 고르기 시작했다.
루안이 1번 분대원들과 무기를 골랐다.
“야, 너희들 같은 무기로만 고르지 마.”
그란델이 말했다.
1번 분대원들은 모두 창을 고르고 있었다.
단검밖에 못 쓰는 고블린을 상대로 가장 안전하게 싸우려면 리치가 긴 무기가 가장 편했으니까.
루안도 이번엔 창을 잡아들었다가 멈칫 했다.
“그럼 뭘 고르라고?”
“각자 역할을 나눠야 할 거 아냐?”
“내가 창병 할게.”
“나도.”
“나도 창병….”
“하아….”
그란델이 손으로 이마를 덮었다.
“잘 들어, 저 요새는 고블린들이 숨을 곳이 많아. 가파른 벽을 타고 위에서 덮칠 수도 있고 바위틈에 숨었다가 기어 나와 발목을 그을 수도 있어. 우린 지금 평지에서 고블린들을 사냥하는 게 아니라고.”
그란델의 말을 듣던 스미스가 다가왔다.
팔짱을 낀 스미스는 칼칼 대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란델 백작가의 영애라더니. 과연 가문의 이름에 기름칠 좀 하시는구먼.”
용병다운 저급한 말투.
그란델은 스미스에게 물었다.
“교관님. 이렇게 무기를 나눠서 역할을 분담하라는 말씀은 학생들에게 해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내가 뭐 때문에 그런 친절을 베풀어야 하지?”
스미스의 말에 그란델이 발끈했다.
“교관이시니까요!”
“테스트를 하는 건 너희들이지 내가 아니야. 이제 곧 3학년 올라갈 텐데 거기서도 일일이 교관들이 너희들 입에 떠먹여줘야 할까? 무기를 어떻게 고를지는 너희들의 소관이고 책임이다. 잘 하면 사는 거고 못 하면 죽는 거지.”
스미스는 덤덤했다.
루안은 그의 말에 공감이 갔다.
그란델은 아닌 거 같았다.
“우린 아직 3학년 안 올라갔거든요? 그러니 교관이면 교관답게 맡은 바 책임을 다하시죠? 지금 학생들은 그런 걸 모를 수 있으니까요.”
스미스는 귀를 후비적거리며 대답했다.
“나는 여기서 월급 받는 교수도 아닌데?”
그란델이 말했다.
“흥, 용병 아니랄까봐 여기서도 꼭 티를 내시는군요.”
“이제 날 이해해주는군. 맞아. 우린 용병이야. 그러니 자기 앞가림은 알아서들 하라고.”
용병들은 칼론의 학생들이 어떤 기사가 될 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들 또한 한때는 기사였던 자들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스미스와 용병들은 조금 달랐다.
기사의 훈련이 아닌 도적, 사냥꾼, 암살 등등 뒷세계에서 칼을 쓰던 자들이 많았다.
스미스는 자신이 살아온 경험 때문인지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줬고 직접 판단하게 했다.
명에 따르기만 해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
“아, 그렇지. 내가 너희들 분대장을 안 정해줬구나.”
그란델이 대답했다.
“우리가 선택할게요.”
“아냐, 아냐. 그건 내가 떠먹여줘야지. 리사 그란델. 네가 1번 분대장이다.”
‘저 제멋대로인 성격은 여전하군.’
루안은 스미스의 붉은 늑대 용병단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용병단을 이끌고 대륙을 다니며 돈을 사냥하는 늑대들.
‘하지만 그만한 힘이 있으니 저럴 수 있지.’
스미스가 다른 깃발로 구경을 갔다.
그란델이 루안의 팔꿈치를 툭 쳤다.
“너. 창 써봤어?”
“아니.”
“그럼 내놔.”
루안의 손에서 창을 빼앗은 그란델이 옆에 있던 학생에게 줬다.
키가 크고 체구가 장대한 학생이었다.
“이름 뭐야?”
“로날드 베일.”
“체격이 크고 팔다리가 길어. 여기에 창을 들면 고블린 막기엔 최적이네. 네가 창병이다. 자.”
베일은 얼떨결에 창을 품에 안았다.
“난 창을 잘 쓸 줄 모르는데.”
“찌를 줄은 알잖아. 너한테 창을 맡긴 이유는 저 요새의 구멍 틈에 숨어 있을 고블린을 창으로 찌를 수 있어서야. 그럼 다른 분대보다 더 빨리 통과할 수 있을 거야.”
그제야 베일은 납득하고 창을 들었다.
“그 다음 너. 이름 뭐지?”
“셀리 코넬.”
“넌 주 무기가 뭐야??”
“검술이지만 활을 더 잘 써.”
“좋아. 그러면 궁병을 맡아.”
“알았어.”
그란델이 코넬에게 활과 화살통을 줬다.
“넌 이름이 뭐야?”
“로버트 라니에르.”
체격이 굵고 힘이 엄청 세 보이는 학생이었다.
“너는 검과 방패를 들어. 고블린들을 유인해서 달려들면 방패로 막고 검으로 썰고. 쉽지?”
루안이 물었다.
“난 뭐할까?”
“있던 거 쓰세요.”
그란델이 루안의 허리에 찬 툼스톤을 가리켰다.
[큭큭큭.]라스칼의 웃음이 들렸다.
‘닥쳐.’
[똑 소리 나는 여기사로군. 너보단 낫다.]“넌 뭐할 건데?”
“나도 너랑 같은 걸 써야지. 고블린들 수색해야 되니까. 무기는 상관없어.”
“너랑 내가?”
“내가 분대장이니까 넌 내가 시키는 대로 하셔. 요새에 들어가면 고블린 수색을 할 거니까. 우리가 찾아낸 고블린들을 유인하면 라니에르 네가 방패로 막고 베일 넌 뒤에서 창을 찔러. 코넬 너는 높은 곳을 확보하고 우리들을 시야에 넣어둬.”
그란델의 지시가 끝나는 순간 스미스가 입을 열었다.
“자! 이제 테스트를 시작한다. 가장 먼저 1번 깃발이 요새를 되찾으러 간다. 사육장 개방!”
드그그그-
요새의 철문이 서서히 열렸다.
그 앞에 루안과 분대원들이 서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