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30
제29화. 임무 (1)
루안의 시야에 들어온 리사의 담당 교관은 방긋 웃으면서 손을 들어보였다.
“줄리아… 누님이… 네 담당 교관이라고?”
“응.”
줄리아 브리스톨은 리사의 담당 교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누님이 어떻게….”
“꽤 충격인가 보네. 블랙 로즈 길드를 이끄는 기사잖아. 배울 게 많은 분이니 내가 특별히 요청했었지.”
줄리아 브리스톨은 제국의 여기사들에겐 유명한 인물이었다.
칼론을 졸업한 여기사들이 가장 먼저 들어가고 싶은 길드가 블랙 로즈였으니까.
다른 귀족 가문의 혈족이 담당 교관을 맡는 일은 이례적이지만 아주 없는 것도 아니었다.
특히 줄리아 브리스톨은 강한 기사를 키워내는 일에 관심이 많았고 명문 귀족가였던 그란델 가문의 기사를 담당하는 것은 그녀의 흥미를 자극하고도 남았다.
루안은 테이블 위의 물을 벌컥 들이켰다.
“람버트 교장님께서 들어오십니다.”
칼론의 연회장을 담당하는 교수 하나가 소리치자 장내가 조용해졌다.
모두가 앉아있는 자리에서 시선을 돌린 곳의 문이 열렸다.
끼이익-
호위 기사들이 먼저 들어와 몸을 돌려 검을 세웠다.
뒤이어 람버트 교장이 나타났다.
연회장 가운데 단상 위로 올라온 람버트 교장은 학생들을 보면서 말문을 열었다.
“지금부터 칼론 학생들의 3학년 진급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진급식은 간단하게 치러졌다.
람버트 교장이 호명하는 담당 교관들이 단상 앞으로 올라와 학생들에게 인사를 하고 람버트 교장으로부터 3학년 학생의 담당을 1년간 맡을 것을 맹세했다.
맹세를 끝낸 교관들은 각자 자신이 담당하는 학생들을 맡아 임무를 시작한다.
연회장에서 람버트 교장이 호명하는 교관들이 하나씩 단상으로 올라왔다.
* * *
진급식이 끝나고 담당 교관들이 학생들을 찾았다.
“어머, 루안. 여기서 또 보는구나.”
줄리아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루안에게 다가왔다.
“누님, 안녕하셨습니까?”
루안은 공손한 자세로 두 손 모아 줄리아에게 고개를 숙였다.
줄리아는 루안의 머릴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네 3학년을 내가 담당하고 싶었는데 이미 아바마마께서 네 담당 교관을 선택하셨지 뭐니?”
“네?”
“응? 넌 모르고 있었니? 네 교관 자리를 저 용병에게 맡겨버려서 내가 아바마마께 엄청 화냈거든. 그래서 그란델 가문의 담당 교관 자리를 맡을 수 있었지만.”
줄리아가 스미스를 눈짓으로 가리켰다.
루안이 물었다.
“아바마마께서… 제 담당 교관으로 정하신 게 저 용병이었다고요?”
당황하는 루안을 귀엽게 쳐다보는 줄리아가 대답했다.
“3학년 잘해봐. 내가 담당한 것처럼 강해질 순 없겠지만 붉은 늑대들이라면 실력 하나는 쓸 만하니까 후회는 없을 거란다.”
“가, 감사합니다. 누님.”
루안은 다시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줄리아는 루안의 머릴 쓰다듬으며 리사에게 갔다.
“크으…. 브리스톨 가문의 위험한 누님께서 루안 도련님께 은혜를 베푸시는 겁니까요?”
스미스가 다가오며 킬킬거렸다.
루안이 물었다.
“아바마마께서 교관님을 제 담당으로 정하셨다는 게 진짜예요?”
스미스는 리사를 데리고 가는 줄리아를 보면서 대답했다.
“공녀님이 네 담당 교관을 하고 싶다고 하셨지만 어쩌다 보니 내가 맡았다. 뭐 문제 있냐?”
“아닙니다.”
이미 교관 자리가 정해져 있었는데 그걸 조건으로 4분기 테스트를 통과시켜줬던 건가?
루안은 이유야 상관없긴 했다. 스미스가 자신의 담당 교관이라는 사실이 더 마음에 들었다.
줄리아가 담당 교관이었다면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죽었을 거 같으니까.
‘그래… 이건… 아바마마께서 날 살려주신 거야.’
리처드 브리스톨의 저의를 알 순 없었다.
그냥 루안 혼자서라도 그렇게 알고 있기로 했다.
“이제 진급식도 끝났으니 임무를 시작하지.”
스미스는 루안을 데리고 칼론의 연회장 밖에서 쪽지 한 장을 꺼내 읽었다.
“이걸 읽고 기억해둬라.”
루안이 스미스가 건넨 쪽지를 펼쳤다.
“페트로샤 가문의 도박장에서 금화 50개를 받아올 것? 이게 뭐예요?”
“뭐기는. 너와 나의 첫 임무지.”
“이게… 임무라고요?”
스미스는 루안의 손에서 쪽지를 가로챘다.
“그럼 임무가 아니고 뭐냐? 빨리 따라와.”
* * *
제국의 번화한 골목마다 다양한 시설들이 들어서 있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여러 개가 있지만 특히 인기가 많은 곳이 있었다.
“뭐 때문에 왔다고?”
낮고 굵은 저음의 목소리를 내며 사내가 일어났다.
이곳은 페트로샤 가문이 관리하는 제국의 도박장이었다.
도박장은 지하에 있었고 1층은 여러 음식과 술을 팔고 있었다.
2층은 도박장 관리들이 있는 본부였다.
페트로샤 가문은 하급 기사와 용병들을 사들여 도박 사업을 시작해 큰돈을 번 상단 가문이었다.
귀족 신분은 아니었지만 엄청난 재산으로 재력이 부족한 귀족들을 후원하면서 연줄을 넓혀 세력을 다져가는 가문이었다.
이들은 도박장을 운영하면서 인맥을 관리했고 황실 소속의 기사단부터 유명 길드의 기사들과 귀족과 평민 할 것 없이 도박에 빠진 인간들은 대부분 페트로샤 가문이 소유한 도박장을 들락거렸다.
“금화 50개, 레너드 남작님께 빌려 가셨다면서요?”
스미스의 말에 사내가 물었다.
“누가 그래?”
“남작님께서 그러시더군요. 금화 50개 찾아오라고.”
“난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아, 그쪽 말고요. 그쪽 먹여주고 재워주는 형님들께서 빌려가셨거든요.”
“뭐…라고?”
거대한 체구의 사내는 소매를 걷으며 굵은 팔뚝을 드러냈다.
한쪽 눈에는 칼자국이 대각선으로 길게 나 있었고 귀에는 화살을 여러 번 맞은 자국이 있었다.
사내는 팔짱을 끼면서 물었다.
“여기가 어딘지 알고 그딴 소릴 내뱉는 거냐?”
“알고 있으니 뱉어야죠. 하하하. 여기 주인장께서 빌리신 돈 받으러 왔거든요.”
스미스의 웃음이 거슬렸는지 사내는 주먹을 쥐고 스미스가 앉아 있던 테이블을 후려쳤다.
콰장창-!!
접시가 바닥에 떨어지고 음식들이 순식간에 쓰레기로 변해버렸다.
“난 그런 거 몰라. 너희들이 여기서 할 일은 딱 하나다. 도박이나 하고 돈 떨어지면 꺼지는 거. 알아?”
사내가 스미스의 코앞에 대고 으름장을 놨다.
스미스는 옆에 있던 루안에게 물었다.
“루안 학생. 이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일까?”
“네?”
“그냥 대답해봐. 지금부터 네가 궁금해 하던 실전이 벌어질 건데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을지를.”
루안은 대답을 하려는 순간.
사내가 스미스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후아앙-!
스미스가 옆으로 상체를 돌리면서 주먹을 회피했다.
“아아악!!!”
주먹을 휘두른 사내의 팔뚝이 스미스에게 꺾이기 시작했다.
스미스가 사내의 무릎 뒤를 발로 밟으면서 주저앉혔다.
단검을 꺼내 목젖을 누르면서 스미스가 속삭거렸다.
“너희 주인에게 가서 전해라. 금화 50개를 오늘 안으로 내놓지 않으면 굉장히 위험한 일이 벌어질 거라고.”
사내는 빠르게 일어나더니 욕설과 함께 소리쳤다.
“기다리고 있어!! 오늘 끔찍한 일을 겪을 테니까!”
“빨리 와!”
사내가 어디론가 사라졌고 루안이 스미스에게 물었다.
“뭐하는 거예요? 저 자식 패거리들을 데려올 건데.”
“수업하고 있잖아.”
“네?”
“네 수업이 저놈 패거리들 상대하는 거다. 잘 생각하고 있어. 뒷골목 누비는 쓰레기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안전할지.”
스미스는 루안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도박장 위층으로 올라갔다.
“교관님! 어디 가시는데요?”
“넌 네 할 일을 하고 난 내 할 일을 해야지. 금화 50개 받아올 때까지 패거리들 제압하는 게 네 할 일이다. 아, 그리고 검쓰면 오늘 수업 실격이다. 알겠지?”
“교관님!”
스미스가 위층 계단으로 올라가는 순간 사내가 사라졌던 뒷문이 벌컥 열렸다.
“저 새끼냐?”
“맞아. 응? 한 놈은 어디 갔지?”
“그새 도망갔군. 일단 저놈을 잡아 족쳐. 그 다음 도망간 놈을 잡아온다.”
도박장의 문지기들이었다.
이들은 하급 기사, 용병 출신들이 많았기에 싸움 실력은 평범한 건달과는 격이 달랐다.
“자, 잠깐만. 도망간 게 아니고. 위층, 위층으로 갔어!”
“죽어!!!”
가장 먼저 달려오는 덩치 큰 문지기의 발차기가 루안을 덮쳤다.
루안은 라스칼에게 배웠던 발데스의 격투술로 맞서기 시작했다.
퍽-! 퍼퍽!!
문지기의 발차기를 옆으로 흘리며 주먹으로 허벅지와 사타구니를 올려쳤다.
부우웅-
옆에서 주먹이 날아와 루안의 눈을 위협했다.
루안은 둘러싸이지 않기 위해 옆쪽 테이블을 밟고 뛰어올랐다.
테이블과 의자가 많은 곳으로 몰려온 문지기들이 루안을 향해 의자를 마구 집어던졌다.
와장창-!!
쨍그랑!
루안은 라스칼을 허리에 차고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 몸을 피했다.
라스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가 이렇게 시끄럽냐!!
루안은 대답하지 않고 의자를 들었다.
문지기들이 던지는 술병이 루안의 의자 다리에 맞고 깨졌다.
“와, 저 미친 새끼들. 하나씩 던져, 새끼들아!”
루안은 의자를 방패처럼 들고 옆으로 뛰었다.
문지기들은 루안이 생각하던 것과 완전히 다른 싸움으로 공격해왔다.
기사들과의 검술 대련과 격식을 갖췄던 수련들이 아닌 제멋대로 난잡한 싸움.
루안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전 생에서 그 역시 건달패와 다를 바 없었으니까.
“저쪽 막아!! 던져!”
“의자 가져와!!”
“테이블로 막아!”
문지기들은 루안을 계속 몰고 있었다.
술병과 의자, 접시를 루안에게 던지면서 구석으로 몰아갔다.
“좋아, 탈출구 다 막았어. 몰아, 계속 몰아.”
거구의 문지기가 테이블을 들어서 벽을 등지고 서 있던 루안에게 던졌다.
“미친!”
루안이 의자를 내던지고 바닥을 구르며 옆으로 빠져나왔다.
테이블이 루안이 서 있던 곳에서 박살나며 잔해가 튀었다.
“죽어라!”
기다렸단 듯이 다른 문지기가 루안을 발로 밟았다.
루안이 문지기의 발목을 붙잡고 비틀었다.
“아악!! 내 발!”
“잡아!!”
루안이 일어나 테이블로 올라갔다.
달려오는 문지기의 머리를 향해 발을 찼다.
발끝이 정확하게 문지기의 턱에 걸렸다.
루안은 뒤이어 오는 문지기를 향해 테이블에 있던 술병을 던졌다.
퍽-!!
“끄아악!!”
생각처럼 몸이 움직여주진 않았지만 감을 잡아낸 루안은 다른 테이블의 술병을 몇 개 들고 달려오는 문지기들을 향해 계속 던졌다.
루안이 술병을 던져대니 다른 문지기가 소리쳤다.
“술병 가져와!!”
“남은 술병 다 저기 있는데.”
“그러면 의자 갖고 와!”
문지기들이 시작부터 술병을 던져대면서 루안을 몰아버려 던질 병들이 없었다.
루안이 남은 술병으로 정확하게 문지기들을 맞췄다.
“멈춰!!!”
“꺄아악!!”
“뭐, 뭐야?”
문지기 하나가 싸움을 피해 숨어있던 여자를 끌어내 목에 칼을 겨눴다.
“움직이면 이 년 목을 확 그어버릴 거야. 크흐흐.”
“이 새끼들 미친놈들 아냐? 그 여자도 여기 일하는 애잖아!”
“뭔 상관이야?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다들 저 새끼 밟아!”
루안은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공격을 멈춰야 했다.
그 사이 문지기들이 달려들어 루안을 붙잡고 패기 시작했다.
여자들의 비명 소리가 2층까지 들려왔다.
스미스와 마주 보던 도박장 관리인 바론이 말했다.
“같이 데려온 놈이 죽어가고 있나 보군. 빨리 가서 구해야 하지 않아? 저러다 죽으면 어쩌려고?”
스미스가 대답했다.
“하하, 괜찮아. 브리스톨 가문의 도련님이셔서 잘 버틸 거니까.”
“…뭐라고?”
“빨리 네 부하들 말려야 하지 않아? 브리스톨 가문의 혈족이 페트로샤 가문의 사유지에서 죽으면 이거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흥, 뻥치지 마.”
“도련님께서 이번에 칼론 3학년 진급하셨거든. 내가 담당 교관이야. 이제 알겠어?”
“…뭐?”
스미스의 말에 바론은 상황을 파악하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멈춰!!!”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