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32
제31화. 임무 (3)
용병단 본부를 보면서 루안이 물었다.
“여기가 제 숙소라고요?”
붉은 늑대단의 본부에는 여러 건물들이 있었다.
의뢰를 담당하는 본부와 그 옆으로 용병들의 숙소가 늘어서 있었다.
숙소 건물은 낡고 허름했다.
밟을 때마다 삐걱대는 계단과 복도, 곰팡이가 슬어 있는 벽을 보면서 스미스가 말했다.
“네가 1년간 지낼 곳이지. 마음에 드냐?”
“…아.”
루안은 붉은 늑대 용병들과 같이 지낼 예정이었다.
칼론의 3학년들은 담당 교관이 정해지면 1년간 같이 다니며 먹고 마시고 자고 모든 것을 함께 한다.
교관마다 지도 스타일이 달랐지만 대부분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교관과 함께 하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귀족 가문의 자제들이 항상 고위 기사들을 교관으로 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낮은 신분의 교관이 담당하면 생활 반경 또한 그만큼 낮아지니까.
“뭐냐? 용병들의 생활이 궁금하냐? 따라와.”
스미스는 루안이 지낼 방을 안내해줬다.
방 안에는 낡은 침대와 탁자 하나가 덜렁 있었다.
벽에는 금이 쩍쩍 갈라져 있었고 바닥은 삐걱거렸다.
“여기가… 제가 잘 곳인가요?”
“응. 뭐 문제 있어?”
“아, 아닙니다.”
“루안, 귀족으로 살다가 이곳에 지내는 게 거슬리는 건 이해해. 하지만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거야. 대공님께서 널 내게 맡기신 이유가 있을 거라고. 솔직히 난 모르겠지만. 하하하.”
“그러겠죠. 하하.”
루안은 스미스가 나가자마자 벽을 바라봤다.
쩍쩍 갈라져서 곳곳에 떨어진 돌 부스러기들이 보였다.
“아, 젠장. 이 틈으로 벌레 들어오겠네.”
루안이 허리에 차고 있던 툼스톤으로 벽의 틈을 콕콕 찔렀다.
[얌마! 어딜 찔러? 더럽게. ]라스칼이었다.
“뭘 찌르긴 벽 찌르지. 여기 구멍을 좀 막아야겠거든.”
[막을 거면 네 머리통으로 막아. 더러운 짓 하면 죽인다.]“아 이게 진짜. 너 나와 봐.”
[시끄럽고 잘 거니까 깨끗한 곳에 놔라. 잠깐 근데 여기가 어디냐?]라스칼은 지금까지 자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앞으로 내가 1년간 살 곳이다.”
[…뭐라고?]“마음에 들지?”
[미쳤냐?]“미안하지만 네 의사는 상관없어. 내가 3학년 진급했으니 여기서 용병들하고 같이 지내야 하거든.”
[용병 놈들은 건물이 다 이거밖에 없냐? 깨끗한 곳으로 달라고 해.]“다른 건물은 안 가봐서 몰라. 일단 여기서 지내라고 했으니 어쩌겠어?”
라스칼은 루안에게 화를 냈지만 루안은 무시해버렸다.
* * *
다음 날 루안은 스미스를 따라 페트로샤 상단 본부를 찾았다.
“잘 들어. 루안. 오늘 네가 할 임무는 딱 하나야.”
“뭔데요?”
“내가 페트로샤랑 이야기를 하는 동안 놈의 표정과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관찰해서 내게 이야기해라.”
“그것만 하라고요?”
“쉽지? 그냥 편하게 관찰하고 느끼는 대로 내게 이야기 해. 그렇다고 너무 대놓고 관찰해서 들키진 말고.”
“알겠습니다.”
루안은 페트로샤 상단 본부의 집무실로 올라갔다.
집무실은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한 문으로 닫혀 있었고 문 앞에는 검을 든 호위기사가 서 있었다.
“페트로샤 님 안에 계신가?”
“약속을 하고 오셨습니까?”
“붉은 늑대단의 릭 스미스다. 가서 전해.”
호위기사 한 명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다시 문이 열리면서 기사가 말했다.
“들어오십시오.”
기사가 열어주는 문으로 들어가자 넓은 홀 같은 집무실이 나타났다.
벽에는 고급스러운 무기들이 걸려 있었고 바닥은 아늑한 원목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뛰어난 미모를 가진 시녀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스미스와 루안을 맞이하였다.
“페트로샤 님께서 먼저 오신 남작님과 대화하고 계시니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루안은 집무실 한 곳에 앉아 있는 페트로샤를 발견했다.
“교관님. 저 사람 레너드 남작인데요.”
레너드 남작이 키슬로프 페트로샤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페트로샤는 자신의 찻잔을 홀짝이면서 여유를 부렸고 레너드 남작은 초조해보였다.
스미스가 루안에게 말했다.
“황제의 금화를 갖고 와서 시원하게 털어 먹혔지.”
“그러면… 여기 온 게….”
“남은 재산들을 담보로 다시 도박을 하려는 거야.”
루안은 스미스를 따라 레너드 남작이 앉아 있는 곳 뒤쪽에 자리 잡았다.
페트로샤 상단 소속의 시녀들이 다가와 차와 다과를 테이블에 올려놨다.
다과를 먹으면서 레너드 남작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이보게, 페트로샤. 얼마에 팔 수 있을까?”
“흐음, 남작님의 영지는 오래 전부터 풍족한 자원들이 있다고 알려져 있었지요?”
“그렇기는 한데… 사실 별거 없어. 나도 그런 이야기를 듣고 부하들을 풀어 자원을 수색해봤거든. 없더라고.”
남작령의 자원이란 말에 루안의 귀가 솔깃했다.
스미스는 루안을 보며 손가락을 입술에 붙였다.
“티 내지 말고 가만히 듣고 있어.”
레너드 남작은 자신의 영지를 모두 팔아치울 생각이었다.
영지를 담보로 도박자금을 마련하려는 것.
페트로샤는 레너드에게 계약서를 써주겠다고 했다.
계약서를 쓴 레너드가 웃으면서 일어났다.
페트로샤가 악수를 하면서 레너드를 보냈다.
“거 참… 망가질 대로 망가진 귀족이라…. 구경하는 것도 나쁘진 않네.”
“페트로샤 님. 드디어 레너드 남작의 남은 재산을 모두 차압하셨나 봅니다.”
“허허, 이 사람. 차압이라니? 누가 들으면 내가 남작을 약탈하는 줄 알겠네.”
약탈이란 말에 라스칼이 루안 에게 말했다.
[재미있게 생긴 돼지네. 저거랑 손잡고 뭐하는 건데?]‘페트로샤 상단의 주인이야.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재력가지.’
스미스는 페트로샤에게 자신의 의뢰금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페트로샤 님께서 회수하신 남작가의 영지에서 10퍼센트를 제게 넘기시겠다고 하셨죠?”
“으응? 이 사람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내가 언제 10퍼센트라고 했어? 5퍼센트였지.”
“계약서를 다시 보시겠습니까? 여기 10퍼센트라고 적혀 있잖아요.”
“끄응….”
페트로샤는 머릴 긁적거리면서 스미스가 내민 계약서를 바라봤다.
“하하하, 혹시나 하고 떠봤는데 어쩔 수 없군. 자넨 정말 빈틈없는 용병이라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단순무식한 놈들을 고용하는 건데 말이야.”
“그랬다면 레너드 남작령을 갖지 못하셨을 겁니다.”
“흥, 인정하긴 싫지만 사실이니까 뭐. 좋아. 여기 지도에서 자네가 원하는 구역을 말해보게. 그 부분만큼은 자네 소유로 계약서를 쓰겠네.”
스미스가 기다렸단 듯이 지도의 특정 구역을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이 산 하나면 족합니다.”
“흐음? 정말인가?”
페트로샤가 의심스럽단 표정으로 스미스를 훑어봤다.
루안은 페트로샤의 눈짓과 손짓과 행동, 표정 모든 것을 관찰했다.
스미스는 지도를 보면서 계속 페트로샤의 반응을 떠보는 질문을 던져댔다.
“이 산에 뭐 있습니까?”
“응? 아닐세. 하하하. 내 말은 자네라면 남작령에서 가장 비싼 구역들을 골랐을 거 같았는데 의외라는 거지. 자네가 고른 코헨 산 하나로 만족한다면 나야 좋지.”
스미스가 골라낸 산은 레너드 남작령에서 가장 작은 산이었다.
코헨 산이라고 부르지만 평범한 동산이었다.
페트로샤는 10퍼센트에 해당하는 영지를 떼어줄 생각에 가슴이 쓰라렸는데 스미스가 산 하나만 달라고 하자 반가운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면 코헨 산만 자네의 소유로 양도하겠네. 계약서를 쓰지.”
스미스는 페트로샤와 코헨 산의 소유를 인정하는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제 제 볼일은 끝났군요. 감사했습니다. 페트로샤 님. 다음번에 또 의뢰를 맡겨주십시오.”
“수고했네.”
스미스가 상단 본부를 나오면서 루안에게 물었다.
“페트로샤의 반응이 어땠는지 말해봐.”
“일단 교관님이 산을 고르자 꽤 놀라는 기색이었습니다.”
“그리고?”
“코헨 산 계약서를 작성할 땐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가서 눈에 걸릴 것 같던데요.”
“하하하, 잘 봤어. 다행히도 놈은 코헨 산에 대해 모르는 게 확실하네.”
“코헨 산에 뭐가 있는데요?”
스미스가 씩 웃으면서 손짓했다.
“여긴 귀들이 많아. 마차로 가서 알려줄게.”
* * *
스미스의 붉은 늑대 마차가 어디론가 달리고 있었다.
“보물이요? 코헨 산에 보물이 있다고요?”
“응. 내가 페트로샤에게 거래를 제안한 이유가 바로 이 보물 때문이지.”
스미스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레너드 남작령에서 가장 작은 동산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것.
“하지만 그걸 교관님이 어떻게?”
“용병 일을 하다 보면 여러 정보들을 듣거든. 가끔 의도치 않은 정보들이 흘러 들어올 때도 있고 말이지.”
기사들은 특정 길드 혹은 기사단에 있기 때문에 정보를 듣고 움직이는 건 제한이 있었다.
대부분 제국의 명을 따라 들어오는 임무들을 맡아 해결하는 것이었기에 어떻게 보면 단순했다.
반면 용병들은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부분이 컸다.
“코헨 산에 숨겨진 보물은 뭔데요?”
“나도 들은 거라서 정확하진 않아. 정보에 따르면 황금으로 만든 유물들이 수백 개 있다고 했거든.”
“어떻게 찾으실 건데요?”
“다 수가 있지.”
스미스가 여유롭게 웃으면서 마차의 창문을 열었다.
루안이 타고 있는 마차 뒤쪽으로 용병들이 탄 말들이 쫓아오고 있었다.
한참을 달린 마차가 코헨 산에 도착했다.
뒤따라온 용병들이 말에서 내렸다.
모두 10명의 용병들이었다.
“두목, 여기서 뭐하려는 거유?”
“아니, 남작 영지가 얼마나 넓은데 꼭 이런 산 하나만 먹은 이유가 뭐유?”
“다들 조용. 두목께서 계획이 있으시겠지.”
말릭이 부하 용병들을 진정시켰다.
스미스는 부하들을 보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의 시선이 코헨 산이 아닌 다른 곳에 닿은 채.
“말릭. 여기 오면서 미행 붙은 거 확인 안 했냐?”
“응? 했는데. 아무 냄새도 안 났어.”
“그럼 저기 있는 놈들은 뭐야?”
스미스가 가리키는 곳으로 루안과 부하 용병들의 시선이 이동했다.
어느 순간 용병들이 타고 온 말 뒤쪽에 낯선 기사들이 서 있었다.
검은 망토로 몸을 두르고 얼굴엔 몬스터의 가죽으로 기워 만든 가면을 쓰고 있었다.
“뭐야? 저놈들. 오면서 전혀 기척이 없었는데.”
“네놈들 코에도 걸리지 않을 만큼 실력이 좋다는 거네.”
스미스가 낯선 기사들에게 소리쳤다.
“거기 미안한데. 우리가 여기서 할 일이 좀 있거든. 모른 척 가면 목숨은 살려줄게. 어떠냐?”
기사들은 스미스의 말에 다가오기 시작했다.
“저것들 봐라?”
용병들이 하나씩 칼을 꺼냈다.
기사들은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오던 기사들이 말문을 열었다.
“이곳은 너희 같은 용병 따위가 올 수 없는 곳이다.”
스미스가 기사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흐음, 아직 소문이 퍼지지 않은 거 같은데 코헨 산은 나 스미스의 소유지로 오늘 바뀌었거든.”
기사들은 스미스를 바라볼 뿐 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뒤쪽에서 루안과 같이 있던 말릭이 말했다.
“다들 움직여라. 저 자식들 칼 뽑는다.”
말릭의 말이 끝나는 순간.
검은 기사들이 칼을 뽑으며 스미스의 목에 휘둘렀다.
파-캉!
스미스가 검을 튕겨내면서 앞쪽에 서 있던 기사의 망토를 잡았다.
기사들이 흩어지면서 검술을 펼쳤고 용병들과 충돌했다.
루안이 검을 뽑아 기사들의 뒤로 몸을 날렸다.
“이야압!”
챙-! 채챙!!
검은 기사들의 검술은 예사롭지 않았다.
5명의 인원으로 10명의 용병들을 상대하는 움직임은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놈들은 각자 특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가까이 달려오는 상대는 찌르기로 뒤로 물러나게 했다.
그 다음 가운데에 위치한 기사가 오러를 끌어올려 검기를 발산하며 원거리의 용병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단순한 살수들이 아니다.’
루안의 검을 가볍게 막으며 공격이 들어오는 기사들이 동시에 몸에 두르던 망토를 펼쳤다.
망토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검은 안개로 변했다.
검은 안개가 용병들과 루안의 시야를 가리기 시작했다.
‘뭐야? 이 자식들.’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루안이 뒤로 물러나는 순간 라스칼이 소리쳤다.
[뒤!!]반사적으로 허리를 숙이자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려왔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