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34
제33화. 뷰론 공화국 (1)
뷰론 공화국은 공화정 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였다.
300명의 원로들이 공화국의 모든 살림을 맡아 논의하며 다스리는 의회가 있었다.
의회의 원로들은 1년마다 대표를 내세워 왕을 대체하는 역할을 맡겼는데 이 왕을 뷰론 공화국의 의장이라고 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뷰론의 상인들은 막강한 경제력을 키웠고 이는 곧 뷰론 공화국의 국력의 핵심이었다.
“정말 후작님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요? 어린 학생이?”
“이 친구 칼론의 3학년으로 진급한 기사입니다. 아주 훌륭한 검술을 가졌죠.”
스미스가 루안의 어깨를 주물렀다.
빨리 대답하란 듯이 어깨 근육을 손가락으로 후벼 팠다.
“아… 하하. 네, 맞습니다.”
“흐음, 호위 경험은 있어요?”
“네?”
루안의 목을 감싸면서 스미스가 대답했다.
“있죠. 그것도 엄청.”
“스미스 단장님께서 그 정도로 추천하시니 맡겨보죠.”
“감사합니다! 결코 실망시켜드릴 일이 없을 겁니다.”
“따라와요.”
후작 부인을 따라가면서 루안이 물었다.
“교관님. 뭡니까? 호위 경험이라뇨?”
“넌 이제부터 라비뇽 후작의 호위를 맡아야 한다. 이게 네게 맡기고 싶었던 진짜 임무야.”
“호위? 갑자기 무슨 호위예요?”
“라비뇽 후작을 암살하려는 첩보가 들어왔거든. 당황하지 마. 나랑 같이 할 거니까.”
“후작을요?”
라비뇽 후작은 뷰론 공화국의 부르주아 계급에 속해 있는 상위 귀족이었다.
뷰론의 귀족들은 제국과는 다르게 가문의 혈통보다는 재산이 많거나 공화국의 국력을 향상시키는 업적을 세웠거나 또는 공화국에서 키우려는 재능 있는 사람이라면 의회에서 귀족의 작위를 부여하였다.
“누가 암살하려는 건데요?”
“그걸 알면 암살 실패한 거지. 모르니까 알아내야 하는 거고.”
뷰론 공화국은 제국에서 도망친 사람들이 많았다.
브리켄 슈타인 제국에서 귀족들의 횡포로 뷰론으로 몰려드는 상인들이 많았고 제국에서 이를 배신자로 낙인찍어 살수들을 보내 암살을 꾀하는 일들이 있었다.
라비뇽 후작은 뷰론 공화국에서 가장 유망한 정치가이자 차기 의장으로 지목되고 있는 거물이었다.
“루안, 네가 이번 임무를 잘 해내면 뷰론 공화국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
뷰론 공화국을 이끌 차기 의장의 호위.
3학년 임무치고 굉장히 높은 난이도의 임무였다.
“이거 람버트 교장 선생님께서 알고 계신 임무예요?”
“루안, 칼론은 3학년에게 간섭 따위 하지 않아. 실전 경험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칼론에서 3학년들이 어떤 임무를 맡든지 간섭하지 않는 것은 기사로서 필요하다면 적국으로 가서 임무를 맡아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제국을 벗어나 다른 국가에서 임무를 맡아 경험을 쌓으면 제국의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었으니까.
“람버트 교장은 루안 네가 이런 임무를 해냈다는 걸 알면 최고의 학생으로 칭송해줄걸?”
루안은 스미스와 함께 마차에 올라탔다.
* * *
라비뇽 후작가의 저택.
루안은 후작의 집무실에 앉아 있었다.
“스미스 단장, 자네가 추천한 호위 기사가 브리스톨 가문의 혈족이라니….”
“감동하셨습니까? 후작님.”
“내게는 부담스럽네. 다른 호위 기사를….”
“후작님께서는 루안의 호위가 필요합니다.”
라비뇽 후작은 스미스를 보면서 물었다.
“어째서?”
“루안은 브리스톨 가문의 혈통. 이 사실이 알려지면 암살하려는 놈들의 귀에 들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암살 계획을 변경할 확률이 높습니다.”
“브리스톨 가문의 혈족까지 죽여서 높은 명성을 얻을 확률이 높지 않고? 암살자들 세계에서 브리스톨을 죽일 수 있다면 대단한 명예를 갖는다고 들었네만….”
“잘못 알고 계십니다. 제가 후작님의 호위를 루안에게 맡긴 이유는 암살 계획을 변경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계획을 변경하면?”
“정보가 새어나올 것입니다. 그 전까지 자신들이 맞춰온 계획과 달라지면 새로운 계획이 필요하겠죠. 특히 브리스톨 가문의 혈족이 호위를 맡는다는 정보는 암살자들의 계획에 전혀 없는 변수일 것이니까요.”
“흐음….”
스미스의 대답에 후작은 말문을 열 수 없었다.
암살 계획은 치밀하게 이뤄진다.
특히 뷰론 공화국을 이끌 거물을 암살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터.
스미스는 암살자들의 계획에 브리스톨 가문이란 변수를 끼워 넣었다.
루안이 라비뇽 후작을 호위한다면 암살자들에겐 브리스톨 가문을 상대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기 마련.
스미스의 노림수를 라비뇽 또한 꿰뚫어봤다.
라비뇽 후작이 루안을 바라봤다.
“아직 한참 어린데 내 호위를 맡을 기사라니…. 브리스톨 가문의 명성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여기지.”
“감사합니다. 후작님.”
루안이 라비뇽에게 검례를 올렸다.
“그러면 호위 계획을 세우겠습니다. 레녹 왕국으로 내일 출발하시죠? 그전에 모든 준비를 완료하겠습니다.”
“수고하시게.”
루안과 스미스가 후작의 집무실을 나왔다.
시녀들이 집무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처소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라비뇽 후작가의 저택에는 호위 기사들이 머무르는 처소가 있었다.
붉은 늑대단의 용병들이 이미 처소에서 고기를 구워대면서 떠들어댔다.
“이것들이 두목이 오지도 않았는데 지들끼리 맛있는 거 처먹고.”
“응? 두목, 언제 왔수? 난 왔다는 이야기도 못 들었는데.”
“말릭은 어디 갔냐?”
“후작가 집사들하고 뭐 회의한다고 나갔는데.”
“흐음, 의뢰금 이야기하러 갔나보군. 루안, 들어와.”
후작가의 처소는 붉은 늑대 본부보다 건물이 훨씬 고급이었다.
“와, 교관님. 제 방도 좀 이렇게 꾸며주시죠.”
“잔말 말고 따라와. 넌 나랑 호위 계획을 세워야 하잖아.”
스미스를 따라간 곳은 회의실이었다.
호위를 맡은 기사 혹은 용병들이 귀족의 호위 전략을 짜는 곳.
루안은 스미스가 펼치는 지도를 보면서 말했다.
“레녹 왕국이면 록 마운틴으로 둘러싸인 곳인데… 거기 가려면 몬스터 서식지를 통과해야 하잖아요.”
“잘 아네. 그러니 후작님의 호위가 더욱 필요하지.”
루안은 스미스의 호위 계획을 설명 듣기 시작했다.
설명을 듣고 있자 라스칼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록 마운틴이면 몬스터 소굴로 들어간다는 거냐? 재밌겠는데.]‘재밌긴 뭐가 재밌어? 거기 몬스터 토벌하러 기사들 보내면 돌아오는 기사들이 거의 없는 곳인데.’
리니아 대륙의 북부 못지않게 남부에도 위험한 몬스터들이 많은 곳이 몇 군데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록 마운틴.
먹이가 풍부하고 물과 공기가 좋은 록 마운틴의 환경은 몬스터들이 살기 좋았다.
레녹 왕국은 이런 몬스터들의 서식지에 둘러싸여 있는 국가였다.
“몬스터들이 많은 것은 위험하지만 레녹 왕국은 몬스터들을 방어막으로 활용하는 국가지. 그 덕분에 너희 제국의 침략을 항상 막아냈잖아. 칼론에서 배웠지?”
“뭐, 저는 졸아서 기억이 안 나네요.”
레녹 왕국은 몬스터들이 가득한 록 마운틴으로 둘러싸인 만큼 전투력이 막강한 나라였다.
브리켄슈타인 제국만큼 거대한 나라는 아니었지만 록 마운틴의 특성상 전투 경험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암살자들은 아마도 몬스터들을 활용해서 주의를 분산시킬 확률이 높아. 그러니 루안 넌 항상 후작의 곁을 지키는 것이 임무의 핵심이다. 몬스터 나왔다고 후작 곁을 떠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알겠습니다.”
스미스는 루안에게 라비뇽 후작과 같은 마차에 탈 것, 상황 발생 시 어떻게 해야 할지 행동수칙을 알려줬다.
“이제 기본 전략은 세웠으니 놈들이 새로운 계획을 세우느라 흘리는 정보 부스러기를 모아봐야지. 오늘은 푹 쉬고 내일 보자.”
“들어가십시오. 교관님.”
스미스가 나가고 루안은 문을 잠궜다.
툼스톤을 꺼내 라스칼을 소환했다.
“여기가 네 방보다 훨씬 좋다. 역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고 봐야 해.”
“시끄러. 여긴 호위 기사들 머무르는 처소라고.”
“오, 고작 그런 놈들 먹고 자는 곳이 이렇게 좋다고? 라비뇽 후작이란 놈 대단한데?”
“라스칼, 넌 내일 나랑 호위 임무를 할 거다.”
“…응?”
루안의 말에 라스칼이 물었다.
“미치셨어요?”
“내가 네 주인이잖아. 내가 하면 너도 하는 거다.”
“싫은데.”
“본체 찾기 싫냐?”
“…….”
라스칼이 벽에 등을 기대고 팔짱을 꼈다.
“뭘 할 거냐?”
“공화국의 귀족을 호위해야 한다.”
“풉. 귀족이 귀족을 호위한다고? 재미있군.”
“문제는 호위 해본 적이 없어. 내 목숨 챙기는 거랑 남의 목숨 챙기는 거랑 다르니까 지금부터 전략을 짜둬야지.”
“전략 짜서 뭐할 거냐? 어차피 실전에 들어가면 새로운 변수들이 발생할 거다.”
“최소한의 계획은 있어야 할 거 아냐. 멍청아.”
“호위해본 적 없는 놈이 계획을 세워? 카하하!”
라스칼이 깔깔거렸다.
“호위해봤지?”
갑작스런 루안의 질문에 라스칼이 말했다.
“기억이 안 나.”
“나도 네 본체 찾아주겠단 말이 기억이 안 나.”
라스칼이 소리쳤다.
“양아치 새꺄! 내 본체랑 네 호위 임무랑 뭔 상관이야?”
“본체 찾고 싶으면 협조하라고.”
“끄으으….”
라스칼이 차분하게 감정을 죽였다.
“좋아. 귀족들 호위 임무는 별거 없어. 그냥 폼 잡으면서 거슬리는 놈들 다 죽여 버릴 기세로 검을 보여주고 같이 가는 거야.”
“그게 호위냐?”
“약탈자의 호위는 특별해서 인간 따위가 이해하겠냐?”
“협조 제대로 안 하지?”
“호위가 별거냐?! 그냥 아무도 접근 못하게 하는 거잖아! 그럼 내 말대로 하면 아무도 못 와.”
라스칼의 말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 호위는 인적이 없고 몬스터들이 많은 곳에서 하는 것이었다.
“네 말이 맞아. 하지만 내 임무는 몬스터들이 출몰하는 곳에서 벌어진다고.”
“흐음, 그럼 몬스터들을 죽여 버릴 기세로….”
“넌 그냥 전투가 발생하면 그때 나서라. 호위는 내가 할 테니까.”
“어차피 암살자들은 후작을 죽여 버릴 기세로….”
“네 본체를 찾으면 같이 죽여 버리고 싶다.”
기사로서 실수를 용납할 수 없는 임무가 호위였다.
제국의 기사단이라면 황제를 호위하는 것이고 왕국의 기사단은 왕을, 귀족들의 호위 기사는 귀족들을 제 목숨보다 더 챙겨야 했다.
제국의 검이었던 리처드 브리스톨을 호위하는 기사들.
브리스톨 가문의 공자와 공녀들을 평생 호위하며 살아가는 호위대장과 그의 수하들.
그들은 언제나 호위라는 것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다.
브리스톨 가문을 지키는 임무를 자신의 일상처럼 자연스럽게 여기고 훈련했고 임무에 충실했다.
루안이 항상 구경만 해왔던 그들이었다.
이제 그들처럼 진짜 호위를 해야 할 일이 생겼다.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내 손으로 해내야 하는 현실.
스미스가 담당 교관으로서 루안에게 맡긴 임무는 사실 이번이 진짜였다.
지금까지 잡일에 가까운 임무를 맡았다면 이번 호위 임무는 목숨이 걸려 있는 실전 임무라고 할 수 있었다.
루안은 라비뇽 후작을 암살자의 공격과 몬스터로부터 지켜내야 했다.
‘일단 스미스 교관이 말한 대로 라비뇽 후작을 항상 시야 안에 두는 것이다. 그 다음 상황이 발생하면 상황에 따라서 본능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고.’
스미스의 말을 하나씩 되새김질 하면서 루안은 툼스톤을 닦기 시작했다.
“오, 네가 검을 닦을 줄도 아네.”
“기사라면 해야 할 일이니까.”
라스칼은 더는 킬킬대지 않았다.
‘흐음, 뭔지 모르겠지만 내면의 변화가 생겼나보군.’
루안의 행동이 달라진 걸 느낀 라스칼이 말문을 열었다.
“내일 록 마운틴으로 들어가면 네가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