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35
제34화. 뷰론 공화국 (2)
“내가 알아야 할 거?”
“록 마운틴에는 몬스터들이 많이 살고 있다.”
“뭐야? 그건 나도 알아.”
“나 같은 에고소드가 있다는 것도?”
라스칼의 말에 루안의 말문이 막혔다.
“뭐, 뭐라고? 에고소드가 있다고?”
“에고소드는 나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리니아 대륙에는 12자루의 에고소드가 흩어져 있지. 록 마운틴에는 ‘테라칸’이라는 에고소드가 있다.”
“그것도 내가 가질 수 있어?”
“아니. 에고소드는 한 번 계약을 맺으면 다른 에고소드와 계약을 맺지 못해. 말하자면 넌 나랑 평생 같이 갈 동반자라는 거지.”
“잠깐, 내일 호위 임무랑 이거랑 뭔 상관인데?”
“네놈을 담당하는 교관이 테라칸을 찾고 있는 것 같거든.”
라스칼의 말에 루안의 눈이 커졌다.
“뭐? 스미스 교관이? 에고소드를 어떻게 알아?”
“그야 나도 모르지. 그냥 내 직감이거든.”
루안이 라스칼을 흐릿한 눈으로 쳐다봤다.
“뭐야? 확실한 것도 아니잖아.”
“의심 가는 게 있거든.”
“그게 뭔데?”
“록 마운틴은 몬스터들이 많아서 라비뇽 후작을 호위하기엔 위험한 루트야. 뷰론 공화국에서 레녹 왕국으로 가는 길이라면 바다를 통해서 가는 항로도 있거든? 굳이 록 마운틴을 거쳐서 가는 루트를 고를 필요는 없다 이 말이지.”
“그건 암살 때문이야.”
루안이 가져온 지도를 라스칼에게 보여줬다.
“여기를 봐. 뷰론 공화국에서 레녹 왕국으로 가는 항로는 정해져 있어. 이곳을 벗어나면 바다에 살고 있는 몬스터들의 서식지니까. 정해진 항로로 가는 거면 암살자들이 공격을 해왔을 때 후작을 안전하게 대피시킬 수가 없잖아.”
“바다보다 도망칠 곳이 많은 록 마운틴을 선택한 거다?”
“그렇지.”
“흐음….”
라스칼은 팔짱을 끼고 루안의 지도를 바라봤다.
루안이 라스칼에게 물었다.
“스미스 교관이 록 마운틴을 선택한 건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이야. 암살자들이 몬스터들이 많은 곳에서 후작을 암살하려면 호위 병력보다 훨씬 많은 위험을 부담해야 하니까.”
루안은 라비뇽 후작의 호위 경로를 록 마운틴으로 선택한 이유를 스미스에게 듣고 감탄했었다.
자신에게 배울 게 많을 거라는 스미스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엔 와 닿지 않았었다.
기사도 아닌 용병에게 배울 게 뭐가 있겠냐는 생각이 더 컸으니까.
하지만 라비뇽 후작의 호위 경로와 계획을 설명 들으면서 루안의 생각이 바뀌어버렸다.
스미스는 기사들보다 더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시선으로 임무를 바라보는 용병이었다.
“스미스 교관이 에고소드를 찾으려고 록 마운틴을 골랐던 건 라스칼 네가 잘못 안 거 아니냐?”
“확인해서 나쁠 건 없잖아. 에고소드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네게 많은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라스칼의 말에 루안이 잠깐 고민에 잠겼다.
“흐음… 에고소드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라면 내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 거지?”
“정보 같은 거지. 넌 아직 내 능력에 대해서도 다 모르잖아? 에고소드는 능력이 모두 다르거든.”
루안이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스미스는 정보력이 뛰어난 용병이었다.
특히 고급 정보들은 루안에게 말하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그러고 보니 교관님이 에고소드에 대해 들은 게 있을 수도….’
스미스의 행동을 보면 알고 있음에도 루안에게 말 안 했을 확률이 높았다.
“스미스 교관이 에고소드를 찾으려는 목적이 있는 거라면… 아마 의뢰를 받아서 그렇거나….”
“본인이 에고소드의 주인이 되고 싶은 거겠지.”
에고소드는 리니아 대륙에서 구전으로 전해지는 무기들이었다.
직접 본 사람들은 없었고 그저 ‘어디서 들었는데’로 시작하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인 검들.
그러다보니 에고소드에 대해 들어본 기사들은 많았지만 관심 갖는 기사들도 없었고 직접 봤다는 기사는 더더욱 없었다.
하지만 스미스는 용병이라는 직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에고소드의 정보를 어디선가 모았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럼 네 말은 스미스 교관이 라비뇽 후작을 호위하면서 테라칸을 찾는다고? 현실적으로 그건 무리잖아.”
“호위하면서 찾을 필요가 있을까? 후작의 위치면 단순히 용병들만 따라갈 리가 없잖아. 후작이 소유한 개인 기사부대가 있을 거다. 용병들은 근접 호위를 맡고 있는 것이지 본대 병력은 이쪽이라고 봐야지.”
라스칼의 말에 루안이 스미스에게 들었던 계획들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라비뇽 가문의 기사들이 전방과 후방을 맡고 붉은 늑대단은 후작의 곁을 둘러싸는 걸 기본으로 한다고 했어.”
“스미스가 테라칸의 정보를 알고 있는 거라면 이번 임무를 끝내고 록 마운틴을 다시 찾을 확률이 높다. 후작을 호위하면서 가는 길에 기사 부대와 같이 몬스터를 토벌하고 다시 오는 길에 2차 토벌을 하면 일시적으로 몬스터들의 개체 수가 확 줄어들 거 아냐?”
루안이 라스칼과 눈을 마주쳤다.
“몬스터들을 최대한 줄이는 거구나!”
“공화국의 후작이 데리고 있는 기사 부대면 실력 하난 확실할 테고 몬스터들 토벌하는 규모가 상당할 거야. 가는 길과 오는 길에 몬스터들을 토벌하기만 해도 테라칸을 찾기 편해지지.”
록 마운틴의 몬스터 토벌은 후작의 안전을 위해서 필수적이었다.
그렇기에 라비뇽 후작이 소유한 기사 부대가 같이 가는 것이며 혼란을 틈타 벌어질 암살의 위협을 막기 위해 붉은 늑대 용병단을 고용한 것이었다.
“흐음, 그러면 내가 뭘 해야 하지?”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네가 확인하고 싶다면 내가 도와줄 수 있지.”
“뭘 하려고?”
라스칼이 루안에게 귓속말을 했다.
“진짜 이렇게 하면 끝이야?”
“내가 알려주는 대로 해. 그러면 놈의 정체가 뭔지 확인할 수 있어.”
* * *
용병들의 처소 뒤뜰.
검과 방어구가 한곳에 놓여 있었고 용병들의 바지와 부츠가 가득했다.
이곳에 스미스와 루안이 나타났다.
“갑자기 대련 수업을 해달라니 뭔 짓이야?”
“교관님이 그러셨잖아요. 배울 게 많을 거라고.”
“그건 이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닌데.”
“어쨌든 제가 원하는 대로 배울 겁니다. 암살자들이 나타나면 돌발 상황이 벌어지겠죠? 그럴 때 제가 어떻게 대처해야 후작님을 호위할 수 있을지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흐음, 루안 네가 호위 임무를 진지하게 여기고 있나 보구나.”
“그렇습니다.”
루안이 스미스에게 제안한 것은 대련이었다.
기사들의 검술 대련이 아닌 용병들의 전투술을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용병들은 기사들보다 더 자유분방한 스타일로 전투를 벌였다.
오직 적을 죽이고 생존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다 보니 기사들의 검술과는 다르게 틀에 얽매이는 것들이 없었다.
루안이 부족했던 것은 바로 용병들처럼 상황에 따라 응용을 하고 대처하는 능력.
스미스에게 이걸 핑계로 대련을 요청했지만 목적은 따로 있었다.
“좋아, 네가 원한다면 용병 스타일의 대련을 알려주마.”
스미스가 목검을 꺼내왔다.
“내일 임무를 감안해서 가볍게 할 거다. 너도 오버하지 말고 따라와.”
“시작하시죠.”
루안이 목검을 겨눴다.
스미스는 목검을 세워서 한 바퀴 돌리더니 아래를 향해 늘어뜨렸다.
자세가 잡혀 있는 루안과 다르게 스미스는 편안하게 마음대로 서 있었다.
“뭐하고 있냐? 빨리 들어와. 늦으면 잘 거야.”
“이야압!”
루안이 달려들었다.
스미스의 위치로 루안의 목검이 날아들었다.
타각-! 타각-!
목검과 목검이 부딪혔다.
스미스는 한 손으로 목검을 루안에게 겨눠 찌르기를 했다.
루안이 목검을 비스듬히 눕히면서 스미스의 목검을 튕겨냈다.
퍽-!
스미스의 목검을 튕겨내면서 루안의 목검이 각도를 다듬어 찌르기로 들어갔다.
가슴 부위를 찌르면서 루안이 바닥을 차면서 앞으로 전진했다.
“이야압!!”
“후읍!”
스미스가 입고 있던 가죽 갑옷 사이로 파고드는 루안의 목검.
전진해오는 루안의 힘이 목검에 잔뜩 들어갔다.
스미스가 몸을 옆으로 홱 하고 돌려 목검을 흘렸다.
동시에 앞쪽으로 무게가 쏠려버린 루안이 기우뚱거렸다.
스미스는 목검을 돌리면서 루안의 허벅지를 강타했다.
휘청거리는 루안의 상체로 스미스의 주먹이 꽂혔다.
퍽! 퍼퍽!
목검과 주먹이 번갈아 루안을 공격했다.
루안이 목검을 돌려 막으면서 옆으로 빠졌다.
스미스가 따라붙으며 루안의 목을 잡고 오른쪽 발끝으로 루안의 발목을 걸어챘다.
루안의 몸이 허공에 뜨면서 바닥을 굴렀다.
다시 일어난 루안의 시야에 스미스가 신고 있던 부츠가 보였다.
파-앗!!
“으악!”
스미스가 발끝으로 흙을 차면서 루안의 눈에 튀게 만들었다.
“뭐예요? 이게!”
루안이 눈을 감고 소매로 비비는 사이 스미스가 달려들었다.
퍼억-!!
“커윽!”
루안이 뒤로 나가 떨어졌다.
“뭐하고 있냐? 루안 빨리 방어 해야지. 적이 지금 널 노리고 있다. 후작님 어디 갔는지 확인해야지.”
“으으으!”
눈을 비빌수록 따가웠다.
어쩔 수 없이 흐릿하게 눈을 뜨고 목검을 드는 사이.
빠악-!
뒤쪽에서 스미스의 목검이 루안의 등을 타격했다.
척추 뼈가 저릿해오는 고통이 갈비뼈를 타고 가슴으로 번졌다.
“이미 후작님께서 죽었는지 납치 당했는지 확인할 수가 없다. 루안 어떻게 할 거냐? 암살자가 기습을 했는데 후작님은 무사하냐?”
스미스는 실전에서 벌어질 암살자들의 기습 패턴에 대해서 대련으로 루안에게 보여줬다.
루안은 바닥의 흙을 차서 시야를 가릴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스미스의 발길질은 정말 순식간에 일어났으니까.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예상치 못한 공격. 그게 암살자들의 기습이고 기본이다. 기사들끼리 서로 예의 갖춰서 1대 1 대결 펼치는 게 아니라고. 빨리 후작님을 호위해.”
루안이 눈의 흙을 털어내고 다시 공격했다.
스미스가 루안의 목검을 옆으로 회피하면서 상체를 숙였다.
턱-!
이번엔 루안의 앞발을 부츠로 밟았다.
전진하던 루안의 스텝이 막혔다.
뒤따르던 뒷발이 앞발과 바뀌면서 루안의 자세가 무너졌다.
“으악!”
루안의 상체가 아래로 기우뚱하는 사이.
퍼-억!!
숙였던 상체를 펴면서 스미스가 주먹으로 루안의 턱을 올려쳤다.
상체가 펴지며 고개가 뒤로 젖혀진 루안을 향해 스미스가 공격했다.
퍽! 퍽! 퍼퍽!!
루안의 가슴과 옆구리, 복부를 목검으로 하나씩 후려쳤다.
마무리로 발차기를 먹여 루안을 다시 뒹굴게 만들었다.
“어으으….”
“암살자들이 어떻게 공격할지 궁금하다고 했지? 이렇게 계속 나올 거다. 이미 라비뇽 후작은 죽었고 너도 죽었어. 처음 흙을 눈에 맞았을 때 후작은 죽었고 지금 또 죽었다.”
루안은 다시 일어났다.
‘가슴에 한 방, 옆구리와 복부에 한 방. 그 다음은….’
루안은 스미스의 공격 패턴을 하나씩 파악하기 시작했다.
스미스가 휘둘렀던 목검의 궤적이 루안의 시야에 잔상처럼 그려졌다.
‘목검의 궤적은 짧고 빠르게. 하지만 들어오는 타이밍이 있다.’
스미스의 공격 패턴을 분석하던 루안은 다시 목검을 세웠다.
스미스는 목검을 바닥에 끌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직 파릇파릇한 꼬맹이 데리고 노는 것도 간만이니 재밌네. 루안, 다른 걸 보여줄까?”
루안은 발데스의 보법에서 배웠던 기하학적인 도형의 움직임을 떠올렸다.
‘정면으로 공격하면서 페인팅을 주고….’
파-앗!
다가오던 스미스의 가슴으로 루안이 목검을 찔렀다.
“이런 단순한 패턴은 안 먹혀. 암살자들에겐 닳고 닳은 패턴이라고.”
타-각!!
스미스는 한 손으로 목검을 휘두르며 루안의 목검을 옆으로 쳐냈다.
“흐읍!”
루안은 스미스가 쳐낸 목검을 거두지 않고 그대로 옆으로 휘둘렀다.
동시에 몸을 같이 회전시켜서 목검을 360도로 돌렸다.
“으응?”
눈앞에서 루안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스미스가 쳐낸 목검을 따라 크게 회전하면서 발데스의 보법으로 스미스의 거리를 좁혀버렸다.
그 다음 이어지는 루안의 베기.
빠-가악!!
스미스의 머리를 향해 루안의 목검이 강타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