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36
제35화. 뷰론 공화국 (3)
루안의 목검에 맞은 스미스의 머리에서 피가 튀었다.
스미스가 쳐낸 목검을 따라 몸을 회전시켜 거리를 좁힌 루안.
그의 목검은 스미스의 시야 사각에서 들어왔고 깨끗하게 베는 동작을 선보였다.
“아우우….”
스미스가 머리를 손으로 감싸 쥐고 뒤로 물러났다.
루안은 당황한 어투로 물었다.
“아…. 교관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보이냐?”
스미스는 킬킬거리면서 한쪽 눈썹을 적시면서 흐르는 핏방울을 혀로 핥았다.
표정은 괜찮은 거 같구먼.
하지만 공격의 강도가 지나쳤으니 루안은 머릴 긁적거리기만 했다.
“한 방 맞았으니 내 차례지?”
“들어오시죠.”
루안은 다시 목검을 겨눴다.
스미스는 그런 루안을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농담이고. 피를 봤으니 그만 하자. 난 포션이나 마셔야겠다. 오늘 공격 마음에 들었다. 내일 호위 나갈 때 상황 발생하면 항상 그렇게 공격해라.”
“감사합니다. 교관님. 근데 저는 뭘 배운 게 없는 거 같은데요.”
스미스는 머리에 흐르는 피를 닦으면서 대답했다.
“꼭 뭘 배워야 한단 생각은 버려. 나랑 대련하면서 느낀 게 있을 거 아냐? 느낌대로 가.”
루안은 스미스의 피에 젖은 목검을 봤다.
‘느낌이라….’
* * *
루안은 방으로 목검을 가져왔다.
라스칼을 소환했다.
“목검 줘봐.”
“시키는 대로 했으니까 네 차례다. 이걸로 무슨 정체를 밝힌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해봐.”
“구경이나 하셔.”
라스칼은 스미스의 피로 물든 목검을 들었다.
우우웅-
목검을 황금빛이 둘러싸더니 피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뭐야? 그건.”
“네 교관의 피에서 정보를 훔쳐오는 거지.”
“그런 게… 가능하다고?”
“이 몸은 가능하지.”
라스칼이 목검에 둘러싼 황금빛을 바라봤다.
황금빛은 목검의 피가 사라지면서 라스칼의 손을 타고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새 것처럼 변한 목검을 루안에게 건넨 라스칼이 손을 맞잡고 호흡을 다듬었다.
라스칼의 시야에는 스미스의 혈액 속에 녹아있던 경험과 정보들이 눈앞에서 지켜보듯이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잔혹한 폭력과 살인의 현장들, 죽어가는 기사들의 신음, 게걸스런 몬스터들의 움직임, 울부짖는 여자들의 비명.
라스칼에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퍼스, 이제부터 네 이름은 스미스다. 릭 스미스. 기억해둬라.’
목소리와 함께 라스칼의 눈앞에 스미스의 기억 속에 있던 장면이 나타났다.
붉은 머리의 사내가 무릎을 꿇고 앞에 있는 소년을 쓰다듬고 있었다.
거구의 사내 앞의 소년 또한 붉은 머리였다.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아남아서 ‘테라칸’을 찾아내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워라.‘
‘흐음, 테라칸과 얽혀 있는 가문이라…. 이제 알겠군.’
라스칼이 스미스의 혈액 속에 녹아있던 모든 정보를 완전히 흡수하였다.
“루안, 네 교관에 대해 모두 알아냈다.”
라스칼은 루안에게 스미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한참동안 듣고 있던 루안이 말문을 열었다.
“역시…. 회귀 전에 붉은 늑대 용병단은 진짜 늑대라는 소문이 있었거든. 나도 반신반의 했었는데… 진짜 늑대인간이란 거야? 그럼 인간이 아닌 거야?
“아니야. 정확히 말하자면 늑대인간의 피가 들어간 혼혈족이다.”
“뭐가 다른 거야? 그게 그거 아니야?”
“꽤 다르다. 먼저 늑대인간은 그냥 몬스터야. 아니지, 뭐랄까… 수인족이지. 인간형 몬스터 뭐 비슷한 거.”
“나도 알아.”
“하지만 스미스는 몬스터형 인간이다. 늑대인간으로 변하면 인간의 사고가 사라져버리는 게 아니거든. 인간의 몸으로 몬스터의 능력을 쓸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지.”
“늑대인간의 힘을 컨트롤할 수 있는 인간이란 건가?”
“내가 읽어낸 정보에 의하면 스미스는 ‘테라칸’을 찾고 있는 게 확실해. 처음엔 그냥 정보를 갖고 있는 용병 패거리일 줄 알았는데 정보를 확인하니 전혀 아니야. 이 에고 소드는 스미스의 가문 ‘라이칸 로드’ 의 상징적인 검. 스미스는 테라칸을 찾아서 라이칸 로드 가문을 세우려는 게 목적이다.”
“라이칸 로드라는 가문이 뭐야?”
“아, 넌 모르겠군. 브리켄슈타인 제국의 도련님들은 세상의 모든 것이 제국 위주로 돌아간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거 욕이냐?”
“농담이다. 라이칸 로드 가문은 세상에 알려진 게 거의 없는 가문이었어. 300년 전에 사라졌으니까. 하지만 가문의 혈족들이 살아남아서 부족으로 모여 살아왔었지. 혹시 라이칸 부족이라고 들어봤냐?”
루안이 머릴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남부의 수렵 부족 말하는 거야?”
“맞아. 잘 알고 있네. 리니아 대륙 남부의 산맥을 떠돌며 수렵으로 먹고 사는 부족들이었지. 가문이 멸문당하고 사냥꾼 신분으로 위장하여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산맥을 누비는 라이칸 부족의 원류가 바로 라이칸 로드다.”
“뭐 때문에 가문이 멸문당한 거야?”
“정확한 이유는 나도 몰라. 테라칸이 알려나? 놈은 라이칸 로드 가문의 검이자 수호하는 존재였으니까. 당시 들었던 이야기에 따르면 브리켄슈타인 제국에서 멸족시켰다고 했었어. ‘라이칸 로드 전쟁’이라고도 했지. 아마 제국의 역사서에 짧게 기록이 남아 있을 거야.”
루안이 테이블에 먹다 남은 빵 조각을 씹으면서 물었다.
“뭐? 왕국도 아니고 고작 가문 하나 없애겠다고 제국이 직접 움직였다고?”
“제국의 이미지가 있으니 간접적으로 움직였지. 지금은 공화국이지만 당시 제국의 휘하에 있던 엘란 왕국에서 기사 부대를 움직였고 제국은 정예 기사단에서도 가장 실력이 뛰어난 기사들을 뽑아서 암묵적으로 지원해줬었지. 심지어 제국 소속의 마법사들까지 움직여서 라이칸 로드 가문을 섬멸시켰거든.”
“마법사들까지…?”
“너희 브리스톨 가문 또한 참가했었다. 300년 전에 라이칸 로드 전쟁에 참가했던 제이크 브리스톨이 데려갔던 브리스톨 가문의 기사들과 마법사들만 살아 돌아왔었지.”
“가문 하나를 치려고 갔던 기사 부대들이 전멸하다니…. 대체 라이칸 로드 가문이 얼마나 강했던 거야?”
“라이칸 로드 가문의 검이자 에고 소드였던 ‘테라칸’의 힘 때문이지.”
“무슨 능력인데?”
“말하자면 길어. 록 마운틴으로 가서 테라칸을 찾아내면 볼 수 있을 거야.”
라스칼은 루안이 먹고 있던 빵 조각을 입에 넣으면서 말했다.
“난 자러간다. 내일 보자고.”
* * *
리처드 브리스톨이 황제의 임무를 마치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대공님. 클레이 황자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저택의 기사들이 고하자 제럴드와 리처드가 서로 눈을 마주쳤다.
“언제 오셨더냐?”
“기다리고 계신지 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안내하라.”
리처드 브리스톨이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아, 대공의 집무실에 멋대로 들어와서 미안하오.”
클레이 황자가 일어나며 리처드 브리스톨을 맞이하였다.
그의 곁을 호위하는 기사들이 리처드 브리스톨에게 검례를 올렸다.
“리처드 브리스톨. 제4황자님이신 클레이 브리켄슈타인 님을 뵙습니다.”
“아바마마의 임무를 끝내고 오는 길이오?”
클레이 황자의 말에 리처드가 제럴드를 보면서 대답했다.
“황제 폐하의 임무가 많아 처리하느라 미처 황자님께서 오셨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클레이 황자님.”
“하하하, 아니오. 대공께서 제국을 지키시느라 수고하는 것을 모르고 찾아온 내가 잘못이지요.”
클레이 황자는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리처드의 집무실을 훑어봤다.
“제게 하실 말씀이라도?”
“아, 그렇지. 아마 대공께서도 이제 알 것 같지만 아바마마께서 황위를 더 지키지 못할 것 같소.”
“…….”
“그래서 말인데…. 곧 내가 황좌에 앉을 것 같아서 대공께 잘 봐달라고 부탁하러 찾아온 것이오. 하하하.”
“황자님. 송구스럽습니다. 제가 어찌 제국의 주인을 그렇게 대하겠습니까? 그저 제국을 지키는 검으로서 만족할 따름입니다.”
리처드는 자신을 낮춰 클레이에게 뜻을 전했다.
클레이가 냉소를 머금고 물었다.
“정말 제국의 검으로만 만족한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황자님.”
“흐음…. 그렇다면… 어째서 내가 아닌 제1황자를 그렇게 후원하셨습니까?”
클레이는 자신의 형제들을 항상 1황자, 2황자로 호칭하였다.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이겨야 할 경쟁자로 여겼던 것.
리처드는 클레이가 갑자기 찾아온 이유에 대해 알고 있었다.
“…….”
클레이의 말에 리처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제국을 지키는 검이라 칭송하는 리처드 브리스톨 대공께서 1황자를 지키지 못하였으니 어찌 제국을 지킨다고 할 수 있겠소?”
클레이는 리처드가 들으란 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황위에 오를 황자는 제국의 다음을 시작할 역사이자 대륙의 주인이란 건 대공께서 잘 알 것이오. 그런 황자를 지키지 못한 대공은 제국을 지키지 못한 건 아니오?”
클레이의 말투에 차가운 감정이 담겨 있었다.
“클레이 황자님. 대공님께서는….”
“무엄하다! 호위 기사가 감히 황자님께서 들으셔야 할 대답을 가로채려느냐?”
클레이의 뒤에 있던 기사가 부르짖었다.
리처드가 대답했다.
“황자님. 이곳에 오신 연유가 무엇입니까?”
“이미 말했습니다만… 제가 황좌에 오르면 잘 봐달라고요. 하하하.”
클레이가 호위 기사를 쳐다봤다.
기사들이 집무실 문을 열었다.
“대공님께서 하셔야 할 것이 아주 많을 겁니다.”
클레이는 멋대로 와서 멋대로 가버렸다.
제럴드가 리처드에게 물었다.
“대공님, 클레이 황자가 황위에 등극하면….”
“가문의 사람들에게 말해둬라.”
“알겠습니다.”
* * *
붉은 늑대단의 용병들이 마차에 올라타고 있었다.
“후작님. 곧 마차가 출발할 겁니다.”
“잘 부탁하네. 스미스 단장.”
“루안, 후작님 곁을 잘 지켜라.”
“알겠습니다.”
라비뇽 후작과 같은 마차 안에 탄 루안이 대답하자 스미스가 앞쪽 칸으로 들어갔다.
후작의 마차가 움직이면서 호위 기사들의 병력과 붉은 늑대단의 마차가 앞장섰다.
마차 안에서 라비뇽 후작이 루안에게 물었다.
“칼론의 3학년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후작님.”
“브리스톨 가문이라면 실력 하나는 의심할 여지가 없을 테지. 허허허.”
“호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록 마운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몬스터들의 서식지라고 알고 있습니다.”
라비뇽 후작이 달리는 마차의 창문 밖을 보면서 말했다.
“록 마운틴의 몬스터들은 위험하기로 악명이 높다네. 몬스터 토벌 경험은?”
“아직 없습니다.”
“3학년이니 곧 경험하겠구먼. 하하하.”
“후작님께 하나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라비뇽 후작이 루안을 바라봤다.
“말해보게.”
“민감한 부분일 수 있지만 뭐 때문에 후작님을 암살하려는 건지 알고 싶습니다.”
루안의 말에 라비뇽 후작은 짧게 신음을 뱉었다.
“브리스톨 군. 뷰론 공화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여기서 모르겠다고 하면 후작의 대답 또한 짧고 원론적인 내용만 있을 것이다.
“그냥 칼론에서 이론 수업 시간에 배웠던 것만큼 알고 있습니다.”
라비뇽 후작이 대답했다.
“뷰론 공화국은 제국처럼 황제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곳이 아니라네. 공화국의 사람이라면 평등하게 기회가 주어지고 어떤 능력을 가졌느냐에 따라 평민에서 귀족으로, 혹은 국가를 지도하는 의장의 자리까지 오를 수가 있네.”
루안은 라비뇽 후작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제국에서 이번 암살을 모의하였다… 는 말씀이신건가요?”
“하하하, 나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네.”
라비뇽 후작의 이야기는 자신의 암살을 모의하는 배후 세력은 브리켄슈타인 제국이라는 것이었다.
직접적인 표현을 하지 않았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정확했었다.
“제국의 황제가 무슨 목적으로 후작님을 암살하려는 거죠?”
“나는 황제를 말한 적이 없네.”
“아, 죄송합니다. 제국의 귀족들이 후작님을 암살하려는 이유가 뭐죠?”
“아이러니하군. 날 호위하는 기사가 제국의 귀족인데 암살하려는 세력 또한 귀족이라니… 허허.”
“후작님. 저는 후작님을 암살하려는 세력이 제국의 귀족이라고 해도 후작님 곁에서 싸울 것입니다. 임무를 맡았으면 그 임무에만 충실한 것이 기사로서의 본분이라고 배웠습니다.”
루안의 말에 라비뇽 후작이 껄껄거렸다.
“그런 짓은 브리스톨 가문에 심각한 위기를 몰고 올 걸세.”
라비뇽 후작은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휘이익-!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리는 순간 루안이 툼스톤의 칼집을 들어올렸다.
타-캉!!
화살이 칼집에 부딪혀 마차 밖으로 나갔다.
루안이 소리쳤다.
“기습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