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39
제38화. 음모의 시작 (3)
루안과 스미스는 감옥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저벅저벅-
지하 감옥 복도 사이로 발걸음 소리가 둔탁하게 울려 퍼졌다.
철창 사이로 죄수들의 눈이 루안과 마주쳤다.
“이쪽입니다. 시간은 3분 드리겠습니다.”
간수가 나가고 루안은 철창 안을 바라봤다.
암살자 4명이 모두 쇠사슬에 묶여 떨어져 있었다.
“뭐야? 네놈들은.”
“우린 라비뇽 후작의 호위를 맡았던 기사들이다. 너희들에게 물어볼 게 있어서 왔으니 대답해줬으면 좋겠군.”
“흥, 기사 좋아하네. 네놈은 용병이잖아.”
죄수들의 말에 스미스가 루안의 어깨를 툭툭 쳤다.
“하하, 이쪽은 기사 맞아.”
“뭘 듣고 싶어서 온 건지 몰라도 우린 네놈들에게 할 말 없어.”
루안이 물었다.
“정말 클레이 황자가 암살하라고 시킨 거냐?”
“그랬다면?”
루안은 암살자들의 눈을 하나씩 쳐다봤다.
“이해가 안 가는군. 클레이 황자가 정말 라비뇽 후작을 암살하라고 시켰다면 이렇게 허술하게 잡히는 놈들을 고용할 리가 없을 텐데.”
루안의 말에 암살자 하나가 발끈했다.
“뭐라고?”
“클레이 황자가 암살을 꾸민 거라면 하나 물어보지. 클레이 황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특징을 말해봐.”
“황자가 암살자들에게 자신을 드러낼 거 같냐? 제국에서 왔다면서 그런 것조차 모르는 걸 보니 어린애는 어린애군. 크하하.”
루안은 암살자들의 대답을 들으며 한 가지를 알 수 있었다.
‘클레이 황자가 시킨 게 아니야. 내가 아는 클레이 황자라면 이렇게 어설픈 놈들에게 암살 임무를 맡기지 않아. 그럼 이놈들은 대체 뭐 때문에 이런 위험한 장난을 하는 거지?’
루안은 과거에 클레이 황자를 겪어본 적이 있었다.
어렸던 루안이 클레이를 처음 만났던 것은 기사단에 들어가고 나서였다.
이미 1황자와 3황자까지 막강한 경쟁자들을 제거하고 황위에 올랐던 클레이 브리켄슈타인.
그는 제국의 황제로서 대륙을 전쟁 분위기로 몰고 갔었다.
리니아 대륙을 하나의 제국으로 통합시켜 진정한 대륙의 황제로 거듭나고 싶은 것이 클레이 황자의 목표였었다.
‘내가 아는 클레이 황자라면 라비뇽 후작의 암살을 실패할 리가 없어. 그렇다고 다른 놈이 클레이 황자를 팔아서 이런 짓을 벌일 리는 더더욱 없고….’
루안은 암살자들에게 물었다.
“난 브리켄슈타인 제국의 사람이다. 클레이 황자를 너희들보다 잘 알고 있어. 이런 무모하고 어설픈 암살을 벌일 사람이 아니다.”
“모든 암살이 다 성공하는 건 아니란다. 꼬맹아.”
“클레이 황자가 어설픈 암살을 벌일 사람이 아니면 어떤 사람이냐? 듣자 하니 1황자와 3황자까지 모두 죽이고 황위를 차지한다는 소문이 자자하던데 말이지.”
클레이 브리켄슈타인은 다른 국가에도 악명이 높았다.
브리켄슈타인 황자들 가운데 가장 잔혹하고 탐욕스러운 황자.
“클레이 황자 라비뇽 후작을 암살하려고 했다면 후작은 여기에 오지 못했을 거다. 그리고 너희들 또한 발견할 수 없었겠지. 이렇게 어설프게 잡혀오는 놈들을 쓸 리가 없어.”
“이 자식이 아까부터 자꾸 거슬리게 시비를 거네. 뭐가 어설프다는 거야?”
“저 꼬맹이 처음부터 폭약 화살로 터트려버려야 했어.”
루안은 철창 앞으로 다가왔다.
“클레이 황자가 암살을 시켰다면 어떤 대가를 약속받았지?”
루안의 말에 암살자들이 서로 쳐다봤다.
“흥, 더 이상 할 말 없다.”
암살자들이 대답하지 않았다.
루안은 이들이 의심스러웠다.
‘이상하군. 암살자란 놈들이 모든 게 다 어설퍼. 클레이 황자가 고용하기엔 그냥 멍청한 놈들이잖아. 클레이 황자가 라비뇽 후작을 암살하려 든 게 아니야. 그렇다면 혹시 자작극?’
루안의 뒤쪽에서 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간 지났습니다. 나가셔야 합니다.”
스미스와 같이 감옥을 나와서 계단을 올라가던 루안.
“교관님. 저놈들 정말 암살자들 맞을까요?”
“아니. 그럴 리가.”
스미스의 대답에 루안이 물었다.
“교관님은 알고 계셨어요?”
“쉿, 목소리를 낮춰. 다른 곳으로 가자.”
루안은 스미스를 따라 용병들 처소의 한적한 곳으로 갔다.
스미스는 근처의 용병들을 확인하면서 루안에게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실 암살 사건 이후 개인적으로 의심스러운 게 있어서 조사를 해봤다. 먼저 저놈들이 썼던 화살의 폭약 냄새를 맡아보니 브리켄슈타인 제국에서 쓰는 폭약과 달라. 뷰론 공화국에서 쓰는 폭약의 냄새였거든.”
“그런 것도 구분이 가능해요? 완전 개 코네? 아니, 늑대 코인가?”
“…개랑은 비교하지 마라. 일단 그건 문제가 아니야. 진짜 문제는 누가 이런 짓을 꾸몄느냐다. 클레이 황자가 라비뇽 후작을 암살하려고 한 게 아닌 건 나도 알아. 네가 감옥의 암살자를 자처하는 놈들에게 말했던 것처럼 클레이 황자가 라비뇽 후작을 암살하려고 했다면 실패하지 않았을 거다.”
“그러면 남은 건 두 가지네요. 하나는 클레이 황자가 아닌 다른 세력이 암살을 모의했거나….”
“라비뇽 후작의 자작극이란 거지.”
스미스의 대답에 루안의 동공이 커졌다.
“자작극이요? 그럼 클레이 황자가 자신을 암살하려 했다고 자작극을 벌여서 책임을 돌린다는 거예요?”
“그럴 수도 있지.”
“하하, 교관님. 자작극을 벌여도 클레이 황자를 상대로 그런 미친 짓을 벌일 놈은 대륙을 뒤져봐도 못 찾을 겁니다.”
“라비뇽 후작에 대해 네가 모르니까 그런 거야. 후작은 이런 짓을 벌일 만한 배짱이 있는 사람이거든.”
“교관님 말대로 라비뇽 후작이 자작극을 벌였다고 쳐요. 무슨 목적으로 이런 위험한 자작극을 벌이겠어요? 뭔 이득이 있다고?”
스미스는 루안의 말에 다른 곳을 빠르게 시선으로 훑으면서 대답했다.
“그거야 나도 모르지. 하지만 라비뇽 후작이 클레이 황자를 모함하기 위해 자작극을 벌였다면 그만한 이득이 있다는 증거야.”
“이득이 있을 리가 없어요. 뷰론 공화국이 제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고 이길 수도 없잖아요. 그런데 자작극을 꾸며서 브리켄슈타인 제국의 차기 황제에게 책임을 돌린다면….”
루안이 말을 멈췄다.
“책임을 돌린다면?”
스미스가 대답을 원하는 듯이 물었다.
“…책임을 돌리면 클레이 황자가 뷰론 공화국을 쳐들어오겠죠. 대륙 최고의 제국을 모욕한 것이니까.”
“그리고?”
“뷰론 공화국과 브리켄슈타인 제국의 전쟁이 벌어질 겁니다. 뷰론 공화국은 마탑 세력이 후원하고 있기 때문에 전쟁이 벌어지면 마탑에서도 움직일 거고 그러면….”
“뷰론과 가까운 나라들까지 전쟁에 참전하겠지.”
“그럼 2차 대륙 전쟁이 발발하겠군요….”
대륙 전쟁은 리니아 대륙의 모든 국가들이 전쟁을 했던 역대 최악의 전쟁이었다.
몇몇 국가끼리 전쟁을 벌인 적은 꽤 많았지만 대륙 전쟁은 차원이 달랐다.
브리켄슈타인 제국이 지금처럼 거대한 영토를 넓힐 수 있었던 것은 대륙 전쟁에서 이겼기 때문이었다.
“라비뇽 후작이 대륙 전쟁을 원하는 거라고요? 그러기엔 뷰론 공화국의 전력이….”
“전력 차이는 문제가 아니야. 어떤 국가와 연합을 맺느냐가 핵심이지. 브리켄슈타인 제국의 위치를 탐내는 왕족과 귀족들은 대륙에 많다. 전력 차이는 국가 간의 동맹으로 극복할 수 있거든.”
“제국을 상대로 뷰론 공화국과 손잡을 나라가 많을 리 없습니다.”
“클레이 황자가 뷰론 공화국의 차기 의장을 암살하려고 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질 걸?”
루안이 스미스와 눈을 마주쳤다.
“그럼… 다른 나라들이 클레이 황자에게 반발심을 갖겠군요. 클레이 황자 성격이라면 자신을 모함한 라비뇽 후작을 없애려고 할 테니 뷰론 공화국을 후원하는 마탑은 브리켄슈타인 제국에게 강력하게 반발할 거고요.”
“마탑 세력이 반발하면 다른 국가들은 뷰론 공화국과 동맹을 맺을 확률이 높아. 강력한 마법사 세력들과 같은 편에 있으면 이길 확률이 높을 테니까.”
“제국에서는 뷰론 공화국과 동맹 맺으려는 나라들을 그냥 둘리가 없어요. 자작극을 벌인 것도 굉장한 모욕이자 도전으로 여길 건데…. 여기에 동맹을 맺으면 자작극에 가담한 세력으로 볼 겁니다.”
“대륙 전쟁은 피할 수 없겠군.”
라비뇽 후작의 전쟁 계획은 아직 확실한 게 아니었다.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죠?”
“아직 정보가 확실한 건 아니야. 그냥 우리끼리 서로 추측해본 거잖아. 정보를 좀 더 모아본 뒤에 다시 이야기를 하자.”
“알겠습니다.”
스미스는 루안을 데리고 평소처럼 낄낄대면서 용병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 * *
라비뇽 후작은 레녹 왕과 은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클레이 황자가 라비뇽 그대를 암살하려고 했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전하. 암살자들에게 모두 자백을 받아냈습니다.”
“끄응…. 그 미친놈이 기어코 모두가 우려하는 길을 가려고 하는군.”
레녹 왕이 신음을 흘렸다.
“후작. 그대는 뷰론 공화국의 차기 의장일세. 공화국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암살하려고 하다니… 대체 클레이 황자는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인지….”
“전하, 이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닙니다. 속히 이 사실을 다른 국가들에게도 널리 알리셔야 합니다. 이번 암살은 가까스로 실패하였지만 클레이 황자는 한 번 실패했다고 포기할 사람이 아닌 것을 전하께서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라비뇽 후작의 말에 레녹 왕은 묵묵히 비어있는 포도주 잔을 바라봤다.
“내가 그 암살자들을 만나보고 싶네.”
“네? 전하. 그런 놈들을 만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정말 클레이 황자가 후작의 암살을 시켰는지 직접 대답을 들어보고 싶소. 이것은 엄청난 일이 아니오?”
“원하신다면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놈들이 아주 극악해서 개인적으로 말리고 싶습니다.”
“극악하다고?”
“클레이 브리켄슈타인이 고용한 놈들입니다. 제가 놈들을 생포하다가 본 것인데 폭약이 담긴 통을 화살에 꽂아 넣고 제 호위 기사들에게 돌격하여 자폭을 하는 놈도 있었습니다.”
“뭐, 뭐라고?”
라비뇽 후작은 레녹 왕에게 거짓을 지어내고 있었다.
“비록 지하 감옥에 임시로 처넣었지만 전하께서 놈들이 마주하셨을 때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우려스럽습니다.”
“이미 위험 요소를 제거했으니 생포한 게 아니오?”
“그것이 속임수일 수도 있지요. 전하, 생각해 보십시오. 클레이 황자처럼 극악한 인간이 공화국의 후작을 암살하려고 했다면 얼마나 극악하고 치밀한 암살자들을 골랐겠습니까? 살아있는 한 제 암살을 시도할 것이고 레녹의 왕이 같이 나타난다면 기회로 여길 수도 있습니다. 클레이 황자는 한 번 실패했다고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란 것을 전하께서도 알고 계실 겁니다.”
“으음, 그렇긴 하지. 클레이 황자가 고용한 암살자라면 그러고도 남을 거야.”
“전하의 안전을 위한 것이니 이해를 구하는 바입니다.”
“알겠네. 그럼 이제 어찌 하면 좋겠소? 클레이 황자가 그대를 암살하려고 한다면 이곳에도 또 다른 암살자들을 보냈을 것이오. 자칫 레녹 왕국까지 이 일에 말려들면….”
레녹 왕을 보면서 라비뇽 후작이 대답했다.
“제게 계획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전하께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말해보시오.”
“전하께서는 대륙의 황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황좌?”
“제국의 황제 자리 말입니다.”
“으음, 왕국을 다스리고 있지만 제국은 어떨지 궁금하기는 하지.”
라비뇽 후작이 기다렸단 듯이 물었다.
“제가 그 궁금증을 풀어드릴 수 있다면 어쩌시겠습니까?”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