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40
제39화. 음모의 시작 (4)
라비뇽 후작의 말에 레녹 왕이 물었다.
“궁금증을 풀어주겠다니…?”
“전하께서 황좌에 앉아볼 기회가 올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뭐, 뭐라고?”
레녹 왕은 반사적으로 창문과 입구 쪽을 훑어보면서 말했다.
“커흠….”
라비뇽은 레녹 왕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흥, 황좌의 욕심을 가장 많이 품고 있으면서 아닌 척 하기는….’
레녹 왕국은 브리켄슈타인 제국의 등장 이전까지는 리니아 대륙의 지배자 행세를 하던 나라였다.
브리켄슈타인 제국이 왕국이었던 시기에 레녹 왕국과 크고 작은 전쟁을 많이 벌였었다.
마지막 전쟁에서 패배한 레녹 왕국은 남부의 끝으로 밀려났었고 브리켄슈타인 왕국은 제국으로 올라갈 수 있는 포문을 열었었다.
레녹의 왕족들은 그 이후 브리켄슈타인 제국에게 많은 열등감을 느껴왔었다.
“정말 그런 기회가 올 수 있단 말이오?”
“모든 것은 전하께 달려 있습니다.”
“자세히 말해 보시오.”
라비뇽 후작은 레녹 왕에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 * *
다음 날 루안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레녹 왕국의 사람들은 서로 모여서 양피지를 펼쳐서 웅성거렸다.
루안이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면서 이야기를 얼핏 들었다.
“이거 사실이면 큰일 아니야?”
“큰일이 아니고 전쟁 날 수 있는 상황이지.”
“전쟁은 무슨… 라비뇽 후작이 클레이 황자에게 전쟁을 할 만한 힘이 있어야 하지.”
“뷰론 공화국은 마탑 세력이 후원하는 나라야. 대륙의 마법사들이 이 사건을 두고 볼 리가 없다고.”
“맞아! 그렇지! 마탑이 있었어. 뷰론 공화국에서 마탑의 공식적인 전쟁 지지를 끌어낼 수만 있으면 제국과 전쟁을 해볼 만하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루안은 스미스를 찾았다.
스미스는 레녹 왕국의 여관 근처 골목에서 용병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교관님. 저 찾으셨다고요?”
“응, 루안. 이거 읽어봐.”
루안이 오자마자 스미스가 건넨 것은 돌돌 말려 있는 양피지 묶음이었다.
“이건 양피지 신문이잖아요?”
양피지 신문은 리니아 대륙의 여러 정보들을 각 나라마다 전달하는 소식지였다.
대륙의 나라들마다 사건이 발생하면 신문기사처럼 내용을 작성하고 마탑의 마법사들에게 전해진다.
마법사들은 대륙 각 지역마다 세워둔 마탑 속 워프 장치를 통해 양피지들을 전달했다.
마탑을 통해 각 나라마다 전달한 양피지들은 사람들에게 신문처럼 읽혀지고 있었다.
루안이 펼친 양피지를 읽어봤다.
“라비뇽 후작의 암살 사건 배후의 인물로 클레이 황자가 유력하다…?”
록 마운틴에서 발생했던 라비뇽 후작의 암살 모의 사건에 대해 적혀 있었다.
양피지를 들고 있던 스미스가 말했다.
“이것 때문에 브리켄슈타인 제국은 시끄러워졌고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야. 대륙의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건 시간문제지.”
루안은 양피지를 읽으면서 스미스에게 물었다.
“정말 클레이 황자가 라비뇽 후작을 암살하려고 했다는 증거가 나왔어요?”
“나야 모르지. 이건 뷰론 공화국의 의회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내용이니까. 확실한 건 클레이 황자 쪽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보는 수밖에.”
“클레이 황자가 했건 안 했건 라비뇽 후작을 가만 두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
“이제 우리에겐 임무가 하나 더 생겼다.”
루안이 스미스를 바라봤다.
“라비뇽 후작과의 호위 임무가 끝날 때까지 클레이 황자의 눈 밖에 나지 않는 것.”
스미스의 말에 같이 있던 용병들이 침묵했다.
침묵의 의미는 여러 가지였다.
클레이 황자의 암살 모의는 진실이 무엇이건 루안을 비롯한 용병단에게 좋을 게 없었다.
라비뇽 후작을 없애려고 한다면 호위를 맡은 용병들을 살려 둘리 없다.
루안이 스미스에게 말했다.
“교관님. 후작이 클레이 황자를 모함하려고 자작극을 벌인 거라면요?”
루안의 말에 옆에 있던 말릭이 스미스에게 물었다.
“두목, 이건 또 뭔 소리야? 자작극이라니…?”
스미스는 손으로 눈을 비볐다.
“루안, 그건 말하지 않기로 이야기 하지 않았었니?”
“세상 사람들 다 알고 있는데 숨겨서 뭐해요? 같은 용병단 사람들끼리 알고 대처해야죠.”
용병들이 루안에게 물었다.
“루안, 자세히 말해봐. 자작극이 뭔데?”
“설마 라비뇽 후작이 암살 사건을 꾸며서 클레이 황자가 했다고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는 거야?”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스미스가 용병들에게 말했다.
“루안의 말은 아직 확실한 게 없는 추측일 뿐이다. 다들 오해하지 마.”
“두목, 숨기지 마쇼. 솔직하게 다 털어놓고 계획을 세워야 할 거 아뇨?”
“끄응….”
스미스는 루안을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루안과 내가 라비뇽 후작을 암살하려 했던 놈들을 잠깐 심문했었다.”
“놈들이 클레이 황자가 시킨 거라고 자백했습니까?”
“그렇긴 한데….”
스미스의 말에 용병들이 신음을 흘렸다.
“그럼 맞다는 거네.”
“젠장, 이거 한가롭게 호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클레이 황자를 없애려고 한 귀족을 우리가 지키고 있다는 거 아냐?”
“브리켄슈타인 차기 황제의 암살자를 호위하는 꼴이라니… 두목, 이건 빨리 수습해야 할 일이잖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라비뇽 후작을 잡아서 클레이 황자에게 가져가자.”
“다들 진정해. 내 말을 끝까지 들어봐.”
스미스의 말에 용병들이 침묵했다.
“암살 용의자들이 루안과 내게 클레이 황자가 시켰다고 한 건 맞아. 하지만 의심스러운 면이 많아서 확실한 게 아니라고 한 거야.”
“의심스러운 게 뭔데?”
“클레이 황자가 암살 임무를 맡길 것 같은 놈들이 아니었어.”
“하지만 놈들 일부를 직접 죽였잖아. 라비뇽 후작의 자작극이라면 죽는 놈이 나올 리가 없잖아.”
“그걸 노린 걸 수도 있어. 의심의 싹을 없애려면 몇 놈은 죽이는 게 여러 모로 편할 테니까.”
스미스의 말에 용병들이 동의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라비뇽 후작을 호위하는 임무를 빨리 끝내는 수밖에 없어.”
“두목, 그게 가능하겠수?”
“후작에게 가서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해보쇼. 임무 계약에 이런 변수에 대처하는 내용도 있잖아.”
용병들의 말을 듣고만 있던 말릭이 말문을 열었다.
“다들 기다려. 이런 특수상황에서는 라비뇽 후작과 호위 임무를 해지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야. 후작의 입장에서는 우릴 믿고 호위를 맡겼는데 자신들이 위험해졌다고 임무를 멋대로 해제하면 붉은 늑대단의 신뢰는 사라져버린다.”
말릭의 말에 용병들이 대답하지 못했다.
“우린 다른 용병 패거리들과 다르다는 것을 앞세워서 의뢰를 맡아왔어. 스미스 두목이 항상 맡은 임무를 끝까지 지켜냈기 때문에 상위 귀족들까지 용병 신분인 우리들에게 의뢰를 해오는 거다.”
스미스가 말했다.
“말릭의 말이 맞아. 너희들에게 갑작스런 상황이 발생한 거니까 당황스럽겠지만 이럴수록 차분하게 대처해야 한다. 임무 해제를 요청하면 라비뇽 후작과의 관계는 끝나는 거야.”
“빨리 후작에게서 손 떼지 않으면 우리들 목숨이 끝나겠죠.”
“확실한 게 없는데 빨리 손 뗀다고 좋을 게 뭐가 있어?”
“클레이 황자가 정말 라비뇽 후작을 없애려고 한 거라면 우리들도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 아니요?”
“지금이라도 라비뇽 후작과의 의뢰를 끝냅시다.”
“미친 놈. 이거 용병 맞아? 의뢰인과의 계약 기간이 끝나야 끝나는 거지. 후작을 뷰론 공화국으로 데려가지 않았는데 뭘 끝내?”
“멍청아. 상대가 클레이 황자야. 제국에서도 가장 미친 황족하고 엮여버렸다고.
용병들끼리 서로 갈등이 벌어지고 있었다.
루안은 호위 임무 계약을 빨리 끝내버리자는 용병들에게 공감할 수 있었다.
클레이 황자의 악명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발을 빼고 싶어 하는 건 정상이니까.
하지만 현실적으로 라비뇽 후작과의 임무를 완료하지 않고 계약 해제를 요청한다면 용병단의 신뢰가 사라질 것이고 그 다음 임무를 맡을 수는 없을 것이었다.
스미스가 루안에게 물었다.
“루안, 네 생각은 어떠냐? 브리켄슈타인 제국 최고의 귀족 브리스톨 가문의 혈족으로서 여기 흥분한 놈들 진정시킬 만한 이야기 없어?”
스미스의 말을 들은 용병들이 모두 루안을 바라봤다.
갑작스런 시선들이 몰려들자 루안은 머릴 긁적거렸다.
“흐음… 저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서 좀 난감하긴 하네요. 일단 제 가문이 브리켄슈타인 황제 폐하와 사이가 좋으니까… 지금 사건을 잘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듣고 있던 용병 하나가 루안에게 물었다.
“루안, 니네 가문하고 제국의 황제가 사이가 좋은 거랑 사건을 해결하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아바마마께서 스미스 교관님이 제 담당 교관인 걸 알고 계십니다. 그러니 제가 스미스 교관님과 라비뇽 후작을 호위하는 걸 알면 황제 폐하와 이야기를 하셔서 사건을 조사하실 겁니다. 그러니 앞서가지 마시고 기다려 보는 게 어떨까요?”
루안의 말을 듣고 있던 다른 용병이 말했다.
“네 말은 알겠는데 리처드 대공이 클레이 황자와 사이가 좋아?”
“황제와 사이가 좋다고 황자와 사이가 좋을 수는 없잖아.”
“폐하를 통해서 사건을 해결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흐음, 루안, 네가 아직 모르는 거 같아서 물어본다. 혹시 브리켄슈타인 황제가 죽어간다는 소문 들어봤냐?”
“네?”
“모르는군. 젠장, 두목. 봤지? 얘는 제국에 대해 우리보다도 아는 게 없다니까.”
루안이 스미스에게 물었다.
“교관님. 황제가 죽어간다는 게 뭐예요?”
“그것도 확실한 건 아니야.”
스미스는 용병들에게 말했다.
“황제가 죽어가고 라비뇽 후작이 암살을 꾸미는 건 모두 확실한 게 아니야.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우린 라비뇽 후작의 호위를 계속한다.”
“두목, 소문에 움직여야 목숨을 건지는 건 이미 알잖아. 진실이 밝혀지는 거 기다리다가 죽어나간 놈들이 한둘이오?”
“상황마다 다르다는 거야. 우린 용병들끼리 싸움이 난 게 아니라고. 뷰론 공화국은 마탑이 후원하는 나라다. 마탑에서도 조사에 나섰을 테니 기다려.”
“다들 두목 말 들었지? 밖에서 시끄럽게 하지 말고 두목 말 잘 들어. 해산.”
용병들이 수군거리며 흩어졌다.
“교관님, 라비뇽 후작을 만나봐야 하지 않을까요?”
“만나러 가려고. 같이 갈 거냐?”
“네.”
루안이 스미스를 따라 라비뇽 후작의 거처로 향했다.
* * *
클레이 황자는 개인 처소에서 양피지를 들고 있었다.
“흐음, 라비뇽 후작을 암살하려고 했다라… 후후후.”
“황자님.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정말 라비뇽 후작을 암살하려 하신 건 아니시지요?”
황자를 따르는 신하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클레이 황자의 호위대장이 말했다.
“라비뇽 후작이 감히 황자님을 모함하려 드는 것입니다. 놈을 즉시 잡아와 처형하시는 것이….”
“호위대장께서는 진정하시오. 라비뇽 후작은 마탑 세력이 공개적으로 후원하는 뷰론 공화국의 차기 의장이오. 함부로 무모한 짓을 벌였다가는 전쟁이 벌어질 것이오.”
“그깟 공화국 따위가 두려워 제국이 머뭇거린다면 대륙의 웃음거리로 전락할 것이오!”
“어허, 황자님께서 계신데 목소리를 낮추지 못하겠는가?”
클레이 황자가 말했다.
“라비뇽 후작은 뷰론을 이끌 차기 의장인데 어째서 이런 자작극을 벌이는 걸까?”
신하들은 클레이 황자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말씀은 황자님께서 라비뇽 후작을 암살하려 한 적이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대들은 내가 정말 그런 짓을 벌일 거라고 보는 건가?”
“송구합니다. 황자님. 만일에 대비하기 위해 여쭤본 것입니다. 용서하여 주십시오.”
클레이 황자가 비릿한 냉소를 머금고 말했다.
“라비뇽 후작과 곁에 있는 놈들에 대해 모두 알아내서 보고하라. 날 모함하였으니 대답을 해줘야지.”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