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42
제41화. 암살자들 (2)
루안이 뒤늦게 라스칼에게 사과하면서 기습을 막았다.
툼스톤으로 쳐낸 것은 독특하게 생긴 단검이었다.
손잡이는 가죽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날의 곡선은 던질 수 있는 구조로 부메랑처럼 휘어져 있었다.
파파팟-!
어둠 속에서 바닥을 차면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몇 놈이지?”
루안의 말에 라스칼이 대답했다.
[총 3명이다. 네놈의 앞쪽에 하나, 뒤쪽에 하나, 다른 놈은 위쪽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어.]라스칼의 말을 들으며 루안은 빠르게 시선을 돌렸다.
“여기선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어.”
휘리릭-
단검이 어둠 속에서 튀어나왔다.
루안이 상체를 숙이면서 단검을 피했다.
단검은 부메랑처럼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어쩔 수 없지.”
루안이 어디론가 도망치기 시작했다.
용병 숙소로 들어가서 다른 용병들에게 알리는 것.
번화가에서 파티를 벌이면서 잔뜩 취해버린 용병들이 저마다 흩어져서 숙소로 갔었다.
루안이 용병 숙소로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후-우웅!
뒤쪽에서 파공음이 들려왔다.
루안이 상체를 숙이고 몸을 돌렸다.
챙-! 챙-!
툼스톤을 가로로 막고 사선으로 휘둘렀다.
암살자의 검은 빠르고 정확했다.
루안의 목과 심장을 노리면서 군더더기 없는 동작만 펼쳤다.
그 사이 다른 암살자가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루안을 향해 단검을 던졌다.
“으아, 젠장. 저거 짜증나네.”
루안은 암살자의 검을 막으면서 동시에 다른 암살자의 공격을 방어해야 했다.
[루안, 놈의 동작을 훔쳐내. 배웠던 걸 떠올려라. 동작을 훔치고 몸으로 느껴. 그럼 빈틈을 찾아낼 거다.]라스칼의 말에 루안은 암살자의 검술 동작을 하나씩 막으면서 몸으로 느꼈다.
‘오른쪽 사선으로 한 번, 다시 찌르기, 그 다음….’
[머리로 생각하지 마. 몸으로 느끼는 거다. 그럼 자동으로 빈틈을 찾을 수 있어.]루안은 몸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암살자의 검을 방어하고 공격하면서 계속 움직였다.
라스칼의 말대로 루안의 몸이 자동으로 반응하는 느낌이 있었다.
검의 공격을 막은 뒤에 루안의 툼스톤이 같은 공격을 시작했다.
차캉-! 차캉-!
‘으응?’
루안의 반격에 당황한 것은 암살자였다.
‘꼬맹이가 어떻게 내 검술을?’
암살자가 공격할 때마다 루안은 정확하게 자신의 동작을 따라서 방어와 공격을 펼쳤다.
‘그럴 리가 없어. 기사가 내 검술을 익혔을 리가 없다.’
한 손으로 검을 쓰는 암살자와 다르게 루안은 툼스톤을 양손으로 잡고 쓰고 있었다.
하지만 검의 움직임은 정확하게 암살자의 것과 일치했다.
휘리릭-
어디선가 부메랑처럼 나타난 단검.
루안은 툼스톤으로 단검의 가운데를 정확하게 갈라버렸다.
쩌-겅!
갈라진 단검이 튕겨 나갔다.
멀리서 단검을 던졌던 암살자의 눈동자가 커졌다.
“저 자식 뭐하는 놈이야? 내 단검을 저렇게 벨 수 있는 기사는 뷰론에서도 드문데….”
루안은 암살자들이 공격하는 위치와 자신이 움직이는 위치를 파악하며 전투 환경을 입체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암살자들은 루안이 계속 움직이면서 뛰어갈 때마다 자신들이 잡고 있던 위치를 바꿔야만 했다.
“젠장, 계획이 엉망이군.”
건물 위쪽 난간에 은신한 채 상황을 지켜보던 암살자가 일어났다.
“뭐가 엉망이지?”
암살자의 뒤쪽에서 나지막이 들려오는 목소리.
“…네놈?”
몸을 돌려 검을 뽑으려는 암살자를 향해 검이 파고들었다.
“커헉!”
암살자의 오른쪽 어깨에 박힌 검에서 핏물이 튀었다.
검을 놓친 암살자가 무릎을 꿇었다.
스미스가 헝클어진 머릴 긁적거리며 앞에 서 있었다.
“칼 쓰는 동작이 낯이 익은데… 어떤 놈이 보내서 여기까지 온 거지?”
“크윽….”
스미스가 찔러 넣은 곳은 급소였다.
핏물이 콸콸 쏟아졌고 암살자의 동공이 흐려지고 있었다.
“여기 시원한 포션이 하나 있는데 말이야.”
스미스가 암살자의 눈앞에서 포션의 뚜껑을 열었다.
“대답을 하면 마실 수 있고, 아니면 내가 마실 거야.”
“허억…허억….”
암살자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끄아악!!”
다른 곳에서 암살자의 비명이 들려왔다.
“흐음, 네 동료가 내가 담당하는 학생에게 죽어가는 소리군.”
루안이 암살자의 심장을 찌르는 데 성공했다.
“휴우…. 꽤 까다로운 검술이네.”
암살자의 검술 동작을 루안의 몸이 자동으로 파악해서 빈틈을 찾아냈다.
마치 검술을 이미 배웠던 것처럼 루안은 암살자의 동작을 따라하며 특징을 찾았고 빈틈을 정확하게 공격했던 것.
“쳇.”
어둠 속에서 단검을 던지던 암살자가 모습을 감춰버렸다.
스미스는 의식이 흐릿해지고 있는 암살자에게 말했다.
“네놈의 피에서 익숙한 냄새가 나고 있다. 말 안 해도 어떤 놈들인지 알 거 같군.”
“흥…. 그럼 맞춰봐라.”
스미스는 암살자의 눈을 보면서 대답했다.
“라비뇽 후작 밑에 있는 놈들이지? 뭐라고 부르더라? 라비뇽 가의 그림자라고 하던가? 아마 ‘블랙 크로우(Black Claw)’ 라고 했었지?”
스미스의 말에 암살자가 신음을 뱉었다.
“흐윽… 흐윽…. 그걸 어떻게?”
“라비뇽 후작의 최정예 부대라고 할 수 있는 놈들이 내 부하를 암살하려 들다니…. 후작이 시킨 거냐?”
“죽여라.”
“곧 죽여줄 거야. 그 전에 대답은 하고 죽일까 하고.”
스미스가 암살자의 어깨에 박힌 검을 눌렀다.
“끄…으으….”
암살자가 찔린 부위에서 핏물이 왈칵 쏟아졌다.
스미스는 포션을 부어서 지혈을 하고 회복을 시켰다.
“대답해라. 나 포션 많아. 라비뇽 후작이 우릴 없애려고 너흴 보낸 건지 아니면 다른 놈이 라비뇽 후작을 팔아 우릴 제거하려고 한 건지 궁금한 게 많거든.”
암살자가 다른 손으로 허리를 만지더니 단검을 뽑아 스미스를 향해 찔렀다.
푸-욱!
스미스의 가슴에 꽂힌 단검.
갑작스런 공격이었기에 스미스는 자신의 가슴에 꽂힌 단검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크흐흐. 네놈한테 포션이나 뿌려. 포션 많다며? 크하하.”
스미스는 암살자를 보면서 가슴에서 단검을 뽑아냈다.
핏물이 암살자의 눈가에 튀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포션 필요 없어.”
“단검에는 독이 발려져 있지. 포션을 마시지 않는다면 나보다 더 빨리 죽을 거다.”
치지직-
“으응? 뭐, 뭐야?”
암살자의 눈동자가 커졌다.
단검에 찔렸던 스미스의 가슴의 상처가 회복하고 있었다.
“네놈…. 대체 뭐냐?”
“설명하기 좀 애매한데 인간이 아니면서 인간 같은 거랄까?”
스미스의 대답에 암살자의 눈동자가 더욱 커졌다.
“네놈…. 설마?”
“대답을 안 한다면 끔찍한 죽음을 당할 거다. 네놈의 피 냄새를 이미 맡았으니 뷰론 어딘가에 살고 있을 혈육들을 찾아내는 건 시간문제. 어떻게 할래?”
암살자가 대답했다.
“블랙 크로우에 암살 지시를 한 건 후작님이 아니다. 크렌포드 집사가 했지.”
“크렌포드 집사라면 라비뇽 후작의 오른팔?”
“그렇다.”
“흐음, 그런 거였군. 대답해줬으니 편안하게 죽여줄게. 살려줄 수 없는 건 암살자니까 이해해줘.”
“자, 잠깐… 으아악!!”
* * *
스미스가 암살자를 처치하는 사이 라비뇽 후작의 집무실.
“크렌포드, 무슨 짓을 벌인 겐가?”
“후작님. 놈들은 용병들입니다. 사냥이 끝났으니 사냥개들은 처리해야죠.”
“브리스톨이 놈들 사이에 있다. 그런데 블랙 크로우를 보냈다고?”
“실력 좋은 놈들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었습니다. 놈들이 레녹 왕국의 지하 감옥에 후작님 몰래 들어가 용의자들을 심문하였다는 것은 후작님께 위험할 수 있습니다.”
“끄응…. 하지만 암살에 실패한다면?”
“클레이 황자가 있지 않습니까? 후작님을 암살 시도하려다가 실패했던 것은 근접 호위를 맡았던 용병들 때문이었고 이들을 먼저 제거하고 다시 후작님을 암살하려는 클레이 황자의 계획이었다 라고 꾸며내면 그만이죠. 이미 대륙의 눈이 클레이 황자를 향하고 있지 않습니까?”
“크하하, 그래야 내 오른팔이지. 좋아, 그렇게 진행하지.”
* * *
브리켄슈타인 제국의 별장.
클레이 황자가 책상에 쌓여있는 양피지를 하나씩 읽고 있었다.
“황자님. 로버트 제레마이어 공작께서 오셨습니다.”
“들라 하라.”
별장의 문이 열리고 제레마이어 공작이 들어왔다.
황족들과 가장 가까운 친분을 다져가며 가문의 세력을 넓혀오던 제레마이어 가문은 항상 권력의 냄새를 잘 맡는 귀족 가문이었다.
제국 모두가 차기 황제로 여기던 제1황자를 지지하던 브리스톨 가문과 달리 제레마이어 가문은 특정 황자를 지지하지 않았었다.
황자들간의 권력 싸움이 벌어질 것 같은 낌새를 알아차리고 나서 제레마이어 가문이 지지를 한 것은 클레이 브리켄슈타인 이었다.
“로버트 제레마이어가 브리켄슈타인 제국의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능글맞은 표정으로 클레이 황자에게 다가오는 로버트 제레마이어.
클레이가 대답했다.
“아직 폐하께서 버젓이 살아 계신데 어째서 내가 황제라는 것인가?”
“제레마이어 가문은 언제나 황제의 수족. 황자 마마께서 제 가문을 선택하셨으니 황자님이 아니라 폐하라 칭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레마이어의 대답에 클레이는 싫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대의 혀가 내 귀를 농락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군. 앉으시오.”
“뷰론 공화국의 라비뇽이 폐하를 모함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후후, 흥미로운 놈이지.”
“라비뇽은 공화국의 차기 의장으로서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폐하를 이용하려는 것입니다. 속히 제국의 칙령을 발표하여 라비뇽의 죄를….”
“그럴 필요 없다.”
“…네?”
“내가 라비뇽의 암살 모의 사건을 알아봤더니 흥미로운 것이 있더군.”
“그게 무엇입니까? 폐하.”
“폐하라 부르지 말고 황자로 호칭하라. 다른 귀가 들으면 시끄러워질 테니.”
“아, 송구합니다. 황자 마마.”
“라비뇽의 암살 사건 당시 후작의 근접 호위를 맡고 있던 기사들이 있었다. 그런데 놈들은 기사가 아니라 용병들이더군.”
“가끔 뛰어난 용병들이 귀족의 묵인 하에 기사의 신분을 임시로 만들어 동행할 때가 있습니다. 저도 몇 번 의뢰를 맡긴 적이 있었죠.”
“라비뇽의 호위를 맡았던 용병들 사이에 브리스톨이 끼어 있었다.”
“네? 그게 무슨…. 브리스톨 가문이 어째서 일개 공화국의 후작 따위를 호위한단 말입니까?”
“루안 브리스톨. 그대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아, 브리스톨 제7공자 말씀이시군요. 아마 칼론의 3학년으로 임무를 맡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3학년 진급식이 있지 않았습니까?”
“알고 있지. 하지만 내가 흥미로운 것은 어째서 나를 모함한 라비뇽의 호위를 브리스톨이 맡고 있었을까 라네.”
제레마이어는 클레이의 의도를 파악했다.
“설마… 브리스톨 가문에서 황자님에 대해 다른 뜻을 품고 있는 것입니까?”
클레이는 비릿한 냉소를 머금고 대답했다.
“제레마이어 공작…. 그대는 브리스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
“제국을 지키는 검이자 최고의 귀족 가문이지요.”
“그런 수식어 따윈 제국의 평민과 다른 국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고, 제국의 귀족으로서 바라볼 때 어떠냐는 말이야.”
“귀족 가문치고 지나치게 많은 영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클레이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바로 그거야. 제레마이어, 그대의 가문은 진정으로 황제의 수족이로군.”
“과찬이십니다. 황자 마마. 저는 그저 진실만을 고할 뿐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제레마이어. 그대의 대답이 듣고 싶네.”
“말씀하십시오.”
클레이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난 브리스톨을 제거하고 싶네. 나와 함께 하겠는가?”
망설이지 않고 대답을 하던 제레마이어가 이번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