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44
제43화. 다가오는 위험 (1)
어둠이 짙은 골목.
루안이 라스칼을 따라 훈련을 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훈련이야?”
라스칼이 루안에게 시킨 훈련은 독특했다.
빛이 전혀 없는 골목을 소릴 내지 않고 목적지까지 통과하는 것이었다.
골목의 시야가 어둠으로 가려져 있었고 루안은 한 발 움직이는 것조차 까다로웠다.
덜그럭-
“소리 났다. 탈락!”
“아야!”
루안의 뒤쪽에서 따라오던 라스칼이 목검으로 뒤통수를 쳤다.
“실전이었으면 이미 들켰어.”
“이렇게 조용한 골목인데 소리가 어떻게 안 나?”
“발바닥 전체를 바닥에 붙인다는 느낌으로 움직여 봐. 그리고 시야에 의존하지 말고 신체 감각에 의존해. 이건 감각을 키우는 훈련이거든.”
라스칼의 훈련은 루안의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들을 강화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어둠 속에서 가려진 시야에서 청각, 촉각, 후각 등 여러 신체 감각으로 루안의 뒤를 따라오는 라스칼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것이었다.
“미행을 하는 놈들은 항상 네 위치를 파악하고 들키지 않을 만한 곳을 찾아다닌다. 루안 네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곳이 놈들이 숨는 곳이지.”
라스칼이 루안의 훈련 장소로 어두운 골목을 선택한 것도 이것 때문이었다.
시야를 차단하고 다른 신체 감각으로 적의 위치를 느끼는 훈련으로 루안은 조금씩 감각을 활성화시켰다.
라스칼이 루안의 뒤를 따라오면서 기습을 했다.
휘익-!
따각!
“잘 막았어. 다음 공격은 다를 거다.”
루안은 어둠 속에서 라스칼의 기습 공격을 막아내는 훈련을 하면서 신체 감각을 키워나갔다.
* * *
밤마다 라스칼과 신체 감각 훈련을 하던 루안.
“이제 자신 있어! 네 위치가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하하.”
“좋아하기는. 이제 수업은 끝났다.”
라스칼과의 훈련으로 루안의 감각이 엄청나게 발전했다.
기척을 감지하고 적의 위치를 파악하는 세부적인 감각이 높아지면서 루안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라스칼과 목검 대련으로 마무리를 한 루안은 용병 숙소로 돌아왔다.
“응? 교관님. 뭐하시는 거예요?”
“루안, 록 마운틴으로 출발한다. 빨리 가서 장비 챙겨와.”
“록 마운틴이요? 거긴 뭐하러….”
스미스와 용병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서 루안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라스칼이 말했던 테라칸을 찾으려는 건가?’
스미스가 루안에게 말했다.
“록 마운틴에서 찾아야 할 것이 있으니까 따라와.”
루안은 확신했다.
‘테라칸이다. 스미스 교관이 에고 소드를 찾으려고 하는 거야.’
“알겠습니다.”
루안은 스미스가 말한 대로 자신의 장비를 챙겨서 마차로 옮겼다.
“교관님, 마차 뒤쪽에 무슨 무기들이 엄청 많던데요.”
용병들의 마차에 무기와 방어구들이 가득 담긴 마차가 있었다.
“라비뇽 후작 호위 임무 끝나고 의뢰금을 많이 챙겼거든. 록 마운틴에서 사냥할 때 쓸 장비들이다. 비싼 게 많아서 의뢰금 거의 다 써버렸어.”
“록 마운틴에서 뭘 찾으려고 하시는 거예요?”
“찾으면 알려줄게. 얘들아 출발하자!”
붉은 늑대단의 마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차가 뷰론 공화국의 국경선을 벗어날 즈음 스미스가 말문을 열었다.
“루안, 혹시 흑사자에서 무슨 연락이 오지 않았냐?”
스미스가 흑사자를 꺼내자 루안은 얼마 전 자신을 찾아왔던 흑사자 부대원을 떠올렸다.
“그 이후에 또 찾아온 적은 없는데요?”
스미스가 루안을 보면서 말했다.
“네가 내 담당이어서 그런지 며칠 전에 흑사자가 날 찾아왔었다. 브리스톨 가문의 현 상황에 대해 경고를 하더군. 그래서 네게도 별도로 다른 흑사자가 찾아온 적 없는지 궁금했어.”
“없었습니다. 교관님께 흑사자가 뭐라고 하던가요?”
“너희 가문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정보들이 들어오고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게 호위에 더 신경 쓰라는 식으로 말하더군. 좀 특이한 놈들이지만 브리스톨 가문의 핵심 전력이니 놈들의 말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지.”
“어떤 이야기를 하던가요? 많이 심각한 상황이던가요?”
“글쎄다. 나도 자세한 건 몰라. 물어봐도 대답을 회피하더라고. 널 지키라는 리처드 대공의 말을 전하러 왔다면서. 하지만 별일 없을 거야. 다른 가문도 아니고 브리스톨이잖아. 하하.”
스미스가 속 편하게 웃었지만 루안은 달랐다.
‘젠장, 무슨 일이지?’
리처드 브리스톨은 루안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대부분 집사 케일 혹은 다른 가문의 시녀와 하인들, 아니면 제럴드 경에게 들었었다.
그러다보니 가문에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알려줄 수 있는 사람들이 루안에게 있어야 했다.
특히 지금처럼 3학년 임무 수업으로 가문을 떠나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케일도 없고, 가문 관계자도 없고 내 담당이라는 교관은 기사도 아닌 용병이고…. 젠장, 최악이군.’
루안이 타고 있는 마차가 록 마운틴으로 빠르게 질주했다.
* * *
브리켄슈타인 제국의 서쪽에 화려하게 지어진 별장.
이곳은 황자들만 사용하는 곳으로 제국에서 가장 은밀한 곳에 숨겨져 있었다.
황자마다 쓸 수 있는 별장이 달랐고 1황자, 2황자, 3황자가 모두 죽어 비어 있는 별장을 4황자인 클레이가 사람들을 시켜 자신의 별장으로 새롭게 꾸며 놓았다.
별장에는 황자의 허락 하에 고위직 관리들이 몇몇 드나들 수 있었다.
“황자님. 찾으셨습니까?”
클레이 황자가 제레마이어 공작과 이야기를 하다가 시선을 돌렸다.
“폐하는 어떻던가?”
황자가 있던 별채로 들어온 사람은 로베르토 뷔야르 백작이었다.
브리켄슈타인 제국의 모든 기사들을 통솔하는 총사령관 직위를 맡고 있는 귀족이었다.
제국의 검이라 일컬어지는 브리스톨과 달리 제국의 모든 병력을 지휘할 수 있는 전장의 우두머리.
제국 최강의 정예 기사단을 브리스톨이 소유하고 있다면 제국 최대의 기사 부대인 ‘제국군’의 통솔은 뷔야르 백작이 맡고 있었다.
제국군의 총사령관은 오직 황제만이 부여할 수 있었고 얼마든지 새로운 사람으로 바꿔버릴 수 있었다.
“곧 황궁에서 공식적으로 선포하겠지만,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신관들의 말을 들어보니 살릴 수 없었다고 하였습니다.”
브리켄슈타인 황제가 죽었다.
아직 바깥 세상에 알리지 않았지만 가장 먼저 소식을 전하기 위해 뷔야르 백작이 클레이 황자를 찾아온 것이었다.
클레이 황자는 의도적으로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신음을 흘렸다.
제레마이어 공작과 로베르토 백작이 말했다.
“황자님. 괴로우시겠지만 황궁으로 가셔야 합니다.”
클레이 황자는 냉혹한 표정을 드러냈다.
“가기 전에 뷔야르 백작 그대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무엇이옵니까?”
“내가 황제에 오르면 제국의 질서에 많은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클레이 황자의 말에 뷔야르 백작의 시선이 제레마이어 공작에게 향했다.
“변화라 하시면….”
“기존의 권력 구조와 힘의 질서는 모두 아바마마께서 세우신 것. 나는 아바마마와 다른 뜻을 갖고 있다.”
클레이의 뜻을 뷔야르가 알아차리고 대답했다.
“소신은 황자님께서 무엇을 원하시든 의심치 않고 행하겠나이다.”
“자네의 자리는 내가 보장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자네에게 듣고 싶은 대답이 있네.”
“말씀하시옵소서.”
“황제에 오르면 나는 브리스톨 가문의 역할을 제레마이어 가문에게 맡기고 싶다.”
클레이의 말에 뷔야르가 제레마이어를 바라봤다.
“그 말씀은… 제국의 검을….”
“부러뜨리겠다는 거지.”
뷔야르의 눈동자가 커졌다.
클레이와 제레마이어와 시선을 마주친 뷔야르는 속으로 신음을 흘렸다.
‘대체 황자께서 무슨 생각을 갖고 계신 거지? 그리고… 제레마이어 저 자 또한 황자의 뜻을 알고 있는 거 같고….’
뷔야르가 대답을 못하고 당황해하자 클레이가 말했다.
“그동안 브리켄슈타인 제국은 브리스톨 가문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의존해왔다. 이 제국의 주인은 브리스톨이 아닌데 세상 사람들은 마치 브리스톨이 없으면 제국도 없는 것처럼 생각한단 말이야.”
“황자님! 그것은 오해십니다. 브리스톨 가문이 제국의 검이라 세상에서 칭하는 것은 단지 뛰어난….”
“검술 실력과 막강한 기사들을 보유했기 때문이지.”
“그뿐 아니오라 브리스톨 가문의 초대 가주 로드니 브리스톨이 초대 황제 폐하를 지켜왔기 때문입니다. 브리켄슈타인의 왕국부터 제국까지 브리스톨의 초대 가주와 후대의 가주들은 항상 왕의 자리와 황제의 자리를 브리켄슈타인 가문이 맡을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왔습니다. 황자님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뷔야르가 당황한 것은 클레이가 브리스톨 가문을 제거하고 싶어 하는 뜻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클레이의 행동에 대해서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1황자를 황제로 세우려던 브리스톨 가문에게 보복하려는 것이니까.
그렇지만 브리스톨 가문 자체를 치워버리려는 건 뷔야르의 예상을 한참 벗어나는 일이었다.
“뷔야르, 그대가 말한 것이 문제다.”
“네? 문제라뇨?”
“브리스톨 가문이 브리켄슈타인의 황제를 지킨다? 말은 좋지. 하지만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제국의 황족들은 브리스톨 가문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허수아비로 여기고 있단 말이다. 시대는 변했고 사람들도 변하고 있어.”
“황자님의 뜻은 알겠사오나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보건 제국의 앞날에 영향을 끼칠 수 없습니다. 브리스톨 가문이 제국의 검을 놓아버린다면 파장은 심각할 것입니다.”
“무슨 뜻이지? 브리스톨이 내게 검을 겨누기라도 한단 말인가?”
“아, 아닙니다. 결코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오라….”
“제레마이어. 그대가 뷔야르 백작에게 말하시오.”
“네, 황자님.”
“무슨…?”
제레마이어가 뷔야르에게 말했다.
“얼마 전 뷰론 공화국의 라비뇽 후작의 암살 모의 사건을 백작도 들으셨겠죠?”
“들었소. 하지만 황자님께서 그런 일을 벌이실 분이 아니란….”
“아, 아. 그건 알아요. 내 말은 그 사건이 라비뇽의 자작극이라는 이야기지.”
“자작극?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라비뇽이 뷰론 공화국의 지지를 강화하고자 황자님을 이용하여 자작극을 벌인 것이오.”
“그렇다면 뷰론에게 항의를 해야 할 일이지 대체 브리스톨 가문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오?”
“상관이 있으니 내가 말하는 것이오. 라비뇽이 자작극을 벌일 때 근접 호위를 맡았던 게 누군지 아시오?”
뷔야르가 대답하지 않자 제레마이어가 말했다.
“루안 브리스톨이오. 브리스톨 가문의 제7공자.”
“뭐, 뭐라고? 그게 사실이오?”
“이미 낱낱이 조사하여 알아낸 사실이오. 라비뇽의 자작극에 브리스톨의 혈족이 가담했다는 것은 뭘 뜻하는 거겠소?”
“…….”
“브리스톨이 자신들이 지지하던 제 1황자님을 잃고 뜻하지 않게 클레이 황자님께서 황제에 오르실 것 같으니 자작극을 벌여 황자님의 이미지를 더럽힌 것이오.”
“그, 그럴 리가… 리처드 대공은 나도 잘 알고 그대도 잘 알지 않소? 대공께서 그런 추악한 음모를 꾸밀 리가 없소.”
“뷔야르. 그대는 나의 명령을 따라 조사에 착수했던 제레마이어를 의심하는 것인가? 그 말은 곧 나를 의심한다는 것으로 들리는군.”
“아, 아닙니다! 황자님. 제 말은 그저….”
클레이가 여유로운 표정을 숨기고 제레마이어에게 눈짓했다.
“뷔야르 백작. 이것이 내가 조사한 사실이오. 브리스톨이 클레이 황자님을 향해 무언가 꾸미고 있다는 증거요. 그게 아니라면 어째서 가문의 혈족이 황자님을 모욕하는 자작극에 가담한단 말입니까? 그것도 뷰론 공화국의 차기 의장과 함께!”
뷔야르가 대답하지 못했다.
클레이가 턱을 괴고 뷔야르에게 말했다.
“뷔야르, 나는 브리스톨 가문에 할 말이 많다. 그래서 그대의 대답이 필요하다.”
“마, 말씀하십시오.”
“나를 모욕한 루안 브리스톨을 찾아라.”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