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47
제46화. 던전에서의 만남 (2)
크루즈의 검을 바라보며 루안이 툼스톤을 겨눴다.
“대장님. 저 꼬맹이를 정말 생포해야 합니까?”
“폐하께서 생포하라고 하셨다. 그럼 생포하는 것이다.”
마르코스의 말에 크루즈는 검을 들고 루안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네놈을 죽이지 않고 생포해야 하는 것은 모두 폐하의 명령이니, 폐하께 감사하거라.”
크루즈의 검이 휘둘러졌다.
후-아앙!!
루안의 다리를 향해 휘둘러진 검.
툼스톤으로 막으면서 루안이 몸을 돌렸다.
거리를 좁히면서 툼스톤을 사선으로 휘두르자 크루즈가 갑옷으로 덮은 다리를 들어 막았다.
“젠장, 무슨 갑옷이 저렇게 좋아?”
크루즈의 체격을 덮고 있는 갑옷은 루안의 툼스톤으로 벨 수 없었다.
후아앙-!
대검이 루안에게 휘둘러졌고 툼스톤으로 막을 때마다 다리가 휘청거렸다.
2미터에 가까운 크루즈의 체격을 루안이 상대하기에는 힘 자체가 역부족이었다.
파캉-! 파캉-!
크루즈는 루안의 검을 부러뜨려서 제압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툼스톤은 부러지지 않고 끈질기게 버텼다.
루안은 크루즈의 검의 궤적을 읽어내면서 교묘하게 툼스톤을 비틀어서 막고 있었다.
툼스톤으로 막으면서 각도를 바꿔 힘을 흘려버리니 검에 가해지는 충격이 흩어진 것.
크루즈는 루안의 실력을 보면서 속으로 의아해했다.
‘가문에서 가장 형편없는 재능이라더니, 뭐야? 잘하는 놈이잖아? 쳇, 번거롭겠군.’
루안의 방어 감각은 크루즈의 눈에 띄는 수준이었다.
체격에서 나오는 힘과 무지막지한 체력을 바탕으로 공격하는 크루즈에게 버티는 것만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마르코스의 눈에도 루안의 몸놀림은 인상적이었다.
‘크루즈의 파워를 저렇게 견뎌 내다니… 정보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의도적으로 소문을 꾸며낸 것이었던가?’
마르코스는 루안의 동작과 몸놀림에서 재능 없다는 항간의 소문이 거짓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검을 버리고 투항해라! 루안 브리스톨!!”
크루즈가 검을 휘두르는 동작이 과격해졌다.
루안의 검이 교묘하게 공격을 흘려버리자 생포보다 죽이고 싶어졌다.
“크루즈!! 생포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라!”
“쳇, 알겠습니다!”
크루즈는 루안을 생포하려다가 실수로 죽였다는 변명을 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루안의 실력이 예상 밖이었다.
“어쩔 수 없군. 아직 어린놈이라서 적당히 하려고 했건만.”
“응?”
파-앗!
“뭐, 뭐야?”
루안과 거리를 두고 검을 쓰던 크루즈가 갑자기 바닥을 차면서 돌격해왔다.
거구의 갑옷까지 착용했음에도 엄청난 속도로 루안의 거리를 좁혀버렸다.
“젠장!”
루안이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늦었다. 꼬맹아.”
크루즈가 양손으로 휘두르던 검을 한 손으로 쥐더니 던전 복도의 한쪽 벽을 찔렀다.
벽에 박힌 검을 잡고 몸을 크게 돌리면서 루안의 가슴을 향해 뒤차기를 날렸다.
크루즈의 다리가 직선으로 펴지고 강철 부츠가 가죽 갑옷으로 둘러싼 루안을 강타했다.
빠-아악!!
“컥!”
루안의 입에서 공기가 흩어지듯 신음이 터졌다.
몸이 꺾이면서 루안이 뒤로 날아갔다.
끔찍한 고통이 몸속에서 퍼져 나갔다.
내장의 위치가 마구 뒤집히고 뼈가 으스러져 피부 밖으로 튀어나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루안이 바닥에 몸을 쓸면서 한참을 굴러다녔다.
“흐흐. 이제 꼬맹이는 끝냈고…. 호위하는 쓰레기들 치워버리기만 하면….”
쉬이익-!
파각!
뒤쪽에서 스미스의 검이 크루즈의 등을 후려치듯이 베었다.
크루즈의 갑옷이 뒤틀리는 충격이 전해졌다.
“흐음… 붉은 늑대의 우두머리라더니 힘은 쓸 만하군. 하지만 힘으로 벨 거면… 이렇게 베란 말이다!”
크루즈가 우렁차게 기합을 터뜨리며 벽에 찍었던 검을 가로로 긁어버리며 휘둘렀다.
콰아앙-!
대검으로 스미스가 있는 곳으로 후려친 크루즈.
스미스는 옆으로 돌아서 크루즈의 다리를 노렸다.
파캉-!
“흥, 싸구려 검 따위로 내 전투장갑을 벨 수는 없지.”
후아앙-!
콰직! 써걱-!
크루즈의 검에 스미스는 뒤로 물러나면서 루안의 위치를 확인했다.
‘의식을 잃었군.’
후웅-! 후웅-!
스미스는 크루즈가 휘둘러대는 검을 피하면서 포션을 꺼냈다.
그리고 단검을 들고 포션을 루안이 쓰러져 있는 곳을 향해 던졌다.
포션이 루안의 머리 위쪽으로 향했고 스미스가 포션을 보며 단검을 던졌다.
쨍강-!
포션이 단검에 맞고 박살났다.
촤아악-!
포션에 들어있던 액체가 바로 밑에 쓰러진 루안의 머리와 목을 적셨다.
액체가 눈, 코, 입으로 스며들었다.
“흐어업!!”
루안이 눈을 뜨면서 호흡을 했다.
“커헉! 쿨럭… 쿨럭….”
포션이 피부와 입 속으로 들어가서 루안의 몸을 회복시켰다.
“빌어먹을…. 기껏 생포했더니.”
크루즈가 분노하면서 스미스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네놈이 자꾸 내 일을 방해하니 더 죽여 버리고 싶잖아!!”
쾅! 콰앙! 콰직!
스미스가 검으로 막으면 몸이 휘청거릴 파워가 느껴졌다.
“젠장, 무식하게 힘만 센 놈이 성질까지 더러우니 최악이군.”
휘이익-!
콰앙!
크루즈가 휘두른 검에 맞고 던전의 벽의 일부가 무너졌다.
발 앞에 굴러오는 돌덩이를 크루즈가 발로 걷어찼다.
“죽어라!”
갑자기 돌덩이가 눈앞으로 튀어오자 스미스가 빠르게 옆으로 피했다.
크루즈는 바닥의 돌덩이를 발로 차면서 스미스의 시야를 가렸고 검을 휘둘러서 통째로 썰어버리려고 했다.
압도적인 파워를 상대하던 스미스는 단검을 꺼내서 크루즈의 목을 향해 던졌다.
“큭….”
크루즈의 목에 박힌 단검.
“짜증나게 쓰레기를 자꾸 던지네.”
단검을 뽑아버리자 목에서 피가 쫄쫄 쏟아졌다.
“무식한 놈. 거기 피 나잖아. 포션 안 먹냐?”
“포션 마실 때 치려고? 그런 건 뻔하잖아. 흐하하!”
스미스가 입술을 혀로 적셨다.
‘무식한 놈인 줄 알았더니 그래도 머리는 달려 있군.’
단검을 뽑은 목에서 피가 더 많이 쏟아졌다.
“마르코스 대장님, 늦어서 죄송하군요.”
던전 복도 뒤쪽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르코스의 뒤로 나타난 사내가 머리를 덮고 있던 로브를 걷어내고 있었다.
“위저드가 왔군. 꽤 위험해지겠어.”
뷔야르의 척살대에는 기사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제국 소속의 마법사들도 있었다.
높은 서클의 마법사들은 아니었지만 마법을 실전에서 자유롭게 쓸 줄 안다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인 존재들이었다.
척살대의 기사들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 위력은 걷잡을 수 없이 거대해졌다.
“크루즈의 목을 먼저 회복시키고 루안 브리스톨을 생포해주시오.”
브리켄슈타인 제국의 마법사들은 대륙의 마탑이 아닌 황제를 지지하는 세력이었다.
마법사로서 사회적 위치와 능력을 바탕으로 권력을 탐하려는 자들이 대부분이었기에 대륙의 마탑과 적대적인 관계였다.
“흐음, 크루즈 부대장. 출혈이 심하군.”
“빨리 해! 저 자식을 없애야 하니까.”
“진정하라고. 간단한 거니까.”
퀸튼이 손바닥으로 크루즈의 목을 만졌다 떼니 상처가 사라졌다.
“봤지? 포션 따위 일일이 먹을 필요가 없다고!!”
크루즈는 바닥을 차고 스미스에게 돌격했다.
지치지 않는 체력과 힘으로 전장을 휩쓰는 크루즈는 뷔야르 척살대에서 대단한 악명을 떨쳤었다.
쾅! 쾅! 콰앙!
“죽어! 죽어! 죽어!!”
스미스가 뒤로 물러나면서 루안에게 말했다.
“루안, 용병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 상황이 위험해졌….”
휘리릭-!
바닥에서 솟아난 식물의 뿌리가 뭉쳐지더니 스미스의 다리를 휘감았다.
“교관님!”
“흐하하! 퀸튼, 저 용병은 네놈이 상대해라. 꼬맹이는 내가 처리할 테니까.”
“제가 알기로 폐하께서 루안 브리스톨을 생포하라고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알아! 목숨은 살려놓을 거야. 흐하하!”
루안은 다가오는 크루즈를 향해 툼스톤을 겨눴다.
“내가 브리스톨 가문을 능욕하는 순간이 오다니… 흐하하.”
제국의 기사들에게 브리스톨이란 이름이 가지는 의미는 남달랐다.
항상 강자를 향해 검을 겨누고 도전하는 행위를 명예롭게 여기는 기사들에게 브리스톨의 이름은 패배해도 검을 겨눴다는 것만으로 다른 기사들에게 존경심을 얻을 수 있는 증거였다.
“네놈을 폐하께 데려가고 나면 나는 브리스톨의 반역자를 끌고 온 기사로 역사에 남겠지. 흐하하! 생각만 해도 짜릿한걸!”
크루즈의 눈에 탐욕이 꿈틀거렸다.
루안은 툼스톤을 겨누고 호흡을 다듬었다.
라스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안, 오크 힘 뺐었던 거 기억 안 나냐?]라스칼의 말에 루안은 라비뇽을 호위하면서 겪었던 오크 사냥이 떠올랐다.
‘아, 그랬었지. 이제 생각났어.’
비록 몬스터와 인간이었지만 다를 게 없었다.
라스칼의 말을 듣고 나서야 루안은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놈의 힘과 체력은 오크다.’
루안에게 크루즈가 소리쳤다.
“꼬맹아, 다시 한 방 먹여주마!!”
크루즈가 루안에게 달려드는 사이.
투득, 투득.
꽈지직-!
퀸튼의 손바닥에서 일렁이는 빛이 바닥에 닿으면서 던전 바닥과 벽의 틈으로 식물의 줄기와 뿌리들을 소환하고 있었다.
“붉은 늑대의 우두머리 용병, 스미스. 여기서 뵙게 되니 나름 반갑군요. 반역자가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젠장….”
스미스의 다리와 허리, 겨드랑이까지 칭칭 감아버린 식물의 줄기가 목을 휘감았다.
“저는 제국의 4서클 마법사입니다.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은 마법사로서 실전에 참가할 수 있어서 기쁘답니다.”
스미스가 입술을 짓씹었다.
‘젠장… 4서클?’
4서클의 마법사를 스미스 혼자 상대하기엔 위험했다.
퀸튼이 소환한 식물의 줄기에서 가시가 돋아나고 있었다.
가시 끝에는 미세한 구멍이 있었고 체액을 빨아들이는 역할을 했다.
“제가 이번 임무에 참가한 목적은 마법 수련을 위해 필요한 샘플들이 부족해서입니다.”
슈르륵-
가시가 돋아난 식물의 줄기가 스미스의 몸을 둘러싼 가죽 갑옷을 찢기 시작했다.
“제가 알기로는 붉은 늑대단의 우두머리께서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해 볼 수 있겠군요.”
가시가 스미스의 살갗을 파고들었다.
“끄…으으….”
식물의 넝쿨이 스미스의 근육과 뼈를 조여 왔다.
스미스의 기억에 리처드 브리스톨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릭 스미스 단장. 본명은 루퍼스 라이칸 로드였지?’
‘그걸 어떻게…?’
‘루안을 담당할 교관을 찾다 보니 나오더군. 솔직히 의외였네. 라이칸 로드의 혈족이 살아있을 거라고는. 그리고 과거 브리스톨 가문에서 그대의 가문에게 저지른 행동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내가 사과하겠다.’
‘하하하, 제가 당한 것도 아니고 그럴 필요 없습니다.’
리처드 브리스톨과 나눴던 이야기가 조각 난 것처럼 떠오르고 있었다.
‘루안을 맡으면서 임무를 하다 보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어쩔 수 없다면 그대의 능력을 꺼내서라도 루안을 지켜다오.’
‘정말 위험할 때 제 능력을 루안에게 보여도 상관없습니까? 인간들이라면 오해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특히 기사 가문이라면….’
‘그 아이라면 이해할 거다. 그대가 솔직하게 모든 것을 말한다면. 이것은 브리스톨 가문으로서 그대에게 의뢰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로서 부탁하는 것이다.’
리처드 브리스톨의 목소리가 끊어지면서 퀸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음… 흥미롭군요. 제가 채집한 인간의 혈액과는 다른데….”
가시에서 빨려나오는 스미스의 혈액은 식물 줄기를 타고 퀸튼의 손바닥 위에 반투명한 구체로 모여들고 있었다.
“이건 혹시….”
퀸튼이 스미스를 바라보는 순간.
으드득-
퀸튼이 소환했던 식물들의 넝쿨이 끊어지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