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49
제48화. 약탈자 라스칼 (2)
록 마운틴의 던전 밖.
마르코스 대장의 기사 부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다른 던전 입구를 찾았습니까?”
후방 부대를 이끌고 있던 부대장이 제국의 마법사 데이비드 테일러에게 말했다.
데이비드 테일러는 루안 브리스톨을 생포하라는 클레이의 명에 따라 록 마운틴 던전을 찾아왔다.
제국군 소속의 마법사 부대인 마법부 ‘위즈’를 통솔하는 직책을 갖고 있었으며 제국의 마탑에서 상위 랭크의 마법사였다.
테일러의 손끝에서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록 마운틴의 다른 산맥들.
“부대장님! 빛입니다!!! 던전을 찾은 것 같습니다!”
멀리서 정찰병이 소리쳤다.
산맥마다 다른 지역에서 수직으로 솟아오르는 하얀 빛이 나타났다.
“현재 록 마운틴 던전에서 동시에 열린 입구는 총 10곳이로군.”
“데이비드 테일러 님. 놈들이 빠져나올 출구는 모두 포위하고 있습니다.”
“흐음, 이제 기다리는 것만 남았군.”
부대장이 테일러에게 물었다.
“브리스톨의 혈족 하나 잡는 것인데 어째서 위즈에서 나오셨습니까?”
“부대장, 그대는 라이칸 로드에 대해 알고 있지?”
“라이칸 로드요? 잘 알죠. 제국에 의해 멸족당한 놈들 아닙니까?”
“그 라이칸 로드의 혈족이 아직 살아있네.”
테일러의 말에 부대장의 동공이 커졌다.
“네? 그게 정말입니까?”
“바로 저 던전 안에 브리스톨의 혈족과 함께 있거든. 붉은 늑대단의 우두머리 릭 스미스. 그가 바로 라이칸 로드의 유일한 혈족이라네.”
부대장은 스미스의 이름을 듣더니 흥분했다.
“릭 스미스? 그 용병 두목이 라이칸 로드의 혈족이었다고요? 확실한 겁니까?”
“위즈의 정보를 모두 검증했어. 용병으로 신분을 숨기고 다른 이름으로 살아왔더군. 하지만 위즈의 눈에 띄었으니 끝이지.”
“그럼 퀸튼 님을 보내신 이유가….”
“아마 지금쯤이면 퀸튼 또한 알 거야. 후후후.”
부대장이 던전을 바라보며 말했다.
“브리스톨의 혈족과 라이칸 로드의 혈족이라… 폐하께서 라이칸 로드에 대해서도 알고 계십니까?”
“이미 보고를 드렸으니 내가 여기에 온 것이지.”
* * *
던전의 복도에 마법진이 그려지고 있었다.
퀸튼이 정령을 끌어내는 마법을 캐스팅했고 루안은 툼스톤을 잡고 버텼다.
위이잉-!
“소울 아웃사이더”
퀸튼이 루안의 툼스톤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툼스톤에서 황금빛이 일렁거렸다.
콰아앙-!
폭발음이 들렸고 라스칼이 정령의 형태로 나타났다.
“으으으… 젠장….”
“후후, 검에 정령이 깃들어 있을 줄이야…. 브리스톨 군. 혹시 에고소드를 갖고 계셨던 건 아니겠지요?”
라스칼이 루안을 보면서 손을 펼쳤다.
후우웅-
금빛의 무리가 루안을 감싸 안았다.
루안의 부상이 회복하기 시작했다.
“흐음?”
퀸튼의 눈에 흥미가 일었다.
‘뭐지? 저건 힐링 마법이 아니야. 마법의 형태는 매직 실드에 가깝다. 몸을 회복시킬 수 있는 마법은 아닌데 어째서?’
라스칼은 루안의 부상을 약탈의 능력으로 몸 밖으로 꺼내고 있었다.
루안의 몸에서 빠져나온 데미지는 검은 구체로 변하며 라스칼의 손에 들어왔다.
독특한 마법처럼 루안을 회복시킨 라스칼을 본 퀸튼이 말했다.
“흐음, 내가 알고 있는 부류의 정령은 아닌 것 같고….”
라스칼이 머릴 긁적이면서 대답했다.
“이거나 처먹어.”
휙-
검은 구체가 매직 미사일처럼 퀸튼을 향했다.
지켜보던 퀸튼의 눈앞에서 거대한 돌덩이가 튀어 올랐다.
돌덩이에 검은 구체가 닿는 순간.
콰콰앙-!
폭발과 함께 돌덩이가 박살나버렸다.
“흥미로운 정령이로군요. 꼭 마탑으로 가져가서 실험을 해봐야겠어요.”
루안이 눈을 떴다.
“으응? 라스칼?!”
“라스칼? 정령의 이름이 라스칼 이에요?”
루안을 보면서 라스칼이 소리쳤다.
“멍청아!! 내 이름을 알아버렸잖아!”
“…미안.”
“후우, 어쩔 수 없지.”
라스칼이 퀸튼을 보면서 킥킥거렸다.
“저놈을 죽여 버리는 수밖에.”
퀸튼이 싸늘한 눈으로 라스칼을 바라봤다.
돌덩이가 허공으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파각- 파각-
“꼬맹이들이 감히 누굴 죽이겠다는 것이죠? 제국의 마법사는 칼론의 애송이와 장난감 정령 따위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란 것을 알려드리지요.”
라스칼이 말했다.
“내가 싸웠던 놈들에 비하면 장난감은 네놈 같다만?”
퀸튼의 손가락이 라스칼을 향하자 거대한 돌덩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쿠아아악!!”
콰앙! 콰앙!!
스미스의 공격에 솔록의 넝쿨이 찢어지고 뽑혀졌다.
“큐읏! 큐읏!”
뒤에서 솔록이 굵은 넝쿨로 스미스의 몸을 휘감았다.
크루즈가 돌격했다.
양손검을 겨눠서 스미스의 몸통에 찔러 넣었다.
쑤-걱!
스미스의 등을 관통하고 튀어나온 검에서 핏물이 튀었다.
“흐하하! 이제 끝났구나!! 날 봐라! 라이칸 로드! 네놈을 죽인 기사 빅터 크루즈를 기억하라고!”
“크르르….”
스미스가 맹수처럼 포효했다.
“으응?”
크루즈의 검을 향해 주먹으로 후려쳤다.
검이 부서지면서 크루즈가 뒤로 물러났다.
“젠장! 뭐야?”
스미스는 몸에 박혀 있는 검을 뽑아내버렸다.
“크아아악!!!”
인간의 의식보다 늑대인간의 의식으로 변한 것처럼 스미스가 포효했다.
그러자 몸의 상처가 회복하였고 스미스의 움직임이 훨씬 격렬해졌다.
솔록의 넝쿨을 뜯어낸 스미스가 크루즈에게 돌격했다.
퍽! 퍼퍽!
부러진 검을 든 크루즈가 스미스의 주먹에 맞고 뒤로 물러났다.
“어쩔 수 없군.”
크루즈가 검을 버렸다.
“이걸 쓰는 수밖에.”
손가락만 한 포션을 꺼낸 크루즈.
“죽을 때까지 싸워보자고!! 흐하하!!”
스미스를 향해 크루즈가 포션을 던졌다.
쨍-강!
포션에서 액체가 튀어나왔다.
“크아악!”
“위즈에서 쓰는 독 포션이다. 기사로서 이런 걸 쓰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지. 네놈과는 결투가 아니라 생존을 건 싸움이니까!”
스미스가 눈을 감는 순간 크루즈가 공격을 시작했다.
“머리통을 박살내고!”
빠악-!
건틀렛을 끼고 있던 크루즈의 주먹이 스미스의 머리를 강타했다.
“몸통에도 한 방!”
뻐억-!
스미스의 복부를 올려친 크루즈가 계속 펀치를 먹였다.
“가끔 이렇게 주먹으로 패 죽이는 것도 매력적이지!”
솔록의 넝쿨이 스미스의 발목을 휘감았다.
스미스가 크루즈의 공격에 노골적으로 당했다.
“후우… 좋아, 이제 마무리를 할 시간이군.”
크루즈가 단검을 꺼냈다.
“목을 잘라버리면 어떻게 회복할지 궁금한걸?”
스미스가 넝쿨에 매달려 있었다.
크루즈가 스미스의 목젖에 단검을 겨누는 순간.
“응?”
갑자기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네놈이 내는 거였냐?”
스미스의 신음 섞인 소리였다.
하지만 느낌이 달랐다.
크루즈의 단검이 스미스의 목에 닿으려는 순간.
우우우-
갑자기 소리가 증폭하여 커졌다.
“으윽….”
크루즈가 귀를 막고 뒤로 물러났다.
스미스의 신음 섞인 소리를 듣고 있던 마르코스는 몽환적인 느낌이 들었다.
“이건… 설마… 라이칸 로드의 하울링?”
“대장, 이거 대체 뭡니까?”
“크루즈. 뒤로 물러나라. 즉시 밖에 대기하고 있는 부대에게 던전으로 진입하라고 알려라.”
“네?”
“위즈의 마법사들에게 매복하고 있는 던전의 입구에 결계막을 쳐서 지금 듣는 하울링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게 막으라고 알려! 명령이다!”
“알겠습니다!”
고막으로 파고드는 스미스의 하울링을 들으며 크루즈가 던전 밖으로 뛰었다.
마르코스는 넝쿨에 묶여 의식을 잃은 스미스를 보면서 신음했다.
“끄응…. 의식을 잃어버리니 무의식 속에 잠들어있던 혈족의 본능을 각성한 건가?”
스미스의 하울링은 동굴 속 메아리처럼 던전의 복도 곳곳으로 빠르게 번져나갔다.
“으응?”
라스칼에게 돌덩이를 움직이려던 퀸튼이 멈췄다.
스미스의 하울링이 바로 앞에서 듣는 것처럼 들려오고 있었다.
“뭐지?”
루안과 라스칼이 서로 쳐다봤다.
하울링이 복도를 가득 메웠고 끝없이 울려 퍼졌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기사들 틈에서 용병들이 눈을 뜨고 있었다.
* * *
브리스톨 공작가의 대저택.
클레이 브리켄슈타인을 맞이하기 위한 연회장에는 브리스톨 가문의 하인들만 가득했고 혈족들이 없었다.
제럴드는 리처드 브리스톨에게 말했다.
“대공님.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비록 가문에서 지지한 황제는 아니었지만 현재로서 제국의 황제는 클레이 브리켄슈타인입니다. 황제가 오는 연회에 가문의 혈족들이 이렇게 없다는 것은 도전의 의미로 받아들일 위험이 큽니다.”
화려하게 차려지는 연회장을 바라보며 리처드가 대답했다.
“이미 클레이 황제가 우릴 지목한 이상 피해갈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미 예상하고 있는 위험 속으로 가문의 일족을 밀어 넣을 수 없어. 지금으로선 가문의 사람들이 그동안 훈련한 대로 움직이는 것만이 최선이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클레이 황제가 어떤 움직임도 없다면 어쩌시겠습니까? 자칫 잘못 하다간 황궁의 오해가 심각해질 수 있지 않습니까?”
“흑사자에서 수집한 정보는 항상 정확했어. 클레이 황제가 이곳에서 브리스톨 가문의 척살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은 단순한 위험 신호가 아니다.”
리처드 브리스톨의 시선이 냉혹하게 변했다.
“본 가문을 향한 도전은 곧 전쟁을 의미하지. 브리스톨은 단 한 순간도 ‘황제의 검’을 자처한 적이 없었다. ‘제국의 검’이란 칭호는 황제가 부여한 것이 아니라 이 나라의 사람들이 부여했던 것이다. 제럴드. 클레이 황제가 한낱 치졸한 감정에 휩쓸려 브리스톨을 처단하고 나면 뭘 하겠는가?”
제럴드가 대답했다.
“브리스톨을 지지하고 따르던 세력과 모든 이들을 척살할 겁니다.”
“클레이 황제는 새로운 제국으로 나아간다는 핑계를 대고 브리스톨 가문의 흔적을 없애려고 들 거야. 그 시작이 바로 이곳이지.”
흑사자가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클레이 브리켄슈타인은 휘하의 기사들을 이끌고 브리스톨 공작령에서 기습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습의 형태와 세부적인 정보는 알아낼 수 없었기에 리처드 브리스톨은 혈족들을 가문의 임무를 맡겼다는 핑계로 멀리 보낸 상태였다.
“대공님. 폐하의 기사 부대가 움직인다면 어쩔 수 없이 전면전을 치를 수밖에 없습니다.”
“두려운가?”
“저는 황제가 아닌 브리스톨의 가주를 호위하는 기사입니다. 가문의 적을 자처하는 모든 자들을 베는 것이 저의 본분. 두려움 따위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나도 안심할 수 있겠군. 클레이 황제는 오늘을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해왔을 것이다. 브리스톨 가문을 공격한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를 본인 또한 잘 알 것이니까.”
“가문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은 밖에서도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실력을 지녔으니 기습이 벌어진다면 계획대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클레이 황제입니다. 자신이 계획한 기습조차 실패로 돌아간다면 그 책임을 대공님께 물을 것 아니겠습니까?”
리처드 브리스톨과 제럴드는 클레이의 계획에 대해 예상하고 있었다.
황제를 초대한 연회장에서 기습이 발생한다는 것은 연회를 마련한 브리스톨 가문의 호위가 허술했다는 뜻.
클레이 황제는 자신을 지킬 생각이 부족했으니 기습이 발생한 것이라며 몰아갈 것이 뻔했다.
제럴드의 말에 리처드가 대답했다.
“최악의 상황은 내가 황제를 암살하기 위해 꾸며낸 자작극이 아니냐며 몰아가는 것이겠지.”
리처드의 말이 끝나는 순간 집사가 들어왔다.
“대공님. 폐하께서 오셨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