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62
제61화. 제국의 반역자 (1)
마이크로프트가 루안을 바라보며 손을 허공에 휘저었다.
“냉혹한 숨결은 힘의 속박으로 변하리라.”
파츠층-!
손끝에서 빛이 일렁이더니 얼음 결정체가 허공에서 흩어졌다.
마이크로프트의 뒤쪽에서 얼음 결정체들이 퍼져나갔다.
후우웅-!
차가운 바람이 루안을 향해 몰아닥쳤다.
“크윽….”
툼스톤을 들고 있던 루안의 발이 뒤로 밀려났다.
촤촤촥-!
얼음 결정체들이 루안의 발목에 닿으면서 얼어붙었다.
카-앙!
루안은 툼스톤으로 발목을 덮고 있던 얼음을 부숴버렸다.
빠져나온 루안을 향해 마이크로프트가 손가락을 겨눴다.
“장난은 여기까지다. 루안 브리스톨.”
마이크로프트의 손가락에서 빛 무리가 번져나갔다.
“아이스 홀드 (Ice Hold).”
빛이 루안의 시야를 덮쳤다.
라스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안!!]빛은 루안과 근처 숲까지 모두 번지며 밖으로 뻗어나갔다.
샤-아아.
“루안 브리스톨. 황제 폐하의 명을 따라 그대를 제국의 반역자로 체포한다.”
마이크로프트의 앞에 루안의 모습이 나타났다.
툼스톤을 들고 서있는 루안은 마치 조각상처럼 얼음으로 변해 있었다.
‘젠장, 뭐야? 나 죽은 거야?’
[아니야. 얼음 마법으로 속박 당한 거다.]루안이 안간힘을 써봤으나 손 하나 꼼짝할 수 없었다.
‘라스칼, 이거 어떻게 안 되겠어?’
[못 해. 얼음에 엄청난 마나가 흐르고 있어. 잘못하면 네 몸을 마나가 파괴할 수 있다고.]마이크로프트의 아이스 홀드.
6서클 빙결 마법으로 빛에 닿은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마법이었다.
얼음 속에는 마이크로프트의 마나가 흘러 마법을 해제하지 않으면 빠져나올 수 없었다.
“아이스 워커 (Ice Worker).”
마이크로프트는 새로운 얼음들을 소환했다.
얼음 조각들이 사람의 형태로 변하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이스 워커들은 얼어붙은 루안을 끌어안는 것처럼 밀착했다.
루안에게 밀착한 아이스 워커는 모두 4마리.
‘끄…으으….
아이스 워커들이 자신의 앞과 뒤, 왼쪽과 오른쪽에서 몸을 밀착시키는 순간 냉기가 루안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루안, 움직이지 마. 네 심장 속의 마나를 저 얼음 조각들이 감지하고 있으니까.]라스칼은 마이크로프트의 아이스 워커들은 단순한 소환수가 아니라는 걸 파악했다.
[루안, 네 마나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있어서 탈출하려고 시도하면 바로 공격이 들어올 거야.]‘젠장, 그럼 여기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거야?’
[어쩔 수 없어. 그냥 황제 구경이나 하러 가자고.]‘라스칼, 네 생각에 황제가 날 어떻게 할 거 같냐?’
[나였으면 죽여 버리지.]‘농담 들을 기분 아니다.’
[농담 아니야. 너 같은 놈 보기만 해도 짜증나서 살인 충동이 든다고.]라스칼이 낄낄거렸다.
‘내가 죽으면 너도 죽는다는 거 자꾸 까먹지?’
라스칼의 대답이 없었다.
진짜 까먹고 있었던 거 같군.
[죽이진 않을 거야.]‘뭐야? 갑자기 말이 바뀌냐?’
[다른 마법사 놈들도 그랬잖아. 황제가 생포해 오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살려서 데려간다고. 황제만 아니었으면 널 죽였을 거라고 몇 번이고 말한 거 기억 안 나냐?]루안은 라스칼의 말에 던전에서 퀸튼이 했던 말과 테일러의 말을 떠올렸다.
‘그럼 황제가 나한테 원하는 게 뭐지?’
[내가 아냐? 일단 가 보자고. 어차피 지금 탈출하는 건 자살행위니까.]루안은 라스칼의 능력을 체계적으로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황제의 생각을 확 훔쳐버려?’
[이러니 황제가 죽이고 싶어 하는군.]루안과 라스칼이 얼음 속에서 싸우는 사이에 마이크로프트는 루안의 앞쪽에 얼음으로 길을 만들고 있었다.
“마이크로프트 님!!”
다른 곳에서 기사들이 나타났다.
“루안 브리스톨을 잡으셨군요!”
“굉장하십니다. 마이크로프트 님.”
“임무는 끝났다. 폐하께 갈 것이다.”
“알겠습니다. 테일러님께서….”
“테일러는 죽었다.”
“네에?”
마이크로프트의 싸늘한 대답에 기사들이 말을 잇지 못했다.
“테, 테일러님이 죽다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가 루안 브리스톨을 발견했을 때 이미 죽어 있었다.”
루안은 얼음 속에서 마이크로프트와 기사들의 말을 모두 들을 수 있었다.
‘저 자식 동료 맞아? 사이가 안 좋다고 해도 동료가 죽은 걸 저렇게 냉정하게 말하냐?’
-빙결 속성의 마법사들이 대체로 저렇지. 차가운 감정을 끌어낼 수 있어야 얼음 속성의 마나를 강화시킬 수 있으니까.
기사들은 마이크로프트로부터 테일러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테일러와 퀸튼을 이미 내가 얼려뒀으니 마탑으로 데려가 위로할 것이다.”
“마이크로프트 님. 붉은 늑대 용병들은 어떻게 하죠? 릭 스미스라는 놈을 던전에서 놓쳤습니다.”
“용병 따위는 상관없어. 폐하께서는 루안 브리스톨을 생포해오라고 하셨으니까. 용병들은 계속 수색을 해야 하니 이곳으로 기사 부대를 더 보내라고 뷔야르 백작에게 내가 말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마이크로프트 님을 제국까지 호위하겠습니다.”
마이크로프트는 얼어붙고 있는 바닥을 향해 손을 펼쳤다.
“프로즌 슬라이딩.”
촤르륵-!
루안을 속박한 얼음조각이 바닥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우웅-!
차가운 바람이 얼음 조각을 덮쳤다.
뒤쪽에서 몰아닥치는 바람이 얼음을 밀고 있었다.
속도를 높이면서 마이크로프트의 얼음이 빨라졌다.
콰드득-!
얼음이 지나칠 때마다 마이크로프트의 마력으로 주변의 나뭇잎들이 얼어서 부서지고 있었다.
부서진 나뭇잎들이 조각나 흩날렸다.
바람에 밀려난 나뭇잎 얼음 조각들이 수풀 위에 떨어졌다.
수풀이 바람에 닿으며 광범위하게 얼어붙었다.
* * *
콰쾅-!!
다른 곳의 던전 입구에서 몬스터들의 목이 잘려 나왔다.
“후욱… 후욱….”
스미스가 피로 얼룩진 몸을 이끌고 던전에서 나왔다.
한 손에 든 테라칸을 어깨에 걸친 스미스.
그의 뒤쪽에서 붉은 늑대의 용병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목, 여기 우리가 들어온 입구가 아니잖아?”
용병들은 모두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테라칸의 힘으로 늑대인간으로 변해 있던 용병들을 스미스가 정상으로 회복시킨 것.
스미스는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우리가 들어갔던 입구는 저 쪽이다. 나가는 입구가 완전히 무너져서 막혀버렸거든.”
“두목, 루안은? 같이 다니지 않았어?”
“루안의 냄새가 던전 밖으로 이어졌거든. 저쪽에서 루안의 냄새가 느껴지니까 따라와.”
스미스와 용병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루안과 테일러, 마이크로프트의 전투가 벌어졌던 곳.
곳곳에 얼음 조각이 차가운 냉기를 뿜어내며 스미스와 용병들을 맞이했다.
“뭐야? 이거.”
스미스와 용병들은 기사들의 사체를 보면서 근처를 수색했다.
“우릴 쫓아오던 뷔야르의 기사단이잖아. 뭐 이렇게 많이 죽었지?”
용병들은 기사들을 보면서 루안의 냄새를 쫓았다.
스미스가 부하들이 있는 곳으로 왔다.
“두목, 저거 골렘 아니야?”
“골렘이 뭐 저렇게 커?”
스미스와 용병들 앞에 거대한 골렘이 얼어 있었다.
퀸튼이 소환했던 마운틴 골렘은 마이크로프트의 얼음 속에서 죽어 있었다.
반투명한 얼음은 골렘의 진흙과 돌덩이 속에 감춰진 마나까지 얼려버렸고 골렘은 곳곳에 조각난 얼음에 박혀 부숴져 있었다.
거대한 빙벽처럼 얼어버린 골렘을 스미스가 알아봤다.
“마운틴 골렘이군. 저걸 소환할 만한 마법사가 우릴 쫓아왔던 건가?”
“젠장, 아예 작정하고 쫓아왔었나 봐.”
스미스가 마운틴 골렘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저게 문제가 아니야. 우릴 쫓아온 마법사 중에 마운틴 골렘을 죽일 만한 실력자가 있었다는 거잖아.”
“두목, 우리 지금 무슨 일에 휘말린 거유?”
“마운틴 골렘과 저걸 죽인 건 같은 마법사의 짓이 아니야. 자신의 소환수를 죽이는 마법사는 없으니까.”
스미스는 바닥의 흔적들을 확인했다.
곳곳에 전투가 벌어졌고 기사들과 마법사의 냄새들이 가득했다.
“마운틴 골렘을 소환한 마법사와 다른 마법사가 여기서 전투를 벌였어.”
“마법사끼리 전투를 벌였다고? 자기들끼리 싸운 거야?”
스미스는 바닥을 적시고 있는 진흙과 얼음 결정체들을 손으로 만졌다.
“킁킁. 같은 마법사가 아니야. 한 놈은 몬스터의 냄새가 더 강해.”
마운틴 골렘의 진흙 파편과 얼음 결정체들의 냄새.
스미스가 맡은 냄새에서 사악한 마나가 풍겨왔다.
“두목, 이게 무슨 냄새더라?”
다른 용병들이 스미스가 맡고 있는 진흙 파편과 얼음 결정체들을 손으로 만지고 있었다.
“리치… 리치다.”
용병들이 모두 스미스를 바라봤다.
“리치라고? 여긴 리치가 나타나는 던전은 아니잖아?”
“자세한 건 알 수 없어. 하지만 리치는 확실해.”
“두목 말이 맞아. 이건 리치의 사악한 마나에서 맡을 수 있는 냄새야.”
후우웅-
고요한 바람이 스미스와 용병들을 지나갔다.
“응? 루안의 냄새잖아?”
스미스는 근처의 숲을 발견했다.
용병들을 끌고 숲을 수색하던 스미스.
“두목, 찾았어!”
스미스와 용병들이 찾아낸 것은 루안의 전투 흔적이었다.
루안의 냄새는 숲 전체에 퍼져 있었다.
“흐음, 두목. 루안의 냄새가 바닥에만 나는 게 아니라 저 나뭇가지와 돌덩이에도 나는 걸?”
용병들은 숲의 나무들과 돌덩이, 잎사귀에서 루안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루안을 찾은 놈 없냐?!”
“없습니다.”
“두목, 여기도 없어!”
스미스는 루안과 테일러가 전투를 벌인 곳을 찾아냈다.
“여기서 다른 마법사가 나타났고… 루안을 저쪽으로 끌고 갔군.”
루안과 마이크로프트의 냄새를 쫓아간 스미스와 용병들 앞에 부서진 얼음조각들이 나타났다.
“마운틴 골렘을 죽인 마법사가 루안을 끌고 갔어. 같은 얼음의 냄새다.”
“두목, 루안은 아직 살아 있어. 루안의 냄새가 얼음에서 나고 있으니까.”
“우린 루안을 구하러 간다.”
“두목, 아직 적들에 대해 아는 게 없잖아.”
“루안을 데려간 곳은 클레이 황제가 있는 곳일 거야.”
“뭐? 두목, 그거 확실해?”
“다들 알겠지만 라비뇽 후작이 암살 모의 사건을 벌이고 나서 나와 루안이 라비뇽을 호위한 것을 황제 쪽에서 알아냈다는 정보가 있었잖아.”
“그건 확실한 게 아니었잖아.”
루안의 냄새가 남아 있는 얼음 바닥을 바라보며 스미스가 말했다.
“이젠 확실해졌어. 루안은 클레이 황제에게 잡혀간 거야.”
“젠장, 루안 자식. 이미 죽은 목숨이군.”
“두목. 얼음에 남아있는 냄새를 보면 추적할 수 있어. 제국에 들어가기 전에 루안을 구할 수 있어.”
“얼음 위에서 어떻게 빨리 쫓을 거냐?”
스미스가 얼음 바닥을 검으로 툭툭 치면서 말했다.
“얼음 위에는 마나가 흐르고 있어. 우리가 추적하면 마법사가 알아차릴 거야. 루안을 구하려면 은밀하게 구해야 한다고.”
“두목의 계획을 말해봐.”
“루안의 구출은 나 혼자서 한다.”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용병들이 모두 스미스를 쳐다봤다.
스미스는 용병들과 시선을 맞닿으면서 대답했다.
“현재 루안을 황제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빼낼 수는 없어. 하지만 감옥에 들어갔을 때 잠입해서 구하는 건 가능하지.”
말릭이 물었다.
“두목, 루안이 들어갈 감옥은 일반 감옥이 아닐 거야. 클레이 황제가 마법사들을 시켜서 끌고 간 거면 말할 필요가 없다고.”
“그러니까 제국으로 가서 루안의 위치를 확인하고 움직여야지. 내가 짐작 가는 감옥들이 몇 군데가 있으니까.”
“두목, 솔직히 이거 하나만 대답해줘. 루안을 탈옥시켜서 우리가 얻는 게 있어?”
“그런 거 없어.”
“없으면 루안을 위해 목숨을 걸 필요가 없잖아.”
“리처드 대공의 의뢰는 루안 브리스톨을 안전하게 지키는 거였어. 내 임무는 1년간 루안 브리스톨을 지키는 거니까 구하러 가는 거다. 용병으로서의 본분을 잊은 거냐?”
스미스의 말에 부하들은 대답하지 못했다.
“루안을 구하러 감옥에 들어가는 건 나 혼자야. 너희들을 죽게 하진 않을 테니까 본분에 충실해.”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