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63
제62화. 제국의 반역자 (2)
얼음 앞에 마이크로프트가 정면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마이크로프트 님. 클레이 브리켄슈타인 폐하께서 이동했습니다.”
클레이 브리켄슈타인이 마이크로프트 앞에 나타났다.
마이크로프트가 클레이를 향해 대답했다.
“제국의 마탑 ‘위즈’의 하이(High) 위저드 제퍼슨 마이크로프트. 폐하의 칙령을 따라 제국의 반역자 루안 브리스톨을 생포해 왔나이다.”
클레이가 말했다.
“놈을 꺼내라.”
마이크로프트는 루안이 들어있는 얼음조각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후-우웅!
빛 무리가 얼음에서 뿜어져 나왔다.
촤르륵-!
얼음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파직- 파드득.
콰쾅-!
얼음 조각이 무너졌고 루안이 안에서 흘러나왔다.
루안을 발견한 클레이가 앞으로 나왔다.
이곳은 브리켄슈타인 황궁에서 황제를 향한 죄를 저지른 ‘황제의 죄수’들만이 끌려오는 비밀 감옥 ‘락 펠리스’였다.
반역에 해당하는 죄를 저지른 모든 죄수들을 한곳에 모아두고 감시하는 감옥.
이곳의 죄수들을 심문하는 간수들이 루안의 앞에 나타났다.
간수들을 대표하는 간수장이 루안 에게 말했다.
“나는 이곳 ‘락 펠리스’의 간수장 래리 하워드라고 한다. 루안 브리스톨. 이곳에 끌려온 그대는 폐하를 모독하고 폐하를 음해하는 적들을 호위하여 기사도를 저버렸고, 제국을 배반한 죄를 저질렀다.”
루안은 래리 하워드에게 물었다.
“내가 뭘 배반했다는 거냐?”
래리 하워드의 음산한 시선이 루안 에게 향했다.
루안은 하워드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봤다.
“그대는 브리켄슈타인 제국의 기사가문의 혈족으로서 적을 호위하였다. 그러므로….”
“그건 칼론에서 주어진 임무일 뿐, 나는 기사로서 본분을 다했다.”
“칼론의 임무는 교관이 학생에게 맡기는 실전 훈련. 하지만 그대의 교관은 칼론과 전혀 상관없는 용병 패거리였다.”
하워드 간수장은 이미 클레이의 신하들이 작성한 루안의 죄에 대해 일방적으로 말하고만 있었다.
루안의 죄는 사실 클레이가 지어낸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칼론의 임무는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적국과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워지는 특권이 있었다.
브리켄슈타인 기사들의 실전 경험을 위해서라면 적들과 손잡고 비밀스러운 임무를 맡는 것까지 허락했으니까.
루안의 라비뇽 호위 임무는 원칙적으로는 죄가 아니었다.
뷰론 공화국의 귀족을 호위하는 것이 기사로서 임무.
라비뇽이 계획한 클레이의 암살 배후 음모는 루안의 본분과는 상관없는 것이었다.
“그대의 교관 릭 스미스는 용병으로서 라비뇽 패거리들과 폐하를 모독하는 죄를 저질렀다. 그대는 담당 교관의 계획을 몰랐을 리가 없다. 칼론의 임무를 맡았다면 폐하를 음해하는 세력들과 같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칼론에 보고를 했어야 하지 않는가?”
하워드의 말에 루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클레이가 앞으로 나왔다.
하워드가 옆으로 물러났고 귀족의 수장들이 클레이의 뒤를 따랐다.
“루안 브리스톨. 리처드 대공은 네놈을 구해줄 수 없다. 죄를 자백하고 협조하라.”
클레이의 말에 루안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구해줄 수 없다고?’
루안과 같은 걸 느꼈는지 라스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클레이 황제가 네 가문을 쳤군.]라스칼의 말에 루안이 클레이에게 물었다.
“무슨 짓을 벌이신 겁니까?
루안의 말에 옆에 있던 마이크로프트가 손을 휘저었다.
촤라락-!
얼음 형태의 송곳이 루안의 몸에 박혔다.
마이크로프트의 프로즌 스파이크(Spike)였다.
“끄아악!”
“루안 브리스톨. 폐하의 앞이니 행동을 주의하라.”
프로즌 스파이크가 루안의 몸을 파고들었다.
“끄…으으….”
클레이가 루안에게 다가왔다.
냉혹한 시선과 잔혹한 미소가 루안의 시야에 들어왔다.
“루안 브리스톨. 나는 제국의 주인이요, 대륙의 지배자다. 네놈의 가문에 의해 짐의 역사가 가려지는 일 따위는 용납할 수 없지. 브리스톨 가문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싶은가?”
클레이가 고통에 어려 있는 루안의 표정을 감상하면서 대답했다.
“라비뇽이 브리스톨 공작령을 메테오로 포격하였다.”
“…뭐…라고…?”
클레이의 말에 루안은 혼란에 빠졌다.
“그럴 리가 없어. 라비뇽 후작이 뭐 때문에 우리 가문을….”
“후후후, 어린애는 어린애라니까. 라비뇽은 네놈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른 면이 많은 놈이지. 네놈은 정말 라비뇽이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정의로운 인간이라고 생각한 것인가?”
클레이는 의도적으로 루안에게 라비뇽이 브리스톨 가문을 공격했다고 알려줬다.
루안을 혼란스럽게 하면 클레이가 원하는 정보들을 물어볼 수 있었으니까.
‘라비뇽 후작이 내 가문을? 어째서…?’
클레이의 예상대로 루안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라비뇽이 네놈의 가문을 공격한 이유가 궁금한 표정인 걸?”
“폐하의 말을 믿을 수 없겠습니다! 정말 라비뇽이 우리 가문을 공격한 것이라는 증거가 있습니까!
루안의 말에 클레이의 뒤에 있던 귀족들이 신음을 터뜨렸다.
“감히 폐하 앞에서 저 따위 막말을 하다니!”
“폐하! 저놈을 당장 락 펠리스에 넣어 고문을 하십시요!”
“폐하의 위엄을 모욕하는 반역자를 제가 직접 처단할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해 주십시오!”
귀족들의 말에 클레이가 대답했다.
“뭐가 이리 시끄러운가?”
클레이의 말에 귀족들은 얼음물을 끼얹은 것처럼 침묵했다.
“루안 브리스톨. 증거를 확인하고 싶은가?”
“끄…으….”
프로즌 스파이크가 근육 틈을 파고들어 루안은 바닥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클레이에게 소릴 질러댈수록 마이크로프트가 프로즌 스파이크로 루안을 고문했다.
“증거라면 많지.”
루안을 바라보며 클레이가 손짓 했다.
곁을 지키던 호위 기사가 상자를 가져왔다.
기사들의 손에 의해 화려한 금으로 칠한 상자가 열렸다.
“이걸 알아보겠는가? 루안 브리스톨.”
클레이가 미소를 가득 머금고 상자를 보여줬다.
“보거라. 브리스톨 공작령을 수습했던 위즈의 마법사들이 가져온 증거물들을.”
상자 안에는 끔찍한 신체의 일부들이 마구 쌓여 있었다.
이미 혼란스러웠던 루안은 충격에 빠졌다.
신체에 끼워진 반지와 부러진 검은 루안에게 익숙한 것들이었다.
브리스톨 가문의 기사들이 갖고 있던 것들이니까.
부러진 검은 엄청난 열에 의해 녹거나 타버린 흔적이 많았고 반지 또한 마찬가지였다.
메테오 포격으로 녹아버린 기사들의 갑옷과 투구, 건틀렛 까지 신체 조각들과 같이 상자에 가득했다.
“메테오에 의해 죽은 네놈 가문의 기사들의 흔적이었다. 마법사들조차 간신히 찾아 낼만큼 메테오는 브리스톨 공작력의 모든 것을 소멸시켰지.”
클레이는 루안의 감정 따위 상관하지 않았다.
“라, 라비뇽 후작이 어떻게 메테오를….”
말을 버벅 거리는 루안을 흥미롭게 감상하던 클레이가 대답했다.
“아, 그렇군. 네놈은 아직 잘 모르겠구나. 대륙의 마탑이 라비뇽 후작을 후원을 하고 있거든. 뷰론 공화국을 마탑 세력이 후원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메테오가 브리스톨 가문을 공격한 것은 라비뇽을 후원하는 마탑 세력의 짓이었다.”
클레이는 루안에게 자신의 짓을 라비뇽의 짓으로 꾸며서 말하고 있었다.
“루안.”
마이크로프트의 프로즌 스파이크의 고통은 루안에게 육체적인 충격을 줬고 클레이는 속삭거리는 것처럼 루안 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줬다.
루안은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라스칼이 루안에게 말했다.
[루안, 진정해. 아직 놈의 말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어.]클레이는 기사들에게 손짓했다.
기사들이 상자에 가득한 신체 조각과 갑옷, 검의 일부를 루안이 보는 앞에 쏟아버렸다.
루안의 눈앞에 브리스톨 기사의 것들이 굴러다녔다.
‘저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다.
리처드 브리스톨이 착용하고 다녔던 반지가 보였던 것이다.
‘저 반지는….
자신의 어머니가 선물했던 리처드 대공의 반지는 루안이 어릴 적부터 봐왔기에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갑자기 루안의 심장이 아려왔다.
알 수 없는 감정이 루안의 두 눈 속에서 휘몰아쳤다.
혼란으로 가득한 머릿속과 달리 눈으로 보는 브리스톨 기사들의 신체 조각은 루안의 심장을 미어지게 만들었다.
제국 최강의 기사 가문.
브리켄슈타인 최고의 기사들.
모든 귀족과 기사 가문을 우러러 보게 만드는 이름.
브리스톨의 최후의 모습은 루안 자신이 과거의 전장에서 목격했던 것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게… 내 가문의 마지막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루안에게 브리스톨은 특별한 의지를 부여하는 이름이었다.
재능이 없는 잡종.
모두가 비웃던 어린 루안을 안전하게 지켜줬던 것은 브리스톨이란 이름이 부여하는 힘이었다.
제국의 귀족 자제들조차 루안이 없는 곳에서 욕할 수는 있어도 루안의 앞에서 모욕하는 행동은 감히 할 생각조차 못했다.
브리스톨 가문 휘하의 기사들이라면 혈족을 향한 모욕은 반드시 죽음으로 다스렸으니까.
황족들조차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브리스톨 가의 혈족을 모욕하지 말라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귀족들에게 나돌 정도였다.
루안은 자신을 지켜줬던 기사들의 검과 갑옷이 처참하게 변해버린 현실에 말할 수 없는 충격에 빠지고 있었다.
라스칼이 루안에게 말했다.
[루안, 아직 자세한 건 알 수 없어. 감정을 컨트롤 하고 차분해져라.]라스칼의 말에도 루안은 감정 속으로 빠져 들어갈 뿐이었다.
[젠장… 심장의 마나가 이렇게 날뛰고 있다니… 이러다가 심장이 망가져버리겠어.]라스칼은 은밀하게 자신의 능력으로 루안이 입고 있는 정신적인 충격을 해소하기 시작했다.
약탈의 능력으로 해소하는 정신적인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루안, 저건 황제가 다 꾸며낸 거짓 증거일 수 있어. 속지 마. 진정해.]약탈로 빠져나가는 정신적 대미지는 라스칼이 루안의 심장으로 끌어 모으고 있었다.
마이크로프트가 루안의 몸에 박혀 있던 프로즌 스파이크를 빼냈다.
루안은 고통에 신음하지 않고 있었다.
정신적인 대미지가 육체의 대미지를 압도했고 고통을 느낄 수 없었다.
‘라스칼, 정말 다 죽은 걸까…?’
[안 죽었어! 살아있는 네놈의 혈족들이 있을 거라고! 저 자식 말 듣지 마! 저건 널 속이기 위한 속임수라고.]라스칼은 루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말했지만 루안은 제대로 듣지 못했다.
살아오면서 한 번도 브리스톨 가문이 순식간에 사라질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루안 브리스톨. 라비뇽을 호위하는 임무를 맡은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클레이가 루안에게 말하고 있었지만 루안의 귀에는 일부만 들려왔다.
루안의 표정을 확인하던 클레이는 냉소를 머금었다.
“하워드, 루안 브리스톨을 락 펠리스에 수감시켜라. 놈의 심문은 내가 직접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폐하.”
간수들이 루안을 끌고 락 펠리스로 들어갔다.
마이크로프트가 클레이에게 물었다.
“폐하, 정말 이것이 브리스톨 가의 기사들입니까?”
클레이가 대답했다.
“놈들의 흔적은 공작령을 뒤져봐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루안 브리스톨을 혼란스럽게 하기 위한 모조품들이지.”
마이크로프트는 바닥에 흩어진 기사들의 조각들을 확인했다.
익숙한 마나가 느껴졌다.
“정교하게 제작한 모조품들이군요. 혹시 위즈에서…?”
“위즈의 마법사들의 실력은 짐이 자부심을 느낄 만큼 뛰어나더군. 칼론의 애송이가 그대처럼 마나를 감지할 수 있을 리도 없고 그저 충격적인 장면을 눈앞에 보여주면 속이는 건 간단하지.”
“폐하, 루안 브리스톨은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
“남아있는 브리스톨가의 혈족들을 끌어낼 미끼로 쓸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