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66
제65화. 헬 카이저 (1)
헬 카이저.
제국 역사상 최악의 죄수들만 수감시키는 지저의 감옥.
지금까지 이곳에 끌려간 죄수들은 살아나온 적이 없었다.
브리켄슈타인뿐만 아니라 다른 왕국, 공국, 공화국에서 극도로 사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모두 헬 카이저로 끌려왔다.
헬 카이저는 브리켄슈타인 제국에만 존재하는 감옥이 아니었다.
지하에 존재하는 거대한 감옥 이었기에 제국과 다른 국가들의 영토 밑에도 존재했다.
헬 카이저로 들어가는 곳은 대륙의 모든 국가에 세워져 있었다.
인간이 만들어낸 지옥 소굴.
루안이 끌려간 곳은 인간계의 지옥이었다.
콰-아앙!
화염이 치솟는 곳과 얼음이 갈라지는 곳이 있었다.
거대한 수증기가 갈라진 지반 틈에서 뿜어져 나왔고 곳곳에 비명이 들려왔다.
피로 흥건한 바닥 위를 끌려 다니는 죄수들 사이로 루안이 나타났다.
“위즈의 마법사 마이크로프트. 클레이 브리켄슈타인 폐하의 명에 따라 반역자 루안 브리스톨을 헬 카이저로 끌고 왔습니다.”
마이크로프트를 미노타우루스 형상의 갑옷을 입은 거대한 체구의 간수장이 맞이하였다.
등에 메고 있는 거대한 할버드 밑으로 피가 뚝뚝 떨어졌다.
간수장은 루안을 보면서 말했다.
“무슨 죄로 이곳에 끌려온 놈이냐?”
헬 카이저의 분위기는 마이크로프트조차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마이크로프트는 마법사인 자신에게 처음부터 반말을 하는 간수장이 거슬렸다.
“저는 제국의 마탑 ‘위즈’의 마법사입니다. 초면이라면 최소한의 매너를 지키시는 것이….”
간수장과 옆에 서 있던 간수들이 마이크로프트를 쳐다봤다.
콰-앙!!
갑자기 마이크로프트 뒤쪽의 화염이 치솟았다.
아이스 워커들이 순식간에 녹아버렸다.
“뭐, 뭐야?”
마이크로프트가 뒤를 돌아봤다.
콰콰콰-!!
아이스 워커가 녹으면서 발생한 엄청난 수증기가 안개처럼 몰려오며 마이크로프트의 시야를 가렸다.
“크윽….”
마이크로프트가 수증기를 얼려버렸지만 바로 녹으면서 더 큰 수증기로 변했다.
간수장이 다가왔다.
“이곳은 네놈의 마법 따위가 통하는 곳이 아니다. 제국의 영토 또한 아니다.”
“흐…읍….”
수증기를 흡입한 마이크로프트.
체내의 마나가 무너지는 것이 느껴졌다.
수증기로 녹여버린 얼음 속에서 루안이 나왔다.
마이크로프트가 루안 옆에서 호흡을 거칠게 뱉었다.
“나는 네놈 따위 관심 없다.”
간수장은 루안을 보면서 말했다.
“이곳에 끌려온 죄수에게 관심 있을 뿐.”
* * *
이곳에 가려면 마탑 세력이 주관하는 마법 재판을 통해 죄의 무게를 측정해야 했다.
하지만 클레이는 독단적으로 루안을 헬 카이저로 보내버렸다.
마탑 내부에서 클레이의 행동을 두고 격렬한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쾅-!
마법사가 일어나 테이블을 내려쳤다.
“클레이 폐하께서 루안 브리스톨을 헬 카이저에 집어넣다니! 이게 대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 것인지 누가 해명해보시오!”
“황제라고 이렇게 모든 걸 무시한다면 마탑으로서 가만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루안 브리스톨의 반역죄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황제의 감옥 락 펠리스에 넣더니 이번엔 헬 카이저라고요? 클레이 황제는 마탑에서 주관하는 대륙의 질서를 조롱하고 있는 것입니다!”
“루안 브리스톨이 락 펠리스에서 탈옥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마법 재판을 요청하지 않고 헬 카이저에 넣는 것이 정상입니까?”
마법사들은 테이블에서 일어나 서로 흥분한 목소리로 싸웠다.
마탑 회의를 진행하던 조니 클로드가 말했다.
“진정하시오.”
클로드의 말에 마법사들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사이몬 워커 님. 발언권을 드리겠습니다. 루안 브리스톨을 어떻게 재판하여 헬 카이저로 보낸 것인지 다른 분들께서 이해할 수 있게 설명 해주십시오.”
클로드의 오른쪽에 앉아있던 사이몬 워커가 일어났다.
모든 마법사들이 사이몬 워커를 주목했다.
“제국의 마탑을 대표하여 이곳 마탑 회의에 참가한 사이몬 워커입니다. 루안 브리스톨의 재판 결과와 헬 카이저로 압송한 이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이몬 워커는 양피지에 적힌 글을 읽기 시작했다.
“루안 브리스톨은 클레이 브리켄슈타인 폐하를 암살 모의 사건의 배후 세력으로 모함했던 뷰론 공화국의 라비뇽 후작을 호위하는 기사로서 임무를 다 하고 있었습니다….”
사이몬 워커가 읽고 있는 내용들은 클레이가 서기관을 시켜서 쓰도록 지시한 내용들이었다.
“…따라서 루안 브리스톨은 폐하의 권위와 제국의 신분을 더럽혔으며 나아가 브리스톨 가문의 명예까지 버린 반역자로 락 펠리스에 감금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폐하의 감옥에서 탈옥하는 죄를 저질러 자신의 죄를 더욱 크게 만들었으며 이는 곧 폐하의 명을 조롱하는 것으로 헬 카이저로 보낼 것을 명하셨습니다.”
사이몬 워커는 클레이의 서기관들이 작성한 양피지의 글을 모두 읽었다.
클로드가 말문을 열었다.
“다들 질문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질문하실 분께서는 손을 드십시오.”
사이몬 워커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마법사가 손을 들었다.
“나는 리니아 대륙 동부 해안의 마탑을 지휘하는 알렌 크렌포드라고 합니다. 사이몬 워커 님의 판결문에 대해 의문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일단 루안 브리스톨이 정확하게 어떤 죄를 지었는가에 대해 저로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만 락 펠리스는 황제의 감옥이라고 알려진 곳으로 탈옥할 수 없는 곳 아니었습니까?”
“일반적으로 그렇습니다.”
“그런데 루안 브리스톨은 어떻게 탈옥한 것이죠? 마법사가 아닌 기사가 간수를 철창에 집어넣고 나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크렌포드의 말에 다른 마법사들이 공감하는 듯이 저마다 한 마디씩 내뱉었다.
“클레이가 브리스톨 가문에 보복을 하려는 것은 나도 여러 번 들었습니다. 혹시 이번 메테오 포격 사건과 루안 브리스톨의 체포 사건은 관련이 깊은 게 아닙니까?”
“브리스톨 공작령을 메테오로 쓸어버리고 루안 브리스톨은 헬 카이저에서 죽게 하려는 클레이의 계획이라고 의심이 드는 건 나만이 아닐 것입니다. 아, 이것은 제 개인 의견이지 사이몬 워커 님께 개인적인 감정은 없습니다.”
사이몬 워커는 마법사들에게 대답했다.
“브리스톨 공작령은 라비뇽 후작께서 저지른 사건 아니었습니까? 마탑에 계신 분들께서 더 잘 아실 텐데요.”
“뭐라고? 이보시오!”
몇몇 마법사들이 일어났다.
“지금 우릴 모함하는 것이오?”
“마탑에서는 라비뇽 후작이 무슨 일을 꾸몄는지 알지 못합니다! 브리스톨 공작령의 메테오 포격을 마탑 에서 지시한 적이 없습니다!”
사이몬 워커는 냉소를 머금고 마법사들에게 말했다.
“라비뇽을 후원하는 것은 마탑 아니었습니까? 라비뇽이 마법사가 아니라면 메테오를 쓸 수 있는 마법사들은 마탑의 누군가 아니겠습니까? 저도 개인적인 감정은 없습니다.”
사이몬 워커가 마탑 회의에 참가한 것은 단순히 제국의 마탑을 대표하는 것 때문이 아니었다.
클레이는 마탑에서 라비뇽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었다.
이미 브리스톨 공작령 포격 사건을 라비뇽이 벌인 짓이라고 선언하였기 때문에 마탑 세력은 곤경에 빠진 상태였다.
라비뇽을 계속 후원하면 브리스톨 가문 포격에 대해 마탑에서 책임을 져야 했기 때문.
“마탑에서는 라비뇽 후작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있습니다. 브리스톨 가문의 포격 사건을 마탑에서 벌이지 않았기 때문이며….”
사이몬 워커가 물었다.
“그 말씀은 앞으로 마탑에서 라비뇽을 후원하지 않겠다는 것입니까?”
마법사들이 모두 클로드를 쳐다봤다.
클로드는 신음을 흘렸다.
“끄…응….”
아직 은퇴를 앞두고 있었기에 마탑의 공식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었으니까.
사이몬 워커는 클로드를 향해 물었다.
“클로드 님. 마탑에서 단순히 라비뇽의 후원을 하지 않는다는 걸로 브리스톨 포격 사건의 책임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봐! 사이몬! 지금 마탑에서 브리스톨 가문을 공격했다고 몰아가는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대체 메테오를 누가 썼다는 것입니까?”
“당신들 또한 마법사 아니야? 제국의 마탑에서 메테오를 쓸 수 있는 마법사를 나도 안다고!”
사이몬 워커는 여유롭게 대답했다.
“여러분들은 라비뇽에 대해 전혀 모르고 계시는군요. 생각해 보십시오. 폐하께서는 이미 라비뇽을 암살하려다 실패했다는 것으로 세상의 비난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브리스톨 공작령을 메테오로 포격한다면? 모든 사람들은 폐하가 저지른 짓이라고 비난하겠지요. 라비뇽은 이걸 노린 것입니다.”
사이몬 워커의 말에 마법사들끼리 서로 수군거렸다.
“젠장, 저 말을 반박할 수가 없군.”
“클레이 황제가 자신이 욕먹을 수밖에 없는 짓을 일부러 저지를 리가 없지.”
마법사들에게 클로드가 말했다.
“다들, 조용! 그렇다고 하여 마법 재판 없이 루안 브리스톨을 헬 카이저로 보낸 것은 마탑의 대표로서 인정할 수 없습니다.”
사이몬 워커가 기다렸단 듯이 물었다.
“클로드 님. 지금 말씀하고 계신 것은 마탑에서 뭔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뭐가 책임 회피라는 것이오?”
“브리스톨 공작령의 메테오 포격을 제국의 마탑에서 하지 않았다면 대륙의 마탑의 누군가 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기에 대해 마탑 세력이 제대로 조사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건….”
클로드의 말을 자르고 사이몬 워커가 물었다.
“책임에 대해 말씀하셨으니 저도 묻겠습니다. 브리스톨 가문은 제국을 수호하는 검이자 브리켄슈타인 최강의 가문이었습니다. 이곳을 쳤다는 것은 제국을 향한 도전이자 선전포고와 같은 것. 라비뇽을 후원하는 마탑의 누군가 벌인 짓이라면 책임을 누가 질 것이며 라비뇽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사이몬 워커의 말에 클로드가 대답했다.
“내가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이면 어떻겠습니까?”
마법사들이 모두 클로드를 쳐다봤다.
* * *
“두목, 지금 뭐라고 했어?”
“루안이 헬 카이저로 끌려갔다고?”
“이상한데? 거기에 끌려갈 만큼 루안의 죄가 심각한 건 아니잖아?”
“클레이 이 자식 황제가 아니라 미친놈이네. 라비뇽을 호위한 것 갖고 반역자로 몰아간 건 그렇다고 쳐. 헬 카이저? 그냥 처음부터 루안을 죽이고 싶어 했던 거잖아.”
부하들을 스미스가 진정시켰다.
“계획이 바뀌었다.”
스미스의 말에 말릭이 물었다.
“헬 카이저의 진입로는 지저인(地底人)들을 통해서 들어갈 수 있잖아. 두목, 지저인들하고 사이 안 좋던 거 아니었어?”
“어쩔 수 없지. 무기를 뺏기지 않고 헬 카이저로 들어가려면 지저인들이 필요하니까.”
“하아… 젠장. 그 자식들하고 또 싸울 일은 없을 거라 여겼는데.”
리니아 대륙에는 여러 종족들이 존재했다.
지상 위의 인간들과 다르게 지하에서 살고 있는 또 다른 인간들이 있었다.
이들은 지저에서 국경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녔는데 헬 카이저는 지저인들이 자신들이 살던 곳을 침범하였기 때문에 싫어하는 곳이었다.
“헬 카이저 관련 일이라면 도와줄 거야.”
“두목은 아닐 걸?”
“말릭, 지저인들이 나타나는 곳 지도 아직 갖고 있지?”
“난 버렸어.”
“내가 갖고 있어.”
“지도 갖고 있는 애들 앞으로 나와. 너희들이 앞장서고 나머지는 지저인들이 좋아하는 거 사러 간다.”
* * *
루안의 몸이 낙하하고 있었다.
거대한 물이 담겨 있는 곳으로 떨어지던 루안.
첨-벙!!
루안이 물속으로 가라앉았다가 떠올랐다.
“푸-핫!”
물을 뱉으면서 루안이 허우적거렸다.
위쪽을 올려다보니 30미터 높이 위의 난간에 헬 카이저의 간수들이 앉아 있었다.
모두 얼굴을 반 틈 가리고 있는 철갑 투구를 착용하고 있었고 한 손에는 거대한 창과 도끼, 철퇴 등을 갖고 헬 카이저 내부를 돌아다녔다.
루안은 수영을 하면서 빠져나갈 곳을 찾았다.
“젠장… 뭐하는 곳이야?”
올라갈 곳이 없는 루안의 발밑.
그림자가 일렁이며 루안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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