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7
제6화. 마나 각성 (2)
루안은 서고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이거다.”
먼지가 하얗게 쌓인 고서 한 권을 꺼내들었다.
서고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은 루안.
책을 펼쳤다.
사락- 사락-
책장 넘기는 소리가 들리고 루안의 눈동자는 빠르게 움직였다.
서적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루안에게 라스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하는 거냐?]“책 본다.”
[그걸 왜 보는데?]“마검술을 쓰려면 뭔지 알아야 될 거 아냐? 이게 마검술을 기록한 고서거든.”
[바보냐? 그런 거 읽을 시간에 내가 알려주는 대로 훈련해라.]후우웅-
갑자기 고서를 들고 있던 내 손바닥에 붉은 빛이 뿜어졌다.
화륵-
“으앗!”
고서가 붉게 타버리더니 자잘한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야, 미쳤냐? 이게 무슨 짓이야?”
[이딴 낡아빠진 쓰레기 붙잡지 말고 나가. 네놈이 해야 될 건 내가 잘 아니까.]라스칼이 마력으로 고서적을 없애자 루안은 어쩔 수 없이 서고를 나왔다.
[네 집에 홀로 수련할 만한 공간이 어디냐?]“수련실로 가면 돼.”
[거기로 가자.]* * *
브리스톨 공작가에는 개인 수련실이란 공간이 있다.
리처드 브리스톨을 비롯하여 모든 기사들에겐 개인 수련을 할 수 있는 밀실이 있고 이곳에서 자기만의 수련을 쌓는 것이다.
호위기사들 또한 끝없이 강해져야만 가문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은 당연시되었다.
루안은 자기에게 주어진 수련실에 들어왔다.
“여긴 밀실이라서 아무나 못 들어와. 특히 내가 수련 중일 땐 문 밖에서 내게 말을 걸어야 하지. 내가 문을 열고 나가기 전까지는.”
[그러냐? 잘 됐군. 여기선 좀 더 편하게 지낼 수 있겠어.]슈우웅….
수련실 문을 잠그자 내 가슴 한 가운데에 황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안개처럼 흩어졌던 빛의 형체가 내 앞으로 모여들더니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라스칼의 모습이 나타났다.
“쿠후후. 여기라면 남들 눈에 띄지도 않고 딱이군. 앞으로 이곳을 자주 애용한다.”
“야,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물어보자. 넌 도대체 정체가 뭐냐?”
“나? 검의 정령이다. 지금 이렇게 실체화하여 네놈 앞에 나타난 것일 뿐이지.”
라스칼이 귀를 후비며 큭큭거렸다.
루안이 못 믿겠단 표정을 짓자 라스칼이 이내 진지하게 대답했다.
“네가 할 건 이제부터 나와 계약을 맺는 것이다.”
“계약? 무슨 계약?”
라스칼이 흐릿한 눈으로 루안을 쳐다봤다.
“들어본 적 없냐? 마법사들이 정령들과 계약을 한다거나 소환수들과 계약을 하고 아니면 드래곤과 계약을 하고 뭐 이런 거.”
“아, 들어봤다. 근데 난 기사라서 상관없잖아?”
“왜 상관이 없냐? 내가 네놈 심장 속에 봉인당해 버렸는데! 당연히 상관있지!”
라스칼이 루안에게 화를 냈다.
루안은 차분하게 라스칼을 달랬다.
“일단 계약을 해줄게. 뭐부터 할까?”
꽤나 독특한 관계가 맺어지고 있었다.
대개 정령, 소환수, 드래곤과 계약을 할 땐 인간 쪽에서 계약을 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한다.
반면 루안은 어쩌다 보니 라스칼이 매달리고 있었다.
“먼저 네놈 소개를 해라.”
“네놈? 나랑 계약하고 싶다는 놈 말투 봐라.”
“으으…. 쳇… 소, 소개를 해주십쇼.”
“케헴. 내 소개를 해주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브리스톨 공작가의 제 7공자 루안 브리스톨이다. 또….”
“됐어. 거기까지.”
라스칼이 루안의 말을 자르고 손을 들어올렸다.
후우웅-
바닥에 미세한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루안의 발밑을 감싸며 빛을 뿜었다.
쿠우웅-
엄청난 마력이 수련실 가득 차오르며 루안의 숨통을 조여 왔다.
“크윽… 야, 이게 무슨….”
“기다려. 네 몸속의 마나를 원활하게 다듬고 있으니까.”
루안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는 발밑에 그려진 마법진에서 솟아나는 마나에 감응하고 있었다.
‘이 정도 마력은 과거 8서클 대마법사들에게 느꼈던 것과 비슷한데… 내게서 이런 마력이 나올 줄이야….’
새삼 놀라게 된 루안이었다.
자신의 심장에 봉인당한 건 마검 속의 라스칼.
지금 마법진과 마나 추출 모두 라스칼이 끌어내고 있는 것이었다.
리니아 대륙에서 정령들은 모두 마법사들의 전속 계약자들이었다.
이들 정령의 힘은 모두 마법사들의 마나에 감응하여 쓸 수 있었고 기사들은 ‘오러’ 라는 힘을 사용하였으니 정령과 계약을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내 육체는 기사와 마법사의 것이 반반 섞인 거라고 했으니….’
루안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마력과 마법진에서 솟아난 마력이 공중에서 흩어졌다.
“휴우, 이제 좀 편해졌네.”
라스칼이 한숨 돌리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내 소개를 하지.”
루안의 발밑에 있던 마법진이 스르륵 미끄러지며 라스칼의 발밑으로 옮겨갔다.
아까처럼 마법진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라스칼의 몸을 감싸 안았다.
[검의 정령 라스칼. 지금부터 계약자 앞에 서약을 하겠으니 계약자는 들으라.]라스칼의 말이 끝나자 갑자기 황금빛이 루안을 덮쳤다.
어두컴컴했던 수련실이 대낮처럼 밝아졌다.
라스칼의 목소리가 들리자 눈앞에 한 자루의 검의 형체가 나타났다.
그리고 처음 보는 낯선 기사의 모습으로 변했다.
등에 메고 있는 검과 한쪽 눈에 긁혀진 흉터.
용의 비늘로 덮인 갑옷을 입고 검붉은 안광을 빛내는 기사였다.
[나 라스칼은 계약자의 검이 되어 의무를 행하노라.]라스칼의 목소리와 함께 눈앞에 서 있던 기사가 갑자기 루안에게 무릎을 꿇었다.
[나의 의무는 곧 계약자의 맹세가 될 것이니, 이를 따라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을지어다.]라스칼의 서약이 끝나자 눈앞에 있던 기사의 모습이 서서히 흩어져 사라졌다.
“이걸로 네놈과 나와의 계약이 맺어졌다.”
라스칼의 모습이 나타났다.
“먼저 네 몸뚱이의 마나를 다듬어 마력으로 강화시키는 법을 알려주마. 이것부터 시작한다.”
“잠깐, 검술은? 마검사들의 검술이 좀 다르다고 읽었는데 그거 먼저 알려줘.”
“검술은 나중에 하고. 마나부터 다듬어. 네 몸뚱이는 그거부터 해야 한다.”
루안은 라스칼이 시키는 대로 수련실 바닥에 앉았다.
“양쪽 손바닥은 수련실 천장을 향하게 올려둬라. 그 다음 심장 속의 마력을 느껴봐. 그냥 느끼는 거다. 나머진 마력이 다 할 거다.”
라스칼은 루안과 마주 앉았다.
루안은 마력을 느끼면서 편하게 숨을 쉬었다.
심장 속의 마력이 어깨, 팔꿈치를 마사지 하듯이 흘러 손바닥에 고였다.
손바닥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라스칼은 루안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다음 동작을 알려줬다.
“이렇게 손바닥을 붙여라.”
루안이 손바닥을 들어 올려 서로 마주보게 한 다음 서서히 붙였다.
우웅- 우웅-
수련실이 울릴 정도로 마나의 흐름이 공기 속으로 들어왔다.
“훌륭하군. 설마 이 정도로 잠재력이 클 줄이야.”
“어느 정돈데?”
“넌 시끄럽고 마력의 흐름을 느끼기나 해라.”
루안은 마력이 전신을 혈액처럼 맴돌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으음…. 야, 이거 근육이 좀 빵빵해지는 거 같은데?”
“네놈 마력이 근육으로 흡수되는 거다. 마력을 흡수하면서 근육이 다져지는 것이 마검술의 기본이야.”
“그러면 마법을 쓸 수 있는 거냐?”
“마법이 아니라 마검술을 쓰는 거다. 넌 마법사가 아니야. 마검사지.”
마검술이란 말에 루안의 귀가 번쩍 뜨였다.
역사책에서나 몇 줄 읽는 게 고작이었던 마검술 이었다.
기사들에게 마검술은 변변찮은 대접을 받았다.
역사적으로 오러에 이어 마력을 쓸 줄 아는 기사들이 등장했지만 모두 특출난 실력이 아니었다.
그저 오러도 하고 마법도 쓰는 구경거리 신세가 더 정확했다.
이런 루안의 편견을 라스칼은 가차 없이 부숴버렸다.
“마검술을 쓸 수 있어야 마검사라고 할 수 있다. 네놈이 알고 있는 마검사란 놈들은 검술에 마법 몇 개를 한 것이지 마검술이 아니야. 아마 개념도 없을 걸?”
“마검술이 검술과 뭐가 다른데?”
“그건 마력부터 강화되면 보여주지.”
루안은 몸속에 흐르는 마력을 계속 근육에 조금씩 젖어들게 했다.
“얌마! 자연스럽게 하라고! 근육에 자연스럽게 마력이 흡수되도록 하는 게 포인트다. 만약 이걸 막 하려고 들면 네놈 근육이 망가진다. 마력의 흐름을 느끼면서 놔둬.”
루안이 마나의 흐름을 얼마나 느꼈을까?
“이제 그만. 내일 다시 한다.”
몇 시간 동안 앉아서 마나를 근육에 흡수시킨 루안이 일어났다.
몸이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어라? 아까랑 좀 다른 거 같은….”
파-앙!
루안이 가볍게 점프를 했다.
“으와앗!”
순식간에 수련실 천장이 눈앞에 가까워졌다.
엄청난 점프력에 루안은 자신의 다리를 만져봤다.
이전에 없던 두툼한 근육이 잡히고 있었다.
“그게 마검사들의 육체 강화 훈련이다. 마력을 흡수해서 근력을 강화시키는 거야. 마력은 마나를 흡수한 근력인 것이지. 마법사들의 마력과 마검사들의 마력은 사용 방법이 다르다고. 보통 기사는 오러로 몸을 강화하지? 마력이 오러보다 몇 배는 효과적이다.”
루안은 과거에도 체력이 약했었다.
힘과 체력을 키우려고 엄청난 노력을 했고 간신히 보편적인 기사들의 체력을 따라갈 수 있었다.
“엄청나군. 아까처럼 마력 흡수 훈련만 계속하면 근력이 저절로 강해지는 거냐?”
“아직 놀라긴 일러. 마력은 어디까지나 기본 요소다. 네놈이 진짜 마검술을 익히려면 마력에서 새로운 힘을 터득해야 한다.”
“그게 뭔데?”
“마력을 강화시킨 뒤에 할 거다. 지금 알 거 없어.”
라스칼이 일어났다.
그의 모습이 서서히 흩어지고 있었다.
흩어진 라스칼의 영체가 루안의 가슴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라스칼이 말을 이어갔다.
“아직 넌 컨트롤이 미숙해. 남들 눈에 띄지 말고 마력이 자연스럽게 근육에 흡수돼서 강화되면 그 다음 수련을 시작할 테니 당분간 이것만 한다.”
“언제까지 해야 되는데?”
“적어도 1년… 은 걸리는데 네놈의 잠재력은 예상보다 훨씬 커서 3개월이면 될 거 같다.”
3개월 뒤엔 마검술을 익힐 수 있다는 거군.
루안은 3개월 안에 마력을 근육에 모두 흡수시키기로 했다.
지금도 심장에서는 마력이 화수분처럼 뿜어져 나왔다.
평상시에는 피처럼 몸을 맴돌다가 마력 수련을 시작하면 근육으로 흡수가 되었다.
루안은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칼론에서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오면 수련실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 * *
3개월이 흘렀다.
루안의 행동은 공작가 안에서 여러 말들이 나오게 했다.
가문의 하인들은 루안이 집에 오면 음식을 잔뜩 싸갖고 수련실에 들어가 나오질 않으니 수군거렸고 리처드 브리스톨의 귀에도 들어갔다.
“대공님. 막내 도련님께서 오늘도 수련실에 들어가셨다고 합니다.”
리처드 브리스톨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칼론에 다니는 기사라면 그 정도 수련은 해야지.”
“지난 번 갑작스레 의식을 잃으신 이후로 루안 공자님이 조금 달라지신 것 같습니다.”
루안을 회복시키던 의료 마법사의 말에 리처드는 제럴드에게 물었다.
“제럴드. 자네가 봐도 루안이 달라진 것 같은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만 눈빛과 체격이 달라지신 건 확실합니다.”
“수련실에서 낮잠만 자는 건 아닌가 보군.”
호위기사 제럴드는 리처드 브리스톨에게 루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몇 달 사이 리처드 브리스톨은 황궁에서의 임무를 부여받아 좀처럼 가문에 머무르는 시간이 없었다.
“아직도 루안이 수련실에 있는가?”
“그렇습니다.”
“직접 한 번 봐야겠군.”
리처드 브리스톨이 루안의 수련실로 갔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