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76
제75화. 최악의 죄수들 (2)
헬 카이저는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콰앙! 콰앙!
폭발음이 들리는 곳에서 간수 하나가 쓰러졌다.
간수를 검으로 찔러 죽인 죄수가 다른 간수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젠장, 파비앙 공국의 ‘귀족 사냥개’ 루이스 켄트다!!”
켄트의 검은 빠르게 간수들의 목과 허리를 휘저어버렸다.
검에 갑옷, 부츠와 투구로 무장한 켄트.
“그동안 당했던 것을 돌려줄 수 있어서 좋군.”
간수의 다리를 잘라낸 켄트는 검을 돌려 심장에 박아 넣었다.
“죽어라!”
뒤쪽에서 검을 든 간수들이 돌격했다.
앞과 뒤를 포위당한 켄트의 위쪽에서 화살들이 날아왔다.
콰콰콱-!
간수들의 목과 머리통에 화살이 박혔다.
쾅!! 쾅!!
박혀있던 화살들이 폭발을 일으켰다.
“후후, 켄트. 혼자서 날뛰고 다녔다간 죽을 거다. 여긴 헬 카이저라고.”
위쪽 벼랑 끝에 서 있던 궁수는 검은 안대를 한쪽 눈에 착용하고 있었다.
손에 들고 있던 쇠뇌에 꽂힌 화살촉에는 빛이 일렁거렸다.
멀리서 간수들이 뒤로 물러나면서 말했다.
“저 자는 뷰론의 암궁(暗弓) 사격부대를 이끌던 총대장 데드 아이 (Dead Eye) 다. 젠장, 감당할 수 없는 죄수들이 많아지고 있어.”
이미 무기들을 탈취한 죄수들끼리 모여 간수들을 발견하는 족족 기습을 가했다.
흩어져서 죄수들을 제압하려던 간수들이 죄수들의 공격에 후퇴를 하였다.
“모두 퇴각해라! 전열을 다듬어 다시 놈들을 제압한다!”
죄수들은 넓은 헬 카이저의 지리에 간수들만큼 익숙했다.
게다가 마법의 위력을 없애버리고 쓸 수 없게 만드는 마력 수단이었던 왓쳐스 홀을 루안이 파괴시키고 난 뒤엔 죄수들에게 유리한 흐름이 발생하고 있었다.
루안에 의해 파괴당한 왓쳐스 홀.
무기감옥 마고의 무기들까지 손에 넣은 죄수들.
헬 카이저는 전무후무한 대사건이 발생한 것이었다.
“루안 브리스톨이다! 저 자식 잡아!”
“넌 죽었어!”
간수들이 루안을 향해 쫓아왔다.
루안을 몸을 날려 공격했다.
락셀로의 에메랄드빛이 간수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응? 저건 락셀로? 멈춰!!”
“저 자식이 저걸 어떻게…?”
“설마 마고의 무기고에서 가져온 건가?”
루안의 락셀로를 알아본 간수들은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간수들의 반응을 본 루안.
“흐음?”
루안은 의아했다.
락셀로를 꺼내서 공격하려고 했을 뿐인데 갑자기 간수들이 기겁하고 뒤로 물러났으니까.
라스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안, 뒤쪽에 죄수들이 오고 있다. 간수들은 저놈들한테 맡겨버려.]“저쪽이다! 간수들을 없애버려!!”
죄수들의 등장에 간수들은 다른 곳으로 사라졌다.
뒤쪽에서 뛰어오던 죄수들이 말했다.
“이봐, 페드로. 헬 카이저 놈들이 전력을 모으고 있다. 오벨린 서장 놈이 나타나면 피곤해질 거야. 빨리 탈출하자고.”
페드로가 해골들을 소환하면서 말했다.
“해골 병사들이 켈베로스를 막을 때까지 너희들은 남은 죄수들을 탈출시켜.”
“다 탈출할 필요는 없잖아. 빠져나온 놈들끼리 알아서 빠져나가자.”
“멍청아! 죄수들은 현재 우리들의 전력이다. 간수장들이 우릴 잡으려고 전력을 모은다면 우리도 똑같이 모아야 할 거 아냐?! 이미 흑색구역에도 죄수들을 보내놨어!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으니 서두르지만 않으면 모두 빠져나갈 거다.”
페드로의 말에 근처에 있던 죄수들이 발을 멈췄다.
“뭐라고 했냐?”
“흑색구역이라고? 거기 뭐 하러 죄수들을 보낸 거야?”
“페드로…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 짓을 하려는 거냐?”
“대답해라. 페드로! 블랙 헬 (Black Hell)에 죄수들을 보냈다는 게 무슨 뜻이냐고!”
죄수들은 경악스런 표정을 지으며 페드로의 대답을 기다렸다.
“블랙 헬의 죄수들을 해방시킬 거다.”
페드로의 말에 죄수들이 신음을 흘렸다.
“젠장… 편하게 탈출하기는 글렀군.”
“헬 카이저에서조차 최악의 쓰레기들을 모아놓은 곳이 블랙 헬이다. 지옥 속의 지옥이라고! 우린 헬 카이저를 탈출하는 게 목표 아니었냐?”
켈베로스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죄수들의 목소리를 끊어버렸다.
페드로가 죄수들을 설득했다.
“해골 병사들로 켈베로스를 막기에는 부족하다. 이러고 있을 시간조차 없다고. 빨리 선택해. 블랙 헬의 죄수들이 출몰하면 헬 카이저의 모든 전력은 놈들을 막으려고 모일 거다. 그 틈에 우린 빠져나간다. 이것보다 더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아이디어 있으면 말해봐.”
“…….”
죄수들은 페드로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좋아. 모두 이견 없으니 각자 계획대로 움직여.”
“젠장, 몰라. 어차피 나만 빠져나가면 상관없으니까.”
죄수들은 각자 페드로의 말대로 움직였다.
“루안, 우린 저쪽으로 간다.”
헬 카이저의 미로처럼 생긴 길목으로 들어온 루안.
“블랙 헬이 뭐하는 곳인데 저렇게 놀라는 거예요?”
“지상에서 존재 자체를 부정당할 짓을 저지른 놈들이 있는 곳이지. 그곳은 왓쳐스 홀과 다른 구조로 지어진 감옥 이다. 왓쳐스 홀이 무너져도 블랙 헬은 죄수들이 어떤 짓을 할 수 없는 마력으로 이뤄진 쇠창살로 지어졌지.”
블랙 헬.
지저감옥 헬 카이저에서 가장 최악의 죄수들만 들어갈 수 있는 흑색구역을 부르는 말이었다.
“존재를 부정당할 짓이라니… 대체 무슨 짓을 저질러서….”
“별로 알고 싶지 않을 거다. 우린 뷰론 공화국의 접경지역으로 빠져나갈 거다. 네겐 꽤 익숙한 나라지?”
“뷰론이라고요? 저는 브리켄슈타인에서 끌려왔는데 어떻게 뷰론 쪽으로 나갈 수 있어요?”
“헬 카이저의 출입구는 한 곳만 있는 게 아니야. 리니아 대륙의 제국을 비롯하여 왕국, 공국, 공화국 등 각 국가의 접경지역 근처에는 헬 카이저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구가 있거든. 모든 나라에는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들이 나타나기 마련이고 최악의 범죄자들이 이곳에 들어오니까 굳이 특정한 지역에만 입구를 세울 수 없었던 거야.”
루안은 뒤쪽에서 켈베로스들의 울부짖는 소릴 들으며 속도를 높였다.
“그럼 우리가 나갔을 때 이미 뷰론 공화국의 기사들이 대기하고 있지 않을까요?”
“후후, 그러니까 블랙 헬의 죄수들을 해방시키려는 거다.”
“네?”
“지금쯤이면 모든 국가에 헬 카이저의 반란 정보가 들어갔을 거야. 오벨린 서장 놈이라면 카이저 콜을 요청했을 테고. 블랙 헬의 죄수들이 알아서 할 거다. 우리들이 안전하게 빠져나갈 시간을 무조건 벌어줄 거라고.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말이지.”
“카이저 콜은 또 뭐죠?”
“헬 카이저 최강의 기사부대를 부르는 걸 뜻한다. 지금 같은 사건이 벌어졌을 때 나타나는 놈들이지. 놈들의 무기와 갑옷은 모두 암흑광물로 제작한 특별한 것들이라서 마고의 무기들과 맞설 수 있거든. 언더 로드 놈들이 꽤 오랜 시간 훈련시켜서 키워낸 정예 부대들이니까 모든 죄수들이 빠져나갈 수는 없어.”
루안과 페드로가 깊숙한 동굴로 들어갔다.
빛이 서서히 닿지 않고 어둠이 짙어지는 곳이었다.
바깥에서 죄수들과 간수들의 전투와 비명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루안,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우리 둘만 어떻게든 빠져나가는 걸로 하자고. 너와 난 꼭 해내야 할 목표가 있잖아?”
“알겠습니다. 저도 바라던 바입니다.”
루안은 처음부터 헬 카이저의 죄수들을 믿지 않았다.
페드로 또한 마찬가지였다.
각자 언더 로드와 엮여있는 개인적 복수로 인해 손을 잡고 있는 관계일 뿐이었다.
“으응?”
파-칵!!
루안과 페드로가 달리던 길 앞쪽 바닥이 파헤쳐지며 무언가 튀어나왔다.
* * *
차가운 얼음 마차가 브리켄 슈타인 영역의 헬 카이저 입구에 나타났다.
등장하자마자 냉혹한 바람이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을 몰아붙였다.
기사들의 갑옷에 서리가 끼었다.
“무시무시한 냉기로군.”
보조 마법사들이 앞으로 나서며 기사들에게 말했다.
“마이크로프트 님께서 엄청 화가 나셨다는 증거다. 다들 주의해라.”
끼-이익.
얼음 마차의 문이 열렸다.
마차와 바닥 사이에 조그만 얼음 계단이 순식간에 나타났다.
하얀 로브를 걸친 마법사가 계단을 밟고 부드럽게 바닥에 안착했다.
“마이크로프트 님!”
“상황을 보고하라.”
“현재로서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루안 브리스톨은 왓쳐스 홀을 파괴하고 마고의 무기고를 습격, 지저 감옥의 죄수들로부터 압수한 모든 무기들을 탈취하고 사라졌다고 합니다.”
기사들의 보고에 마이크로프트의 눈이 꿈틀거렸다.
“왓쳐스 홀을 파괴해? 놈 혼자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거냐? 놈은 내가 끌고 갈 때만 해도 전투를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건 아직 모르겠습니다. 헬 카이저 내부에서 극히 제한적인 정보들만 밖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마이크로프트는 자신에게 거만한 태도를 보였던 간수장 멜비로크를 떠올렸다.
마법을 쓸 수 없는 헬 카이저 내부에서 자신을 위협하던 간수장과 그의 간수들.
루안을 끌고 가면서 자신만만하던 그들 아니었던가.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면 그저 자신들의 영역 안에서만 자신 있게 행동하던 얼뜨기처럼 느껴졌다.
“흥, 마법력을 차단시키는 곳이라서 어쩔 수 없었지만 생각보다 더 형편없는 놈들인 것 같군.”
“네?”
“아무것도 아니다. 헬 카이저 쪽에서 지원 요청을 하진 않았던가?”
“아직은 없습니다. 하지만 들리는 말에 따르면 카이저 콜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카이저 콜을? 그렇다면 내부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 아닌가?”
“그럴 것 같습니다. 헬 카이저 역사상 카이저 콜을 요청한 케이스는 몇 없었으니까요.”
“어쩌면 지원 요청을 하지 않은 이유가 카이저 콜 때문일 수 있겠군.”
“저희들은 어떻게 할까요?”
기사들의 말에 마이크로프트가 대답하려는 순간.
“루안 브리스톨을 죽여버리고 그 목을 폐하께 가져갈 것이다!!”
마이크로프트의 얼음 마차 뒤쪽에 기사 부대가 나타났다.
거구의 기사가 타고 있는 말이 마이크로프트 앞에 멈춰 섰다.
기사가 마이크로프트에게 다가왔다.
“네놈은 마르코스의 오른팔이었던 크루즈 아니던가?”
“이제 크루즈 대장입니다. 뷔야르 백작님의 명으로 이곳에 왔습니다.”
뷔야르는 마르코스가 록 마운틴 던전에서 죽고 나서 부대장 크루즈를 대장으로 임명하였다.
크루즈는 꽤 많은 규모의 기사단을 이끌고 왔다.
“뷔야르 백작님께서 루안 브리스톨의 상황을 파악하고 입구로 나타나는 즉시 처치하라고 명하셨습니다.”
“뷔야르가?”
“마이크로프트 님. 백작님이십니다. 호칭에 주의를 해주시지요.”
뷔야르의 기사 부대의 돌격대장 자리에 오른 크루즈는 거만한 시선으로 마이크로프트를 바라봤다.
그의 뒤쪽에 나타난 기사들은 모두 맹렬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마이크로프트는 크루즈에게 말했다.
“대장에 올랐으니 눈에 거슬리는 것이 많아졌나 보군.”
크루즈의 갑옷에 서리가 끼고 있었다.
뒤늦게 분위기를 알아차린 크루즈.
“아…그런 것이 아니라….”
“네놈의 신분 따위는 내게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냐? 난 위즈의 마법사다. 백작의 호칭을 어떻게 부르든지 그건 나의 자유.”
뒤쪽에 있던 기사들이 꿈틀거렸다.
다가오는 마이크로프트를 보면서 크루즈가 검을 뽑으려 했지만 뽑히질 않았다.
다른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기사들의 검이 얼어붙어 있었다.
당황한 크루즈가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마이크로프트의 눈에 냉기가 어렸다.
“루안 브리스톨 사건이 아니었다면 이미 죽었을 것이다. 놈에게 감사하라.”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