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78
제77화. 좁혀오는 위험 (2)
헬 카이저로 들어가는 통로에 마이크로프트가 서있었다.
마이크로프트는 손가락을 늘어뜨려 미세한 얼음 가닥을 바닥에 찔러 넣고 있었다.
얼음 가닥은 바닥에서 흔들리는 충격을 감지했다.
“마이크로프트 님. 아직 오벨린 서장으로부터 답신이 오지 않았습니다!”
“헬 카이저에서 폭발음과 충격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아마 답신을 보낼 만한 상황이 아닐 것이다. 크루즈. 나를 따라 헬 카이저로 들어간다.”
“루안 브리스톨의 목은 제가 가져갈 것입니다.”
마이크로프트는 크루즈를 보면서 차갑게 미소를 지었다.
“그건 네놈 실력이 어떤가에 달려 있겠지. 들어가면 나는 너희들의 목숨을 보호할 생각이 전혀 없다.”
“흥, 저희들도 마이크로프트 님을 지원해줄 생각이 없습니다.”
기세등등해진 크루즈를 마이크로프트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록 마운틴 던전 임무를 할 때는 저렇지 않았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지?’
크루즈는 기사들에게 소리쳤다.
“헬 카이저로 진입한다!”
쿵! 쿵! 쿵! 쿵!
기사들은 강철 부츠로 바닥을 밟으면서 기강을 다졌다.
마이크로프트가 헬 카이저 통로의 바닥에 마법을 캐스팅 하였다.
통로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였다.
“잘 따라와라.”
마이크로프트가 바닥을 밟는 순간 밑으로 꺼지듯이 사라졌다.
“쳇, 얼음바닥이라서 빠르게 내려갈 수 있겠군.”
크루즈와 기사들 모두 마이크로프트를 따라 헬 카이저로 진입하였다.
* * *
브리켄슈타인 제국의 황궁.
클레이는 찻잔을 내려놓으면서 물었다.
“루안 브리스톨이 뭘 했다고?”
“헬 카이저의 왓쳐스 홀을 파괴하였다고 합니다.”
클레이에게 보고를 올리는 부관은 잔뜩 긴장한 채 굳은 표정을 지었다.
“…….”
클레이 옆에 있던 사이몬 워커가 말했다.
“폐하.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습니다. 왓쳐스 홀이라고 하면 헬 카이저의 죄수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마력 장비 아닙니까? 헬 카이저가 처음 세워지던 당시에 마법사들이 여러 가지 아티팩트의 힘을 가진 장비들을 같이 만들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루안 브리스톨은 마법사가 아니다. 헬 카이저로 끌려가면서 이미 무기를 빼앗겼을 건데 어떻게 파괴한 거냐? 그것도 마법 아티팩트나 다름없는 왓쳐스 홀을.”
부관은 입술을 적시면서 대답했다.
“그것까진 모르겠습니다.”
사이몬 워커는 심각한 표정으로 클레이에게 말했다.
“폐하. 왓쳐스 홀이 무너졌다면 헬 카이저의 죄수들을 통제할 수단이 사라졌다는 뜻입니다. 잘못하다간 각 국가의 접경 지역에 세워둔 헬 카이저의 통로로 죄수들이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죄수들 따위는 각 국가 전력이 대기하고 포획하면 그만. 뭐가 문제냐?”
“물론 그렇습니다만… 문제는 블랙 헬의 죄수들입니다.”
“블랙 헬?”
“헬 카이저에서 가장 극악한 놈들을 수감한 곳입니다.”
클레이의 눈매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흐음… 극악한 죄수라면 어떤 인간들이지?”
“어떤 인간들이라뇨? 극악한 범죄자들이지요.”
사이몬 워커의 말에 클레이는 찻잔을 입에 가져다댔다.
“나는 어떤 능력과 힘을 가진 놈들인지 물어본 것이다.”
“네?”
클레이를 바라보던 사이몬 워커가 대답했다.
“그들은 지상에서 존재했던 사실조차 부정당하는 ‘악’ 그 자체입니다. 고대 거인 ‘네피림’족과 인간과의 혼혈로 태어났던 ‘마켈로돈’, 드워프 족 역사상 최악의 살인마 ‘로잭’, 엘프 족의 사형집행관이었던 ‘그롤렌’ 모두 한 번은 잡아넣을 수 있어도 두 번 잡아넣기엔 너무 위험한 존재들입니다.”
“흐음, 처음 들어보는 놈들이군.”
“그럴 수밖에요. 블랙 헬의 존재들은 리니아 대륙의 역사서에서 기록조차 모두 삭제 당했으니까요.”
클레이는 사이몬 워커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이몬. 짐에겐 그런 존재들의 힘이 필요하다.”
“…폐하…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제국의 검을 자처하던 브리스톨 가문이 사라진 브리켄슈타인에는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힘이 필요하지.”
사이몬 워커의 시선이 미세하게 떨렸다.
“설마… 제국을 지키는 수단으로서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렇다. 사이몬, 그들이 탈출한다면 안전한 곳을 찾을 때까지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짐의 권능으로 그들을 도와 마음이 맞는 자들을 골라낸다면 제국의 전력을 대륙 최강으로 강화할 수 있지 않겠는가?”
사이몬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속에서는 클레이를 향한 분노가 일렁였고 마나를 컨트롤하며 간신히 진정시키고 있었다.
‘대체 황제라는 작자가… 독선적인 황자였어도 황좌에 오른다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건만…. 리처드 대공의 판단을 의심했던 게 잘못이었어.’
클레이는 황좌에 오른 뒤에 모든 것을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끌고 가고 있었다.
귀족들은 새로운 황제의 심리를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웠고 새로운 권력의 냄새를 쫓는 간사한 세력들은 클레이의 생각을 읽으려고 노력했다.
사이몬 워커의 기억 저편에 리처드 브리스톨이 했던 이야기가 들려왔다.
‘사이몬. 클레이 황자를 지지하는 건 제국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입니다.’
“폐하, 그건 잘못 생각하고 계신 겁니다. 블랙 헬의 죄수들은 제국의 전력으로 전혀 도움을 줄 수 없는 자들입니다. 그들은 헬 카이저 바깥으로 나온다면 무조건 죽여야 할 존재들입니다.”
“흐음, 사이몬. 기대했던 것보다 많이 고지식한 면이 있군. 위즈의 마법실험을 할 때엔 잔혹한 것조차 위즈의 힘을 위해 필요하다며 날 설득하던 게 그대였다.”
사이몬은 입술을 짓씹었다.
마법실험?
대륙의 모든 마탑에서는 끊임없이 더 강력한 마법을 개발하기 위해 경쟁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마법, 보다 강한 마법은 제국의 전력을 강화하는 핵심.
그렇기에 잔인한 마법실험조차 필요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블랙 헬의 죄수들은?
“폐하께서는 블랙 헬에 어떤 존재들이 있는지 전혀 모르시니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그들은 단순히 잔혹한 마법실험 따위로 비교할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폐하의 말씀은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사이몬 워커가 일어나자 클레이가 물었다.
“내 명을 거역하는 것인가?”
사이몬이 멈췄다.
“폐하, 제 말은….”
“브리켄슈타인 제국의 황제로서 명하노라. 사이몬 워커 그대는 위즈의 마탑을 대표하는 마법사로서 짐의 명을 듣겠는가?”
“폐하, 그 명은 거둬주십시오. 제국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황좌에 오르신 폐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실 수는 없습니다.”
근처에 있던 호위 기사들과 부관은 모두 놀란 눈으로 사이몬 워커를 바라봤다.
클레이의 입술에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
“사이몬 워커를 체포하라.”
* * *
커클롯을 처치하던 루안의 뒤쪽에서 페드로가 소리쳤다.
“루안 비켜라!”
파칵-! 파칵-!
뒤쪽에서 거대한 체구의 뼈 조각들이 나타났다.
루안이 엉겁결에 뒤로 물러났다.
“뭐, 뭐야?”
뼈로 이뤄진 리저드들이었다.
쿵! 쿵!
리저드들은 뼈 꼬리를 휘두르면서 비행하는 커클롯을 후려쳤다.
텁! 꽈드득-!
커클롯을 밟아 죽이고 뼈 발톱으로 찍어 벽에다 긁어버렸다.
“본 리저드를 소환하느라 늦었다. 우린 저쪽으로 가자.”
“커클롯은요?”
“저거 처치할 시간 없어. 잘못하면 포위당할 수 있다고.”
페드로와 루안은 뒤쪽으로 빠져나갔다.
“허억… 허억….”
한참 달려간 곳에는 수로가 흐르고 있었다.
촤-아아.
거센 물살이 지하로 흘러갔다.
“젠장, 여긴 막혔잖아요.”
“후후, 이곳을 타고 건너편으로 들어가야 해.”
“네?”
루안은 지하로 흘러가는 물을 확인했다.
콰-콰콰.
엄청난 물결이 위압적으로 흘렀다.
“저 수영 못….”
퍽-!
뒤로 물러나던 루안을 페드로가 발로 뻥 하고 찼다.
“끄아아!!”
“급하면 할 수 있어.”
첨-벙!!
“푸확! 무슨 짓이야?!!”
페드로가 뛰어들었다.
첨벙!!
루안과 페드로가 물살에 휩쓸려갔다.
“꾸르릅!”
물을 뱉으면서 루안의 머리통이 올라왔다가 가라앉는 걸 반복했다.
페드로가 루안의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집어넣었다.
루안이 물을 먹지 않게 들어 올린 페드로.
“계획이 있어서 뛰어든 거죠? 그렇다고 해줘요. 콜록! 빨리!”
“진정해. 건너편에 죄수들이 대기하고 있으니까.”
물살에 떠밀려 헬 카이저의 가운데를 관통하며 한참 흘러간 루안과 페드로.
멀리서 죄수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왔다!!”
“건져 올려!”
죄수들이 빨판이 붙어있는 화살을 쐈다.
피-슝! 피-슝!
빨판 화살 수십 개가 루안과 페드로의 몸에 붙었다.
“끌어올려라!”
루안과 페드로가 위로 끌어올려졌다.
“쿨럭! 쿨럭! 어으…젠장….”
페드로가 말했다.
“여기 뷰론의 접경지역이지?”
“위쪽으로 헬 스트림 (Hell Stream)을 타고 올라가면 뷰론 공화국의 영역이다. 아마 헬 카이저 출구에서 유일하게 매복하는 기사 부대가 없는 곳일 거야.”
“어떻게 확신해?”
“후후, 록 마운틴 산맥 가운데에 있는 곳이잖아. 여기로 기사 부대가 매복하러 오려면 록 마운틴의 몬스터들을 뚫고 와야 하고 그러려면 최소 며칠은 걸려.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구멍이지.”
“헬 스트림?”
루안은 죄수들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쿠콰콰콰-!
호수의 물줄기가 증류수처럼 뿜어져 나오면서 수직으로 뻗어 있는 동굴 위로 솟구쳐 올라갔다.
한참 위로 솟구쳐 올라가던 증류수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저게 뭐죠?”
페드로가 데스 플라워를 닦으면서 대답했다.
“헬 스트림이라고 하는 거다. 호수에 모여드는 물들이 역류하면서 수백 미터 위로 솟구쳐 오르지. 그럼 밖으로 열려 있는 구멍으로 튀어나가는 구조야.”
“구멍 밖엔 뭐가 있는데요?”
“자유.”
호수의 수면이 부풀어 올랐다.
“좋아, 이제 다음 놈들 빨리 들어가. 루안, 잘 봐. 어떻게 헬 스트림을 타고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지.”
죄수들이 하나 둘 무기를 챙기고 호수로 뛰어들었다.
부풀어 오른 호수 속으로 죄수들이 빨려 들어갔다.
호수 안으로 들어간 죄수들이 모여드는 순간.
파-아앙!!
콰콰콰콰-!!
거대한 폭포수가 수직으로 솟구치는 것처럼 새하얀 물줄기가 수직에 뚫려 있는 동굴로 치솟았다.
죄수들이 순식간에 물줄기를 타고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와….”
“루안, 겁먹을 거 없어. 저건 수영 실력하고 상관없으니까.”
“저건 계속 솟구치는 거예요?”
“아니. 호수 밑으로 물과 압력이 모여야 솟구쳐.”
모여 있던 죄수들은 호수가 부풀어 오를 때마다 뛰어들었다.
“루안, 다음은 우리다.”
부풀어 오른 호수가 솟구치고 나서 루안은 워밍업을 했다.
라스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페드로의 수영 실력을 이미 약탈했으니까 죽을 일 없어. 그냥 들어가.]‘진짜? 잘했어. 라스칼.’
[잘했어 라스칼? 이 자식이 목숨 구해줬더니 그게 다냐? 감사합니다. 라스칼 님이라고 해라.]‘오버하지 마. 페드로가 나 잡고 있었잖아.’
루안은 페드로가 잡고 있었기에 라스칼이 약탈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앞으로 수영할 일이 생긴다면 라스칼의 말에 공감이 가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하지만 라스칼은 루안의 대답이 거슬렸는지 마구 쏘아붙였다.
[기사 주제에 수영도 못하고, 대체 뭐 하는 놈이냐?]라스칼의 시비 거는 말을 들으면서 루안은 계속 워밍업을 했다.
“루안, 워밍업 필요 없어. 그냥 내가 안고 뛰어들 거야. 카하하!!”
페드로가 말하는 순간 호수가 부풀어 올랐다.
“좋아, 갈 시간이다. 루안.”
루안과 페드로가 호수에 뛰어들려는 순간.
“찾았다. 루안 브리스톨.”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