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8
제7화. 허수아비
루안이 수련실에서 나왔다.
“도련님, 대공님께서 오셨어요.”
문 밖에 기다리고 있던 케일이 속삭거렸다.
“제 7공자님을 뵙습니다.”
리처드 브리스톨의 호위기사 제럴드가 나타났다. 뒤이어 리처드 브리스톨이 등장했다.
“아바마마를 뵙습니다.”
차가운 눈빛으로 루안의 인사를 받는 리처드 브리스톨.
“수련실에서만 지낸다던데 칼론에서 테스트를 앞두고 있는 것이냐?”
2학년이 시작된 지 지 3개월.
1분기가 끝났다.
칼론에서는 분기마다 1년에 4번의 테스트를 한다.
기사로서 자질과 실력을 검증하기 위한 테스트로 여기서 탈락하면 경고를 1회 받게 된다.
총 2회 경고를 받으면 칼론에서 쫓겨난다.
모든 학생들이 칼론의 분기 테스트를 통과하려고 목숨을 건다.
리처드 브리스톨은 루안이 칼론의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여겼다.
“아, 예 그렇습니다.”
루안은 라스칼과 같이 수련실에서 마나를 다듬어 마력으로 강화시키는 훈련에만 몰두했다.
칼론의 테스트 날짜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조차 잊고 있다가 리처드 브리스톨의 말을 듣고 서야 알았다.
“통과는 바라지도 않는다. 쫓겨나지만 말거라.”
리처드 브리스톨은 자기 할 말만 하고 다시 발길을 돌렸다.
루안의 수련실을 나와 안가로 향하던 리처드 브리스톨이 제럴드에게 물었다.
“루안이 저 안에 들어간 지 3개월 되었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리처드 브리스톨의 눈빛이 꿈틀거렸다.
“고작 3개월밖에 안 되었는데 체격이 달라져서 좀 의아하더군. 체질적으로 강한 아이가 아닌데.”
“아마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계신 듯합니다.”
“노력을 해도 재능의 질을 바꿀 순 없네. 자네가 좀 더 알아봐.”
“알겠습니다.”
루안의 체격과 눈빛을 단번에 파악한 리처드 브리스톨.
그의 눈에 루안은 3개월 전과는 확연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체격이 엄청나게 커진 것은 아니었다.
그저 다부진 느낌을 줄 정도로 체격이 좋아졌지만 브리스톨 가의 기사들에 비하면 지극히 평범하거나 부족하다.
리처드가 파악한 루안의 변화는 눈빛이었다.
‘마법사의 눈빛을 띄고 있다니….’
루안의 마력 훈련 때문에 눈빛이 기사의 것이 아닌 마법사의 것으로 달라져 있었던 것.
미묘한 변화였기에 곁에 있던 케일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루안의 눈빛을 알아차린 것은 리처드 브리스톨과 호위기사 제럴드.
다만 제럴드는 루안이 어떤 식으로든 강해져서 가문의 후계자까진 아니어도 버림받지 않기를 바라는 기사였다.
루안의 눈빛이 마법사의 눈빛과 비슷하다 하여 의심을 품지 않았고 있는 그대로 봐줬다.
반면 리처드 브리스톨은 마법사의 눈빛을 좋아하지 않았다.
“제럴드, 자네도 루안의 눈빛이 달라진 것을 느꼈지?”
“예, 마법사의 눈빛과 닮아있더군요. 아마도….”
“제 어미의 혈통 때문이다?”
제럴드가 앞서가는 리처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칼론에 입학하셨고 나날이 성숙해지고 계시니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루안이 마법을 수련하고 있다고 보는가?”
“그럴 리가요. 브리스톨 가문에서 마법을 수련한다는 것은 가문과 다른 길을 가겠다는 뜻인데 루안 도련님이 그럴 분은 아닙니다.”
“자넨 어릴 때부터 항상 루안을 좋게 보더군. 그러니 내 처가 쪽에서 자네를 싫어하는 거야. 적자보다 서자를 더 좋아한다고.”
“그건 오해십니다. 저는 대대로 브리스톨 가문을 지키는 기사 가문에서 태어난 몸. 제 검이 지켜야 할 대상에 적자와 서자의 구분은 없습니다. 브리스톨 이라는 이름을 가진 자들은 잘나든 못나든 제가 지켜야 한다는 것은 대공님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제럴드의 말에 리처드 브리스톨은 더는 말문을 열지 않았다.
* * *
“도련님. 일어나십시오. 학교 갈 시간입니다.”
“으으….”
“여기, 일단 도련님이 어제 말씀하신 대로 아침식사 가져왔습니다.”
루안의 침실 옆쪽 테이블에 다양한 음식이 꾸며져 있었다.
“아침부터 고기를 드시면 속이 편하지 않으실 텐데….”
“이렇게 먹어야 체력이 유지 되잖아. 안 그러면 칼론에서 못 버텨.”
“이제 테스트가 얼마 안 남아서 수업 강도가 엄청 빡세다면서요?”
“아, 사람 잡겠더라.”
루안이 케일에게 어제 주문했던 것은 아침 메뉴였다.
송아지 뒷다리 살과 비둘기 고기.
특히 비둘기를 재료로 한 음식들이 오늘 루안의 상차림에 가득했다.
“그런데 왜 난데없이 비둘기를 이렇게 드시려고 하세요?”
“비둘기가 근육 회복에 좋다고 해서.”
“아~ 그러시구나.”
사실 비둘기 고기는 어제 수련실에서 라스칼이 먹으라고 해서 먹는 거다.
사실 칼론에서의 수업은 아직까지 육체적으로 힘든 건 없었다.
라스칼과의 수련이 빡세서 체력적으로 힘이 달렸었다.
루안은 가장 먼저 송아지 뒷다리 살을 다져서 만든 고기 산적을 먹어치웠다.
그리고 비둘기를 와인에 절여 구워낸 접시를 비우기 시작했다.
“아, 잘 먹었다.”
루안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마차에 올라타 칼론으로 향했다.
오늘 들어야 할 수업은 허수아비 대련.
루안과 학생들은 수련장에 도착했다.
칼론의 수련장의 별칭은 ‘허수아비 밭’.
다양한 허수아비들이 벼처럼 서 있는 수련장이다.
넓은 들판에 서 있는 허수아비들은 기사들의 베기 실력을 측정하는 훌륭한 도구였다.
그 옆에는 사각의 링처럼 생긴 대련장이 있었다.
허수아비 밭에서 허수아비가 하나씩 걸어 나와 대련장에서 학생들과 대련을 하는 것이 이번 수업의 핵심이었다.
대련 수업을 맡은 칼론의 교수는 마샤 스톤.
여리여리한 체구의 짧은 단발, 곱상한 외모를 지닌 마샤 교수가 허수아비 밭에 등장했다.
“와, 저렇게 말라서 갑옷은 입고 다니겠냐?”
“쉿, 너 그러다 걸리면 죽어.”
마샤는 여기사였다.
두꺼운 목검을 들고 허수아비 옆에 선 마샤가 입을 열었다.
“이제 곧 있으면 너희들이 칼론에서 치르는 첫 분기 테스트가 시작된다. 다들 칼론에 들어오기 전에 검술의 기본은 익혔겠지만 이곳의 허수아비를 통해서 치러지는 테스트는 좀 다르다.”
허수아비 밭은 넓은 들판이었지만 마샤의 목소리는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들려왔다.
“역시 오러가 엄청나군. 성량만 놓고 보면 5클래스는 되겠는데?”
마샤는 6클래스 기사였다.
기사들의 힘을 측정하는 등급은 1부터 10클래스까지 있다.
10클래스에 이른 기사는 소드마스터라 불려진다.
리니아 대륙 천 년 역사에 소드마스터는 몇 되지 않았다.
칼론을 졸업하면 1클래스 기사로 시작한다.
“여기 있는 허수아비들은 마법사들이 만들어낸 특별한 골렘이다. 진흙으로 만들었지만 맞으면 꽤 아프지.”
허수아비 골렘들은 십자가 형태로 서 있었다.
“너희들이 할 대련은 목검을 들고 이 허수아비들과 1대 1로 대련을 하는 것이다. 대련의 룰은 허수아비를 바닥에 쓰러뜨리면 성공이고 너희들이 바닥에 쓰러지면 실패다.”
학생들이 마샤가 가리키는 허수아비 밭을 바라봤다.
“교수님. 허수아비의 재질이 뭘로 만들어졌죠?”
“진흙과 식물의 줄기와 넝쿨이 섞여있다. 목검으로도 벨 수 있지.”
“허수아비를 베어버려도 성공인가요?”
“물론이다. 벨 수 있는 학생이 나온다면 내가 특별히 상을 주겠다.”
학생들이 수군거렸다.
“무슨 상일까?”
“내가 베고 나서 알려줄게.”
“베는 건 나야.”
학생들의 목소리가 웅성대자 마샤가 입을 열었다.
“자, 모두 조용. 지금부터 허수아비 대련 수업을 시작한다.”
학생들이 침묵했다.
“이제 허수아비들을 깨울 것이다.”
마샤가 씨앗을 주머니에서 꺼내더니 땅에 뿌렸다.
“칼론의 토양에게 이르노니, 검의 뿌리가 되어 일어나라.”
마탑에서 칼론의 수업을 위해 특별 제작한 씨앗이었다.
허수아비들의 눈에서 검푸른 안광이 뿜어졌다.
마법사들의 물건들이었으니 마력이 흘렀고 마샤가 마법사들에게 구한 씨앗을 뿌려 허수아비들을 깨우면 대련 수업이 시작된다.
“지금부터 호명하는 학생부터 순서대로 연무장에 나오도록.”
* * *
연무장에서 학생들은 허수아비 골렘과 결투를 계속 벌였다.
퍽- 퍽-
“크억.”
허수아비 골렘의 주먹에 맞고 학생이 바닥에 쓰러졌다.
“수련생. 고작 이런 실력으로 뭘 하겠다는 거냐?”
“교수님, 저 허수아비 너무 세요.”
“칼론은 강한 기사를 만드는 곳이다. 적이 강하면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 노력을 하는 건 기본이라서 가르치지도 않는다.”
허수아비 골렘은 학생들의 생각보다 훨씬 강했다.
진흙으로 만들어진 허수아비들이었지만 주먹으로 치는 순간 진흙이 굳어지며 묵직한 타격을 전달했다.
“다음 톰 젠킨스 수련생.”
“톰 젠킨스, 마샤 교수님의 명에 따라 연무장에 나왔습니다.”
간결한 목소리.
다부진 말투.
반듯한 자세로 서 있는 수련생이 목검을 쥐었다.
“젠킨스 후작가의 자제로군. 검술을 잘한다고 들었다.”
“과찬이십니다.”
“허수아비 골렘에게도 네 검술이 먹힐지 궁금하구나.”
“보여드리겠습니다.”
톰 젠킨스가 허수아비 골렘에게 목검을 겨눴다.
“하아압!”
우렁찬 기합과 함께 젠킨스가 허수아비 골렘에게 달려들었다.
허수아비 골렘의 주먹을 목검으로 빗겨내면서 옆으로 빠진 젠킨스.
간결한 궤적을 그리며 목검이 허수아비 골렘의 허리를 치고 지나갔다.
다시 몸을 돌려서 허수아비 골렘을 연속으로 공격했다.
“허억… 허억….”
아무리 공격해도 허수아비 골렘은 쓰러지지 않았다.
젠킨스뿐 아니라 지금까지 다른 수련생들에게도 허수아비 골렘은 쓰러지지 않았다.
목검을 휘둘러도 질퍽한 찰기가 어린 진흙이 달라붙어 베기가 어려웠다.
찔러도 마치 진흙 수렁에 빠진 목검을 당기는 기분이었다.
허수아비 골렘은 학생들의 목검이 느려지는 순간 공격을 퍼부었다.
모두 같은 패턴에 당했다. 그나마 젠킨스는 가장 오래 버티고 있었다.
마샤 교수가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지금껏 항상 편한 수업들만 들어왔다. 허수아비 골렘은 너희가 이기기 어려운 적을 어떻게 하는지를 평가하는 수업이다. 톰 젠킨스. 어떻게 하겠느냐?”
허수아비 골렘은 마샤가 특별히 제작을 의뢰하여 가져온 훈련 재료들이었다.
마샤가 학생들에게 보려는 것은 기사로서 포기하지 않는 의지였다.
전장에서 위기로 내몰렸을 때 포기하는 자들, 타협하는 자들이 나온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위기를 극복하려는 자들은 드물었다.
톰 젠킨스는 마샤의 기대보다 오래 버텼다.
“커헉….”
허수아비 골렘의 주먹에 맞고 젠킨스가 쓰러졌다.
“다음 리사 그란델.”
연무장에 모여 있던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리사 그란델을 향했다.
루안만 빼고.
“그란델 백작가의 검술을 기대하겠다.”
짧은 구령과 함께 그란델이 목검을 쥐었다.
허수아비 골렘과 그녀의 목검이 여러 번 부딪혔다.
수려하게 휘날리는 목검의 궤적이 허수아비 골렘의 무릎을 베었다.
철퍽거리는 목검이 골렘의 무릎을 지나갔다.
“호오?”
마샤가 감탄했다. 깨끗하고 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다.
그란델의 목검이 허수아비 골렘의 다른 무릎을 베었다.
진흙 속에 섞여있던 넝쿨들이 막았지만 그녀의 목검은 단호하게 지나갔다.
무릎이 모두 잘린 허수아비 골렘이 바닥에 쓰러졌다.
“우와.”
학생들 사이에서 감탄사가 터졌다.
루안만 빼고.
[저 여자애가 너보다 싸움 잘하네. 큭큭.]라스칼이 계속 시비를 걸어대서 루안은 속으로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젠킨스가 나갈 때는 루안이 젠킨스한테 쥐어 터진다고 시비를 걸었다.
라스칼이 시비를 거는 건 단순했다.
[네놈 심장에 내가 있으니까 맞으면 죽는다. 진짜 뒈져. 알았지?]허수아비 골렘한테 맞지 말고 쓰러뜨리라는 거였다.
‘큭큭, 너, 내가 맞으면 같이 아픈 거냐?’
[웃겨? 넌 뒈질 줄 알아.]‘재미있는 비밀을 들었으니 네 비명 소리도 들어볼까?’
루안이 킥킥대다가 멈췄다.
연무장의 모든 시선이 자신을 향했으니까.
“뭐야?”
옆에 있던 학생이 말했다.
“마샤 교수님이 널 몇 번 부른 줄 알아?”
“루안 브리스톨.”
“아, 네!”
마샤 교수가 루안을 죽일 듯이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 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