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82
제81화. 샐러맨더 (2)
뒤쪽에서 마이크로프트를 공격하던 해골 병사들 사이로 이질적인 움직임이 느껴졌다.
해골만 덮어 쓰고 위장했던 루안의 락셀로가 마이크로프트 에게 겨눠졌다.
마이크로프트의 시야에 들어온 락셀로의 에메랄드 빛.
루안은 라스칼의 능력으로 락셀로에 마나를 끌어모으고 있었다.
“흥, 고작 그런 게 먹힐 거라고 생각한 거냐?”
락셀로를 발견한 마이크로프트의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휘이잉-!
거대한 손바닥 형태의 블리자드 터치가 루안을 덮쳤다.
같이 있던 해골 병사들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해골들과 같이 얼려놓으면 볼 만하겠군.”
마이크로프트의 입가에 냉소가 짙어졌다.
파-앗!
뒤쪽의 움직임을 느낀 마이크로프트가 샐러맨더의 돌격을 막던 얼음장벽에서 손을 돌렸다.
콰지직-!!
페드로가 조종하던 해골 병사들이 마이크로프트의 얼음에 가로막혔다.
마이크로프트의 시선을 교란시킨 페드로가 소리쳤다.
“루안! 지금이다!!”
페드로의 말에 마이크로프트가 루안을 확인했다.
우우웅-
에메랄드빛이 더욱 짙어졌다.
마이크로프트가 루안의 락셀로를 향해 손가락을 겨눴다.
루안은 락셀로를 들고 마이크로프트를 향해 휘두르는 척 옆으로 몸을 날렸다.
“응?”
갑자기 눈앞에서 다른 곳으로 몸을 움직이는 루안.
마이크로프트의 시선이 따라가려는 순간이었다.
파-앙!
눈부신 에메랄드빛의 소드 브레스 (Sword Breathe)가 섬광처럼 번쩍였다.
콰과광!!
마이크로프트의 앞쪽으로 얇은 얼음 장막이 나타났다.
얼음 장막 너머로 눈을 뜬 마이크로프트.
“설마…?”
마이크로프트의 시야에 들어온 건 조금 전까지 샐러맨더를 막고 있던 얼음 장벽이었다.
콰득- 콰득
콰지직-!
얼음 장벽이 갈라지고 있었다.
마이크로프트의 눈이 꿈틀거렸다.
“젠장!”
빠르게 얼음 장막을 걷어낸 마이크로프트.
손을 뻗으려고 하는 순간.
투콰쾅-!!
얼음 장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루안은 락셀로를 들고 뒤로 물러났다.
“늦었다! 멍청아!”
무너지는 얼음 장벽 사이마다 붉은 실루엣이 드러났다.
“키르르….”
실루엣이 짙어졌고 얼음 장벽에 빠르게 녹았다.
쿠-화아아!!
얼음 장벽이 붉은 화염으로 휩싸이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크읍!!”
얼음이 녹으며 발생한 수증기가 안개처럼 뿜어져 나와 마이크로프트를 덮쳤다.
마이크로프트는 빠르게 뒤로 물러나면서 얼음을 세우려고 했다.
“키아악!”
샐러맨더가 바닥을 차고 가속력을 더해 돌격했다.
놈의 목과 몸통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콰-하악!
얼음 장벽을 녹였던 화염보다 훨씬 굵고 거대한 화염이 샐러맨더의 턱에서 뿜어져 나갔다.
마이크로프트를 덮친 화염은 수십 미터를 뻗어나가면서 맞은편 동굴의 벽을 강타했다.
콰콰쾅!!
동굴의 벽을 파괴시키는 화염.
샐러맨더는 마이크로프트가 사라져버린 벽 안으로 들어갔다.
놈의 하반신이 바닥을 긁어대면서 안으로 들어갔고 화염이 번져 나왔다.
“휴우… 먹혔네.”
“루안, 빨리 와!”
뒤쪽에서 페드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놈 죽었는지 확인… 응?”
루안의 시야에 해골 병사들이 화염에 휩싸인 바위들을 들고 나르는 것이 보였다.
“뭐 하시는 거예요?”
“뭐 하기는! 얼음 녹이잖아!”
해골 병사들은 화염 바위들을 얼음 호수 아래로 던졌다.
쾅! 쾅!
치이익-!
샐러맨더의 화염으로 발생한 바위 조각들을 얼음 호수를 녹이는 데 쓰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제대로 녹일 수 있을까요? 그냥 샐러맨더 끌어들여서 저 호수에 화염 브레스 한 방만 쏴 버리면….”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화염 바위들이 많은 걸 최대한 활용해야지. 그냥 손 놓고 구경만 할 수는 없잖아.”
페드로는 해골 병사들로 화염 바위들을 모두 얼음 호수에다 던져 넣고 있었다.
“저는 뭐할까요?”
“너는….”
페드로가 머릴 긁적거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화염에 타오르는 바위를 사람이 맨손으로 만질 수는 없었다.
“으음… 그러니까….”
루안이 할 만한 게 없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냥 놀게 둘 수는 없는 페드로.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샐러맨더의 뒤태를 바라보던 페드로가 루안에게 말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저 쪽 가서 놈이 혹시 빠져나오면 나한테 말해. 그리고 바로 공격해버려.”
페드로는 루안 에게 마이크로프트가 샐러맨더에게서 빠져나오는지 감시하라고 했다.
루안은 샐러맨더가 파고들어가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쿠웅- 쿠웅-
콰아앙!
화르르르-
샐러맨더는 마이크로프트의 차가운 마나에 끌려서 사납게 벽을 파헤치고 있었다.
“빠져나올 것 같지 않은데요?”
“저 샐러맨더 아직 공격을 퍼부어대는 거 보이지? 아직 놈이 살아있다는 거야. 얼음 속성의 마법사가 죽으면 차가운 마나가 사라지니까 샐러맨더가 저렇게 날뛸 필요가 없지. 하지만 저건 아직 놈이 안에서 샐러맨더를 공격하거나 자극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방심하지 말고 지켜보라고.”
루안은 페드로의 손가락을 따라 샐러맨더가 파고드는 벽을 바라봤다.
콰드득- 콰득!
샐러맨더는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가고 있었다.
루안은 락셀로를 들고 샐러맨더가 있는 곳으로 갔다.
* * *
“크으으….”
“으윽….”
뷔야르의 기사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스미스는 남아있는 기사들을 확인하면서 검으로 찔러댔다.
“사, 살려줘.”
기사 하나가 스미스의 발목을 붙잡았다.
검을 쥐고 있을 때까지는 스미스의 목을 베려고 날뛰던 기사였다.
스미스는 냉혹한 시선으로 발을 걷어찼다.
퍽-!
“커헉!”
기사의 머리통이 뒤로 젖혀졌다.
스미스는 검을 들고 다가왔다.
“뒤탈은 없어야 하니까. 너희 같아도 그랬을 거잖아?”
써걱-!
짧게 그어지는 검의 궤적을 따라 기사의 핏물이 튀었다.
“휴우… 이제 여기는 다 끝났으니….”
스미스가 여러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톤카!!”
스미스에게 뷔야르의 기사단들을 맡기고 크루즈를 때리러 간 톤카가 없었다.
“…이 자식은 1명 상대하면서 뭐 하는 거야?”
스미스는 코 밑을 쓱쓱 닦았다.
“흐음… 톤카 자식 냄새랑 크루즈 놈 냄새가 저쪽까지 이어졌네.”
크루즈와 톤카의 냄새가 뒤엉킨 채 곳곳에 느껴졌다.
톤카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다닌 스미스.
“아, 젠장. 루안을 찾아야 할 시간에 뭐하는 건지…응?”
스미스의 코를 자극하는 냄새가 느껴졌다.
“저쪽이군.”
톤카의 냄새가 있는 곳으로 가던 스미스가 발을 멈췄다.
“…….”
어두컴컴한 헬 카이저의 복도.
구석진 곳에 톤카가 숨어 있었다.
톤카의 눈이 떠진 채 스미스와 시선을 마주쳤다.
“뭐하고 있는 거냐?”
“쉿. 저 개자식이 미친 자식으로 변하고 있다.”
“뭐?”
톤카의 통통한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으로 스미스가 시선을 줬다.
철컥- 철컥-
어두운 복도 저편에서 거구의 갑옷이 걸어오고 있었다.
서서히 다가오자 크루즈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뭐야? 저 눈은….”
톤카는 스미스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 자식이 나한테 한참 맞고 저 쪽으로 도망쳐서 쫓아가서 계속 때렸다. 나한테 검을 휘둘러서 뺏어서 찔렀는데 갑옷 때문에 잘 안 박혔어. 그냥 버리고 팼더니 도망가면서 물약을 꺼내 마셨다. 때리려고 쫓아갔는데 맞지도 않고 혼자 막 괴로워했어. 그러다가 갑자기 처음 나한테 맞을 때보다 훨씬 못생겨졌다. 좀 놀라서 일단 뒤로 후퇴한 거야.”
“음, 그랬어? 너도 놀랄 때가 있긴 하구나.”
“릭 스미스가 사기 쳤을 때만큼 놀라진 않았다.”
생각 없이 크루즈를 바라보며 듣고 있던 스미스의 뺨이 꿈틀거렸다.
톤카는 계속 자기 할 말을 했다.
“하지만 저 자식이 너무 못생겨져서 놀란 건 사실이다. 지금은 좋아졌어. 죽을 때까지 팰 수 있다.”
톤카가 주먹을 쥐면서 한 쪽 어깨를 붕붕 돌려댔다.
저벅- 저벅-
스미스의 시야에 크루즈의 모습이 완전하게 드러났다.
‘확실히 아까 봤을 때보다 훨씬 거대해졌어. 뭐야? 저 모습은… 꼭 죽은 좀비 같잖아.’
크루즈의 갑옷은 곳곳에 누더기처럼 헤져 있었다.
갑옷 틈으로 비쳐지는 근육은 피로 얼룩져 있었고 팔뚝은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목에는 힘줄이 징그러울 만큼 튀어나왔고 투구가 벗겨진 머리통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놈의 눈은 마치 생명이 사라진 언데드 몬스터들처럼 변해있었다.
크루즈는 톤카 옆에 있는 스미스를 발견하더니 말문을 열었다.
“후후… 언데드 포션을 먹었으니 당분간은 네놈들이 무슨 짓을 해도 고통은 없다.”
“언데드 포션? 그런 것도 있었냐?”
“네놈 같은 용병 패거리 따위가 뭘 알겠냐? 제국의 국력은 자리에 안주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얻을 수도 지킬 수도 없다는 것을.”
“뭔 소리야? 포션 이라고 먹은 게 그렇게 징그러운 몰골로 변하는 거라면 줘도 안 먹어.”
“보여주마. 이걸 먹은 이유를.”
크루즈의 눈이 사납게 변하더니 몸을 웅크렸다.
파-앗!
바닥을 차면서 엄청난 속도로 스미스의 눈앞까지 나타난 크루즈.
머리통만한 주먹이 스미스의 얼굴을 향해 다가왔다.
후-우웅!!
바람을 가르는 파공음이 스미스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흐읍!”
빗나간 주먹을 회수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다른 손을 휘두르는 크루즈.
스미스가 뒤로 크게 물러나면서 옆으로 빠졌다.
콰-아앙!!
크루즈의 손등이 벽에 닿으며 굉음을 일으켰다.
톤카가 옆으로 달려오더니 크루즈의 무릎을 밟고 뛰어올랐다.
빠각-!!
무릎으로 크루즈의 턱을 찍은 톤카.
“크윽….”
충격에 휘청거린 크루즈는 다시 눈을 치켜뜨면서 톤카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빠아악-!!
톤카가 크루즈의 주먹에 맞고 공처럼 날아갔다.
바닥에 여러 번 튕기면서 넓은 곳으로 굴러가는 톤카.
스미스가 톤카를 부르려는 순간.
“네놈의 머리통을 으깨주고 싶었다.”
텁-!!
크루즈가 스미스의 뒤통수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옆으로 몸을 돌리며 회피한 스미스.
주먹을 뻗어 기울어지는 크루즈의 상체를 향해 스미스가 테라칸을 뽑으려 했다.
“흥!”
크루즈가 바닥을 차고 스미스에게 돌격했다.
“큭!”
스미스를 끌어안은 크루즈는 바닥을 향해 몸을 날렸다.
쿠-웅!!
바닥에 스미스를 내려찍은 크루즈는 옆으로 몸을 굴러 다시 일으켜 세웠다.
압도적인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스미스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젠장!”
크루즈는 스미스의 허리를 끌어안고 벽을 향해 점프했다.
쾅!!
스미스가 팔뚝으로 머릴 감쌌지만 충격은 온몸으로 전해졌다.
벽이 갈라지면서 스미스를 뽑아낸 크루즈.
톤카가 달려오더니 크루즈의 무릎과 다리를 공격했다.
퍽!! 퍽!! 퍼퍽!!
매서운 공격이었지만 크루즈는 어떤 고통을 느낄 수 없었다.
톤카 에게 반응하지 않고 스미스를 반죽하듯이 집요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콰지직- 콰직-
스미스는 풍랑에 휩쓸리는 돛단배처럼 크루즈에게 잡혀 벽과 바닥과 충돌하고 있었다.
톤카의 공격은 크루즈의 움직임을 막을 수 없었다.
지금처럼 허리와 어깨를 제압당한 상태로는 테라칸을 뽑을 수도 없었다.
크루즈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하하하! 어떠냐?! 붉은 늑대! 이제 죽음이 네놈에게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는가?!”
콰앙-!!
스미스를 들어 올린 크루즈의 얼굴에 핏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흐릿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스미스는 낯익은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크루즈는 스미스의 어깨를 제압하고 말했다.
“이걸로 끝이다. 마르코스 대장님께 보내주마.”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