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84
제83화. 샐러맨더 (4)
루안은 페드로에게 말했다.
“이제 마나 포션 없죠?”
“응. 너한테 혹시 남은 거라도 있냐?”
“아뇨. 기사가 그런 걸 어떻게 갖고 다니겠어요.”
“그 가죽 주머니에 포션 같은 거 안 넣었어? 잘 찾아봐. 그냥 막 주워 담았으면 포션 같은 거 들어갔을 수 있잖아.”
“혹시나 싶어서 뒤져봤는데 없더라고요.”
“쳇, 그럼 어쩔 수 없네.”
루안은 마이크로프트를 보면서 말했다.
“저 자식 지금쯤이면 마나가 많이 바닥났을 거예요. 여기 와서 계속 마법을 썼었잖아요.”
“으음… 그건 나도 봤는데 저 놈 지치는 표정을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 걸.”
페드로는 마이크로프트가 마나가 떨어져 지친 기색을 보이는 걸 본 적이 없었다.
대부분 마법사들은 전투를 계속 하면 마나가 바닥나기 마련이었다.
마이크로프트는 처음 등장할 때부터 마법을 써왔기 때문에 지금쯤이면 마나가 바닥나 있어야 했다.
특히 샐러맨더에 의해 공격을 당하며 탈출할 때까지 소모했던 마나를 감안하면 더더욱.
‘음?’
루안의 시야에 바닥에 깔려 있던 서리의 움직임이 들어왔다.
서리는 버섯의 포자처럼 허공으로 흩어져 번지고 있었다.
번져가던 서리의 입자는 마이크로프트의 코와 입으로 향했고 반짝이는 특징 때문에 눈에 잘 들어왔다.
마이크로프트는 마법을 캐스팅 하다가 멈춰서 서리의 입자들을 흡입하고 있는 것 같았다.
‘흐음… 라스칼. 저거 봤냐?’
[봤어. 놈이 마력 회복을 저 서리로 하고 있었군.]‘마력을 자동 회복시키는 거야? 그런 것도 가능해?’
[자동으로 회복시키는 건 아니고 회복 마법을 쓰는 거지. 육체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처럼 마력을 회복시키는 거다. 이런 건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마법사라면 기본이라고. 마력을 회복시키는 건 서클에 따라 다르지만 3서클에 터득하는 마법사도 있거든. 저 자식 수준이면 못 터득한 게 이상한 거야.]루안은 마이크로프트가 포션에 의지하지 않고도 마법을 계속 쓸 수 있는 이유를 알아냈다.
비슷한 타이밍에 페드로 역시 알아차린 것 같았다.
“쳇, 마나 회복 속도가 저렇게 뛰어난 마법사라니… 이거 갈수록 귀찮아지는 걸.”
페드로는 마이크로프트의 마나 회복력을 감지할 수 있었다.
서리가 허공을 떠다니며 마이크로프트의 몸을 감쌀 때마다 마법의 위력이 강력해지는 걸 느꼈으니까.
페드로가 소환하는 해골 병사들이 하나 둘 부서져갔다.
마나 포션도 없었기 때문에 페드로가 다시 해골을 소환하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야 했다.
그렇다고 시간을 줄여줄 포션 조차 없는 상황.
마이크로프트는 페드로의 해골 병사들을 하나 씩 없앨 때마다 미소를 짙게 띠었다.
페드로는 곧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직감했다.
루안이 페드로 뒤쪽으로 다가왔다.
“페드로 님. 제가 마력을 쓸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좋아. 빨리… 응? 뭐라고?”
해골 병사들을 조종하던 페드로가 루안을 쳐다봤다.
“마력을 쓸 수 있게… 으악! 앞에! 앞에!”
루안과 페드로가 옆으로 몸을 날렸다.
쿠콰콰콰-!!
거대한 눈덩이가 공처럼 굴러가며 페드로와 루안이 있던 곳을 지나갔다.
지나간 자리엔 얼음이 발생하며 서리가 번지고 있었다.
해골 병사들이 눈덩이가 지나간 곳을 밟을 때마다 미끄러졌다.
“흐억… 흐억… 젠장….
마이크로프트의 스노우 볼은 회전하면서 다시 페드로가 있는 곳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루안, 마력을 어떻게 한다고?”
“쓸 수 있게 드리겠다고요!”
“넌 기사잖아! 네가 어떻게?”
“페드로님. 뒤! 뒤!”
“젠장!”
콰콰콰-!
스노우 볼이 훨씬 빠른 속도로 페드로가 엎드려 있던 곳을 덮쳤다.
페드로의 해골 병사들이 스노우 볼에 파묻혀 굴러갔다.
꽈직- 꽈직-
스노우 볼과 함께 바닥에 갈려나가는 뼈 조각들.
“페드로님. 마력만 충분하면 뭘 할 수 있어요?”
“무슨 소리야?”
“마력만 충분하면 지금까지 썼던 마법보다 더 센 걸 쓸 수 있냐고요.”
“그걸 말이라고 해?!”
“그럼 제가 마력을 드리겠습니다.”
루안의 말에 페드로는 당황하며 물었다.
“기사인 네가 무슨… 응?”
페드로의 등에 손을 가져다댄 루안.
라스칼이 루안의 심장에서 마력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황금빛이 일렁이는 페드로의 등.
루안의 마나가 페드로에게 밀려들어갔다.
“우워어… 루안. 이거 진짜냐? 네가 어떻게…?”
페드로는 몸속으로 들어오는 마나에 놀라워했다.
마법사가 아닌 루안의 몸속에서 자신에게 들어오는 마나는 자신의 마나보다 훨씬 고급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자식 마검사였던 건가? 아니야. 마검사가 이렇게 강력한 마마력을 보유하고 있는 건 본 적이 없어. 대체 뭐 하는 놈이야?’
루안의 마나가 페드로의 심장에 가득 흘러넘쳤다.
“이제 포션 없어도 마이크로프트와 싸울 수 있을 겁니다.”
페드로는 자신의 몸속의 마력을 감지하면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무슨 기사의 몸속의 마나가 이렇게 고급이지? 이거면 내가 마력이 부족해서 쓰지 못했던 마법까지 쓰고도 남겠어. 루안 브리스톨. 어떻게 생겨먹은 몸을 갖고 있는 거냐?’
페드로는 루안의 마력의 질적 수준에 감탄을 끊을 수가 없었다.
루안의 마력이 페드로에게 들어가는 것을 마이크로프트 또한 응시하고 있었다.
‘마력을 전달하다니… 볼수록 흥미로운 놈이로군.’
마이크로프트는 루안의 마나 전달 능력을 보면서 흥미를 가졌지만 놀라움까지는 아니었다.
페드로는 자신감이 솟구쳤다.
“크하하! 루안, 뒤로 빠져 있어라. 이렇게 고급의 마력을 줬으니 나도 확실하게 보여줄 테니까.”
페드로가 데스 플라워를 바닥에 꽂았다.
“스컬 헤드가 없는 게 안타깝군. 이 정도 수준의 마력에 그것만 있었으면 저딴 놈은 편하게 갈아 죽였을 텐데.”
손을 들어 올린 페드로가 마법을 캐스팅 했다.
“죽음의 망령이 깃든 땅에게 말하노니 그대가 기억하는 죽음들을 잠시 보여 다오.”
페드로의 말이 끝나자 갑자기 바닥 곳곳에서 손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파칵-! 파칵-!
바닥에서 튀어나오는 손은 곳곳이 피로 얼룩져 살이 너덜거렸다.
하지만 사람의 손보다 훨씬 굵고 컸으며 순식간에 바닥을 파헤치며 모습을 드러냈다.
“후후후, 얼음을 부숴버리기엔 이런 것 만한 게 없지.”
바닥에서 기어 올라온 시체들은 모두 100여 마리는 족히 넘어 보였다.
얼음 호수 근처의 넓은 공간은 시체들로 채워져 갔다.
마이크로프트의 시선에 처음으로 긴장감이 맴돌았다.
“저게 암흑공작의 ‘언데드 버스터(Buster)’인가? 후계자로서 보기보다 수준 높은 마법을 배우긴 했군.”
* * *
스미스의 대답에 테라칸이 말했다.
[모르겠다고?]“응… 모르겠어.”
테라칸을 만나고 나서 가장 솔직한 대답이었다.
스미스는 루안을 떠올리며 테라칸과 계약했지만 리처드의 임무가 끝나고 루안을 지키고 싶은 의지가 남아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기사들과 다른 용병들의 삶은 모두 거래에 의해 시작과 끝이 났기 때문이었다.
스미스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지키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그저 테라칸을 손에 넣고 싶은 마음에 현재 자신의 상황을 이용했을 뿐이었으니까.
우우웅-!
테라칸의 검명이 울려 퍼졌다.
[나를 만나고 나서 가장 솔직한 대답이군.]“뭐?”
테라칸의 검명이 거세게 번져나갔다.
스미스를 제압하고 있던 크루즈의 몸이 풀리기 시작했다.
크루즈에게 빠져나온 스미스가 말했다.
“휴우… 무식한 놈. 언데드 포션 이라는 게 있을 줄이야….”
파-앙!
갑자기 스미스 등에 메여있던 테라칸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뭐, 뭐야?”
스미스의 시선이 따라잡기 전에 테라칸은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허공에서 자색의 빛을 뿜어내며 테라칸의 검명이 짙게 들려왔다.
[그대는 지금 내게서 그대의 목숨을 스스로 구하였다.]테라칸의 목소리는 웅혼한 기색으로 스미스의 몸을 덮치듯 들려왔다.
“그게 무슨…?”
[그대가 내게 지켜야 할 자가 있다고 대답하거나 없다고 대답하였다면 나는 계약을 없었던 것으로 하고 그대의 목숨을 가져갔을 것이다.]스미스는 자신의 목을 쓰다듬었다.
“아하하… 뭐 그럴 것까진….”
[하지만 그대는 다른 대답을 하였다. 누굴 지켜야 할지 모르겠다는 그대의 솔직한 대답을 나는 기대하고 있었다.]테라칸의 말에 스미스는 머릴 긁적거렸다.
“으음… 뭐, 사실은 사실이니까. 하하하!”
의식이 흐릿한 크루즈와 톤카와 달리 스미스는 의식을 완전히 회복하였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대가 모르겠다고 하였지만 나는 그대가 알기를 바란다.]“뭘?”
[라이칸 로드는 모두 지켜야 할 것을 위해 검을 휘둘렀던 사내들이 세웠던 가문. 그대 몸속에 흐르는 피는 아직 그대가 모르는 누군가를 지켜야 할지 알 것이다.]“…….”
[그러니 그자가 누군지를 내게 보여서 라이칸 로드의 명예를 이어나갈 것을 증명하라. 그렇게 하면 나와 그대의 계약은 죽는 순간까지 이어질 것이다.]테라칸의 손잡이가 스미스의 손에 들어왔다.
자색의 빛이 스미스의 손에서 앞쪽으로 흘러갔다.
빛을 따라간 스미스의 앞에 의식이 흐릿한 크루즈가 서 있었다.
마치 베어버리라는 것처럼 테라칸의 검명이 들려왔다.
스미스는 테라칸을 쥐고 크루즈를 향해 휘둘렀다.
써-걱!
사선으로 허공이 잘려나간 것처럼 테라칸이 크루즈의 몸을 갈라버렸다.
“휴우… 테라칸 네 말이 맞아. 처음부터 널 뽑아서 썼으면 이런 꼴 안 당했을 거야.”
테라칸에게 말하던 스미스의 옆쪽에서 톤카가 소리쳤다.
“으아악!! 미친 자식이 죽었다!!”
톤카의 눈앞에 테라칸에 잘려나간 크루즈의 상체가 있었다.
“내가 한 거야. 이제 빨리 가자. 루안을 찾아야 하니까.”
“개자식이… 미친 자식을 죽인 거냐?”
톤카의 말에 스미스가 대답했다.
“빨리 가자니까.”
* * *
페드로의 표정에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루안의 마나는 그가 배웠지만 마나의 질이 부족하여 아직 자유자재로 쓸 수 없는 고급 마법을 쓸 수 있게 해줬으니까.
“크르르….”
“쿠흡!”
“크아악!”
시체들은 모두 거구의 좀비들이었다.
일부는 해골과 좀비를 합쳐놓은 것 같았고 망가진 갑옷을 착용한 좀비와 부러진 검을 든 좀비, 조각난 방패를 든 좀비들이 있었다.
“좋아, 이제 본격적인 전투를 벌여보자고.”
페드로가 바닥에 꽂혀 있던 데스 플라워를 뽑으며 말했다.
“공격해라!!”
언데드 버스터들이 허공을 향해 포효했다.
몬스터들의 울음소리조차 귀엽게 느껴질 잔혹한 죽음의 소리.
쿠궁- 쿠궁-
일반적인 좀비나 해골에게서 결코 느낄 수 없는 위용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언데드 버스터들은 모두 마이크로프트를 향해 진격하고 있었다.
마이크로프트는 자신을 둘러싸고 다가오는 언데드 버스터들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다른 헬 카이저의 죄수들을 상대하느라 간수들은 이곳까지 전력을 보낼 수는 없다. 다른 곳에서도 죄수들은 빠져나가고 있을 테니까. 한동안 방해받지 않고 여유롭게 놀 수 있겠군.’
마이크로프트의 시선이 싸늘하게 변해갔다.
페드로가 마이크로프트와 시선을 마주쳤다.
언데드 버스터들을 마주하고도 전혀 두려움이 없는 냉혹한 눈.
마치 어떤 감정조차 담겨 있지 않는 얼음 그 자체 같았다.
모든 것을 새하얗게 덮어 지워버리는 겨울처럼 마이크로프트는 두려움을 지워버리고 말했다.
“암흑 공작가에 전해지는 죽음의 힘이 어느 정도로 강력한지 항상 궁금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