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87
제86화. 에고소드의 만남 (3)
루안은 볼 수 있었다.
마이크로프트의 시선에 맺혔던 감정을.
그의 시선은 감정을 지웠고 스미스를 향했다.
하지만 스미스의 말 때문에 마이크로프트의 귓속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있었다.
‘마법을 배워보겠느냐?’
기억 저편에 감춰졌던 목소리는 마이크로프트의 감정을 일렁이게 했다.
‘용병 따위가….’
마이크로프트는 스미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촤촤촥-
손톱 밑에서 튀어나온 뾰족한 얼음 가시들이 나선 형태로 휘어지며 엮여 나왔다.
얼음 가시들은 스미스가 있는 곳으로 발사하듯 뻗어나갔다.
스미스가 테라칸을 좌우로 휘저으며 얼음 가시를 쳐냈다.
파직- 파직-
부서진 얼음 가시들은 허공에 흩어지며 미세한 얼음 결정으로 변했다.
마이크로프트는 남은 손에서 블리자드 터치를 구현해냈다.
후-우웅!!
먼 거리에서 스미스를 바라보며 블리자드 터치가 눈 폭풍을 일으켰다.
허공에 떠 있던 미세한 얼음 결정들이 폭풍에 닿으며 빠르게 흩날렸다.
촤촥-
“크윽… 뭐야? 이거….”
스미스의 팔뚝과 어깨, 뺨이 미세한 얼음 결정에 긁히고 있었다.
얼음 가시를 쳐낼수록 결정들이 훨씬 많아졌고 스미스의 살을 깎아냈다.
“젠장….”
스미스가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눈 폭풍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마이크로프트는 흥분하지 않고 냉정한 시선으로 스미스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라모크가 말문을 열었다.
“루안, 저놈은 누구냐?”
“아, 제 교관님이십니다.”
“교관이라고? 뭐 누구든 상관없지. 마이크로프트를 공격하는 놈이 하나라도 많으면 좋은 거니까.”
스미스는 마이크로프트와 본격적인 전투에 돌입했다.
콰콰콱-!
얼음 가시들이 바닥을 후벼 파면서 스미스를 포위했다.
콰득- 콰득-
바닥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얼음 가시들은 스미스를 겨누고 뻗어 나왔다.
테라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퍼스. 내가 말한 것을 기억해라. 그대는 아직 ‘야왕의 육체’를 갖지 못했기에 내 힘을 쓰는 순간 몸에 많은 충격이 가해질 것이다.]‘알고 있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볼 테니 쓸 수 있게 해줘.’
스미스는 나타나기 전에 테라칸 으로부터 들은 것이 있었다.
테라칸의 능력은 야왕의 육체가 아닌 인간의 육체로는 제대로 쓸 수 없고 테라칸의 도움으로 쓸 수 있다고 쳐도 몸에 심각한 대미지를 입을 거라고.
스미스는 루안과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이 유리하지 않다고 느꼈다.
마이크로프트의 마법을 빠르고 강하게 제압하려면 테라칸의 힘이 필요했다.
테라칸이 말했다.
[놈이 들을 수 없도록 속으로 답하라.]콰드득-
얼음 가시들이 스미스의 포위망을 서서히 좁혀왔다.
루안은 마이크로프트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라모크 에게 말했다.
“라모크 님. 저 자식 처음 우릴 공격했을 때에 비해 꽤 지쳐 있는 거 같지 않아요?”
“흐음, 표정 하나 변하는 게 없는 놈이라서 모르겠는 걸.”
루안은 마이크로프트의 시선, 표정, 몸의 자세와 동작을 자세하게 관찰했다.
라스칼에게 배웠던 기척을 느끼는 감각을 떠올렸다.
‘확실해. 놈도 지쳐 있어. 아무리 마력을 회복시킨다고 해도 결국 마법을 쓰는 것도 인간의 육체. 쉬지 않고 이어지는 전투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는 거다.’
속으로 생각하는 루안의 뜻을 들은 걸까?
라스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처럼 기사답게 행동하는군. 잘 찾아냈다. 루안.]‘맞지? 내가 정확하게 느낀 거 맞지?’
[정확한 건 아니고]‘뭐? 그럼 뭐가 정확한 거야?’
[놈의 전투 피로는 육체에 쌓이는 게 아니야. 육체의 피로는 마나 회복을 더해가면서 계속 해소하고 있으니까. 네가 느끼는 저 놈의 피로감은 정신적인 피로다.]‘정신적인 피로?’
[생각해 봐. 처음 저 다리 갈려서 신음하는 네크로맨서 자식하고 싸웠을 때부터 마법을 썼지. 그리고 네가 부화시켰던 샐러맨더와 싸웠고 그 다음 또 네크로맨서의 해골 병사들과 싸웠다. 이제 저 교관 놈이 나타나서 또 공격을 하네? 너라면 정신적으로 안 피곤하겠냐?]라스칼의 말에 루안은 마이크로프트의 동작이 페드로와 자신을 공격할 때에 비해 둔해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육체를 회복시키는 마법조차도 마력을 써야 하지. 하지만 그 마나의 근원은 결국 마법사의 정신적인 힘이거든. 이걸 계속 쓰다 보면 지칠 수밖에 없어. 저 놈은 단지 얼음의 특징으로 그걸 숨기고 있을 뿐이지.]루안의 시선이 스미스에게 향했다.
스미스를 포위하고 있는 얼음 가시들의 속도가 확실히 더뎠다.
처음 페드로와 전투를 벌일 때였다면 지금쯤 스미스의 온몸을 꿰뚫고 난잡하게 헤집어 놓았겠지.
하지만 아직도 얼음 가시들은 스미스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마이크로프트는 자신이 정신적으로 지쳤다는 것을 숨기려고 위협을 하는 척 꾸미고 있었군.’
[정확하게 파악했다. 이제 루안 네가 저 자식을 어떻게 공격할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봐.]루안은 마이크로프트가 쓰고 있는 마법들을 파악했다.
“확실히 처음 썼던 강력한 마법들은 아니고 자잘한 마법들만 쓰고 있군.”
“응? 뭐라고 했냐?”
마이크로프트와 스미스를 바라보던 라모크가 루안을 향해 시선을 올렸다.
“아뇨. 그냥 저 자식 현재 상태를 분석 좀 하고 있어서요.”
“흐음… 분석보다 저기 고통당하는 자식을 어떻게 해보는 게 어때? 네크로맨서라는 놈이 어째 하는 행동이 어설프긴 하지만 신음소리가 아까부터 거슬려서 말이야.”
라모크의 말에 루안의 시선이 옆쪽으로 옮겨졌다.
“끄…으으….”
페드로가 바닥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마이크로프트의 아이스 볼에 튕겨 나가고 다리가 모두 박살난 상태였다.
마력까지 바닥난 상태로 당한 부상이었기 때문에 회복조차 할 수 없었다.
루안이 페드로를 구하려고 하다 샐러맨더의 꼬리에 맞고 스미스가 등장한 이후로 잠시 잊고 있었다.
“지금 가서 네 마력을 주면 자기가 알아서 회복을 할 거야.”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예요. 마이크로프트의 시선이 교관님을 보면서도 계속 저를 체크하고 있거든요. 거기에 샐러맨더의 접근을 막고 있는 얼음 장벽들이 저와 페드로의 거리를 가장 빨리 가로지를 수 있습니다.”
라모크는 루안의 설명을 묵묵히 들으며 속으로 감탄했다.
‘대부분의 기사라면 저 자색 검을 든 놈을 믿고 페드로에게 달려가서 자신이 할 일을 했겠지. 하지만 루안의 말대로 페드로를 먼저 구하려고 했다간 얼음 장벽에 포위당했을 거야.’
루안은 마이크로프트의 얼음 공격을 겪으면서 패턴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할 거냐?”
“교관님이 지금 놈의 시선을 끌려고 하실 겁니다. 그럼 타이밍이 생길 거예요. 그때 제가 페드로에게 움직여서 마력을 줄 겁니다. 하지만….
루안이 마이크로프트 에게 접근하려고 화염을 뿜어내는 샐러맨더를 바라봤다.
‘저걸 이용하는 게 훨씬 안전할 거야.’
포위망을 좁혀오는 얼음 가시 안에서 스미스가 눈을 떴다.
그오오오-
스미스를 지켜보던 마이크로프트의 시선이 좁혀졌다.
‘저건….’
마이크로프트와 마주한 스미스의 시선에 자색의 빛이 일렁거렸다.
검은 눈동자에서 자색의 눈동자로 변한 것이었다.
스미스의 몸을 휘감으며 자색의 빛이 테라칸의 검신을 물들였다.
“헛수고를 줄여주마.”
마이크로프트가 한 손의 다섯 손가락을 동시에 꿈틀거렸다.
파-카악!!
바닥에서 튀어나오는 얼음 가시들.
스미스의 심장이 뛰고 있는 가슴과 등을 향해 얼음 가시들이 찔러왔다.
“후우웁!”
크게 숨을 들이마신 스미스가 테라칸을 들어올렸다.
갑자기 자색의 빛이 번쩍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마이크로프트의 투명한 얼음 장벽과 바닥이 자색으로 물드는 순간.
쿠구구-
격렬한 맹수들의 울부짖음이 뒤섞이며 일종의 공명 상태를 일으켰다.
동굴의 벽과 바닥에 미세한 떨림이 시작되었고 스미스가 바닥을 차면서 얼음 가시를 향해 돌격했다.
투-콰악!! 콰콱-!!
테라칸을 사선으로 베면서 얼음 가시들을 부서뜨렸다.
파-아앙!!
뒤쪽의 얼음 가시들이 스미스의 등을 찔러왔다.
스미스는 그보다 훨씬 빠른 동작으로 민첩하게 몸을 돌렸다.
콰콱!! 콰직!! 파칵!!
써걱- 써걱-
놀라운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테라칸을 휘두르는 스미스는 이전까지 본 적 없는 격렬하고 빠른 움직임을 드러냈다.
마치 본능적인 맹수들의 움직임 같았다.
순식간에 얼음 가시들이 잘게 부서졌고 포위망을 뚫고 스미스가 나왔다.
“쿠으으….”
자색으로 물든 스미스의 두 눈이 번쩍였다.
한층 더 커진 근육 위로 혈관이 터질 듯 이 부풀어 꿈틀거렸다.
스미스가 무릎을 굽혔다가 펴면서 마이크로프트를 향해 나아갔다.
루안 또한 몸을 움직였다.
‘라스칼, 지금이다.’
우우웅-
루안이 속으로 라스칼에게 말해둔 것이 있었다.
샐러맨더의 접근을 막고 있던 얼음 장벽을 향해 락셀로를 겨눈 루안.
루안의 마나가 심장에서 흘러나와 락셀로의 끝에 모이고 있었다.
“이거나 먹어랏!”
구우웅-
파-앙!!
록 마운틴 던전에서 써먹었던 소드 브레스.
아직 미숙했지만 라스칼의 도움으로 루안은 그때보다 약한 소드 브레스를 발사했다.
락셀로의 끝에 모였던 마나가 소드 브레스로 변하며 얼음 장벽을 향해 나아갔다.
콰콰쾅!!
쿠드드드-
갑작스런 폭발의 굉음을 들은 마이크로프트.
“저 자식이….”
얼음 장벽이 박살나면서 샐러맨더가 돌격했다.
테라칸을 휘두르는 스미스와 화염을 뿜는 샐러맨더가 마이크로프트의 시선이 옮겨질 때마다 나타났다.
루안은 페드로에게 달려갔다.
“페드로 님. 마력을 나눠드리겠습니다.”
우우웅-
루안은 페드로의 가슴에 손을 짚고 자신의 심장 속 마력을 끌어다 넣었다.
라스칼의 약탈 능력으로 마력을 페드로에게 넣은 루안.
“크윽….”
페드로는 고통을 참고 몸속에 들어온 마나로 몸을 회복시켰다.
회복 마법으로 부서졌던 다리가 모두 회복되었다.
“휴우… 고맙다. 루안.”
“아닙니다. 이제 저놈을 몰아붙여서 확실히 처리하죠.”
“뭐? 몰아붙인다고 이길 수 있는 놈이 아닌 건 너도 알잖아.”
루안은 마이크로프트를 바라봤다.
샐러맨더의 화염이 그를 덮치는 순간 타오르는 형태로 얼어버렸다.
쨍-강!!
스미스가 휘두르는 테라칸이 엄청난 공격력으로 마이크로프트를 뒤쪽으로 밀어붙였다.
루안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저 자식 확실하게 보내버릴 수 있습니다.”
“어떻게?”
“지쳐 있거든요. 페드로 님과의 전투에서부터 지금까지 혼자서 싸워왔잖아요. 정신적인 피로감이 장난 아닐 겁니다. 저 움직임이 아까 전과 다르게 느려졌잖아요.”
루안의 말을 들은 페드로가 마이크로프트의 움직임을 바라봤다.
“확실히 그렇군. 너 그걸 어떻게 알아낸 거냐?”
마이크로프트는 철저히 자신의 피로감을 숨기고 있었기에 페드로는 알아낼 수 없었다.
“모든 마법사들의 마력은 정신적인 힘에서 나오잖아요. 혼자서 계속 마력을 쓸 수는 없죠. 페드로님께 마력을 회복하는 걸 보여줬던 것도 지쳐가고 있는 것을 숨기려는 의도였을 거예요.”
루안의 대답에 페드로의 시선이 변했다.
‘흐음… 이놈 생각보다 전투감각이 좋은 걸?’
* * *
헬 카이저의 입구의 경계 초소.
정문을 지키는 경비병들 앞에 기사 하나가 나타났다.
“멈춰라. 여긴 무슨 일로 온 것이냐? 직급과 신분을 밝혀라.”
경비병들 앞에 기사가 멈춰 섰다.
“이곳에 끌려온 루안 브리스톨을 데려가려고 왔습니다.”
“뭐? 누구의 명이냐?”
기사가 대답했다.
“브리스톨가의 명입니다. 제 형님을 데려갈 테니 부디 방해 말아주십시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