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9
제8화. 의문 (1)
루안이 연무장으로 뛰어나왔다.
마샤 교수가 팔짱을 끼고 기다리고 있었다.
“루안 브리스톨! 마샤 교수님의 명을 따르겠….”
“집어치워! 멍청아!”
마샤 교수의 우레 같은 포효가 들려왔다.
“큭큭큭.”
톰 젠킨스가 허리를 숙여 웃어댔다.
“방금 웃은 놈 튀어나와.”
“…….”
“내가 끌고 나오면 죽을 줄 알아.”
마샤 교수의 말에 톰 젠킨스가 뛰어나왔다.
“톰 젠킨스. 내가 지금 웃긴가?”
“아닙니다.”
“뭐 때문에 웃었지?”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톰 젠킨스 수련생은 자리로 돌아가라.”
“감사합니다!”
젠킨스가 후다닥 자리로 갔다.
연무장에 서 있는 루안에게 마샤 교수가 물었다.
“브리스톨 대공가의 자제라더니 얼마나 온실 속의 화초처럼 컸으면 감히 내 명령을 무시하는 거지?”
“아닙니다. 교수님. 그건 오해십니다.”
“오해? 내가 널 몇 번이나 호명했었다. 앉아서 낄낄대며 웃고 있던데 그게 무시가 아니면 뭐지?”
“그게….”
이번엔 라스칼이 낄낄거렸다.
[넌 죽었다. 이제 어쩔 거냐? 빨리 해결해.]마샤 교수는 루안에게 다가왔다.
“교수의 명령을 듣지도 않고 지금은 그저 빠져나갈 잔머리만 굴리는 걸 보니 네놈은 글렀어.”
루안이 대답했다.
“안 글렀습니다!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마샤 교수가 히죽거리며 웃었다.
“그래? 좋아. 내가 네놈에겐 특별한 허수아비 골렘을 소개시켜주마. 딱 너 같은 놈을 위해 만들었다고 볼 수 있겠군.”
아, 젠장. 어째 이번 수업도 글른 거 같다.
연무장 옆의 허수아비 밭에서 허수아비 골렘이 걸어 나왔다.
“으… 와….”
“미친… 저게 뭐냐?”
“진짜 골렘 아니야?”
“엄청 크다….”
학생들이 감탄을 했다.
루안도 입을 벌리며 감탄을 터뜨렸다.
“대…박… 교수님. 저거 뭐예요?”
“뭐겠니? 나한테 도전하는 학생을 선택한 위대하고 멋있는 허수아비 골렘이지.”
쿵- 쿵-
다른 학생들이 대련한 허수아비 골렘과 체급부터 달랐다.
허수아비 골렘들이 호리호리한 페더급이라면 루안 앞에 서 있는 골렘은 헤비급이었다.
키는 3미터에 몸통 두께는 골렘보다 날씬했지만 일반 허수아비 골렘보다 훨씬 굵었다.
마사 교수가 말했다.
“루안 브리스톨. 위대한 대공가의 젖먹이라면 이런 허수아비 골렘은 목검으로 이길 수 있겠지? 네가 이 골렘을 쓰러뜨린다면 내가 정말 특별한 선물을 줄게.”
“진짜요?”
마샤 교수가 발끈했다.
“진짜라니! 네까짓 게 저 허수아비 골렘을 이길 리가!”
“제가 이기면요?”
루안의 말에 학생들이 낄낄거렸다.
“쟤, 설마 진짜 자기가 저 허수아비 골렘을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진짜 웃긴다. 큭큭.”
“잡종이라서 그런가? 혈통만 웃긴 줄 알았는데 하는 짓은 더 재밌잖아. 킥킥.”
루안이 브리스톨 가문의 순혈이 아니라는 건 귀족 자제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이기지 못했던 허수아비 골렘보다 훨씬 거대한 허수아비 골렘을 루안이 이길 거라 보는 학생은 없었다.
1학년 때부터 루안이 검술에 재능이 없다는 것은 유명했었으니까.
하지만 루안은 자신 있었다.
‘라스칼이 어떻게든 하겠지.’
루안은 라스칼이 시비를 걸면서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내가 맞으면 자기도 아프다고 하니까 뭐….’
마샤 교수가 대답했다.
“네가 이기면 내가 말한 대로 특별한 선물을 줄게.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이야.”
“하나 더요.”
루안의 말에 마샤 교수가 표정을 찡그렸다.
“뭐가 또야?”
“이 허수아비 골렘은 다른 학생들이 싸웠던 허수아비 골렘보다 훨씬 크고 셉니다.”
“그런데?”
“제가 이긴다면 특별한 대접을 마샤 교수님께서 좀 해주셔야겠습니다.”
“뭐?”
“마샤 교수님께서 말씀하셨잖아요. 특별한 허수아비 골렘이라고요. 제가 그런 특별한 놈을 이기면 특별한 대접을….”
“특별한 대접 뭐?”
마샤의 말에 루안이 대답했다.
“제가 교수님 수업에 존다거나, 지각한다거나, 대답을 빨리 못한다거나 해도 그냥….”
“봐달라고?”
루안이 히죽거리면서 웃었다.
마샤 교수도 따라 웃었다.
“루안, 이 허수아비 골렘 말고 날 상대하고 싶니?”
“아니요.”
“그런데 이렇게 교수님 성질을 긁어대는 이유가 뭐야?”
“저는 그저 칼론에 돈 내고 다니는 학생으로서 누려야 할….”
루안의 대답에 학생들이 아연실색했다.
“와…. 쟤 미쳤네. 그렇지? 미친 거 맞지?”
“허수아비 골렘이 너무 크니까 어차피 죽을 거 그냥 막 질러보는 건가? 대단하네.”
“아, 쟤 때문에 이 수업 분위기 엄청 안 좋을 거 같아. 지금이라도 아빠한테 말해서 빼달라고 할까?”
학생들이 시끄러워졌다.
마샤 교수가 입을 열었다.
“모두 조용. 여기 위대한 브리스톨 대공가의 혈통께서 허수아비 골렘을 쓰러뜨린다면 내가 루안의 제안대로 하겠어요. 하지만 그러려면 나도 조건 하나를 걸어야 공평하겠죠?”
“네!!!”
학생들이 기다렸단 듯이 대답했다.
마샤 교수가 웃으면서 루안에게 말했다.
“제한 시간 10분 안에 허수아비 골렘을 쓰러뜨리렴. 그러면 내가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하지만 쓰러뜨리지 못하거나 네가 쓰러진다면 앞으로 내 수업 준비는 모두 네가 맡아라.”
“네?”
“못하겠으면 지금 말해.”
“아닙니다. 하겠습니다.”
수업 준비하는 잡일쯤이야 상관없었다.
하지만 제한 시간 10분이란 조건은 다르다.
루안이 라스칼에게 물었다.
‘내가 10분 안에 저걸 쓰러뜨리게 네가 좀….’
라스칼이 대답했다.
[진짜 죽고 싶냐?]‘어쩔 거냐? 내가 저 허수아비 골렘한테 맞아 죽게 놔둘 거냐? 네가 해결해.’
라스칼은 말문이 막혔다.
[아니, 뭐 이런 꼴통 새끼가 다 있어?]루안이 막무가내로 나오는 데엔 이유가 있었다.
라스칼이 숨기고 있는 진짜 능력들이 어디까지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
“좋아, 이제 대결을 시작하지.”
루안과 거대한 허수아비 골렘이 마주 섰다.
가까이 보니 위압감이 엄청났다.
‘후아, 이거 진짜 엄청 크다. 한 방 맞으면 그냥 죽을 수도 있겠는데? 라스칼, 어떻게 할 거야? 빨리 해결해.’
라스칼의 대답을 기다리던 루안.
허수아비 골렘이 먼저 달려들었다.
후-아앙.
엄청난 파공음이 들려왔다.
루안이 허리를 숙이며 피했다.
“으어… 저거 장난 아니네.”
“밟아버려! 밟아!”
마샤 교수가 허수아비 골렘을 응원했다.
“아니, 교수님. 저 학생이잖아요. 골렘을 응원하시면….”
“지금 그럴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닐 텐데?”
“끄악!”
루안의 등 뒤로 거대한 진흙주먹이 강타했다.
새우처럼 허리가 역으로 구부러지며 바닥에 튕겨지는 루안.
허수아비 골렘은 루안을 향해 다가왔다.
루안이 일어나 목검을 세웠다.
“젠장, 일단….”
라스칼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신음 소리만 냈다.
[으으…. 개자식아…. 죽고 싶냐? 빨리 해결해.]루안이 대답했다.
‘네가 해야 할 거 아냐?’
[그럼 같이 죽지 뭐.]라스칼의 대답에 루안은 입술을 짓씹었다.
허수아비 골렘의 주먹이 날아왔다.
[피해! 멍청아!]라스칼의 말에 루안이 옆으로 몸을 날렸다.
부-아앙!
루안은 옆으로 빠져서 목검을 들고 돌격했다.
“어쩔 수 없지. 일단 나도 저놈 무릎을 베겠어.”
리사 그란델이 보여줬던 무릎 베기.
루안이 대결하는 허수아비 골렘이 훨씬 두꺼웠지만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이었다.
허수아비 골렘은 거대했지만 그만큼 스피드가 느렸다.
루안은 빠르게 허수아비 골렘의 무릎 뒤로 접근했다.
“이야압!”
철-퍽!
목검을 휘둘렀지만 마치 진흙 수렁을 때리는 것 같았다.
진흙이 루안의 얼굴에 튀었다.
마샤 교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고작 그런 베기 동작으로 쓰러질 골렘일 거 같니?”
라스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멍청아, 마나 호흡법을 알려줄 테니 당장 해라. 에이 젠장 수련실에서 할 걸 여기서 하고 지랄이야. 이게 다 너 때문이다.]‘어떻게 하는 건데? 빨리 알려줘.’
루안은 허수아비 골렘 무릎에 박힌 목검을 간신히 빼냈다.
후아앙-
허수아비 골렘의 주먹을 피하면서 루안은 계속 연무장을 도망 다녔다.
구경하던 학생들이 낄낄거렸다.
“저럴 줄 알았어. 자기가 뭐라고 저렇게 큰 허수아비 골렘을 이기겠냐?”
“3분 버티면 이긴 걸로 해줄까?”
“저 골렘 무릎에 목검이 박혔다가 빠지지도 않더라.”
라스칼은 루안이 시간을 버는 동안 마나 호흡법을 알려줬다.
[빨리 해서 마나를 끌어 모아.]이미 수련실에서 라스칼에게 마나 각성을 익혔었다.
루안의 육체는 마력으로 강화되어 있었으니 마나 호흡법은 빠르게 익힐 수 있었다.
[호흡을 하면서 마나의 움직임을 느껴. 수련실보다 지금이 마나 호흡을 하기엔 훨씬 좋아.]도망 다니느라 루안은 호흡이 거칠어졌다.
호흡이 거칠수록 들이키는 숨과 내뱉는 숨이 많아졌다.
루안은 호흡을 하면서 마나의 움직임을 느꼈다.
심장 속에서 꿈틀거리는 마나가 루안의 육체를 휘몰아쳤다.
빠르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을수록 육체 속의 마나는 거칠어졌다.
심장 근육이 쥐어 짜이는 것 같았다.
“크윽….”
라스칼이 말했다.
[진정해. 마나 호흡으로 네놈의 몸뚱이가 적응하고 있는 거니까. 빨리 피하기나 하라고.]부아앙-!
거대한 진흙 주먹을 피하면서 마나 호흡을 해야 하는 루안이었다.
‘와, 제기랄. 진짜 죽을 거 같은데.’
[후후, 수련실 보다 여기가 더 효과적이네. 너 잘 걸렸어.]허수아비 골렘이 루안을 쉽게 잡질 못하고 있었다.
마샤 교수는 시간을 체크했다.
“흥, 아직 3분밖에 안 지났어. 7분 안에 지치면 아주 반죽으로 만들어버리겠어.”
루안이 계속 도망 다니자 학생들의 야유와 조롱이 쏟아졌다.
“뭐하는 거냐? 기사가 대결을 안 하고 도망만 치는 거냐?”
“브리스톨 가문이 아깝다. 아까워!”
“저렇게 얼빠진 놈이 브리스톨 이라니.”
“도망만 칠 거면 그냥 밟혀 죽어라! 낄낄낄.”
다른 학생들이 야유를 하고 있었지만 리사 그란델은 루안을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봤다.
‘도망치는 움직임이 훨씬 좋아졌어. 어째서지?’
그녀의 눈은 루안의 발을 주목하고 있었다.
허수아비 골렘이 공격하는 패턴에 맞춰 정확하게 사각으로 빠져 도망치는 루안.
처음 공격에 당하고 바닥을 굴러다닐 때와 전혀 달랐다.
루안은 마나 호흡법을 육체에 적응을 끝냈다.
“휴우… 이제 살 것 같네.”
목검을 바로세운 루안이 허수아비 골렘을 바라봤다.
쿵- 쿵-
허수아비 골렘이 루안에게 달려왔다.
라스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목검에 오러를 넣어라. 목검을 쥐고 있는 손으로 마나가 흐르는 걸 느껴.]루안의 호흡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그러자 심장 속에서 마나가 화수분처럼 뿜어져 나왔다.
목검 속으로 스며드는 마나가 금빛 오러를 발산시켰다.
“응?”
루안의 도망치는 것만 주목하며 낄낄대던 학생들 사이에서 두 여자가 루안의 목검을 주목했다.
마샤 교수와 리사 그란델이었다.
루안의 목검이 간결한 궤적을 그리며 돌격해오는 허수아비 골렘의 무릎을 베었다.
스-가악!
깔끔한 직선이 허수아비 골렘의 무릎을 통과했다.
루안이 옆으로 몸을 날렸다.
한쪽으로 휘청거리는 허수아비 골렘이 보였다.
크고 무거울수록 밸런스가 크게 무너졌다.
루안이 허수아비 골렘 뒤쪽에서 나머지 무릎을 향해 목검을 휘둘렀다.
허수아비 골렘의 무릎이 모두 잘려나갔다.
[하나 더 남았다. 저놈의 심장을 찔러.]루안이 골렘의 앞쪽으로 몸을 돌렸다.
무릎이 잘려나간 허수아비 골렘이 앉은 자세로 주먹을 휘둘렀다.
부웅-
싹-둑.
허수아비 골렘의 주먹을 루안의 목검이 가볍게 잘라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허수아비 골렘의 가슴이 루안의 시야에 들어왔다.
“이얍!”
루안의 목검이 허수아비 골렘의 심장을 찔렀다.
푸-욱.
목검이 파고들었고 허수아비 골렘의 등 뒤로 반짝이는 돌이 튀어나갔다.
허수아비 골렘을 움직이는 마정석 이었다.
바닥에 마정석이 떨어지는 순간 박살났다.
“뭐….뭐야?”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학생들이 모두 침묵했다.
마샤 교수의 눈앞에서 허수아비 골렘이 얼음처럼 녹아 사라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