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90
제89화. 에고소드의 만남 (6)
테라칸의 목소리를 들으며 스미스가 대답했다.
‘맞아.’
[저자의 이름은 뭐냐?]‘루안 브리스톨.’
[브리스톨?]테라칸과 스미스의 대화를 끊고 루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관님. 여기 얘가 할 말이 있다는데요.”
루안의 손가락은 옆에 서 있는 톤카의 머리통을 가리켰다.
스미스가 톤카와 시선을 마주쳤다.
“와서 말하라고 해.”
“싫다는데요.”
“저게 진짜….”
스미스가 톤카가 있는 곳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왔다. 어쩔래?”
“도와줬으니까 이제 지저의 검을 찾아라.”
톤카의 말에 스미스는 잊고 있던 제안이 생각났다.
‘아, 젠장. 그랬지.’
테라칸이 스미스에게 말했다.
[지저의 검?]‘쟤들한테 찾아주겠다고 했던 검이 있었거든.’
[그걸 루퍼스 네가 알고 있다고?]‘모르지!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본 적도 없다고.’
[어떻게 찾아 줄 거냐?]‘몰라, 어떻게든 찾아봐야지.’
[지저의 검을 찾아다닐 만큼 안전한 상황은 아니다. 루퍼스. 심사숙고해라.]테라칸의 말에 스미스는 톤카 에게 말했다.
“톤카. 일단 지금은 지저의 검을 찾을 만한 상황은 아니잖아? 상황을 봐서….”
“빨리 찾아내.”
“지금 우린 쫓기는 상황이야. 지저의 검을 찾아다닐 여유는 없어.”
현재 루안과 스미스, 톤카는 헬 카이저 출구 근처에 있었다.
추격 부대가 나타나기 전에 안전한 곳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톤카는 그런 걸 개의치 않았다.
“찾아.”
스미스는 손으로 눈을 비볐다.
“아오….”
“교관님. 아까부터 쟤가 뭘 찾으라는 거예요?”
“말하자면 길어. 톤카. 지금 너도 위험할 수 있어. 내 부하들 있는 곳으로 가자. 지저의 검은 그 다음에 찾아줄게.”
톤카가 손가락으로 스미스를 겨누고 말했다.
“개자식 또 사기 쳤다.”
스미스가 소리쳤다.
“멍청아! 이게 무슨 사기냐?! 찾아주겠다고 했잖아. 일단 안전한 데로 가서 생각해봐야 지저의 검을 찾을 거 아니냐고!”
톤카는 스미스를 겨눴던 손가락을 좌우로 까닥거렸다.
“안 속는다. 사기꾼 자식. 지저의 검을 먼저 찾아라. 그러면 네가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주겠다.”
톤카는 단호했다.
추격부대가 쫓아올 거란 이야기를 듣고도 물러섬이 없었다.
“끄응… 알았어.”
스미스는 어쩔 수가 없었다.
톤카의 시선에는 지저의 검을 찾기 전까지는 스미스의 말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
헬 카이저 내부로 진입할 수 있었던 것 또한 톤카의 도움이 있었고 그 이유는 지저의 검을 찾아주겠다고 했기 때문.
이미 루안을 구출해서 빠져나왔으니 스미스는 자신이 뱉은 말에 책임을 질 시간이었다.
“따라와.”
스미스가 테라칸을 등에 메고 앞장서는 순간이었다.
무언가 뒤쪽 숲에서 튀어나오더니 은밀하게 루안의 뒤로 접근했다.
엄청난 속도로 일어나는 파공음과 처음 맡는 냄새가 스미스의 코와 귀를 자극했다.
“응?”
스미스가 낯선 존재를 감지한 순간 루안은 뒤쪽으로 몸을 돌렸다.
“형님!!”
“컥!”
루크가 루안의 허리를 끌어안고 달려들었다.
“끄…으으….”
바닥에서 루안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루크가 소리쳤다.
“오랜만입니다! 형님!!”
옆에 있던 톤카는 무관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냐? 이건.”
루크가 톤카를 보더니 대답했다.
“응? 아, 지저족 같은데 맞죠?”
“맞아.”
“지저인을 여기서 만날 줄이야. 반갑습니다. 루크 브리스톨이라고 합니다.”
루크가 땅딸막한 톤카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으며 눈높이를 맞췄다.
톤카의 무뚝뚝한 시선에 순간적인 감정의 일렁임이 들었다가 사라졌다.
손가락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톤카가 물었다.
“뭐하는 거냐? 인간 기사 놈들은 무릎을 함부로 꿇지 않는 거 아니었냐?”
“아바마마께서 지저인들을 만나 인사를 할 때는 무릎을 꿇어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고 하셨거든요.”
루크를 바라보던 톤카의 표정에 감정이 물들었다.
“흐음, 넌 좀 잘생긴 것 같다.”
“앗, 정말요? 감사합니다.”
루크의 뒤쪽에서 루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여긴 어떻게 왔냐?”
“헬 카이저로 끌려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달려왔습니다. 형님.”
루크가 나타난 숲에서 휘하의 기사들이 몰려왔다.
기사들을 이끌고 온 호위대장이 루안 에게 다가와 검례를 올렸다.
“가문의 제8호위대장 –수정 루안이 7공자고 루크가 막내인 8공자일 텐데 7호위대장이면 맞는 건가요? 레딕 우드스톤, 루안 도련님을 뵙습니다.”
레딕을 따라 나머지 호위 기사들이 모두 일제히 루안을 향해 검례를 올렸다.
“루안 도련님을 뵙습니다!”
호위 기사들의 규모를 확인한 스미스는 의아해했다.
‘이 정도 규모의 부대가 다가오는 걸 내가 못 맡았다니…’
하지만 그의 의문은 머지않아 풀려버렸다.
“루크, 이 기사들은… 뭐냐?”
“아, 형님을 구출하려고 본대 병력을 모두 데려왔습니다. 헬 카이저라서 정예 병력만 데려오기엔 위험 요소가 크잖아요.”
스미스가 루크에게 말했다.
“헬 카이저로 쳐들어와서 전쟁이라도 벌이려고 했던 건가?”
루크가 스미스를 발견하고 검례를 올렸다.
“처음 뵙겠습니다. 브리스톨 가의 제8공자 루크 브리스톨 이라고 합니다. 붉은 늑대단을 이끄는 용병 스미스님의 명성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루크의 말에 스미스는 코밑을 슥슥 닦으며 말했다.
“으음…? 그거야 뭐… 내가 좀 유명하긴 했지.”
“형님의 교관 임무를 스미스님께서 맡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 잠깐, 그쪽 루안 동생이면… 아직 졸업 안 한 학생이라는 거야?”
스미스가 루안과 루크를 번갈아봤다.
루크가 대답했다.
“아, 저는 일찍 졸업했어요.”
“혹시 칼론을 1년 만에 졸업했다던 소년 기사가….”
“네, 저예요.”
루크는 칼론에 입학하기 전에도 검술에 대해 뛰어난 재능을 드러냈었다.
칼론에 입학할 때 이미 14살.
졸업하고 15살에 홀연히 호위부대와 함께 대륙을 누비던 놈이었다.
소년 기사라는 별칭으로 곳곳에서 활약했던 루크는 현재 독자적인 기사 부대를 꾸려서 이끌고 있었다.
“흐음, 루안, 네게 동생이 있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천재일 줄이야….
스미스는 루크가 새로운 전력으로 유용할 거라고 느꼈다.
루크가 루안에게 물었다.
“형님, 블랙 헬의 죄수들이 탈옥했다는 건 알고 계시죠?”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이미 내부에서 다른 곳으로 각자 정보를 전달했거든요. 블랙 헬의 죄수들이 탈옥했으니 대비하라고요. 저희들도 여러 곳에 흘러나오는 정보를 통해 알았습니다.”
호위대장 레딕이 말했다.
“블랙 헬의 죄수들은 각자 헬 카이저를 탈옥했지만 그 뒤로는 모습을 감춰서 자세한 정보는 파악할 수 없습니다. 다만 현재로서 가장 심각한 사건 인만큼 제국의 황제가 도련님의 탈옥 상황에 대해 관심 갖지는 못할 겁니다.”
“형님께서 피하실 곳이 없을 것 같아서 제가 왔습니다. 일단 같이 움직이시죠.”
“아바마마에 대해서 알아낸 건 없어?”
“저도 아직은 없습니다. 휘하의 기사들이 계속 찾고 있지만 아직 잡히는 정보가 없네요.”
“도련님. 가문의 흑사자들이 알아낸 바로는 메테오의 포격 당시 저택에 워프 마법진을 그려놨었다고 합니다. 클로드 님의 도움으로 몇몇 마법사들이 사전에 대비하여 그려놓은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럼 살아계신 건가?”
“아직은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어요. 형님. 메테오가 단순한 마법은 아니니까 심각한 부상을 당하셔서 은신하고 계신 걸 수도 있고, 가능성은 여러 가지를 두고 찾고 있습니다.”
루크의 대답에 루안의 표정에 생기가 돌았다.
‘워프 마법이 가능한 마법진이 있었다면 그걸 통해 다른 곳으로 피할 수 있어. 그렇다면….’
리처드 브리스톨의 생사에 대해 아직 확신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루크와 레딕의 대답을 통해 살아있을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대공님께서는 반드시 살아 계실 것입니다. 도련님. 지금부터는 대륙의 모두가 가문의 적으로 변할 것입니다. 이미 다른 공녀님들과 공자님들께서는 각자 움직이고 계시지만 도련님께서는 현재 가장 위험에 처해있는 상황. 저희들과 같이 움직이십시오.”
루안은 스미스에게 말했다.
“교관님. 칼론의 임무는 없던 걸로 하겠습니다.”
“그러지 뭐. 그런데 말이다. 내가 네 임무를 맡아주기로 계약하고 아직 대공님께 받아야 할 돈이 남았거든. 그건 누가….”
“제가 드리겠습니다.”
“네가? 너 돈 많아?”
“하하하. 뭐, 대륙에서 제 활약으로 이것저것 챙겨먹은 것들이 좀 있어요. 얼마인지 말씀해주시면 제가 확실하게 지급해드리겠습니다.”
“으음, 그렇단 말이지.”
스미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브리스톨 가문의 배경을 써먹는 건 이제 끝났어. 메테오 포격 사건만 아니었으면 루안 녀석이랑 같이 용병 세력을 넓혀보려고 했는데 반역자랑 같이 다니는 꼴이니… 하지만 루크 브리스톨이라면 대공에게 못 받은 돈 받고 여기서 계약을 정리하는 게….’
스미스의 생각을 들은 테라칸이 말했다.
[루퍼스. 뭐 하는 거냐?]‘응? 뭐 하기는. 계산하고 있지.’
[그대는 루안 브리스톨을 지키기로 내게 맹세하였다. 누구와 어떤 계약을 했는지는 상관없다. 내게 맹세한 인간을 목숨 걸고 지켜라. 그대의 행동만이 내 힘을 쓸 수 있는 열쇠일 것이다.]테라칸의 말에 스미스가 대답했다.
‘알았다고. 그냥 한번 해본 소리야.’
스미스는 리처드 브리스톨의 생사를 알 수 없는 현재 아직 못 받은 돈을 받고 빠지고 싶어 했다.
그가 계약한 대로라면 루안의 교관 임무가 끝나고 어떤 성적으로 칼론을 졸업하는가에 따라 받을 돈이 있었다.
하지만 리처드 브리스톨은 사라졌고 루안은 반역자로 몰렸으니 계약을 이어가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용병 기질이 발동한 스미스다운 판단.
하지만 그와 계약한 에고소드 테라칸은 생각이 달랐다.
스미스가 자신에게 한 맹세를 지켜야만 힘을 쓸 수 있게 허락하겠다는 것.
‘젠장, 그럼 난 지금부터 반역자를 지켜야 하는 용병 신세라고.’
[상관없다. 내게 지키겠다고 맹세했으니 지켜라. 그것이 그대가 할 일. 내게 보여줄 신뢰의 증거다.]테라칸은 확고했다.
“교관님. 뭐 해요? 빨리 움직이죠.”
스미스는 루안을 따라가려고 발을 옮기는 순간.
딱-!
“아야!!”
갑자기 톤카가 스미스의 발목을 걷어찼다.
“뭐 하는 짓이야?!”
“지저의 검 찾아라.”
앞서가던 루안과 루크가 멈췄다.
“무슨 일이시죠?”
루크가 다가와 물었다.
톤카는 스미스에게 손가락을 겨누며 대답했다.
“지저의 검 안 찾았다. 찾아라.”
스미스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젠장, 어떤 놈은 지키라 하고 어떤 놈은 찾으라 하고 나보고 뭘 어쩌라고!”
루크가 톤카에게 물었다.
“혹시 지저의 검이면 에고소드 말씀하시는 거 아닙니까?”
톤카가 루크에게 물었다.
“잘생긴 소년. 지저의 검을 아냐?”
“잘 알지는 못하고 어렸을 때 책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허무맹랑한 내용이지만요. 지저의 검을 찾고 계신 거였나요?”
“맞아. 개자식이 우리 종족에게 사기 쳤었고 이번에도 사기 치려는 거 내가 못하게 하고 있다.”
“짜샤!! 말은 제대로 해! 사기는 한 번 쳤었고 이번엔 안 치고 찾아주려는 거잖아!”
“찾아라. 은근슬쩍 쟤들한테 껴서 도망치려고 하지 말고. 부하도 버리고 도망가는 개자식아.”
“부하를 버리긴 누가 버려! 내가 부하들 있는 곳에 데려다 달라니까 싫다며!”
“안 찾아주니까 그렇지. 넌 지저의 검을 안 찾아주니까 부하들 버리고 튀려는 개자식이다.”
스미스가 테라칸을 뽑았다.
“진정하시죠. 제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