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91
제90화. 에고소드의 만남 (7)
클레이는 제국의 귀족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하고 있었다.
헬 카이저의 탈옥 사건은 빠르게 각 국가마다 전해졌고 제국을 비롯한 국가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 참가한 귀족들의 대부분은 블랙 헬의 탈옥 사건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폐하, 블랙 헬의 죄수들을 가장 먼저 잡아들여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놈들을 어떻게든 찾아내서 모두….”
클레이는 묵묵히 귀족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가 말문을 열었다.
“리처드 브리스톨과 수하들을 찾는 작업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지?”
귀족들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리처드 대공, 아니 반역자 리처드는 아직 수색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수색 작업을 시작한 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못 찾았다는 건가?”
클레이와 가장 가까이 앉아있던 마법사 워커가 대답했다.
그는 체포되었었지만 헬 카이저 탈옥 사건의 수습을 위해 다른 신하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풀려난 상태였다.
“죄송합니다. 폐하. 메테오는 일반적인 마법의 위력을 초월하는 마법입니다. 죽었다는 증거로 리처드의 시신을 찾아내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입니다. 리처드가 죽었다면 깨끗하게 사라졌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리처드는 살아있다는 건가?”
클레이는 아직 리처드 브리스톨의 생사가 결론나지 않은 사실을 거슬려했다.
워커는 확답을 하지 못했다.
메테오에 당한 것이라면 시신을 찾을 수 없었다.
시신을 찾을 수 없었기에 클레이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클레이는 브리스톨 공작령의 메테오 포격 이후 편하게 잠을 이루질 못했으니까.
“이미 몇 번이고 말씀드렸습니다만… 메테오로 공격을 한 이상 리처드 브리스톨이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면 죽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다시 나타난다면?”
“그건 그때 가서 해결해야겠지요. 하지만 폐하. 지금은 그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셔야 합니다. 블랙 헬의 죄수들이 탈옥한 것은 리처드의 생사 문제를 다루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고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블랙 헬의 죄수들에 대해 워커는 잘 알고 있었다.
“블랙 헬의 죄수들은 이미 짐이 말했듯이 필요한 능력자들은 골라서 제국의 전력으로 쓸 것이다. 하지만 일반 헬 카이저의 죄수들은 쓸모없으니 각 나라마다 협조를 해서 잡아들이면 끝나는 것 아닌가?”
“폐하, 헬 카이저의 죄수들은 하나하나 모두 흉악한 자들입니다. 특히 블랙 헬의 죄수들은 기록조차 남기기 힘든 악행을 저질러온 놈들. 어째서 위험한 자들과 손잡으시려고 하십니까?”
“사이몬. 짐이 그대를 풀어준 것은 헬 카이저의 문제를 수습하라는 것이지 짐의 뜻에 참견하라는 것이 아니오. 나머지 문제는 각 기사단장들과 워커 그대가 잘 처리하시오.”
워커는 더 이상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다른 귀족들도 워커와 클레이의 미묘한 긴장감을 파악하였다.
“폐하, 제 휘하의 기사단을 움직여 즉시 제국의 경계를 강화하고 블랙 헬의 죄수들이 들어올 수 없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 영지는 헬 카이저의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니 기사들을 보내 경계를 강화할 것입니다.”
귀족들의 말에도 클레이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귀족들을 훑으면서 워커에게 닿았다.
“브리스톨 혈족들의 움직임에 대해 말해보시오. 메테오 포격 당시 리처드의 자식들은 없었으니 지금쯤이면 어떤 움직임이 있어야 할 것 아니오?”
“폐하, 그 또한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브리스톨 가의 공녀와 공자들 모두 사라졌습니다.”
“사라졌으니 알 수 없다고 내게 말하는 것이 그대들의 임무인가?”
“어떻게든 찾아내겠습니다. 하지만 찾아낸다고 해도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반역자들이니 저항하는 건 이미 예상했던 일. 모두 죽여서 시신을 내게 가져와라.”
클레이의 말에 귀족들이 서로 시선을 맞닥뜨리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
“폐하, 브리스톨 가문의 반역자들을 처단하는 것은 잘 알겠습니다만 현재 블랙 헬의 죄수들 문제를 다른 국가들과 어떻게 처리해야….”
클레이의 신음이 들려왔다.
“폐하?”
워커는 클레이의 안색을 확인하더니 귀족들에게 말했다.
“폐하께서 몸이 안 좋으신 듯합니다.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끝내고 내일 다시 진행합시다.”
귀족들을 물러가게 한 뒤 워커는 클레이를 데려갔다.
가장 먼저 클레이의 소매를 걷어낸 워커.
그의 탄식이 흘렀다.
클레이의 팔뚝의 혈관이 두드러지게 튀어나와 있었다.
검붉은 핏줄이 팔뚝을 타고 클레이의 손목으로 뻗어갔다.
“라퀴엘의 중독 증세가 더욱 심해지셨군요.”
클레이는 고통을 견디면서 물었다.
“어째서 이렇게 빨리 증세가 진행되는 건가?”
“그건 사람마다 다릅니다. 일단 포션을 먼저 드십시오.”
워커는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우우웅-
허공에 둥근 고리 형태의 빛이 발생하더니 포션 하나가 툭 하고 워커의 손에 떨어졌다.
워커는 손에 든 포션을 열고 클레이의 팔뚝에 가볍게 뿌렸다.
클레이는 입술을 짓씹었다.
살을 파먹는 듯 한 고통이 팔뚝에 번졌다.
고통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 드십시오.”
클레이는 포션을 빠르게 마셨다.
“후우….”
포션을 다 마시고 나서야 클레이는 나른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시선이 흐릿해지는 걸 확인한 워커가 치유 마법을 캐스팅했다.
문이 열리고 황실 근위대장이 들어왔다.
“워커님. 폐하께서는 괜찮으신 것입니까?”
“지금 치유를 시작할 것이니 아무도 들이지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근위대장이 나가고 워커는 클레이의 상의를 벗기기 시작했다.
‘갈수록 라퀴엘의 독이 심해지고 있어.’
* * *
루크는 톤카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흐음, 그랬었군요.”
“릭 스미스는 우리 동족을 능멸했다. 사기를 쳤고 공갈을 쳤고 뒤통수를 쳤다.”
톤카는 손가락으로 릭 스미스를 가리키며 말하고 있었다.
스미스는 두 손으로 얼굴을 비벼댔다.
“아우… 저거 진짜 확….”
옆에 있던 루안이 물었다.
“교관님. 그러게 왜 사기를 치셨습니까?”
“야! 용병이 칼싸움만 잘하면 매력 없어. 가끔씩 사기도 치고 사고도 치고 엉? 그래야 좀 인간적이지.”
루크는 톤카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뒤에 일어났다.
“스미스 씨. 톤카 씨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모두 들었습니다.”
“아, 그러셔? 그럼 이번엔 내 이야기를 자세하게 말해줄 테니까 들어봐요.”
“일단 그 전에 먼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지저의 검이 어디 있는지 짐작 가는 데가 있습니다. 톤카 씨에게 사실을 말씀드리기 전에 먼저 스미스 씨가 직접 말씀드리는 것이 두 분의 오해를 풀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스미스가 루크를 빤히 쳐다보다가 루안 에게 말했다.
“루안, 너 동생 하난 반듯하게 잘 뒀구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 좋지!”
스미스가 일어나면서 루크에게 다가갔다.
루크는 스미스에게 속삭거렸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스미스가 물었다.
“진짜 거기에 있다고?”
“확실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수집한 정보들은 모두 신뢰할 만한 것들이니 시도해볼 가치는 있죠.”
“흐음, 거긴 좀 위험한 곳이잖아?”
스미스가 팔짱을 끼고 몇 초간 생각에 잠겼다.
루크가 말했다.
“위험이 클수록 이득도 크다는 건 용병이시니 잘 아실 텐데요?”
루크의 말에 스미스가 팔짱을 풀면서 대답했다.
“좋아, 어차피 지저인 들에게 약속한 건 지켜야 하니까 해보지 뭐.”
“그럼 톤카 씨에게 가셔서 직접 말씀하세요. 그런 다음 저희들하고 같이 움직이시죠.”
스미스가 톤카에게 가는 사이 루크는 호위 기사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우린 ‘필리아 산맥’으로 갈 것이다.”
“이동 준비를 하겠습니다.”
톤카는 스미스의 말을 모두 듣고 물었다.
“흐음, 그러니까 지저의 검이 거기에 확실히 있다는 거냐?”
“그렇다니까.”
“이번에도 사기를 칠 생각이면 확….”
“안 쳐! 안 친다고! 믿어봐. 지저의 검을 찾아줄 테니까.”
톤카는 무표정으로 스미스를 올려다봤다.
스미스는 톤카를 내려다보며 둘이 몇 초간 눈싸움을 했다.
톤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좋다. 개자식을 한번 믿어보지.”
“그리고 너 인마. 날 자꾸 개자식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제 그만해라. 내가 명색이 잘나가는 용병단 두목 아니냐? 엉? 그런데 말이야. 자꾸 개자식, 개자식 그러니까 남들 눈에는 내가 만만해 보일 수 있거든. 그러니까 앞으로는 릭 이라고 불러라. 알았냐?”
“몰랐다. 어쩔래?”
톤카의 대답에 스미스는 멍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너무 당당하게 나오니까 스미스가 말문이 막힌 것이었다.
“모, 몰랐다니… 사람 이름 놔두고 자꾸 개자식 하지 말라는 건데 뭘 몰라?”
“릭 스미스는 지저인들의 마음을 사기 친 놈. 한 번 사기 친 개자식은 영원한 개자식이다. 타협은 없다.”
스미스는 얼굴을 손으로 비벼대면서 말했다.
“휴우… 그럼 계속 개자식이라고 부를 거냐? 지저의 검을 찾아주겠다는데도?”
“지저의 검을 찾고 나서나 그딴 말을 뱉어라. 개자식아.”
“이게 진짜!”
스미스 앞으로 루크가 끼어들었다.
“에이, 스미스 씨. 아직 출발도 안 했는데 이러면 지저의 검은 어떻게 찾겠습니까? 오해는 푸셨죠?”
“풀긴 뭘 풀어? 이 자식은 아직도 날 개자식이라고 부르는데.”
“톤카 씨. 오해는 풀리셨습니까?”
“무슨 오해? 릭 스미스가 사기 친 걸 말하는 거라면 그건 오해가 아니고 모욕이었다.”
“그렇다면 스미스 씨가 톤카 씨에게 사과하시는 걸 원하시는 건가요?”
“사과는 지저의 검을 찾아주는 걸로 하지.”
“음, 좋습니다. 그럼 지저의 검을 찾을 때까지 두 분께서 만일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서로 도와줄 수 있다는 것만 약속해주세요. 그러면 저도 톤카 씨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싫다면?”
톤카를 바라보던 루크는 한쪽 무릎을 꿇고 눈을 맞췄다.
“그럼 저도 도와드릴 수가 없죠. 지저의 검을 찾고 싶다면서요?”
루크의 시선을 바라보던 톤카가 손을 내밀었다.
“좋아, 개자식과 어쩔 수 없는 동맹을 맺어주겠다.”
“자, 스미스 씨도 톤카 씨와 손을 잡으시고 뭐라고 한 말씀 하시죠.”
스미스가 톤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지저의 검을 찾아줘도 개자식 소릴 하면 그땐 반드시 대가를 치를 거다. 알았냐?”
“생각해보고.”
“아아악! 이게 진짜!”
“자, 스미스 씨. 이제 그만하시고 빨리 출발하셔야죠. 제 호위부대가 필리아 산맥까지 먼저 길잡이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응?”
루크의 뒤쪽에서 무언가 날아오고 있었다.
스미스의 눈이 커졌다.
그의 손이 테라칸을 잡는 순간.
콰-콰쾅!!!
거대한 얼음 기둥이 루크와 스미스, 톤카가 있는 곳을 퍼부어댔다.
“루크!!”
“도련님!!”
루안 앞쪽에 거대한 얼음송곳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호위 기사들이 빠르게 검을 뽑았다.
“갑자기 무슨?”
루안은 얼음을 보자마자 알아차렸다.
‘살아있었군.’
라스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자식 마력을 완전히 회복한 것 같다.]루안이 빠져나왔던 강의 물줄기가 꽤 떨어진 곳에서 솟구쳐 올랐다.
물줄기는 허공을 가로질러 루안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루안에게 가까워지는 순간 빠르게 얼어버렸다.
쩌저적-!
엄청난 냉기가 루안과 루크의 호위 기사들이 서 있던 공기를 차갑게 식혔다.
얼음으로 변한 물줄기 끝이 갈라지며 흩어졌다.
안에서 스르륵 미끄러지듯 땅에 안착하는 마법사가 있었다.
“루안 브리스톨. 네놈을 데려가겠다.”
마이크로프트는 루안 근처의 호위 기사들에겐 시선조차 보내지 않았다.
그의 차가운 손끝에서 얼음이 거대한 손으로 뻗어 나왔다.
촤아악-!
락셀로를 겨누고 있던 루안을 향해 덮쳐오던 얼음 손.
파즈즉-!
쩌겅! 쩌겅!
갑자기 루안 앞에서 얼음 손이 깨끗하게 베어지며 옆으로 튕겨나갔다.
“형님은 저와 같이 갈 것입니다. 물러가주시죠.”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