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92
제91화. 에고소드의 만남 (8)
마이크로프트가 손을 거두면서 말했다.
“루안 브리스톨. 네놈을 쫓을 때마다 항상 못 보던 놈들이 튀어나오는군.”
루크가 루안에게 물었다.
“형님. 저자죠? 형님을 헬 카이저로 끌고 갔던 마법사.”
“맞아. 근데 그걸 네가 어떻게 아냐?”
“제가 정보 수집 능력이 좋잖아요.”
촤아악-!
“도련님!!”
레딕의 검이 뽑혔다.
루안과 루크가 동시에 옆으로 흩어졌다.
얼음 갈고리가 흩어지는 기사들을 쫓아 휘어졌다.
챙! 챙!
루안의 락셀로가 갈고리를 쳐냈다.
쩌저적-!
얼음이 갈라지며 두 개의 갈고리로 변했다.
휘리릭-!
락셀로의 검신에 달라붙은 갈고리.
루안은 락셀로를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파-캉!!
갈고리가 바닥에 짓눌러 깨졌다.
레딕의 검 또한 마이크로프트의 얼음 갈고리가 끌어당기고 있었다.
우우웅-!
레딕이 검에 오러를 집어넣자 얼음 갈고리가 박살났다.
루크는 자신을 쫓는 갈고리를 교묘하게 빗겨내면서 검을 휘둘러 쳤다.
쨍그랑-!
얼음이 유리조각처럼 박살났다.
마이크로프트의 시선이 루크 에게 향했다.
“칼솜씨는 볼 만한 놈이로군. 네놈이 루크 브리스톨인가?”
“저를 알아봐주시니 감사합니다.”
루크는 생긋 웃으면서 공손하게 검례를 올렸다.
마이크로프트는 냉정한 시선으로 루크를 바라봤다.
‘쾌속검으로 유명하다던 브리스톨 가의 8공자까지 끼어들다니… 거기에 호위 부대 병력까지….’
루크와 루안의 뒤쪽에서 자신을 향하는 기사들의 시선.
마이크로프트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싸울 것인가, 물러날 것인가.
‘샐러맨더까지 처치하느라 마나 손상은 꽤 입었지만 지금은 거의 회복시킨 상태. 하지만 상대 기사들의 수가 꽤 많아. 그것도 하나하나 모두 실력자들.’
마이크로프트는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분석하고 있었다.
‘내 마력을 쓰면서 한꺼번에 상대하기에는 확실히 위험이 크다. 하지만 저놈의 성격을 이용한다면…’
그가 루크 에게 말했다.
“루크 브리스톨.”
“네?”
파-앗!
마이크로프트가 서 있던 곳에서 루크 앞쪽까지 얼음으로 덮였다.
얼음이 투둑 소릴 내면서 솟아올랐다.
루크의 앞쪽으로 얼음벽이 세워졌다.
파파팡-!!
얼음벽 가운데에서 뾰족한 얼음창이 튀어나갔다.
루크의 검이 얼음 창을 빗겨내면서 베었다.
파-앗!
바닥을 차면서 루크의 검이 얼음 창을 걷어내면서 돌격했다.
얼음벽을 찌르면서 오러를 넣었다.
우우웅-!
얼음벽 안에서 빛이 일렁였다.
콰쾅-!!
얼음 부스러기가 튀어나갔다.
마이크로프트는 루크의 움직임을 바라만 봤고 루크는 검을 겨누고 있었다.
‘듣던 것보다 훨씬 빠르군. 얼음벽의 결집을 무너뜨리는 정확한 찌르기. 여기에 저 기사들까지 가세한다면…’
마이크로프트는 계획을 바꿨다.
“루안 브리스톨은 황제를 암살하려던 반역자다. 또한 헬 카이저를 무단 탈옥한 죄수. 내게 넘겨라.”
황제의 임무를 앞세우기로 한 것.
현재 루안은 황제 암살 모의에 가담한 반역자로 헬 카이저에 감금당했다가 탈옥한 죄수였다.
비록 브리스톨 공작령은 메테오로 사라졌지만 나머지 브리스톨 혈족을 공식적으로 반역자로 낙인찍지는 않은 상태.
마이크로프트는 이걸 이용하여 루크를 압박하기로 했다.
루크가 대답했다.
“그렇겐 못합니다. 형님은 저랑 같이 움직이실 겁니다.”
루크는 마이크로프트의 말을 상관하지 않았다.
“반역자와 같이 움직이겠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네놈 또한 반역자다.”
“상관없습니다.”
“그럼 죽이고 데려가야겠군.”
“저와 기사들을 혼자서 상대하시려면 위험하실 텐데요.”
루크의 말에 마이크로프트가 대답했다.
“반역자 루안 브리스톨을 체포하러 온 내게 저항하는 것은 곧 제국의 황제에게 저항하는 것. 루크 브리스톨, 그대는 정말 황제의 명을 거역할 셈이냐?”
“위즈의 마법사님께 브리스톨 가문을 대표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루안 형님께서는 가문의 혈족으로 가문의 허락 없이 마음대로 끌고 갈 수 없습니다. 강제로 끌고 간다면 그것은 브리스톨 가문을 향해 검을 겨누는 것. 마이크로프트 님. 당신은 정말 본가의 적을 자처하시겠습니까?”
“못할 것 같으냐?”
“당신께서 속해있는 제국의 마탑 ‘위즈’는 오랫동안 브리스톨 가문과 협력을 해왔습니다. 따라서 위즈의 마법사들에 대해서는 브리스톨 가문만큼 자세히 알고 있는 가문도 없죠.”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저는 당신이 어떻게 위즈에 들어갈 수 있었는지 알고 있습니다.”
루크의 말에 마이크로프트의 시선이 꿈틀거렸다.
“루안 형님을 포기하지 않고 끌고 가시겠다면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을 황제가 알게 될 것입니다.”
“네가 뭘 알고 있다는 건지 모르겠군.”
루크가 생긋 웃으면서 말했다.
“치유의 검 힐로드를 찾고 계신 거잖아요.”
마이크로프트의 표정이 변했다.
“저는 그 검을 기사도 아닌 당신이 찾으려는 이유까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클레이 황제 또한 그 검을 찾고 있다고 하더군요. 우연치고 묘하군요.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두 사람이 같은 검을 찾다니 말이죠.”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았지?”
“록 마운틴 던전에서 루안 형님을 체포해 가셨다는 걸 알고 난 뒤로 당신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를 했었죠. 생각보다 흥미로운 게 많은 분이더군요. 마이크로프트 님. 그 이름 본명이 아닌 것도 다 알아요. 하하하.”
루크가 흘리고 있는 정보를 들을 때마다 마이크로프트는 대답을 하지 않고 있었다.
“웃으면서 말하기에는 위험한 정보라고 생각 안 해봤냐?”
“에이, 브리스톨 가문의 기사에게 위험한 건 있을 수 없죠. 안 그러면 제 일을 못하는데요.”
루크의 말에 마이크로프트는 물었다.
“내가 여기서 물러나도 황제는 너희 브리스톨의 혈족들을 끝까지 추격할 것이다.”
“바라던 바입니다.”
마이크로프트는 얼어버린 물줄기의 입구 속으로 들어갔다.
콰드득-!
물줄기는 꿈틀거리며 허공으로 솟구치더니 살얼음으로 가득한 강 속으로 들어갔다.
마이크로프트가 사라지고 나서야 호위 기사들은 검을 집어넣었다.
“휴우, 마이크로프트 저 냉혹한 자를 돌려보내시다니 도련님다우십니다.”
“하하하, 나도 솔직히 속으로는 긴장 엄청 했거든. 루안 형님도 긴장했죠? 그렇죠?”
스미스가 팔짱을 끼며 대답했다.
“난 안 했어. 저 자식하고 한판 붙어봤거든.”
옆에 있던 톤카는 무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처맞았지.”
“맞기는 누가 맞아? 내가 몰아붙였던 거 안 봤냐?”
톤카는 코를 후비적거리며 말했다.
“코피 터져서 헉헉 대던게 누구더라?”
“그건 인마!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라고.”
루안은 톤카와 스미스를 보면서 루크 에게 물었다.
“루크, 너 정말 나랑 같이 다닐 거냐?”
“물론입니다. 형님은 저와 혈족이시잖아요. 가문의 혈족이 위험한데 어떻게 그걸 알고도 내버려둘 수 있겠습니까?”
루크의 결연한 표정을 보면서 루안은 대답했다.
“뭐, 그렇다면 네 마음대로 해.”
“그리고요. 형님.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저도 딱히 갈 데가 없거든요. 아하하!”
가문의 위기가 찾아왔음에도 루크는 해맑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이 녀석은 과거에도 그랬었다.
전장에 몇 번 같이 나갔던 적이 있었고 그때도 위기가 닥칠수록 차분해졌고 가볍게 웃어넘기며 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했었다.
루안으로서 루크가 나타난 건 행운.
“그럼 형님, 필리아 산맥까지 가려면 지금 출발하셔야 할 겁니다. 여기 근처는 헬 카이저에서 추격대가 수색을 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러자.”
루안과 루크, 그리고 호위 기사들이 움직였다.
톤카와 스미스가 뒤를 따라가는 것을 먼 거리의 숲에서 지켜보는 시선이 있었다.
“저거… 락셀로지?”
“맞아. 어떻게 할까?”
“뺏어야지. 우리들이 그토록 찾아 헤맨 검이다.”
몇몇 그림자들이 사라졌다.
* * *
필리아 산맥은 제국에서 남쪽에 위치한 레녹 왕국과 엘란 왕국의 국경 사이에 걸쳐져 있었다.
루안과 기사 일행들이 필리아 산맥에서 가까운 곳에서 숙영을 하고 있었다.
타닥- 타닥-
모닥불이 타들어가는 소리가 잦아들었다.
루안은 밖으로 나왔다.
호위 기사들이 없는 숲으로 들어갔다.
“라스칼. 수련하자.”
[아, 젠장. 잠이나 잘 것이지 뭔 수련이냐?]“일단 나와. 마이크로프트와 싸우면서 뺏었던 마력을 쓰는 법을 알려줘.”
루안의 몸에서 빛이 일렁이더니 라스칼이 정령의 형태로 나타났다.
“안 하던 수련을 갑자기 한다고 실력이 확 하고 는다냐?”
“안 하는 것보단 늘겠지?”
“하, 모르겠다. 일단 내가 뺏었던 마력을 끌어내줄 테니까 네가 감당할 수 있는 종류인지부터 확인해 봐.”
“어차피 마력이잖아. 뭔 상관이야?”
라스칼은 묘한 웃음을 지었다.
“정말 그럴까?”
루안의 가슴에 손을 짚고 라스칼은 마이크로프트와 전투에서 은밀하게 빼앗아뒀던 마력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으음…?”
루안은 기존의 마력과 다른 느낌이 심장에서 휘몰아치는 걸 느꼈다.
“뭐야? 이 마력은… 내 마력이랑 좀 다른 거 같… 으윽… 큭!!”
라스칼의 손목을 잡고 루안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마어마한 한기가 몸속을 파고들었다.
피부의 모공이 벌어졌고 차가운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루안은 소름이 돋았다.
마이크로프트와 전투할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얼음 공격에 당했을 때의 느낌이 뼛속으로 파고들었다.
“크…으윽….”
“이제 좀 알겠냐?”
라스칼은 루안의 가슴에서 손을 떼어냈다.
“허억… 허억….
루안은 바닥에 쓰러진 채 움직일 수 없었다.
“놈으로부터 빼앗고 나서야 알아냈지. 그 자식이 ‘빙마(氷魔)의 심장’ 을 가졌다는 것을.”
라스칼은 루안의 몸에서 차가운 마력을 뽑아냈다.
루안의 몸은 진정되었다.
“빙마의 심장이라고? 그걸 마이크로프트가 어떻게… 잠깐만. 내가 알기로는 빙마의 심장을 소유한 마법사는 딱 한 명밖에 없는데 그걸 마이크로프트가 갖고 있다면 말이 안 되잖아?”
라스칼은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말했다.
“뭐, 자세한 건 아직 알 수 없지만 마이크로프트 그 자식 이름 들을 때부터 걸리는 게 있었어. 그런데 아까 네 동생의 말을 듣고 알 수 있었지. 마이크로프트가 본명이 아니라는 것. 내 짐작이 맞다면 그 자식은 아마 ‘빙마의 크로프트’의 이름을 따서 마이크로프트라고 지었을 거다.”
루안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었다.
빙마의 크로프트.
아주 오래 전 리니아 대륙에 존재하던 최악의 대마법사 4인방 중 하나이자 로열 위저드 경지에 올랐던 대륙 유일의 프로즌마스터(Frozen Master).
하지만 사람들 사이로 전해져 오는 이야기들과 몇몇 고서에 남겨졌던 기록들로만 그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루안이 라스칼에게 말했다.
“그 빙마의 크로프트와 놈이 무슨 관련이 있는 건가?”
“그것까진 확실한 건 아니지만 아마 놈에게 마법을 배웠을 거야. 그냥 단순히 얼음 속성 마법 한 가지만 파고드는 위즈의 마법사였다면 빙마의 대마법사를 동경한 나머지 이름을 지었을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놈에게서 빼앗은 마력의 속성은 이름과 달리 따라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그럼 루크가 알고 있다는 것도 크로프트와 관련된 거겠군.”
“그럴지도. 직접 물어봐. 알려줄 거야. 그렇지? 루크 브리스톨?”
루안과 마주 서있던 라스칼이 뒤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어두운 숲에서 루크가 나타났다.
“형님을 공격하려는 건 줄 알고 왔는데 아니네요. 하하. 형님 이건 뭐예요?”
루크의 말에 라스칼의 입술이 꿈틀거렸다.
“이거?”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