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94
제93화. 에고소드의 만남 (10)
제국 변방의 버려진 묘지.
아무도 없는 한적한 묘비 뒤쪽에서 검은 망토를 두른 사내가 서 있었다.
달그락- 달그락-
묘지의 적막을 깨뜨리는 소음이 들려왔다.
사내의 시선이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죽은 짐승의 뼈들이 합쳐진 괴상한 해골이 나타났다.
짐승의 두개골은 갈라져 있었고 텅 빈 눈구멍에 검은 빛이 흘러나왔다.
사내가 해골을 보면서 말했다.
“그렇게 알아보기 힘든 몰골로 나타나야 합니까?”
해골의 턱뼈가 달그락거리며 벌어졌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밀하게 만날 땐 이런 게 최고지. 뭘 더 바래? 어차피 난 보고만 받으러 온 거야. 빨리 보고해.”
제멋대로 합쳐진 해골의 턱뼈가 바닥에 떨어졌다.
턱뼈를 주워서 끼웠지만 이번엔 뒤쪽의 꼬리뼈가 끊어졌다.
사내는 무시하고 보고했다.
“먼저 클레이의 상태는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놈의 곁을 마법사 워커가 지키면서 치료하고 있다며? 워커는 어떻게 받아들였어?”
“워커가 알아차리기 전에 클레이에게 접근해서 사전작업을 해둔 것이 효과가 있었습니다. 클레이가 알아서 설명을 하더군요.”
“호오? 언더로드 조직에 대해서 말이야?”
“그렇습니다.”
“기특한 쓰레기로군. 어차피 오래 못 살 놈이니 살아있을 때까지 최대한 써먹고 버려야지. 클레이에게 먹이고 있는 포션의 효과는?”
“예상했던 대로 치료 효과가 있는 유일한 포션으로 믿고 있습니다.”
“흐음, 사이몬 워커가 의심하는 것 같지 않았어?”
“황제의 치료 효과를 직접 봤으니 더는 의심하지 못하죠.”
“좋아. 계속 그렇게 진행해. 우리들 계획에 클레이가 필요하니까.”
사내가 말했다.
“클레이에게 루안 브리스톨과 릭 스미스를 쫓으라고 했습니다. 놈의 시선을 돌릴 만한 것이 필요해서요.”
“헬 카이저가 무너져서 죄수들이 탈옥했는데 그 둘에게만 집중할 여력이 없을 걸?”
“놈들에게 에고소드가 있다고 말했더니 관심을 보이더군요.”
“흐음? 루안 브리스톨에게 에고소드가 있다고?”
“릭 스미스에게 에고소드가 있습니다.”
사내의 말에 해골은 몇 초간 말이 없었다.
“뭐야? 그걸 내가 아직까지 몰랐단 말이야?”
“헬 카이저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미처 보고가 늦었습니다.”
“어떤 에고소드를 손에 넣었어?”
“야왕의 검 ‘테라칸’입니다.”
해골은 침묵했다.
검붉은 빛이 해골에 일렁거렸다.
“그렇다면….”
“라이칸 로드의 혈족입니다. 테라칸과 계약할 수 있는 조건은 그 혈족들만 가능하니까요.”
“아직까지 남아있었을 줄이야. 놈은 죽이지 말고 생포해.”
“알겠습니다.”
해골이 달그락거리면서 무너졌다.
사내는 해골 잔해를 바라보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 *
필리아 산맥 어느 곳.
루크의 호위 기사들이 새로운 숙영지를 지어놨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어둠이 찾아오자 경계를 서는 기사들을 빼고 나머지는 잠에 들은 시각.
근처 숲속에서 수련에 매진하는 이들이 있었다.
“훨씬 안정적이다.”
루안은 락셀로를 들고 검 끝에 모여 있는 마나에 집중하고 있었다.
츠츠측-
짙푸른 마나가 눈꽃처럼 흩날렸다 모였다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루안의 눈에 푸른빛이 감돌다 사라졌다.
“이제 검 속으로 마력을 넣어. 몸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검 속에 모아두는 게 포인트다. 잘못하면 아까처럼 손이 얼어버릴 거야.”
락셀로 끝에서 모여 있던 푸른색 마력이 천천히 검 속으로 사라졌다.
우우웅-
락셀로의 에메랄드빛이 일렁이면서 푸른빛과 섞였다.
“좋아, 이제 저 바위를 향해 휘둘러봐.”
루안은 라스칼이 가리킨 바위를 보면서 락셀로를 휘둘렀다.
후아앙-!
쩌저적-!
락셀로에서 뻗어나간 검기.
바위에 닿는 순간 얼음이 번졌다.
“훌륭하다. 실력이 확 늘었어.”
루안의 락셀로에서 푸른빛이 사라졌다.
바위의 반 가까이 얼음으로 뒤덮였다.
“이거 쓸 만하네.”
“자유롭게 다루기에는 조금 위험한 마력이지만 가장 공격력이 강력한 마력이다. 최대한 익숙해지도록 숙달시켜.”
“이번엔 대련을 하면서 써보자.”
“그래? 후회하지 않겠냐? 이번에 손모가지 얼어붙으면 녹을 때까지 구경이나 할 거다.”
“그럴 일 없으니까 시작해.”
자신감을 얻은 루안은 락셀로를 겨눴다.
라스칼은 한 손을 뻗었다.
우우웅-
황금빛이 허공에서 세로로 가로질러 그어졌다.
지지직-
금빛으로 번쩍이는 반투명한 검이 라스칼의 손에 잡혔다.
“오, 그건 무슨 검이냐?”
“그냥 만들어낸 무기다. 누가 먼저 시작할까?”
“내가… 응?”
루안의 시선이 뒤쪽으로 향했다.
“거기 누구야? 나와.”
몇 초 뒤에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숲에서 누군가 나왔다.
“루안, 너 제법이다. 어떻게 알았냐? 기척을 완전히 숨겼는데.”
“어라? 교관님. 주무시는 줄 알았는데 여기서 뭐하세요?”
“그러는 너야말로 뭐 하는 거냐?”
스미스는 루안과 라스칼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모닥불을 피워놓은 줄 알았는데 이거 뭐야? 정령 이냐?”
라스칼이 스미스의 코앞까지 다가오며 대답했다.
“라스칼 님이다. 이 싸가지 없는 개자식아.”
“뭐? 개자식?”
“그래, 이 사기 치는 개자식아.”
스미스가 라스칼 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루안에게 물었다.
“야, 루안. 얘 뭐냐?”
“아, 이야기 하자면 긴데요.”
“길어도 상관없으니까 얘기해봐. 얘가 나 사기 친 걸 어떻게 알아?”
“아, 제 검 속에 있는 애라서 들었나 봐요.”
라스칼이 루안을 향해 물었다.
“애? 죽고 싶냐?”
스미스가 끼어들었다.
“검 속에 있다고? 그건 무슨 말이냐?”
갑자기 테라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건 라스칼 이다. ‘약탈의 정령’ 으로 일컬어지는 놈이지.]테라칸의 말에 스미스가 멈칫했다.
‘너 쟤 아냐?’
라스칼은 스미스의 등에 멘 테라칸 에게 말했다.
“속닥거리지 말고 튀어나와라. 테라칸.”
“응? 뭐야? 너 얘 목소리가 들리는 거냐?”
테라칸의 자색 빛이 일렁거렸다.
우우웅-
자색의 빛 무리가 스미스의 앞쪽에 모여들었다.
빛은 서서히 거대한 늑대의 형태로 변하고 있었다.
온몸이 자색 빛으로 일렁이는 늑대가 라스칼을 마주하며 나타났다.
“뭐, 뭐야? 테라칸, 너 늑대였냐?”
“그렇다. 문제 있는가?”
“아, 아니. 멋있다고.”
스미스는 테라칸과 시선이 마주치자 엄지를 치켜세웠다.
“멋있어, 멋있어.”
테라칸은 스미스 곁을 지나치며 라스칼 에게 향했다.
마주 오는 테라칸을 본 루안이 물었다.
“라스칼, 저 에고소드의 이름은 뭐야?”
“테라칸. 나와 같은 에고소드로 야왕의 검에 깃든 정령이다.”
거대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테라칸이 라스칼에게 다가왔다.
“그 탐욕의 눈빛은 여전하군. 라스칼.”
“저 빨간 머리와 계약을 하다니 너무 오래 잠들어서 감 떨어진 거 아냐?”
테라칸은 스미스를 힐끔거리면서 대답했다.
“저자는 라이칸 로드의 혈족이다.”
“호오? 저 빨간 강아지가 야왕의 피를 이어받았다고? 못 믿겠는 걸?”
“아직 배울 게 많을 뿐, 곧 야왕의 자질을 갖출 것이다.”
스미스가 다가왔다.
“이봐, 아까부터 날 힐끔거리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알 거 없다. 이제 수련해야 하니까 방해하지 말고 꺼져라.”
테라칸이 말했다.
“무슨 수련인진 모르겠지만 어차피 나 또한 계약자를 수련시켜야 한다. 서로 도와주는 게 어때?”
라스칼의 눈꼬리가 휘어졌다.
“아앙? 뭐라고? 도와달라는 거냐? 아니면 부탁하는 척 명령하는 거냐?”
“라스칼 네놈의 계약자도 형편없는 건 마찬가지. 네 능력을 이용한다면 훨씬 빨리 강자로 성장시킬 수 있잖아.”
테라칸의 말에 라스칼은 팔짱을 끼고 대답했다.
“그건 그렇지. 그래서 부탁하는 거냐?”
라스칼과 테라칸의 시선이 맞닥뜨렸다.
테라칸의 자색 눈빛이 일렁거렸다.
“부탁하는 거다.”
라스칼은 자신이 이겼다는 표정을 지었다.
“후후, 좋아. 시작하지.”
스미스가 테라칸에게 말했다.
“지금 뭘 하자는 거야?”
“네가 해야 할 수련이다. 내 힘을 끝까지 제대로 쓰고 싶다면 네 몸뚱이부터 바꿔놔야 한다.”
라스칼은 루안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잘 들어. 이건 기회다. 같이 수련하면서 테라칸의 능력이나 뺏자.”
루안이 말했다.
“뭘 뺏을까?”
“일단 테라칸의 대표적인 능력은 하울링이다.”
“하울링?”
“놈의 하울링을 들으면 몸의 상처를 회복시킬 수 있어. 내가 네 대미지를 약탈해서 밖에다 버리는 거랑 비슷한 능력이지.”
“그렇군. 근데 그건 네 능력이 더 좋은 거 아냐?”
루안의 말에 라스칼이 대답했다.
“바로 그거야. 이제 뭘 좀 아는군. 사실 테라칸 저놈 하울링은 시끄럽기만 하지 짜증 나. 생각해 봐. 회복시킨다고 늑대들 우는 소리 듣고 있으면 기분 좋아?”
“그건 아니지.”
“그렇지. 우린 인간이지 늑대가 아니야. 늑대가 울부짖어야 폼 나지, 사람이 하면 미친놈이지.”
“그럼 무슨 능력을 뺏어야 하는 거야?”
“우리가 뺏을 능력은 ‘야왕의 폭주’라고 하는 일종의 버서커 능력이다.”
“야왕의 폭주? 그럼 설마 나더러 늑대처럼 울부짖으라는 거야?”
“그런 거 아니야. 야왕의 폭주는 테라칸이 가장 잘 쓰는 능력이지. 네가 뺏어서 익혀두면 위기상황에서 빠져나올 때, 적을 몰아붙일 때 효과적일 거다. 특히 넌 심장 속 에서 마력이 끝없이 솟구치니까 훨씬 좋을 거야.”
라스칼과 루안처럼 테라칸과 스미스 또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무슨 수련을 어떻게 하라는 거야?”
“잘 들어라. 루퍼스. 넌 지금부터 라스칼과 대련을 하면서 야왕의 감각을 익혀야 한다.”
“감각? 몸뚱이부터 굴린다며?”
“그건 내가 수련시킬 수 있어. 하지만 감각은 라스칼만 한 놈이 없다. 가장 효과적인 수련 상대라고 할 수 있지.”
“나더러 저 정령 놈하고 대련을 하라는 거냐? 이걸로?”
스미스가 테라칸의 검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처음부터 검을 쓰는 건 무리니까 맨손 대련부터 시작한다.”
“그 야왕의 감각은 어떻게 일깨우는 거야? 기본적인 건 알려줘야 나도 대처를 하지.”
“상관없어. 그냥 놈하고 하다 보면 네 몸에서 각성이 일어날 거다.”
“알았어.”
“라스칼, 준비 됐냐?”
테라칸의 말에 라스칼이 대답했다.
“빨리 시작하자.”
라스칼과 루안이 테라칸과 스미스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좋아. 이번 수련은 라스칼 너와 여기 루퍼스가 대련을 하는 거다.”
“루퍼스? 교관님 이름 스미스잖아요?”
“내가 용병 시작하기 전에 썼던 이름이야.”
“그걸로 사기 쳤어요?”
“아니야! 내 진짜 이름이라고!”
“시끄러. 빨간 머리 네 이름 따위 관심 없어. 수련이나 시작하자고.”
“테라칸에게 들어서 일단 대련을 하겠는데 너 정령 주제에 싸울 줄은 아냐? 대부분 정령들은 마법 같은….”
파-앗!
갑자기 라스칼이 움직이더니 스미스의 목에 팔을 감았다.
“으엇?!”
휘리릭-!
라스칼의 몸에 이끌려 스미스의 몸은 한 바퀴 구르며 바닥에 던져졌다.
“커헉!”
바닥에 메다 꽂힌 스미스의 몸속이 울렁거렸다.
“정령 주제에? 테라칸의 말대로 야왕의 감각을 깨우려면 많이 맞아야겠구먼.”
스미스가 바닥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퍽-!!
라스칼의 주먹이 스미스의 턱에 꽂혔다.
휘청거리는 스미스의 머리채를 잡고 바닥에 또 처박아버리는 라스칼.
지켜보던 테라칸이 말했다.
“루퍼스. 진지하게 임해라.”
퍽! 퍼퍽! 빡! 빠악!
라스칼은 바닥에 쓰러진 스미스를 치고 또 쳤다.
“이거 패는 맛이 있네.”
스미스가 바닥을 차고 몸을 날렸다.
라스칼의 손에서 빛이 일렁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