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95
제94화. 야왕의 능력
라스칼은 달려드는 스미스의 머리채를 잡고 옆으로 끌어당겼다.
스미스가 라스칼의 팔꿈치를 잡고 몸을 밀착시켰다.
정령의 형태였지만 사람과 같은 물리적 질감으로 검 밖으로 나왔기 때문에 스미스도 라스칼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라스칼의 주먹이 스미스의 안면을 강타했다.
빠-악!
“큭!”
“용병 주제에 이렇게 싸움을 못해서 어떻게 먹고 산 거냐?”
라스칼은 스미스를 계속 도발했다.
스미스가 혀로 입안을 쓱쓱 문지르면서 대답했다.
“맞아줬더니 개소리를 하고 있어.”
“개소리는 네가 더 잘하지 않냐?”
라스칼의 도발에 스미스가 입술을 짓씹었다.
구경하던 루안은 라스칼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어차피 넌 교관과 학생 사이라서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대련을 하진 못할 거야.’
라스칼은 스미스를 최대한 자극하는 것이 목표였다.
야왕의 감각은 분노를 바탕으로 끌어내는 것이 기본이었으니까.
테라칸 또한 라스칼의 행동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같이 수련하자고 제안했던 것이었다.
물론 스미스는 아직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정령이라서 못 죽일 것 같냐?”
“죽여. 실력이 있다면 말이지.”
테라칸이 끼어들었다.
“루퍼스. 맨손 대련이다.”
“알고 있어.”
스미스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진정시켰다.
“좋아, 붉은 늑대 용병단을 어떻게 이끌기 시작했는지 기억을 더듬을 시간이군.”
“기억 더듬다 뒈지면 볼 만하겠는 걸?”
라스칼의 말에 스미스가 바닥을 차고 돌격했다.
스미스의 돌진을 구경하던 라스칼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후우웅-!
직선으로 뻗은 스미스의 주먹.
라스칼은 옆으로 슬쩍 몸을 돌리면서 회피했다.
스미스가 라스칼의 위치를 확인하며 빠르게 몸을 낮췄다.
바닥을 쓸어 차듯이 라스칼의 다리를 노린 스미스.
하지만 라스칼은 스미스의 공격 패턴을 모두 예상하고 있었다.
가볍게 점프를 하며 스미스의 하단 공격을 피한 라스칼.
빠악-!!
몸을 낮췄던 스미스의 안면을 발로 걷어찼다.
“커헉!”
라스칼의 동작은 루안에게 익숙한 것들이었다.
‘흐음, 발데스의 격투술을 저렇게 써먹으니 생각보다 엄청 단순하네.’
루안은 라스칼이 스미스를 패는 걸 보면서 발데스의 격투기술들을 단순하게 정리하고 있었다.
라스칼은 스미스에게 공격을 연속으로 퍼부었다.
“뭐냐? 붉은 늑대 어쩌고 하더니 이거 완전 피 터진 똥개잖아.”
퍽! 퍼퍽!
라스칼의 격투 기술에 스미스는 적응하지 못했다.
‘아으, 젠장. 정령 주제에 무슨 싸움을 이렇게 잘하는 거야?’
속으로 당황했지만 겉으로는 대범한 표정을 짓는 스미스.
“후후, 너 라스칼이라고 했냐? 생각보다 주먹 좀 쓰는 정령이구나. 마법은 못하고 주먹질만 하는 거냐?”
“진정해라. 강아지야. 너랑 나랑 맨손 대련하는 거니까.”
“강…아지?”
스미스가 자세를 고쳐 잡았다.
“후우, 좋아. 어차피 대련이니까….
라스칼의 도발에도 흥분을 식히려는 스미스를 본 테라칸.
“야왕의 감각은 분노의 감정으로 깨울 수 있다.”
테라칸의 말에 스미스가 대답했다.
“어쩌라고?”
“끄응… 라스칼, 네가 알려줘라.”
라스칼은 바닥에서 부드럽게 움직이며 스미스에게 접근했다.
스미스는 접근하는 라스칼을 향해 가볍게 주먹을 날렸다.
휙-!
“으악!”
라스칼은 기습적으로 스미스의 주먹을 낚아챘다.
퍽-!
끌어당기며 무릎으로 스미스의 복부를 강타한 라스칼.
스미스의 뒷목과 바지를 잡고 뒤쪽으로 밀어 던졌다.
콰직-!
루안과 연습했던 바위에 스미스가 처박혔다.
아직 얼어붙은 바위 표면의 얼음 밑으로 스미스가 흘러내렸다.
“젠장….”
스미스는 라스칼을 향해 돌격했다.
단순한 싸움의 연속이었지만 라스칼은 스미스를 계속 도발하면서 공격했다.
“으아아!!!”
콰앙!!
스미스가 마침내 주먹으로 얼어붙은 바위를 부숴버렸다.
“대련이고 뭐고 필요 없어! 죽여 버리겠다!”
파-앗!
라스칼은 스미스의 공격을 부드럽게 피하며 옆으로 빠졌다.
‘움직임이 좋아졌군.’
루안의 시야에 스미스의 달라진 모습이 들어왔다.
‘어라? 교관님 머리카락이 자라났잖아?’
스미스의 붉은 머리가 라스칼 에게 공격을 당할 때마다 자라나고 있었다.
“후웁… 후웁….”
라스칼은 스미스의 시선을 확인했다.
-분노에 차오르고 있지만 야왕의 감각을 완전히 각성하기에는 부족해. 머리카락이 자라나는 속도도 그렇고.
라스칼이 테라칸에게 말을 건넸다.
스미스와 루안이 들을 수 없는 정령끼리 느끼는 무음의 대화가 이어졌다.
-여기서 놈의 감각을 깨우기엔 저쪽 숙영지와 너무 가까워. 숲 안으로 더 들어가자.
-바라던 바다. 라스칼.
-내가 놈을 숲 안으로 끌어들일 테니까 넌 루안을 데려와라.
-좋아. 내게 맡겨라.
라스칼과 테라칸의 대화가 끝나려는 순간.
휘이익-!
콰쾅!!
스미스의 발차기가 바닥을 내려찍었다.
라스칼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따라와라. 강아지야.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처 죽여 줄 테니까.”
스미스를 끝까지 도발하면서 도망치는 라스칼.
라스칼과 스미스가 숲 안으로 들어가는 사이 테라칸이 루안에게 말했다.
“만나서 반갑다. 브리스톨의 혈족이라고 했지?”
“그렇습니다.”
“아주 오래 전 브리스톨의 기사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늑대의 육신을 가진 나를 인간적으로 대해줬던 기억은 지금까지 남아있다. 따라와라. 잠든 기사들을 깨우고 싶진 않으니까.”
루안은 테라칸을 따라 숲 안으로 사라졌다.
* * *
콰아앙-!!
숙영지에서 멀리 떨어진 숲.
곳곳에 바위가 부서지고 있었다.
“이제 좀 쓸 만한 늑대 같군. 어떠냐? 테라칸?”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생각보다 라이칸 로드의 재능을 많이 이어받은 놈이다.”
테라칸과 라스칼의 시선이 한 곳을 향했다.
둘을 마주하는 스미스의 시선에는 인간으로서의 의식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그야말로 폭주하기 시작하는 야수의 본능으로 가득 찬 두 눈.
자라난 붉은 머리칼은 스미스의 어깨근육을 가렸고 허리까지 닿았다.
체구가 커진 스미스의 손톱은 야수의 발톱처럼 변해 있었다.
스미스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감각을 느꼈다.
마치 근육 세포 하나하나 꿈틀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금 느끼고 있는 감각이 ‘야왕의 감각’이다. 루퍼스.”
“이걸 어떻게 전투에 쓴다는 거야? 그냥 감각만 민감해진 것뿐이잖아.”
“그렇다면 직접 라스칼과 붙어봐라.”
테라칸의 말이 끝나는 순간.
스미스가 라스칼을 향해 초고속으로 돌진했다.
지금껏 당해온 모든 것을 갚고 말겠다는 투지를 발산하며 손을 휘둘렀다.
쓰-걱!
쩌저적-!
라스칼은 이미 사라졌고 뒤쪽에 서 있던 두꺼운 고목 한 그루가 쓰러졌다.
“와우… 맨손으로 저걸?”
감탄하는 루안에게 테라칸이 말했다.
“놀랄 것 없다. 야왕의 육체를 각성하면 훨씬 더한 것도 부숴버릴 테니까.”
루안의 시야에 스미스의 공격을 방어하는 라스칼이 들어왔다.
라스칼은 스미스의 공격을 하나씩 파헤치듯 분석하면서 움직였다.
스미스는 라스칼이 자신의 공격을 빠져나가자 흥분하기 시작했다.
테라칸은 스미스에게 목소리를 전달했다.
-루퍼스. 진정하고 내 말을 들어라. 여기서 날뛰면 네 육체가 또 망가질 거다.
스미스는 테라칸 에게 설명을 듣고 있었다.
라스칼은 루안에게 말했다.
“기대해라. 저 자식 테라칸한테 설명 듣고 나면 가장 먼저 나한테 써먹으려고 할 거야.”
“야, 혹시 테라칸이 너 무슨 짓 하려는지 알고 있는 거 아냐?”
“테라칸? 쟤는 나 원래 그런 놈이란 거 알고 있어. 빼앗든 말든 상관 안 해.”
“상관 안 한다고? 왜?”
“내가 능력 좀 약탈한다고 자기 능력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그런다고 약탈하게 놔둔다고?”
“나한테 수련 도와달라고 부탁한 건 테라칸이야. 공짜가 어디 있냐? 도와줬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오, 그런 거였냐?”
“이제 우린 저 빨간 용병이 야왕의 폭주를 일으키면 빼앗고 수련 끝! 자러 가는 거다.”
한편 스미스는 테라칸이 알려주는 대로 ‘야왕의 검명’을 듣고 있었다.
[야왕의 폭주는 네가 포효를 일으켜서 쓰는 능력이 아니다. 분노를 일으킨 감정을 유지하고 네가 들었던 나의 검명을 떠올려라. 그럼 자연스럽게 야왕의 폭주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스칼에게 하도 맞아서 자존심이 짓밟히고 터져버린 스미스.
어떻게든 라스칼을 죽여 버리고 싶다는 적개심으로 가득한 상태였다.
분노를 폭발시키려고 하던 스미스를 진정시킨 테라칸은 야왕의 폭주를 어떻게 쓸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스미스는 눈을 감고 분노의 감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눈을 감자 라스칼의 비웃는 표정이 떠올랐다.
쿠구구-
“진정하라고. 루퍼스.”
테라칸이 은은한 검명을 들려주면서 스미스의 날뛰는 감정을 안정시켰다.
스미스가 호흡을 가다듬고 분노를 느꼈다.
그러자 테라칸의 검명이 스미스의 귓속에서 메아리 쳤다.
후우웅-
스미스의 전신에 자색의 빛이 일렁거렸다.
“야, 라스칼.”
“후후, 드디어 시작했군. 루안 물러나 있어라.”
무시무시한 투기를 발산하며 뿜어져 나오던 자색의 빛 무리.
“지금이다. 루퍼스.”
스미스가 숨을 가볍게 들이쉬자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눈을 뜬 스미스의 시야에 라스칼이 웃고 있었다.
“처맞고도 잠이 오냐? 똥개 자식아. 그러니 지저족에게 개무시를 당하지.”
시작하자마자 속을 후벼 파는 라스칼의 도발.
두두두두-
바닥이 미세하게 울렸다.
테라칸이 말했다.
“힘을 빼라. 루퍼스. 야왕의 폭주는 감정에 치우쳐 날뛰면 안 쓰는 것만 못하다.”
스미스는 야왕의 폭주가 몸속에서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근육이 꿈틀거리고 털끝이 곤두서는 감각이 스미스를 움직이게 했다.
팟-!
바닥을 세게 찰 필요 없이 가볍게 움직였음에도 먼 거리를 순식간에 좁혀버렸다.
스미스마저 당황할 정도로.
눈앞까지 다가온 라스칼이 말했다.
“놀랐냐? 이런 거 처음이라서?”
빠-악!!
라스칼은 자신에게 빠르게 접근한 스미스에게 역으로 카운터 한방을 먹여버렸다.
“커헉!!”
스미스의 움직임은 테라칸에게 배운 야왕의 폭주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너무 빠른 움직임에 당황했고 라스칼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코피가 터진 스미스의 눈에 자색의 빛이 일렁거렸다.
테라칸이 신음을 흘렸다.
“끄응… 라스칼 놈하고 수련할 때는 항상 이런 게 문제라니까.”
스미스가 라스칼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라스칼이 스미스의 주먹을 잡고 버텼다.
“이야압!”
다른 주먹을 휘두르는 스미스.
라스칼이 그마저 낚아챘다.
양손을 맞잡고 힘 싸움에 들어가는 라스칼과 스미스.
“밑에는 안 보냐?”
“뭐?”
빠악!
라스칼의 발끝이 스미스의 정강이뼈를 강타했다.
“아…윽….”
순간 자세가 무너진 스미스.
라스칼은 맞잡고 있던 양손을 아래로 휙 하고 끌어당겼다.
퍽-!!
무릎으로 스미스의 복부를 찍었다.
“컥!”
라스칼은 스미스의 복부를 무릎으로 계속 찍었다.
“다른 쪽 비었네.”
빠악-!
스미스의 남은 다리의 정강이뼈를 라스칼이 찍었다.
라스칼은 스미스의 손을 잡고 계속 잡아당기며 발로 복부와 정강이를 차고 또 찼다.
“하하, 재미있다. 하하하!”
인공적인 웃음으로 계속 패고 있는 라스칼.
누가 봐도 도발이었다.
스미스의 눈은 자색으로 물들었다.
몸속으로 사라졌던 자색의 빛 무리가 흘러나왔다.
라스칼을 향해 스미스가 소리쳤다.
“죽여 버릴 테다!!”
스미스의 심장 속에서 번뜩이는 감정은 분노에서 살의를 담고 폭발했다.
엄청난 힘이 라스칼의 손으로 느껴졌다.
라스칼이 말했다.
“잘 쓸게.”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