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96
제95화. 용의 협곡 (1)
황금빛과 자색 빛 무리가 뒤섞이며 충돌이 일어났다.
루안과 테라칸의 시야에 빛이 번쩍였다.
후우웅-!
거센 폭풍처럼 몰아닥치는 충격파.
“우와, 장난 아니네.”
루안의 시선이 향한 곳의 연기가 걷혔다.
라스칼이 나타났다.
“테라칸, 와서 네 계약자 데려가. 수련 끝났다.”
라스칼 뒤쪽에 스미스가 쓰러져 있었다.
“루안, 이제 네 새로운 능력으로 수련할 시간이다.”
테라칸이 말했다.
“무슨 능력을 빼앗은 거냐?”
“말해주면 재미없잖아?”
“루퍼스의 의식을 약탈한 건가?”
“야왕의 폭주를 빨리 잠재우려면 어쩔 수 없었어. 나 아니었으면 몸뚱이가 터져서 다른 계약자 알아봐야 했을 걸? 그래도 감각은 다 일깨웠으니 나머지는 네 몫이다. 테라칸.”
루안과 함께 사라지는 라스칼.
테라칸은 자색의 빛 무리로 변하면서 스미스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자색의 빛이 짙어졌고 스미스가 눈을 떴다.
“헉!!”
몸을 일으키다 주저앉으며 바닥에 처박히는 스미스.
“으으… 아우 젠장….”
스미스는 체력이 바닥난 몸을 움직이려고 했다.
테라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정해라. 지금부터 네 몸을 회복시킬 테니까. 야왕의 감각을 활성화 시켰으니 우리끼리 수련을 시작해야 한다.]* * *
브리켄슈타인 황궁.
클레이는 창백한 표정으로 황좌에 앉아 있었다.
라퀴엘의 독이 클레이의 세포를 갉아먹는 것처럼 고통을 줬다.
워커는 클레이의 곁에서 말했다.
“폐하, 오늘 회의가 버겁다면 다음으로 미루시는 게….”
“무슨 소릴 하는 건가? 여기서 미룬다고 루안 브리스톨과 릭 스미스가 제 발로 찾아오기라도 하는가?”
클레이는 언더 로드 조직원의 말대로 루안과 스미스를 잡으려고 수배령을 내린 상태였다.
수배령은 브리켄슈타인 제국은 물론이고 주변 국가들까지 전해졌다.
“루안과 릭 스미스의 현상금은 얼마씩 걸어놨지?”
“두 놈 다 모두 금화 100개입니다. 생포해오는 조건으로 말입니다.”
“너무 적다. 1,000개로 올려라.”
워커가 놀란 눈을 뜨고 대답했다.
“예? 폐하. 이미 황실 직속 기사 부대에서 손발이 빠른 기사들을 차출하여 추격대를 구성하였습니다. 다른 귀족들 모두 폐하의 뜻에 따라 저들을 잡아올 것입니다. 설마 수배령을 통해서 잡을 거란 기대를 하시는 겁니까?”
클레이의 수배령은 루안과 스미스를 본 사람들이 자진협조를 하여 생포를 할 수 있게 유도하는 작전이었다.
이미 황실과 고위 귀족들의 기사들이 차출되어 추격 부대를 움직이고 있었다.
금화 100개를 얻겠다고 귀족들이 자발적으로 나설 일은 없었다.
이들에게도 이미 훨씬 많은 금화들이 있었으니까.
귀족들의 목적은 오직 하나.
“폐하의 뜻에 따라 비어있는 ‘제국의 검’ 위치에 오르고 싶어 하는 것이지요. 폐하께서는 귀족들을 최대한 이용하셔야 하는 것입니다.”
“누가 그걸 모르는가? 브리스톨 가문을 없애고 제국의 검 지위를 박탈시켰으니 나머지 기사 가문들이라면 모두가 탐내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건 문제가 아니야. 빨리 힐로드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클레이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
“폐하?”
“후우… 제기랄… 워커… 옷을 갈아입어야겠다.”
워커가 상황을 파악하고 움직였다.
“폐하, 제레마이어 공작님과 뷔야르 백작님께서 오셨….”
“기다리라고 전하라.”
“네, 워커님.”
기사가 나가고 나서 워커는 클레이의 바지를 벗겼다.
라퀴엘의 독으로 인한 통증으로 클레이의 허벅지의 혈관이 부풀어 올라 있었다.
클레이의 가랑이 사이로 붉은 핏물이 주르륵 흘렀다.
“폐하, 잠시 침실로 가셔야겠습니다.”
워커는 급하게 클레이를 데리고 침실로 향했다.
시녀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옷을 건넸다.
“아직이다. 치료가 끝난 뒤에 가져 오거라.”
워커는 클레이의 치료를 시작했다.
‘끄응… 언더로드 놈이 줬던 포션이 다 떨어져가는군.’
언더로드의 조직원은 언제나 불쑥 나타날 때가 많았다.
아공간을 열어 포션을 꺼낸 워커.
“폐하, 참으십시오.”
클레이의 하체에 포션을 부으면서 워커는 힐링 마법을 캐스팅했다.
“워커. 금화를 1천개로 올려라. 하루라도 빨리 루안과 스미스를 잡아와야 한다.”
“폐하, 진정하십시오. 금화를 아무리 올린다고 한들 놈들을 빠르게 잡을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언더 로드에서도 힐로드의 존재 여부에 대해 확실하게 밝히지 못했습니다.”
“당장 올리라니까!! 네놈들이 짐의 고통에 대해 뭘 알아?!”
쨍그랑-!!
클레이는 침실 선반 위에 포션 병을 집어던졌다.
“…….”
워커는 묵묵히 치료에만 전념하면서 대답했다.
“금화를 올리겠습니다.”
클레이는 치료가 끝난 뒤 제레마이어와 뷔야르를 만났다.
가장 먼저 제레마이어가 말했다.
“폐하, 분부하신 대로 추격조를 꾸려서 루안 브리스톨과 릭 스미스를 수색하고 있습니다.”
“규모는?”
“본가의 정예 기사들로 꾸려서 100여명을 참가 시켰습니다.”
“100명이라… 록 마운틴에서 루안 브리스톨을 잡아온 것은 마이크로프트였었지. 그는 자네의 휘하에 있는 마법사였었지?”
“그렇습니다. 폐하. 제가 이끄는 마탑 에서 빙결 속성 마법이 가장 뛰어난 마법사입니다.”
“헬 카이저로 보낸 뒤로 소식이 없던데 어떻게 된 거야?”
“현재 위즈에서 마법사들을 보냈으니 곧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이크로프트가 돌아오는 즉시 추격에 합류시켜.”
“명을 따르겠습니다.”
뷔야르 백작이 앞으로 나왔다.
“폐하, 헬 카이저의 탈옥 사건과 블랙 헬의 죄수들, 그리고 루안 브리스톨과 릭 스미스까지 여러 문제들이 있습니다만… 폐하께서 가장 먼저 시급히 행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제레마이어가 뷔야르를 힐끔거렸다.
“말해봐.”
“현재 폐하의 곁을 지켜야 할 제국의 검의 위치가 비어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제국의 검이란 칭호는 곧 브리켄슈타인의 힘의 상징. 브리스톨 가문이 사라진 작금이야말로 새로운 힘을 뽑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뷔야르의 말에 제레마이어는 묵묵히 클레이를 바라봤다.
클레이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제국의 검을 뽑아서 어쩌려고?”
“네?”
뷔야르가 순간 당황했다.
브리켄슈타인에서 제국의 검이란 다른 국가들에게 힘의 상징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
단순한 권력이 아니라 황제의 목숨을 지키는 힘의 증거나 다름없는 칭호였다.
뿐만 아니라 브리스톨 공작가의 권력과 위세가 대단했던 이유이기도 했었다.
뷔야르는 제국의 검 자리가 탐났었다.
브리스톨 가문이 없어진 지금은 뷔야르 가문의 모든 것을 바꿔놓을 기회였다.
문제는 뷔야르는 현재 클레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
“폐하, 제국의 검의 자리가 비어 있다는 것은 곧 이 나라 황제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뜻입니다.”
“정말인가?”
클레이의 말에 뷔야르가 망설였다.
‘폐하께서 대체 왜 이러시지?’
뷔야르의 표정을 관찰하던 클레이가 물었다.
“브리스톨 가문이 없다고 하여 내 목숨이 위험하다면 그대들은 있으나마나한 존재라는 건데… 어째서 그런 자들을 제국의 검으로 뽑아야 하는 것이지?”
클레이의 말에 뷔야르는 대답하지 못했다.
제레마이어가 말문을 열었다.
“폐하, 심기를 거스르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뷔야르 백작께서는 폐하의 안위를….”
“됐고… 그대들은 루안 브리스톨과 릭 스미스를 잡아오는 것에 총력을 다하라.”
“…네, 폐하. 놈들을 잡아오겠습니다.”
뷔야르와 제레마이어가 나간 뒤에 클레이는 신음을 흘렸다.
워커가 말했다.
“폐하, 루안 브리스톨과 릭 스미스를 잡아온 뒤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언더로드 놈이 알아서 나타나겠지.”
* * *
루안은 필리아 산맥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오는 동안 라스칼과 틈틈이 비밀 수련을 했었고 야왕의 폭주를 실전에서 쓸 수 있는 감각을 완벽하게 체득한 상태였다.
그래서 루안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고 루크가 이를 알아봤다.
“형님. 뭐 좋은 일 있으십니까?”
“응? 아니야. 왜?”
“아뇨, 쫓기시는 몸인데 표정이 너무 좋으셔서요.”
“그래?”
루안은 별 대답을 하지 않았다.
호위대장 레딕이 루크에게 다가왔다.
“도련님. 이제 곧 ‘용의 협곡’에 도착합니다.”
“용의 협곡? 설마 내가 아는 거기냐?”
“아, 맞습니다. 하하.”
용의 협곡.
레녹 왕국과 엘란 왕국의 국경을 가로지르는 필리아 산맥에서 가장 위험한 몬스터들이 살고 있는 구역이었다.
록 마운틴과는 또 다른 위험으로 가득한 사냥터이자 미지의 던전 들이 많은 곳으로 유명했다.
“지저의 검이 설마 거기에 있는 거야?”
뒤따라오던 스미스가 물었다.
“가장 확률이 높습니다.”
“이번에도 던전에 박혀 있는 건 아니겠지?”
스미스의 말에 톤카가 말했다.
“지저의 검은 개자식의 검과는 다르다.”
“얌마! 테라칸이 뭐?”
톤카는 대답하지 않고 앞서갔다.
루크가 말했다.
“제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지저의 검은 뭐랄까… 검의 형태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루안이 물었다.
“검의 형태가 아니라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게 그러니까 뭐냐면요. 형님. 평범한 바위처럼 생겼다고 합니다. 겉보기에 진짜 바위랑 똑같다고 해요. 그래서 발견하고도 알아볼 수 없다고 합니다. 그냥 바위니까요.”
루안과 스미스가 동시에 대답했다.
“뭐어?”
“하하하, 황당하죠?”
“황당한 게 아니라 이상한 거 아니야? 무슨 검이 바위처럼 생겨서 어떻게 쓰라는 거지?”
“그게 나름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지저의 검은 주인이 아닌 사람은 누구든 발견할 수 없도록 위장해 있다는 것과 자신의 힘을 강제로 쓰려는 악의 존재로부터 스스로 바위로 변하여 힘을 봉인시켜뒀다는 것 등 이런 이유가 전해지더라고요.”
“그럼 그 검의 주인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 거야? 바위가 말을 하는 건가?”
“하하하, 그런 건 아니고요. 지저의 검이 변신한 바위에 서약이 적혀 있다고 해요. 그런데 이게 꽤 흥미로운데 물로 적어놔서 자격 없는 사람들은 읽을 수 없지만 주인의 자격을 갖춘 사람은 서약을 읽을 수 있다고 합니다.”
루크의 말을 듣고 있던 스미스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흐음~ 까다로운 검이로군.”
“그러니 사실 우리들이 지저의 검을 찾는다고 해도 눈앞에 두고도 찾지 못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할 겁니다. 주인의 자격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뭐 제 정보대로 찾을 수 있겠지만 없다면 여기까지 헛수고를 한 거죠. 하하.”
스미스가 루안에게 말했다.
“야, 톤카 자식 이 사실 알고 있으려나?”
“알고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 찾으려는 걸 테고요.”
“아니야. 지저족들은 땅 속에 살고 있어서 의외로 바깥 세상에 대해 모르는 게 많더라니까.”
“알고 있다. 개자식아.”
“으악!”
스미스가 뒤로 물러났다.
“언제부터 엿들었냐?”
“엿들은 게 아니라 그냥 들은 거다. 개자식의 목소리가 시끄러워서 들렸다.”
“됐고, 너 루크가 말한 이야기 알고 있었냐? 모르고 있었다면 잘 생각해 봐. 네 앞에 지저의 검을 두고도 찾지 못할 수도 있다고.”
“내가 아는 건 지저의 검은 나의 종족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검이라는 사실이다.”
“그건 나도 아는데 네가 필요하다고 지저의 검이 날 써줘~ 하고 나타날 리가 없잖아.”
“개자식은 사기를 쳤으니까 나타날 리가 없다.”
“젠장, 나도 이제 몰라. 나랑 상관없으니까.”
스미스와 톤카를 구경하던 루안과 루크 에게 레딕이 다가왔다.
“루크 도련님, 루안 도련님. 용의 협곡에 도착하였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