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97
제96화. 용의 협곡 (2)
용의 협곡은 필리아 산맥으로 들어가는 입구로 잘 알려져 있었다.
많은 기사들과 용병들이 이곳을 찾았고 사냥꾼 길드와 마법사들 또한 많이 찾았다.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몬스터였다.
용의 협곡은 필리아 산맥의 몬스터들이 밖으로 나오기 위해 거쳐야 하는 유일한 입구.
그렇기에 산맥을 끼고 국경을 맞대고 있는 레녹, 엘란 왕국은 서로 합의 하에 꾸준히 기사와 용병들을 보내 몬스터 토벌을 했었다.
지금은 루안과 루크, 그리고 그의 호위 기사들이 협곡에 나타난 것.
“형님은 용의 협곡에 처음 오셨죠?”
“아, 한 번….”
루안은 입을 열다가 멈칫 했다.
‘과거에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지금보다 한참 뒤였지.’
칼론을 다니는 지금과 회귀 전 과거의 기억을 착각해버렸다.
“오셨었어요? 언제요? 누구랑요?”
루크는 놀라운 눈으로 루안에게 물었다.
“아, 아니야. 한 번 오고는 싶었는데 못 왔다고.”
“아, 그러셨군요. 하하하.”
루크는 용의 협곡으로 먼저 들어간 호위 기사들의 보고를 받았다.
“도련님. 일단 주변에 몬스터들은 그리 위험한 놈들이 아니기에 간단히 처치하였습니다.”
“음, 좋아. 어쨌든 필리아 산맥으로 들어가려면 협곡을 통과해야 하니까 다른 몬스터들이 나온다면 빨리 처치해줘.”
“알겠습니다. 혹시나 놈들이 나타나면….”
“아, 걔들은 협곡에 나타날 일이 거의 없어.”
“그럼, 도련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호위 기사들이 검례를 올리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스미스가 말했다.
“이봐, 놈들이라니 누굴 말하는 거지?”
“아, 스톤 킬러(Stone Killer)들이요. 들어보셨겠죠?”
“뭐? 여기에 스톤 킬러가 산다고?”
“네, 아마 주요 서식지일 겁니다.”
루안의 기억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돌로 만들어진 인간형 괴수들.
‘스톤 킬러에게 죽은 놈들 모두 스톤 킬러로 되살아나서 엄청 위험했었지.’
루안은 과거의 몬스터 토벌 작전에 참가했을 때 스톤 킬러 떼와 만난 적이 있었다.
기사들의 검은 돌로 이뤄진 스톤 킬러의 몸에 충돌할 때마다 손상이 심해졌고 화살도 안 먹혔었다.
그나마 철퇴와 도끼, 메이스를 가진 기사들만이 스톤 킬러들을 부숴버리면서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검을 가진 기사들이 많았기 때문에 피해가 심각했고 죽은 기사들은 모두 스톤 킬러로 변하면서 동료들을 공격했었다.
그나마 뒤늦게 합류했던 마법사들이 아니었다면 루안은 죽은 목숨이었다.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르네. 젠장.’
루안은 협곡을 자세히 관찰했다.
‘스톤 킬러들과 싸웠던 지역도 놈들이 나타날 만한 곳이 아니었어. 그렇다면….’
루안의 곁으로 스미스가 다가왔다.
“협곡 안으로 들어올 때부터 냄새가 달라졌어.”
“어떻게요?”
“몬스터들의 냄새가 엄청 심하게 나고 있어. 특히 저쪽하고 저쪽은 최악이다. 호위 기사들이 어느 쪽으로 갈 지는 모르겠지만 저 두 곳은 제외하는 게 좋을 거다.”
“그럼 교관님이 직접 말씀하세요.”
“그러면 좋겠지만 저 기사 부대를 지휘하는 건 네 동생이잖아. 내 부하들이었으면 내가 알아서 했겠지만 함부로 끼어드는 건 매너가 아니지.”
갑자기 톤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몬스터 나왔다.”
무표정한 톤카를 따라 루안과 스미스가 시선을 돌렸다.
“키르륵.”
괴상하게 생긴 몬스터였다.
앙상하게 말라붙은 다리.
연한 청회색 빛 가죽.
귀는 엘프 처럼 뾰족하고 코는 납작했다.
머리와 목, 등을 따라 지느러미가 돋아나 있었다.
“저게 대체 무슨 몬스터야?”
“림퍼입니다. 형님.”
루크가 다가왔다.
“용의 협곡에 자주 나타나는 몬스터죠. 먼저 공격하지만 않으면 위험하진 않습니다.”
루안은 과거 용의 협곡에 한 번 온 적은 있었지만 처음 보는 몬스터였다.
용의 협곡은 엄청나게 많은 몬스터들이 서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 번 온 걸로 모든 몬스터를 아는 건 무리.
“이제 빨리 움직이시죠.”
“어느 쪽으로 갈 거야?”
“저쪽이요.”
루안은 루크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스미스가 최악이라고 했던 곳이었다.
“루크, 저곳보다는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어때?”
루안의 말에 루크는 의아해했다.
“예? 형님, 저쪽으로 가는 게 협곡을 가장 빠르게 통과하는 지름길 이예요. 필리아 산맥으로 들어가서 안전한 마을을 찾는 게 가장 좋습니다.”
루안은 스미스를 힐끔 쳐다봤다.
스미스는 루안의 시선을 회피하다 톤카와 눈이 마주쳤다.
톤카는 무표정으로 말했다.
“개자식이 저쪽으로 가지 말라고 했다.”
“네? 스미스 씨. 이유가 뭐죠?”
“몬스터들 냄새가 가장 심하게 나니까. 위험한 곳으로 들어갈 필요 있냐 이거지.”
“흐음? 스미스 씨 후각이 그렇게 좋으세요?”
“뭐, 내가 용병으로 유명해진 이유가 후각인 것도 있지.”
“흐음, 몬스터들이 많다면 제 기사들로 다 치워버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최근 기사 수련할 시간이 없어서….”
“기사 수련을 몬스터 사냥으로 한다고?”
“네, 스미스 씨가 말씀하신 곳에 몬스터들이 가장 많다면 저희로서는 그걸 활용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필리아 산맥으로 들어가서 마을에 며칠 머무르려면 몬스터 토벌의 결과를 갖고 가는 게 가장 확실하거든요.”
“마을? 필리아 산맥에 마을이 있다고?”
“네, 있습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내가 용병 짓 하면서 필리아 산맥에 마을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어.”
“하하, 대부분 저처럼 필리아 산맥의 깊숙한 곳을 들어가지 않으니까요.”
“진짜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있다는 거야? 필리아 산맥에?”
“네, 그것도 상당히 규모가 큽니다. 아마 스미스 씨가 직접 보면 놀라실 걸요?”
톤카가 말했다.
“나도 들은 적이 있다. 필리아 산맥에 인간들의 마을이 있다고.”
“흐음, 몬스터들에게 대부분 먹혀버릴 곳에서 사는 놈들은 뭐 하는 놈들이야?”
“필리아 마을이라고 합니다. 처음엔 사냥꾼과 도적들이 많았지만 갈수록 제국과 왕국에서 도망쳐온 사람들이 정착했죠. 지금은 마을의 규모가 꽤 커져서 사실상 남작, 자작의 영지 규모입니다.”
“도망친 놈들이라면 사는 놈들 질이 안 좋겠는데?”
“하
하, 그건 어쩔 수 없죠. 위험한 몬스터들이 가득한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요.”
루안이 물었다.
“그럼 거기가 안전한 게 아니라 더 위험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아니요. 마을에서도 공급이 필요하고 바깥 세계와 연락할 수단이 필요하거든요. 제가 수집하는 정보들은 필리아 마을에서 꽤 고급에 해당하기 때문에 유용하게 쓰이죠.”
“그럼 너 정보를 거래하는 거구나?”
“맞습니다. 형님. 제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이 거기에 많거든요. 하하.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알아봐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루크는 정보 수집 능력을 바탕으로 필리아 마을과 거래를 하고 있었다.
“지저의 검에 대해 알 수 있었던 것도 필리아 마을에서 정보 거래를 하면서였죠.”
“좋아, 그럼 가자.”
루안의 결정에 스미스가 물었다.
“진짜냐? 루안.”
“루크의 호위 기사들의 수련이 필요하다잖아요. 그리고 저도 수련이 필요하고요. 교관님도 같이 몬스터 토벌이나 하시죠.”
“젠장, 끝까지 가 보자고.”
* * *
레녹 왕국의 국경.
한적한 숲에 어둠이 깔려 있었다.
빽빽한 나뭇가지 사이로 새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여러 마리의 새들은 모든 숲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새들이었다.
새들은 서로 모여들어서 나뭇가지에 앉았다.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멈췄다.
붉게 빛나는 새들의 눈은 숲의 어둠을 반짝이게 했다.
“모두 모였군.”
새들이 부리를 열자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언더로드 간부들의 회의를 시작한다.”
“헬 카이저의 죄수들 탈옥과 블랙 헬의 죄수들 문제로 대륙이 시끄러워졌더군.”
“우리로서는 반가운 사건이지.”
“블랙 헬의 죄수들이 모조리 탈옥한 건 꼭 반가운 일은 아니다. 놈들이 우리들과 같이 움직일 리가 없잖아.”
“그건 시도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지.”
“블랙 헬의 놈들은 그냥 거기서 박혀있는 게 우리로서도 좋았어. 헬 카이저의 죄수들만 탈옥시켜서 시선을 돌려놓고 우리들이 움직이는 게 계획이었잖아.”
“페드로가 배신할 거라고 누가 알았겠어?”
“젠장, 페드로 놈. 헬 카이저에 들어가서 배신할 줄이야.”
“그 자식을 헬 카이저에 넣어야 한다고 했던 놈 누구야?”
“처음엔 암흑공작의 혈족 치고 멍청해보여서 써먹을 만하다고 느껴서 추천한 거라고.”
“페드로가 헬 카이저에서 배신을 해버려서 암흑광물의 수급마저 끊어졌다. 그동안 은밀하게 암흑광물을 채집할 수 있었던 모든 루트는 다 사라졌어.”
새들은 모두 언더 로드의 간부들이었다.
일시적으로 새들의 몸속을 통해 숲속에서 은밀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암흑광물은 다시 확보하면 그만이야. 문제는 블랙 헬의 죄수들이다. 놈들과 손을 잡는다면 좋겠지만 손을 잡기에도 위험하고 안 잡으면 예측을 할 수 없어서 위험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의견들을 내놔.”
새들이 순간 침묵을 했다.
평범한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다른 숲에서 들려올 뿐 언더 로드 간부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한심한 놈들. 이러고도 너희들이 라퀴엘 님의 신하로 거듭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라퀴엘 님의 소환은 언제냐?”
“아직 상황을 정리하지 못했는데 그건 알아서 뭐해? 너희들에게 맡겨진 임무에나 충실하라고.”
“블랙 헬의 죄수들이 있는 곳을 최대한 알아내서 놈들과 연락을 시도해봐. 대륙의 국가마다 복수하고 싶은 놈들이 많다는 걸 우리가 이용해야 한다고.”
“알았어. 그럼 라퀴엘 님의 소환 의식 전까지 놈들을 설득해볼게.”
“그럼 페드로는 어떻게 할까?”
“잡아서 죽여야지.”
“아직 놈을 손대기엔 우리 쪽 상황이 정리할 게 많아. 암흑귀족 세력을 적으로 만드는 건 위험하니까 상황을 정리한 다음 계획을 세울 거야.”
“좋아, 그럼 마지막으로 루안 브리스톨은 어떻게 할 거야?”
“브리스톨 가문의 혈족들은 아직도 움직이는 게 없어?”
“전혀 없어. 나도 이렇게 철저하게 숨어버릴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해서 당황스럽다고.”
“흐음, 제국의 검이니 대륙 최강의 기사가문이니 하는 것도 만들어진 허풍이었다는 건가? 메테오로 포격을 당했으면 황제를 죽이러 기사부대를 몰고 나타나던지 해야 할 거 아냐?”
“대륙 최강의 기사 가문이라고 해서 너무 높이 평가했던 것 같군. 아마 겁먹고 숨었을 거야.”
“그 정도 위치의 가문이 메테오 한 방 먹었다고 겁먹을 리가 없어. 놈들에 대해서는 라퀴엘 님을 소환한 뒤에 해결한다.”
“그럼 현재 가장 약하다고 알려진 루안 브리스톨을 잡아서 인질로 써먹을까?”
“이미 황제를 시켜서 수배령이 떨어졌어.”
“그런데 헬 카이저에서 왓쳐스 홀을 파괴한 건 대체 어떤 자식이야?”
“맞아. 이건 내가 아무리 조사해도 밝혀낼 수 없었어.”
“페드로가 왓쳐스 홀을 파괴시킬 만큼 강력한 마법사도 아니고, 결정적으로 헬 카이저 내부에서는 마법사들이 마법을 쓸 수 없잖아. 페드로의 짓이 아니면….”
“해결 못할 문제는 버려. 우리가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에 집중하라고.”
“좋아, 그럼 간부 회의는 이걸로 끝. 해산!”
모여 앉았던 새들의 눈에 붉은 빛이 사라졌다.
새들은 서로 흩어졌고 숲은 고요해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