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98
제97화. 필리아 산맥 (1)
필리아 산맥.
“허억… 허억….”
“모두 흩어져라!”
루크의 명령에 호위 기사들은 흩어지기 시작했다.
루안은 몬스터 떼에 둘러싸여 있었다.
용의 협곡에서 만난 몬스터는 오크들이었다.
오크들은 모두 떠돌이 개체들로 저마다 활과 도끼로 무장하고 있었다.
활을 든 오크 궁수들을 호위 기사들이 제거하고 남은 건 도끼를 든 오크들.
오크들이 포효하며 루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라스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배운 걸 써먹어라.]루안은 심장 속에 깃든 차가운 마력을 락셀로의 검신으로 밀어 넣었다.
쿵! 쿵! 쿵! 쿵!
거대한 체구의 오크가 양손도끼를 들고 루안을 갈라버릴 기세로 돌격했다.
후우웅-!
허공을 가르는 오크의 도끼날이 루안의 상체를 향했다.
루안의 앞발이 바닥을 스치며 오크의 도끼날을 회피했다.
콰앙-!
바닥을 내려찍는 순간 돌가루가 흩어졌다.
도끼를 뽑아 올리려는 오크의 옆구리를 루안의 락셀로가 파고들었다.
쑤걱-
갈비뼈를 비집고 들어간 락셀로의 끝에서 차가운 마나가 흘러나왔다.
“커훅… 쿠헉….”
차가운 마력이 오크의 심장을 얼려버렸다.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한 오크는 도끼를 놓치고 무릎을 꿇었다.
쑥 하고 락셀로를 뽑아내자 오크의 사나웠던 시선이 풀려버렸다.
쿵-!
오크가 바닥에 쓰러졌다.
루안은 락셀로를 휘둘러 오크를 마무리 했다.
쿠아악-
뒤쪽의 오크 2마리가 도끼를 들고 루안을 공격했다.
루안의 락셀로가 도끼날을 타고 밑으로 내려갔다.
써걱-
도끼를 든 오크의 손가락이 잘려나갔다.
쿠웅-!
무거운 도끼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오크의 잘린 손가락이 바닥에서 진녹색 액체를 뿜어내며 펄떡거렸다.
후우웅-!
다른 오크가 도끼를 가로로 휘둘렀다.
루안은 바닥에 상체를 숙였다.
허공을 가르는 도끼날의 파공음을 들으며 루안이 돌격했다.
락셀로를 휘둘러 오크의 허벅지를 베고 지나갔다.
갈라지는 상처와 터져 나오는 핏물.
오크의 비명을 들으며 루안은 몸을 회전하며 오크의 등을 베어버렸다.
손가락이 잘린 오크가 한 손으로 도끼를 들고 돌격했다.
동족을 죽인 루안을 반드시 죽이겠다는 의지로 가득 찬 두 눈.
후우웅-!
루안은 라스칼과 익혔던 발데스의 보법을 이용해 부드럽게 빠졌다.
오크의 도끼날이 루안의 코앞을 스쳤지만 닿지 않았다.
후웅-!
타캉!
오크가 도끼를 휘두르면 루안은 락셀로를 겨누듯이 도끼날을 툭 치고 빠졌다.
라스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아, 잘하고 있어. 계속 치고 빠져.]루안은 오크의 도끼날을 가볍게 치면서 계속 자극하고 있었다.
오크는 루안의 락셀로가 도끼와 부딪힐 때마다 조금만 더 가까이 가면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다.
후웅! 후웅!
오크의 도끼가 빨라졌다.
한 손으로 휘두르기 때문에 도끼를 휘두를 때마다 빈틈이 커졌다.
루안은 락셀로를 겨누고 오크의 공격을 피했다.
오크의 도끼가 코앞을 지나가는 순간.
파앗!
바닥을 차고 달려든 루안의 락셀로가 오크의 심장을 관통했다.
오크가 도끼를 떨어뜨렸다.
루안은 발로 오크의 상체를 밀어내면서 락셀로를 뽑았다.
쿠웅-!
거구의 오크가 바닥에 쓰러진 순간.
라스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훨씬 늘었군. 아직 빙마의 마력 사용은 어설프지만 말이지.]‘빙마의 마력 쓸 때마다 손바닥이 차가워진다고.’
루안의 심장에는 라스칼이 마이크로프트로부터 약탈했던 빙마의 마력 일부가 녹아 있었다.
빙마의 마력은 끌어내지만 않는다면 다른 마나와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순환했다.
문제는 전투를 할 때 쓰려고 끌어내는 순간이었다.
마이크로프트와 달리 루안의 육체는 빙마의 마력을 적응하지 못했다.
[빙마의 마력을 써서 입은 대미지는 모두 뽑아냈다. 필요할 때 써먹을 수 있을 거야.]라스칼의 말을 들으며 루안은 락셀로를 검집에 집어넣었다.
멀리서 루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오크 무리들과 전투가 벌어져서 각자 흩어졌던 루크와 호위기사 들이었다.
“아, 루크. 너희들이 맡았던 오크들은 다 처치했냐?”
“네, 모두 처리했습니다. 그런데….
루크는 루안이 서 있던 곳을 훑어보면서 감탄했다.
“이 오크들… 형님이 모두 처치하신 거예요?”
“응. 여기 나밖에 없잖아. 나 말고 누가 죽였겠어?”
[내가 죽였지. 멍청아.]라스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루안은 생긋 웃어보였다.
루크 곁에 있던 호위대장 레딕은 놀라운 눈으로 루안을 쳐다봤다.
‘칼론에 입학하기 전까지 본가에서 가장 유약했던 도련님이셨는데… 이렇게 빨리 강해지실 줄이야….’
레딕은 루안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브리스톨 가문에서 가장 약했던 루안이었기에 더욱 기억에 남았었다.
칼론에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안전하게 졸업만 해도 잘한 것일 거라는 평가는 호위기사들 사이에서 일반적인 상식처럼 통할 만큼 루안은 약했었다.
레딕을 따라온 호위 기사들조차 감탄을 금치 못했다.
“대단하군… 이걸 정말 루안 도련님 혼자서 해치웠다고?”
“용의 협곡에 서식하는 오크들은 산악 지형 특성상 유난히 빠르고 강한데 도련님 혼자서 11마리를 해치우시다니… 우리가 기억하던 루안 도련님 맞아?”
“칼론에서의 훈련이 도련님의 내면을 바꿨나보지.”
“실전은 달라. 칼론에서 아무리 훈련을 해도 용의 협곡의 오크들을 혼자서 베어 죽이는 건 다른 얘기라고.”
“그건 그렇지. 루안 도련님이 못 본 사이에 엄청 성장하셨군.”
“대공님께서 아셨다면 좋아하셨을 거야.”
갑자기 리처드 브리스톨의 언급에 다른 호위 기사들이 침묵했다.
“이 새끼는 꼭 분위기 파악을 못하더라. 대공님 얘기가 꼭 여기서 나와야 하냐?”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인마. 사실은 사실이잖아.”
“쉿, 도련님들 듣겠다.”
호위 기사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든 루안은 관심이 없었다.
“와, 루안. 얘들 너 혼자 처리한 거냐?”
스미스가 루안에게 죽은 오크들의 시체를 확인했다.
모두 정확한 급소를 찔려 죽어 있었다.
“네, 제가 죽였습니다.”
“이야, 역시 대단해. 내가 가르친 제자답구만. 하하.”
“개자식이 가르칠 게 뭐 있냐?”
톤카의 말에 스미스가 발끈했다.
“뭐야? 임마?! 이 자식이 혼자서 도망쳤다가 나타난 주제에 뭘 끼어들어?”
“도망친 게 아니라 구경한 거다.”
루크는 호위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오크들은 모두 토벌했으니 각자 트로피를 챙겨라. 필리아 마을에 가서 보여줘야 하니까.”
“네, 도련님.”
호위 기사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오크가 쓰던 무기들을 하나씩 챙기는 호위 기사들.
루안이 물었다.
“루크, 저건 뭐 하러 챙기는 거야?”
“아, 저 무기들을 필리아 마을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거든요. 마을의 대장장이들이 무기들을 녹여서 새로운 무기들을 만들어서 공급하죠. 오크들이 쓰는 무기들은 대부분 크고 강해서 1개를 녹이면 여러 무기들로 바꿔 제작이 가능해서 좋아합니다.”
“그렇군. 너 여기서 꽤 쏠쏠하게 거래를 했구나?”
“하하하, 정보를 거래하다 보면 여러 가지를 많이 알게 되더라고요.”
호위대장 레딕이 루크에게 말했다.
“도련님, 트로피를 모두 확보하였습니다.”
“좋아, 이제 출발한다.”
루안은 루크 일행을 따라 필리아 마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도련님. 필리아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저 관문을 통과하면 필리아 마을입니다.”
루크를 따라가던 루안 에게 레딕이 다가와 말했다.
“와, 이런 곳에 마을이 있었구나. 경비가 삼엄한 걸?”
“네, 아무래도 위험한 몬스터들의 출몰이 잦아서 24시간 교대로 경비를 서는 부대들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루크가 말했다.
“형님, 필리아 마을에서 장비를 새로 바꾸시는 게 어떻습니까?”
“장비? 갑옷 말이야?”
루안은 자신이 입고 있던 갑옷과 부츠를 확인했다.
뷰론 공화국부터 록 마운틴 산맥, 헬 카이저까지.
여러 사건들을 겪으면서 망가져 있었다.
“아, 바꾸긴 해야겠네. 그런데 저런 마을에 쓸 만한 장비들이 있어?”
“물론이죠. 몬스터들을 상대하려면 장비들이 좋아야 하잖아요.”
“고급 장비들을 제작하려면 실력 있는 대장장이들이 많아야 하는데 그런 대장장이들이 여기까지 올 이유가 뭐가 있지?”
“하하, 형님. 대장장이들은 자기 실력만 좋고 돈벌이가 될 만한 곳이면 어느 곳이든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제국, 공화국, 왕국, 공국 등 곳곳의 유명 대장간 출신의 대장장이들이 돈 벌려고 떠도는 것도 많이 봤습니다. 게다가 범죄를 저질러서 쫓기는 대장장이들이 숨어드는 곳이 바로 저 필리아 마을이기도 하죠. 뭐 꼭 대장장이들만 그런 건 아니지만요.”
필리아 마을은 여러 국가에서 도망쳐 나온 사람들이 모여서 꾸준히 마을의 규모가 늘어나는 곳이었다.
“멈춰라.”
필리아 마을의 입구를 지키는 경비병들이 나타났다.
“루크 브리스톨입니다. 촌장님께서 원하시는 정보를 갖고 왔습니다.”
꽤 어려 보이는 경비병이 루크에게 물었다.
“촌장님께서 원하시는 정보가 뭐냐?”
루크가 대답하려는 순간이었다.
“루크 도련님 아니십니까?!”
경비병들 뒤에 나타난 기사가 빠르게 달려왔다.
“아, 대장님. 이 자들을 아십니까?”
필리아 마을의 경비대를 책임지는 경비대장 매튜였다.
“매튜 대장님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이거 죄송합니다. 지금 시간대에 배치한 경비병들이 신참들이 많아서요. 도련님께서 처음 보는 놈들이 많죠? 하하.”
“아, 그렇네요. 어쩐지 저번에 낯익은 분들이 안 보이셔서 의아했습니다.”
“얼마 전에 북쪽 산맥에서 가고일 떼가 기습 공격을 해왔거든요. 놈들을 막다가 그만 사상자들이 많이 발생했었죠.”
“가고일들이요? 놈들은 여기까지 잘 내려오지 않잖아요.”
“얼마 전부터 출몰 횟수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흐음, 그렇군요.”
“그럼 도련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네, 형님. 들어가시죠.”
“으응? 형님? 아니, 도련님. 혹시 이 분이 저번에 말씀하셨던 루안 브리스톨 공자님이십니까?”
“네, 맞습니다. 제 형님이시죠. 하하.”
매튜는 건틀렛을 벗으면서 루안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유, 이거 명문가의 공자님을 또 만나게 돼서 영광입니다. 필리아 마을의 경비를 책임지는 매튜입니다.”
“루안 브리스톨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루크 도련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끼-이익.
덜컹!
필리아 마을의 관문이 열렸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서 루안의 시야에 촘촘하게 세워진 집들이 나타났다.
집들 사이로 물이 흐르는 수로가 있었고 음식을 파는 곳과 무기를 파는 곳, 대장간, 훈련장 시설들이 가득했다.
곳곳에 경비대로 추정되는 기사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다.
“와, 이런 산맥 가운데에 이렇게 마을을 세우다니… 대단하네.”
“형님, 먼저 이곳 마을의 촌장을 만나실 겁니다.”
“촌장은 어떤 사람인데?”
“엘란 왕국의 기사였다고 알고 있는데 자세한 건 저도 아직 몰라요. 의외로 베일에 쌓여있는 사람이더라고요.”
“그래? 촌장이 원하는 정보는 뭐야?”
“하하, 이따가 들으면 아실 겁니다.”
루안이 매튜를 따라간 곳에 기사들의 전장 캠프 같이 차려진 집이 있었다.
촌장의 집이라고 하기에는 그리 위엄 있지도 않았고 평범해서 다른 집들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였다.
문 앞에는 기사 하나가 지키고 있었다.
“촌장님께 전해주쇼. 루크 도련님께서 오셨다고.”
기사는 매튜와 루크를 쳐다보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몇 분이 흘렀을까?
기사가 나타났다.
“들어오라고 하십니다. 다만 뒤에 계신 호위 기사들은 이곳에 계셔야 합니다. 루크 도련님만 들어오실 수 있습니다.”
“그럼 제 형님은 같이 들어갈 수 있게 해주시죠.”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