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nge of Reborn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01)
악녀의 시집살이는 즐겁다 101. 점이 있는 아기(101/192)
#101. 점이 있는 아기
2024.03.10.
“부인께서 황태자 전하와 약혼하신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로, 매출이 세 배 이상 늘었습니다.”
한스는 차분한 어투로 에시카에게 보고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습니다. 설비를 늘리고 고용인들을 더 모집하겠습니다. 그리고 물건을 지키는 경비 인력도 증원이 필요합니다.”
“확장이라, 좋은 일이지. 하지만…….”
앉아서 그들의 보고를 받던 에시카는 다리를 꼬며 말했다.
“유행이란 사람의 생각만큼 오래 가지 못해.”
에시카의 말에 한스는 움찔했다.
그녀의 짙은 눈은 미래를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
“설비를 늘리는 것은 좋지만, 이제 마르넬 케이크뿐만 아닌 품목의 다양화를 시도할 때가 되었어.”
“다양화라면…….”
“지금까지는 메르힌 마르넬 케이크의 이미지로 수요를 잡았다면, 유행이 꺼질 때쯤을 대비해 새로운 유행의 수요를 만드는 거야.”
“아…….”
한스가 뭔가 깨달은 듯 눈동자를 일렁였다.
현재의 영광에 취해 아직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디저트는 드레스와도 같았다.
영향력 있는 누군가가 특별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입기 시작하면, 한동안 모두가 그 드레스만 입고 다니고 그 열풍은 한동안 지속된다.
그 유행이 전국을 휩쓸기까지 수 년이 걸리고, 그러다 수도에서부터 유행이 빠르게 꺼지는 것이다.
그리고 차츰차츰, 먼 지방까지 유행이 꺼질 때쯤 새로운 유행이 돌아온다.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한스는 감탄한 눈으로 에시카를 보며 말했다.
에시카는 브리기트 남작가 출신답게 물건을 보는 안목이 뛰어났고, 시류를 읽는 감도 자신과 같은 사람은 따라가지 못할 경지였다.
이렇게 대단하신 분이 어떻게 3년 동안이나 대부인의 기에 눌려 지냈을까는,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처음에 단일 품목을 판매한 것도, 전부 계산하신 것이었군요.”
“우선 우리의 이름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니까 말이야.”
이제 제국에서 귀족의 피가 조금이라도 섞인 사람이라면, 메르힌 마르넬 케이크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에시카는 클라우스 공작과의 이혼보다, 이쪽으로 더 유명해졌고 말이다.
앞서 드레스의 유행에 대해 말했는데, 유행을 한 번 선도했던 브랜드가 그 유행에 적체되지 않고 새로운 유행을 만든다면 대체할 수 없는 브랜드가 된다.
모든 부인들이 그 숍의 감각과 실력을 의심하지 않게 되는 것이지.
에시카는 그것을 해내려고 하고 있었다.
**
“……아윽…… 윽…….”
유리는 바들바들 떨며 온 몸에 힘을 주었다.
“아파…… 아파 죽겠다고!!”
“조금만 더 힘을 주세요. 아기 머리가 보여요.”
짜증나는 산파의 목소리가 들렸다.
황후 폐하께서 보내주신 산파라 머리를 쥐어뜯을 수도 없고, 이 무지막지한 고통에 화가 날 뿐이었다.
하지만 이 고통을 견디면 분명 상이 있을 것이다.
황후는 칼리안과 리오나를 다시 사교계에 복귀시키겠다고 했다.
그들이 큰 잘못을 하기는 했지만, 황후의 친정이 사라진 상황에서 그렇게라도 해야 했으니까.
소송에 이긴 뒤 클라우스 공작위를 에시카에게 팔아넘긴 클라우스 형제들은 어릴 적 공작성에서 쫓겨난 터라 배우지 못해 귀족 노릇도 하지 못하니 황후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그래, 칼리안과 자신을 이 좁디좁은 오두막에서 살게 내버려 두실 리가 없지 않은가.
에시카 그것을 쫓아내고 분명 클라우스 대저택을 되찾아 주실 것이다.
“악……!”
언젠가는 황후의 비호를 얻어 이 아이가 미래의 클라우스 공작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클라우스 공작 대부인!
과거의 에시카의 자리도, 그리고 리오나의 자리도 모두 자신의 것이다.
리오나는 되도 않는 핑계로 아직도 칼리안과의 결혼 증서를 청사에서 받아오지 않고 있지만, 아이까지 생겼으니 이를 외면할 수는 없을 거야.
“조금만, 조금만 더요!”
산파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리는 땀을 뻘뻘 흘리며 안간힘을 썼다.
언젠가는 지금껏 겪은 모든 치욕을 갚아주리라!
잠시 뒤 응애- 하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산파는 준비해 놓은 데운 물에 아기를 씻겨 냈다.
유리는 죽을 것처럼 가쁜 숨을 헐떡였다.
아기를 낳는 게 이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울 줄은 몰랐다. 눈물이 날 만큼 정말 더럽게 아팠다.
“아들이네요.”
산파의 말에 유리의 입가에 미소가 고였다.
해산의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결과는 달콤한 것.
잠시 후 유리는 산파가 건네는 아기를 품에 안았다.
아기의 눈은 유리를 닮아 붉은빛이었고, 머리카락은 칼리안의 머리카락 색보다 짙은 검은색이었으며 콧잔등에는 검은 점 하나가 크게 박혀 있었다.
“…….”
그 순간 유리는 흠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콧잔등에 검은 점이 있던, 한 남자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슈페르트 브리기트의 고발로 청사에서 조사를 받았을 때 자신을 조사하던 조사관.
아이를 안은 유리의 손이 움찔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떨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산파에게 말했다.
“공작 전하를 쏙 닮았구나.”
어차피 머리카락 색이야 다소 검을 수도 있다. 칼리안의 조상 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검은 머리의 조모님 한 분 없으셨겠는가.
밝은 금발의 리오나도 갈색 머리카락의 칼리안을 낳았고 말이다.
진실이야 어떻든, 이 아이가 유리의 출세줄이라는 것이 중요했다.
“…….”
산파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얼핏 보기에, 칼리안을 닮은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의 새로운 아내의 아이이니 공작의 아이이겠지.
**
“칼리안 클라우스의 아이가 태어났다고?”
황후의 말에 산파는 허리를 숙이며 답했다.
“그렇습니다. 유리 아네시스와의 혼인 관계가 성립하지 않아 아직 클라우스의 계보에 입적하지는 않았어도, 분명 칼리안 클라우스의 아들입니다.”
황후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깃들었다.
칼리안 클라우스가 작위를 빼앗기고, 오두막으로 쫓겨나기는 했어도 칼리안은 그녀의 조카이고 클라우스는 그녀의 가문이었다.
가문을 이을 새 아이가 태어났다는 사실이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의 탄생이 기쁘기보다는, 향후 에시카를 벼랑으로 굴러 떨어뜨린 뒤 빈 클라우스 저택에 심어 넣을 수 있는 싹이 생겨 기쁜 것이었다.
“칼리안 또한 기뻐하고 있겠구나.”
“그것이…….”
산파의 얼굴이 다소 어두워졌다.
“아직도 전 공작 부인을 잊지 못해 방황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유리 아네시스 양을 매우 냉대하고 있으며 아기를 안아 보지도 않았습니다.”
“뭐?”
황후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아기를 보자마자, 어쩐지 정이 가지 않는다고 안는 것을 거부하시더군요.”
세상에 이리도 매정한 아버지가 있을까, 하며 산파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찼었다.
하지만 칼리안은 나가 버렸고 그녀는 유리를 위로해야 했다.
하지만 유리 아네시스는 듣던 대로 보통이 아닌 여자답게, 칼리안의 반응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 것 같았다.
“녀석,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구나.”
에시카는 타메론의 뜻에 반역하는 마녀 같은 것일 뿐인데, 황태자도 그렇고 칼리안도 그렇고 사내들이란 어리석기 짝이 없다.
“어쨌든 너는 물러가 보아라.”
산파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황후의 안전에서 물러났다.
황후는 눈썹을 굳힌 채 생각에 잠겼다.
클라우스 가문을 다시 일으키는 것은 그녀의 사명이었다.
칼리안의 사면에 대해 황제를 조른 대답을 받았으니 때가 중요한데…….
“그래, 그때가 좋겠군.”
황후의 입꼬리가 옅게 비틀렸다.
잠시 후 그녀는 시녀들을 불렀다.
**
추운 계절이 지나고, 싹이 동트는 어느 화사한 아침.
“……와아…….”
하녀들은 제가 단장해 놓고도 손으로 입을 가렸다.
특별한 날, 에시카의 모습은 더욱 특별히 아름다웠다.
굴곡이 아름다운 금빛 드레스에 영롱한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귀걸이가 반짝인다.
누구라도 몇 초 정도는 말을 잃을 것 같다.
“어울리니?”
“어울리다마다요. 모두가 부인만 보고 찬사하겠…….”
말을 잇던 하녀 하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되새긴 것이다.
“황후 폐하께서는 대체 무슨 생각이실까요. 왜 하필 같은 날…….”
하지만 에시카는 이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황실 행사의 결정권은 황후에게 있다.
황후는 종교 행사에나 관심이 있지, 황실 행사를 주도하는 것에는 영 취미를 두지 않았지만 이번만은 예외였다.
황태자의 약혼 파티와, 칼리안 클라우스의 사면을 함께 잡은 것은 분명 황후의 그림이리라.
“…….”
하지만 에시카의 낯빛은 태연했다.
자신을 동요하게 하려는 것이 황후의 목적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잠시 뒤 하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황태자 전하께서 에스코트하러 오셨습니다.”
에시카는 카펫이 깔린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계단을 반쯤 내려오자, 시야에 그의 모습이 보였다.
큰 키와 넓은 어깨, 잘 정돈된 검은 머리카락과 황금안.
황실 제복을 입은 레스반은 레이디를 기다리는 기사처럼 정중하게 그녀를 맞이했다.
“…….”
레스반은 에시카의 눈을 응시하며 그녀의 손등을 제 입술로 가져갔다.
그리고 가볍게 그 위에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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