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nge of Reborn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23)
악녀의 시집살이는 즐겁다 123. 황후의 승리(123/192)
#123. 황후의 승리
2024.04.01.
“……그러니, 배 속 아이의 아버지인 황자 전하를 보내신다면 이 범죄의 진상을 밝히기 어려워지지 않겠습니까?”
에시카는 황후를 보며 말을 이었다.
“누가 감히 황실의 혈통에 해를 가한 것인지도요.”
황후의 눈썹이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잠깐의 정적 후에 황제는 다그치듯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브레이튼이…… 여인을 회임시켰다고? 하인즈 대공녀와 파혼한 지도 얼마 안 되지 않았더냐. 브레이튼, 네가 말해 보거라.”
브레이튼은 굳은 얼굴로 입을 반쯤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크게 당황한 것이다.
“폐…… 폐하…… 저는……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이 일에 대해서는…….”
침착한 목소리의 아스티아가 끼어들어 대신 대답했다.
“제가 알고 있습니다.”
시선을 내리는 에시카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맺혔다.
황후는 이내 눈썹을 잔뜩 찡그리며 아스티아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스티아의 역할이 중요한 때였다.
“저를 따라오시죠.”
아스티아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
아스티아는 앞장서서 걸었으며 그녀의 뒤로 시종들의 부축을 받는 황제와, 황후, 그리고 브레이튼과 레스반, 에시카가 뒤따랐다.
황궁 기사들이 그들이 지나갈 때마다 예를 갖추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인사했지만 누구도 주변을 돌아보지 않았다.
브레이튼은 긴장한 나머지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고 있었고 말이다.
그들의 행렬은 길었고, 몇 층을 내려갔다. 브레이튼은 먼저 달려가 상황을 보고 싶었지만, 황후가 엄한 눈길로 가만히 있으라는 듯한 신호를 보냈다.
“…….”
머지 않아 서늘한 분위기가 풍기는 지하층에 다다랐을 때 아스티아는 발을 멈추었다.
황후는 싸늘한 표정으로 에시카를 힐끗 보더니 아스티아에게 말했다.
“여기 누가 있다는 건가요? 황녀?”
“기다리십시오……. 가져오거라.”
아스티아가 몇몇 시종에게 명령하자 그들은 잠시 후 어떤 궤짝 같은 것을 가지고 왔다.
사람 한둘은 들어갈 만한 큰 궤짝에서는 냉기가 풍기고 있었다.
아스티아는 시종들이 물러나자 스스로 손을 들어 그것의 뚜껑을 잡았다.
황후는 지긋이 입술을 깨물었다. 이 안에 승패의 카드가 담겨 있다.
황제는 심각한 표정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
잠시 후 아스티아가 천천히 손을 뻗어 궤짝 뚜껑을 올렸다.
그리고 무거운 그것을 힘겹게 들어 올렸다.
쿵 소리와 함께 궤짝 뚜껑이 밀려나 떨어지고, 안에 있는 것이 드러났다.
“……!”
젊고 아름다운 여자의 시체는 부패되어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었고, 브레이튼은 손을 들어 코와 입 주변을 감쌌다.
죽어 있는 여자의 모습에 에시카는 차분한 표정으로 궤짝을 보았다.
에시카는 여자의 손목에 끼워져 있는 팔찌를 알고 있었다.
브레이튼이 자신의 애인들에게 선물한다는 그것.
사랑과 기쁨의 상징이라고 한다.
“죽고 싶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그녀는 무슨 말을 했을까.
아스티아는 피식 미소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스티아가 네 사람인 줄 알았느냐, 에시카?’
한편 황후는 지금껏 참고 있던 웃음기를 드러내며 즐거운 표정으로 에시카를 바라보았다.
어제 아스티아는 에시카의 접촉이 있었다고 제게 고백해 왔다.
그들이 2황자의 아이를 밴 코르티잔의 시신을 자신에게 맡겼다고 말이다.
황제에게 이를 밝힐 것을 모의하고 있다는 계획까지. 그리고 아스티아는 황후의 명령에 따라 시체를 다른 여자의 것으로 맞바꾸었다.
그러니 이 판은 에시카의 계획을 역이용한 황후의 승리가 확실해 보인다.
“…….”
상황을 관망하는 레스반의 눈빛은 그저 서늘히 빛나고 있었다.
“……시체군요.”
잠깐의 정적 속 먼저 입을 연 사람은 황후였다.
황제는 인상을 찌푸린 채 아스티아에게 물었다.
“이게…… 누구지?”
아스티아는 차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황궁에서 잡일을 하던 여자입니다.”
“잡일을 하는 여자인데 왜 드레스를 입고 있지?”
“동료 하녀들의 말을 들어 보니 꾸미는 것을 좋아해서 저런 옷과 팔찌를 차고 다녔다고 합니다.”
아스티아의 눈이 에시카를 향했다.
어둑한 공간 속 에시카의 눈은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자기가 브레이튼 황자 전하의 사랑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떠들고 다녔다고 합니다. 저 팔찌는 그 증표이고요. 배 속에 아이가 있는지의 여부는 모르겠습니다.”
“……마…… 말도 안 됩니다. 제가 왜 이런 천한 여자를…….”
브레이튼은 말을 더듬더니 에시카에게 따지듯 말했다.
의심이 보풀처럼 오르자 황제는 눈살을 찌푸렸다. 브레이튼이 제가 만나는 여자들에게 저런 팔찌를 선물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형수님은 설마 천한 여자들 사이에서 떠도는 그……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듣고 폐하께 고한 겁니까?”
“…….”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하인즈 대공녀와의 파혼 이후 저와 어머니가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너무하십니다!”
에시카는 말없이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아스티아를 바라볼 뿐이었다.
시체가 바뀐 것쯤은 알아챘겠지.
황후는 에시카의 얼굴을 보다가 풋, 흘러나오는 미소를 손을 들어 막은 채 시선을 돌렸다.
황제는 한참 동안 궤짝 안의 여자 시체를 보다가 말했다.
“부검하는 것이 중요하겠지.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판별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의사 자격을 가진 사제분께서, 대기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몇 초 뒤 아스티아의 뒤에서 에릴 퓨즈가 모습을 드러냈다.
에시카의 눈썹이 움찔 움직였다.
그는 이내 뱀 같은 목소리로 황제에게 예를 표했다.
“황제 폐하. 타메론을 섬기는 황실 사제 에릴 퓨즈입니다.”
그리고 그는 가져온 긴 날을 들어 황제의 앞에서 직접 시체를 부검하기 시작했다.
부검이라 할 것도 없이, 배와 자궁 부분을 칼로 째서 드러내면 되는 일이다.
눈살이 찌푸러지는 과정이었지만 수 분 뒤 그것은 정리되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여자의 배 속에 태아가 있었는가?”
모두의 시선이 에릴 퓨즈에게 쏠렸다.
에릴 퓨즈는 수 초 동안 즐겁다는 표정으로 에시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뒤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여자의 복중에 태아는 없었습니다.”
황제는 눈썹을 찡그린 채 에시카를 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브레이튼에 관한 이야기는 전부 거짓이라는 것이군.”
그는 화가 난 표정이었고 이어 다그치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황태자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폐하.”
황제의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레스반이 앞으로 나왔다.
“모두가 황태자비의 말을 듣고 이곳까지 왔다. 그런데 고작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다니……!”
황제가 노기가 가득찬 어조로 둘을 타일렀다.
황후가 곁에서 이마를 짚으며 몇 마디를 곁들였다.
“브레이튼이 성격이 좋아 여인들과 친밀히 지내기는 해도 그렇게 앞뒤 생각하지 않고 하녀들과 놀아나는 아이는 아닙니다. 많은 여자들이 브레이튼에게 팔찌를 받았다, 선물을 받았다고 지껄이고 다니지만 신분 상승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뿐이죠. 그렇지 않니, 브레이튼.”
“아, 어머님. 당연하죠. 제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황후는 이 김에, 브레이튼에 대한 안 좋은 소문도 어느 정도 진화해 볼 생각이었다.
에릴 퓨즈가 다 들리는 목소리로 황후에게 말했다.
“제가 황태자비 전하께 황실 예법과 신학에 대해 가르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으십니다. 앞으로는 이렇게 경거망동하여 황실에 폐를 끼치시는 일이 없도록 잘 교육해 드리겠습니다. 황후 폐하.”
황후는 한숨을 내쉬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황제를 보았다.
“폐하…… 오늘 황태자비가 어리석은 행동을 하였으나, 이미 황실 일원인 것을 어찌하겠습니까. 제가 사제에게 엄격히 교육하라 이를 테니 너무 심려치 마세요.”
“황태자비는 고작 하녀들의 허황된 이야기에 현혹되어 황실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의심과 불화를 불러일으킬 뻔했다.”
황제는 주름진 눈썹 사이를 잔뜩 좁힌 채 에시카를 책망했다.
에시카는 말 없이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 황제의 타이름을 듣고 있었다.
“너를 지혜로운 아이라 생각했거늘…… 정말 실망이로구나.”
탄식이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레스반을 보며 함께 타일렀다.
“아내의 잘못은 남편의 잘못인 것이다. 너에게도 오늘 이 일에 대한 책임이 있다.”
“시정하겠습니다.”
레스반은 나직히 대답했다.
잠시 허망한 표정으로 레스반과 에시카를 번갈아 보던 황제는 휙 돌아섰다.
“황태자비는 향후 보름간 근신하거라!”
이내 시종들이 황제를 따랐고, 오랫동안 즐거운 듯한 눈빛으로 에시카를 보던 황후도 쯧, 쯧, 하는 혀 차는 소리를 하며 발을 옮겼다.
브레이튼과 에릴 역시 천천히 뒤따라 나갔고 말이다.
“에시카.”
레스반은 손을 올려 에시카의 어깨를 잡고 그녀를 수 초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금안에는 그녀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에시카는 고개를 끄덕였고 레스반은 그녀에게서 손을 뗐다.
잠시 후 남은 사람은 어둠 속에서 물건처럼 숨을 죽이고 있는 시신 보관고의 하인들과, 아스티아, 그리고 에시카뿐이었다.
“…….”
에시카는 천천히 아스티아의 앞으로 다가왔다.
아스티아는 에시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의 일은 누가 보아도, 에시카를 향한 아스티아의 완벽한 배신이었다.
궤짝 안에 든 것은 이미 뒤바뀐 시체였으니까.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 거죠?’
아스티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에시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모를 것이다. 대어를 낚기 위해서는 큰 그물이 필요하다는 것을.
에시카는 이와 비슷한 과정을 리오나의 생일 파티 때 했던 적 있었다.
에시카는 말 없이 아스티아를 수 초간 바라보다가 그녀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