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nge of Reborn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27)
악녀의 시집살이는 즐겁다 127. 힘을 되찾다(127/192)
#127. 힘을 되찾다
2024.04.05.
환골탈태하여 적합한 몸을 가지게 되며 검강을 사용할수 있게 되는 경지.
정파에서는 이를 화경, 혹은 조화경이라고 부르며 마교에서는 극마의 경지라고 했다.
독영은 마교의 아이들 중에서도 불출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이르게 두각을 나타내어 천마교주의 후계자로 촉망받았는데,
그가 폐관수련을 끝내고 극마의 경지에 다다른 시기는 불과 스물둘이었다.
약육강식의 천마신교에서 그는 영령의 아버지인 천마교주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인정받았으며 영령이 결혼을 위해 떠날 때 이미 부교주의 자리에 있었다.
만약 그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영령은 결코 극마의 경지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 역시 자질과 재능이 충분했지만 깨달음은 찾아오지 않았으니까.
독영은 매일 그녀에게 가르침을 주었다.
영령이 계단을 밟고 성장하여,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그녀가 천마신교를 떠나는 날까지 말이다.
어느 날 극마의 깨달음이 찾아왔을 때 가부좌를 틀고 있던 영령은 검과 만물의 이치를 깨달았다.
온몸의 뼈가 삐걱대다가 자리를 잡았고, 그녀의 몸은 하나의 소우주가 되었다.
그러나 그녀가 그 힘을 제대로 활용한 때는 자신을 말라 죽여 가던 황궁에 복수를 할 때였다.
지옥의 화마 속 모든 것이 집어삼켜졌다.
“…….”
갈기갈기 찢기듯 조각조각 떨어진 옷은 새카맣게 타올라 연기가 나고 있었다.
경지에 접어들며 몸에서 내뿜는 열기에 옷이 거의 녹아 버린 것이다.
에시카는 감고 있던 속눈썹을 들어 올렸다.
그녀는 지금 이전의 힘을 되찾았다.
이 세계에서는 ‘소드 마스터’라고 불리울 수 있겠다.
처음에는 이전의 힘의 절반을 되찾는 데 10년까지 예상했었는데.
엄청나게 단축해 버린 것이다.
“……개운하네.”
에시카의 입술이 달싹였다.
원래도 부드러웠던 그녀의 피부는 더욱 곱고 투명해 보였으며, 눈매는 또렷하고 푸른 눈동자는 영롱했다.
대륙의 소드 마스터는 레스반을 포함해 넷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사가 드문 세상이니 그중 여자는 한 명도 없고 말이다.
튜레시안의 황태자비가 소드 마스터의 능력을 가진 것을 알면 세상이 뒤집어지겠지.
제국에서 소드 마스터들은 타메론에게서 축복받은 자라고 불리운다.
황후는 소드 마스터의 힘이 악에서 나온다고 주장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타메론이 부여한 힘이라고 믿는다.
“…….”
에시카는 나신의 몸으로 일어섰다.
그리고 그때, 문이 달칵 열렸다.
노크 없이 황태자비의 방에 들어올 권리를 가진 유일한 남자.
레스반은 우뚝 멈추어 에시카를 바라보았다.
“……에시카.”
열린 창문에서는 바람이 불어오고 에시카의 은빛 머리카락이 살랑대며 흔들린다.
굴곡이 진 여자의 곡선은 유독 새하얗게 빛나는 것 같았다.
레스반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제 망토를 벗어 그녀의 벗은 어깨에 걸쳤다.
에시카의 뚜렷한 푸른 눈이 레스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방 안을 흉포하게 메우던 기운과, 그녀의 눈빛으로 레스반은 알 수 있었다.
에시카가 예전의 힘을 완전히 되찾았다는 것을.
아마도 이렇게 그녀를 성장시킨 힘의 원동력은 하나일 것이다.
“……그녀는 내 배 속의 아이들을 죽이고, 내 아버지를 죽이고, 내 형제들을 죽이고, 내 소중한 사람들을 죽였어요.”
“…….”
“이곳에서는 셀라를 죽이고, 내 하녀들을 죽이고,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나를 죽이려 했으며, 지금 이 순간조차…… 나를 죽이기를 갈망하죠.”
두 세상의 생을 넘나드는 지독한 악연이었다.
영령은 다짐했다.
이번 생에서는 처절하게 복수하여 원한을 갚아 주리라.
그 무덤 위에서 춤을 추리라.
“나는 그대가 다치기를 원하지 않아.”
레스반이 부드럽게 에시카의 볼을 감싸며 말했다.
“하지만 그대의 마음이 영원히 불길 속에서 고통받는 것도 원하지 않지.”
“…….”
“지난 생에는 그대를 지키지 못하고 업화의 지옥에 뛰어들었다.”
레스반을 바라보는 에시카의 눈동자가 일렁였다.
그는 지독히도 슬프고 처절했던 이야기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이번 생에는 내가 사랑하는 자의 고강한 무기로서.”
또한 새로운 인과에 대해 말하고 있기도 했다.
레스반이 비스듬히 고개를 돌려 에시카의 입술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입술이 달싹이며 서늘한 음성을 내뱉었다.
“목숨 바쳐 그대를 지킬 거야.”
하지만 에시카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두 번 다시 목숨은 안 돼요.”
에시카의 말에 레스반의 입꼬리가 옅게 올라갔다.
영원한 사랑과 맹세를 나누듯 그의 숨결이 입술 새를 밀고 들어왔다.
서로의 숨을 끌어당기는 짙은 키스가 시작되었다.
손에 힘이 풀리자, 어깨에 걸쳤던 망토가 스르륵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
발코니에 나와 황후는 볕을 쐬고 있었고, 하녀들이 발톱을 손질하며 그녀의 시중을 들고 있었다.
황후는 가뿐한 표정으로 시녀에게 물었다.
“마로운 평원의 소식은 들어왔나?”
“네, 아이의 상태가 더욱 안 좋아지고 있다더군요. 아스티아 황녀가 절절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전에도 저를 불러 약을 더 청하더군요.”
“그래?”
“약사에게는 황후 폐하의 뜻을 잘 일러두었으니,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겁니다.”
황후의 입가에 미소가 잠시 어렸다가 사라졌다.
날은 좋았고 나비가 날아와 난간 끝에 앉았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구나.”
“무엇이 말씀이십니까.”
“너무 수월하지 않더냐. 일이 지나치게 잘 풀리고 있어.”
황후는 감이 좋았다.
시녀는 황후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의아한 눈빛을 했다.
“뭐…… 온전히 내 뜻대로 풀리는 날도 있는 것이겠지. 그년이 들어오고 나서 워낙 별일이 있다 보니 모든 일에 의심이 든단 말이야.”
“송구합니다. 황후 폐하.”
“당분간 브레이튼에 대해서도 신경 쓸 것은 없겠고.”
브레이튼은 에우니브스로 떠났다.
에우니브스에는 신성한 헤노모스의 원료가 되는 토양과 암석이 있다.
브레이튼을 에우니브스로 보낸 것은 그 이유만은 아니었다.
힐레스 공작의 질녀와 결혼한 지금, 하인즈 대공녀와 파혼했던 때의 꼴을 또 보게 할 수는 없다.
브레이튼의 여성 편력은 본처가 들어앉는다고 고쳐질 유형이 아니라는 것을 황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에우니브스에서도 어련하겠지만 들끓는 구설수를 잠재우려면 브레이튼이 수도를 피해 있는 것이 좋았다.
제 약점을 노리는 에시카를 상대하며 굳이 약점을 들고 있을 이유도 없으니.
그녀를 처리한 뒤 돌아오게 하면 될 것이다.
그녀의 눈동자가 빛났다.
“헤노모스를 가져오거라.”
황후는 나른하게 누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시녀는 흠칫하며 황후에게 말했다.
“하지만 오전에도 복용하시지…….”
“네년이 방금 뭐라고 했느냐?”
갑자기 눈을 뱀처럼 뜬 황후는 시녀를 노려보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눈동자는 화롯불 속 썩은 장작이 타는 것처럼 혼탁하고 그을려 있었다.
“……명령 받들겠습니다.”
“아니지, 아니지.”
황후의 말에 시녀는 멈칫했다.
황후는 눈을 빙그르 돌리더니 두 손으로 제 귀를 막았다.
그리고 잠시 중얼거리다가 눈동자를 흔들었다.
“방금 타메론께 계시를 받았다. 나는, 속삭이는 그분의 목소리가 들린다…….”
황후의 표정이 환희에 들끓었다.
그리고 벼락을 내리치는 것 같은 목소리로 다른 하녀들에게 명령했다.
“이년이 속으로 타메론을 모욕했어. 어서 잡거라.”
“화…… 황후 폐하. 황후 폐하…… 왜 제게……!”
시녀는 하녀들에게 양팔을 붙들렸다.
그리고 황후 앞에서 이런 식으로 지목받은 여자들의 말로는, 그녀들을 처리했던 모든 여자들이 잘 알고 있었다.
시녀의 눈에 두려움이 들끓었지만 황후의 눈에는 광기가 어려 있었다.
“바깥으로 내던지거라.”
그러자 하녀들이 힘을 주어 발코니의 난간 쪽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황후의 방은 4층 높이이니, 이곳에서 떨어지면 죽거나 불구가 되거나 둘 중 하나이다.
“아하, 아하하하하!”
황후의 즐거운 웃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머지않아 정원에 뭔가 쿵- 떨어지는 소리가 났는데 황후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이제 헤노모스를 먹지 않아도 신이 수여하는 듯한 환상을 볼 수 있었고 그녀는 깔깔거리기 시작했다.
황후가 사랑하는, 타메론과의 조우의 시간이었다.